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 3. 21:13
2005년 10월 9일 산행

매봉산 1271m

9일 매봉산에서 단풍구경을 한다. 설악산, 지리산 하며 가을이 되면 북새통이 되다시피하는 명산 말고는 가을산이 없단 말인가? 야단스럽지 않은 가을이 조용히 채색되어가고 있는 매봉산에서 단풍구경은 어느산에서 해야된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새벽5시쯤 떠나 용대리자연휴양림에 도착한 것은 7시40분쯤. 언젠가 새벽에 떠나 한계령에서 일출을 본 게 생각난다. 그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요즘 도로는 속도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80km가 기본) 지금처럼 고속화도로가 없던 그 당시에 물론 과속한 것은 아니지만 100km정도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었기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첫 단풍산행을 매봉산으로 잡은 것은 작년 장수대-귀때기청봉-한계령 산행때 경험했던 번잡하고 소란한 설악산 분위기가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대승령에서는 휴대용마이크로 노래를 하는 일까지 보아야 했다. 북적거리고 쌍스럽고 소란한 설악산!! 1인당 4만원을 내고 단풍구경왔다는 사람들이 설치는 설악산은 이미 산꾼들의 산이 아니었다. 설악의 서북능선은 그래도 설악산 코스중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편에 속하는 코스이다. 그런데도 그러하거늘 다른 곳은 말할 나위도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립공원은 자기네들 공원으로 오라고 광고까지 하고 있다. 산가지고 장사하기에는 짭짤한 요즘 단풍철이다.
호젓함이야 말로 산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설악에서 가까운 매봉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며 내려다본 개울은 가벼운 흥분도 일으킬 정도로 준수하고 청량하다. 마지막 주차장에서 혼자 울창한 숲속길이자 새낙엽이 잔뜩 떨어진 길을 밟으며 들어가노라니 삽상한 대기도 대기려니와 호젓함이 뼈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다. 공터가 나오기전 제2등산로라는 팻말이 길가에 보인다. 오늘은 이길을 하산길로 삼고 연화동계곡으로 들어가 주능선에 오른 뒤 정상으로 가기로 한다. 공터언저리에 "지뢰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산행을 하지말라"는 취지의 군측의 안내판이 있다. 하지만 개울건너 숲속으로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 빤히 열려있고 산행자들의 리본도 보인다. 길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소와 폭포, 폭류, 암반계류는 규모가 조금 작지만 거의 설악산수준이다. 옆에 설악산이 있기에 망정이지 다른 도에 있었더라면 일급 계곡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사진:계곡의 수석정원같은 수려한 완전함

연화동골의 암반계류는 주능선으로 접근하기위해 작은 지능선으로 올라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공터에서 들어가면서 만난 첫번째 소안으로 작은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 단애가 있고 단풍나무 한그루가 붉게 물들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뒤쪽 산록을 배경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다. 계곡안에는 아직은 빛이 부족하여 단풍잎은 검붉은 빛을 띠고 있다. 대체로 개울옆으로 난 평탄한 길을 따라 가는 연화동계곡은 매봉산에서 가장 깊은 계곡이다. 계곡은 처음엔 북서쪽 방향으로 들어가다가 점점 서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공터에서 콩밭골계류(제2등산로팻말 북쪽계곡)를 건넌게 8시 24분경이었고 와폭이 아름다운 폭포위를 지나 지능선에 올라서기 시작한게 10시 15분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1시간 50분가량이나 청정무비의 계류를 보며 만지며 건너며 촬영하며 걸었다는 계산이 된다. 결코 미적거리는 걸음걸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간은 이정도 시간은 걸리리라는 것을 예상하기도 했었다. 호젓하고 삽량하며, 그윽하고 수려한 가장 이상적인 물과 바위의 정원이라고 해도 좋을, 규모가 작고 흐름이 가령 청학동 소금강계곡보다 가늘어 그게 더욱 마음에 든 연화동 계곡이었다.
전체적으로 매봉산의 단풍은 주능선을 시작으로 950m 산록까지는 신갈나무와 단풍나무가 완전히 단풍에 물들었음에 비해 그 아래 산록에는 아직 녹음이 많았지만 계곡은 사정이 달랐다. 산록과는 달리 단풍이 빨리 찾아와 있었다. 멀리서 소나 폭류를 배경으로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가 한 두 그루씩 나타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예년같으면 단풍철이 한창일 터인데 금년은 절기가 늦어 대청봉에 단풍이 들기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온게 한 열흘밖에 안된 것 같다. 그래서 실은 매봉산 정상부근은 몰라도 골짜기 낮은 곳에서 단풍을 볼 줄은 몰랐다. 암반을 흐르는 계곡의 아기자기한 물길을 이리 건느고 저리 건느며 물소리를 벗삼아 걸어가는 시원한 길의 물소리와 청량한 대기는 도시산꾼의 폐부마저 씻어주는 듯하다. 오늘 일찌감치 산행을 시작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오전중에 정상에 도착한다면 하산에 두시간이 소요된다고 쳐도 너무 시간이 많아 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마음의 부담없이 수석이나 다름없는 수려한 계류풍경을 즐기며 올라간다.
사실 소나 폭류나 계류의 사이즈가 너무 크면 정원같다는 형용사는 붙이기 어렵다. 일부러 낸듯이 물길이 아기자기하게 암반 사이사이에 독특한 수류를 형성하며 흘러내리고 바위엔 이끼, 떨어진 낙엽이 운치를 돋구는 광경에 곁들여 물새소리가 자주 나는 것으로 미루어 개울엔 물고기도 많을 것으로 보였다. 내연산 청하골에서 내가 보는 바로 앞에서 벼락같이 잠수하여 물고기를 물고 날아가던 바로 그 물새소리 말이다.
그러나 단풍시즌이라 단풍나무만 보면 반가웠다. 단풍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보며 찍을 수 있는 단풍나무가 특히 좋았다. 작은 와폭이 있는 막다른 골짜기 부근의 단풍나무가 특히 그