산행기

국망봉 : 국망봉, 상월봉..시원한 석천폭포와 미궁같은 복간터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2. 1. 09:27
2003-09-20
산행기

국망봉 : 1420m - 국망봉, 상월봉..시원한 석천폭포와 미궁같은 복간터골 

소백산의 희방사계곡, 보전골계곡(천동계곡), 석륜암골과 죽계구곡, 어의곡계곡, 금천정계곡(비로봉남쪽), 남천계곡 등 소백산의 큰 계곡을 접해보았지만 아직도 가볼 기회가 없었던 계곡이 적지않다. 복간터골계곡과 석천폭포가 있는 석천폭포골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 두 계곡을 어제(9.21일) 산행했다. 두 계곡을 형성케한 봉우리가 상월봉이므로 당연히 상월봉이 산행종점이 됐다. 상월봉이 보이는 능선에 올라서자(아침 10시쯤이었다. 서울에서 당일새벽에 출발하여 소백산 주능선에 10시이전에 도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형제봉쪽, 그러니까 동해쪽에서 구름이 몰려오고 있는게 보였다. 지긋지긋한 비가 그쳤다고 쾌재를 부르며 오늘은 원없이 산행을 하리라, 사진 좀 실컷 찍으리라 했는데 또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새벽 다섯시에 서울을 출발할 땐 하늘에 별이 반짝였고 영동고속도로에서 날이 샐 때에도 구름이 거의 없었는데 도대체 뚱딴지 같은 이 검은 구름은 어디서 온 구름인가? 구름이 몰려오기전 국망봉, 신선봉, 상월봉등 대충 찍어야 할 전경을 몇장 찍고 용담(야생화)과 둥근 이질풀을 찍고 나서 상월봉에 오르자 비가 벌써 오기시작한다. 비록 가랑비이긴 하나 언제 소나기로 바뀔지 알 수 없다. 지난 한달 아니 9월에 들어와서도 날씨는 늘 그랬기 때문에 나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름값은 물론이고 서울-풍기 고속도로비 7900원도 아깝다. 그래서 상월봉 능선을 따라 하산하다가 석천폭포나 보자고 내려갔다. 마침 영주에서 온 일행이 폭포골 옆 능선길로 하산한다기에 따라 붙었다. 이들 일행의 팀장이 영주에서 초등학교 교감을 하시는 분이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가다가 헤어져 나는 계곡길로 갈라져내려갔다. 조금 널찍한 곳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햇빛이 비치는게 아닌가? GPS로 계산해보니 거리가 1.2킬로미터, 고도로 1174미터였으니 상월봉 높이 1394미터이므로 200미터이상 내려온 지점이었다. 다시 올라갈까? 비가 또 오면..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산아래에서 산봉우리위에 흰구름이 지나가는 광경을 본다면 그것은 자신에 대한 감내하기 힘든 환멸로 다가 온다는 것을 알고(그런 일이 여러번 있었다) 올라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날씨가 나를 실망시키진 않았다.


복간터골과 석천골은 백두대간 소백산 남쪽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계곡이다. 국망봉으로 올라가는 길목인 초암사의 동북부에 능선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하고 있다. 산행깃점은 순흥면 배점리까지는 같고 배점리에서 정서쪽인 초암사로 올라가면 국망봉, 배점리에서 북쪽인 덕현리로 들어가면 상월봉을 오를 수 있다. 물론 덕현리에서도 복간터골로 들어가면 국망봉을 오를 수도 있다.
어제(2003.9.21)오전 8시에 덕현리 점말에 도착하여 복간터골로 들어서는데 입구길이 꽤나 넓다. 처음엔 석천폭포길로 들어선 것으로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두개의 골짜기가 만나는 지점은 생각보다 아래쪽에 있어서 헷갈렸다. 다시 내려가 석천폭포길로 들어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다섯명의 등산객이 올라온다. 호젓한 산길에 산행객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풍기에 산다는 이들 등산인들과 합류하여 산을 오르면 중도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판단은 하나는 얻고 하나는 잃은 결과를 낳았다. 헤매지 않고 정확히 길을 찾아 주능선에 올라가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복간터골의 비경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전혀 가질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날 확인한 것은 산에 오를 때도 풍기사람, 상월봉에서도 풍기사람, 내려올 때는 영주사람들이 일행이 되었듯이 이고장 사람들이 외지인들로 북적대는 희방사나 초암사길 대신 호젓한 산길을 찾아 복간터와 석천폭포계곡으로 몰린다는 확신이 섰다.
복간터계곡길은 경사만 가지고 말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는 산행코스이다. 주능선으로 치고 올라와야하는 마지막 20여분을 빼면 대부분이 평탄한 계곡길이다. 그러나 돌과 바윗덩이가 많은 계곡의 특성이 길을 찾기에 커다란 어려움을 제공했다. 골짜기산행에서는 가령 어떤 돌에 사람이 다닌 흔적이 남아있는지 볼 줄 알아야 좀더 자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끼가 낀 돌이라도 발자국이 많이 지나간 돌은 등산화를 쓰윽 비벼보면 매끄럽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복간터길은 지금 생각해도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정도로 길은 거의 미로나 다름없었다. 달리 미로가 아니라 개울을 수십번이나 횡단하느라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기존 길이 개울물에 휩쓸려 내려갔기 때문에 끊어진 길을 찾는 과정이 계속된다.
고정된 빤한 산길을 바라다가 전혀다른 길 상태에 두손을 들어야 할 판이었다. 풍기의 산악인들도 헷갈리지 않으려고 나무에다 붉은 선을 굵게 횡으로 그어놓아 길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 보인다. 거의 두서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은 페인트칠을 한 나무를 찾아야 할 판이다. 자신이 내디딘 발걸음이 옳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순간순간 확인하지 않으면 길을 잃기 딱 알맞다.
또하나 계곡산행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작년 태풍 루사, 금년의 두 달에 걸친 비와 태풍 매미 때문에 골짜기안의 길이란 길은 폭우가 내릴 때마다 모두 개울로 변하고 넘치는 수량때문에 개울도 평탄한 곳일수록 심하게 뒤집혀져 있어서 걷기가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백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복간터계곡의 특성인 계곡바닥에 워낙 바윗돌이 많은데다가 평탄하기 까지 하므로 물이 마음껏 심술을 부려놓아 산행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산행의 첫 30여분은 풍부한 수량이 흘러가는 바윗덩이많은 개울가 비교적 평탄한 넓은 길을 따라 들어가는 길이라 기분도 좋고 산행도 할만했다. 개울엔 이따금 작은 폭포가 보이고 제법 큰 소도 나타나 시원했고 무엇보다도 수량이 풍부해 물소리가 낭자하다. 울창한 숲이 뒤덮고 있는 계곡안은 계류로 하여 기온이 낮아 가만히 있으면 한기가 들 정도다. 숲은 활엽수림이 되었다가 잣나무숲이 되었다가 한다.
한시간 이상 들어오면서 개울이 두 가닥으로 나뉜다. 국망봉으로 가려면 개울과 개울사이의 지능선으로 올라가야 할 터인데 일행은 오른쪽 계곡의 계곡길을 계속 간다. 이렇게 올라가면 바로 상월봉에 도착한다고 그들은 말했다. 개울이 갈라진 지점에서 20여분 더 진행한 뒤 개울을 건너서야 겨우 휴식을 취한다. 일행중 한명이 금방 주웠다면서 잣 열댓개를 건네 준다. 이곳의 잣나무숲엔 청설모가 별로 보이지 않은 듯했다. 그들이 주운 것은 아마 지난번 태풍때 떨어진 잣으로 보였다. 석천폭포길로 하산시 길위에 잣송이 하나가 분해되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계곡바닥길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이곳에도 청설모가 많다고 말한다.
두번째로 쉰 곳은 바위석면에 페인트로 약수터라고 쓰인 샘터앞이었다. 등산용 컵으로 물을 떠서 건넨다. 사실 말이지 영주, 풍기, 예천일대사람들은 예의가 바르다. 산행중 여간해서 이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데 소백산 남쪽에서는 이런 대접을 받는다. 8도 산행을 하다보니 그지방 인심에 대충 짐작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군데군데 머루넝쿨 아래로 지날 때 머루가 잔뜩 떨어져 있어서 주워먹기도 했지만 떨어진지 조금 오래된 것이어서 알갱이가 흐물흐물해져있다. 태풍때 떨어진 모양이다. 샘터부근에서부터 바윗덩이는 더욱 커지고 발자국흔적은 더욱 찾기 어려워진다.

더구나 많은 비로 씻겨버린 바윗돌도 있으니 더 그럴 수 밖에. 급경사로 들어서서 올라가면 어디서나 들리는 물소리도 잠잠해지고 초본류가 무성한 산록길이 된다. 수피가 유난히 선명한 회색을 띠고 있는 신갈나무숲은 고산지대의 특성그대로 가지가 투박하고 가지의 방향이 제멋대로 이다. 이어 철쭉나무숲이 나타나고 조금 더 올라가면 주능선이 된다. 주능선과 합류한 곳은 상월봉 아래 안부부근이었다.

능선에 올라서자 초본류가 그득한 능선의 풀섶위로 상월봉이 보인다. 상월봉은 정상 바로 아래 서있는 바위때문에 소백산 능선봉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이 깊은 봉우리가 되었다. 둥근 바위가 머리에 커다란 바윗덩이를 이고 남쪽을 향하고 있는 모습은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다소곳한 인물상으로 보인다. 상월봉은 소백산 주능선 가운데 제1연화봉과 거의 같은 높이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국망봉에 속하는 봉우리이므로 자체산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상은 일부바위지대로 되어있으나 철쭉과 활엽수도 보인다. 정상에 서면 국망봉이 지호지간으로 다가오고 북쪽으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봉우리들이 우람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다. 상월봉 정상에 올라와서 소백산 주능선이 북내지 북북서쪽으로 꼬부라지는 모습과 소백산 주능선에서 분기하여 동으로 갈라지는 백두대간을 조망하는 것은 대간 종주자에게는 상당한 도움을 줄 듯하다. 따라서 산 중턱에서 상월봉을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올라와서 백두대간이 신선봉 못미친 1272봉에서 형제봉으로 달아나는 장쾌한 능선을 바라보고 자신의 위치를 한번 돼새겨보는 것은 필요한 일일 듯하다.
상월봉에 올라올 무렵 북동기류가 몰려오며 빗발이 날리기 시작하여 실망스러웠다. 2003년 여름 잦은 비로 산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늘 다시 비가 와서 소백산산행을 망쳐버리는게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아직 11시가 되지 않았는데도 석천폭포계곡으로 하산을 한다. 하지만 계곡을 내려오다 날씨가 개이는 것을 보고 다시 상월봉으로 올라간다. 하늘이 보이고 바람은 상쾌한 건조한 바람이다.
9월 21일인데도 국망봉-상월봉 능선은 가을 색깔이 완연하다.주로 철쭉이 어두운 갈색으로 물들어있고 주능선의 초본류도 갈색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용담, 구절초, 수리취, 산새류, 돌쩌귀가 드문드문 보이는 주능선의 수북한 풀섶은 영낙없는 가을풀섶의 모습이다. 상월봉에서 국망봉쪽으로 가다가 길가 바위위에 바위솔, 구절초, 기타 바위부근에 자라는 특이한 초본류를 많이 만난다. 역시 소백산은 초본류의 보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꽃도 좋지만 오늘은 소백산에서 만나는 하늘이 좋은 하루였다. 작은 바위를 배경으로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떠가는 광경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석천폭포로 하산하는 길은 능선을 따라 1km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면 된다. 능선길도 있는데 이길은 덕현리동네 뒷산까지 내려와 덕현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배점리까지도 내려가는 길이 있을 것도 같다.능선은 배점리 동쪽 아래 송림저수지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상월봉에서 영주에서 왔다는 산행팀을 만나 석천폭포계곡길 갈림길까지 같이 내려오다가 헤어졌다. 완만한 경삿길은 간간이 낙엽송림도 나오고 신갈나무숲도 계속되었지만 그렇게 울창하지 않으면서도 수려한 숲식생을 보여 상쾌하기 그지없다. 1400-1200미터대의 고지대 능선인 만치 어딘가 낮은 지대의 능선과는 다른 기품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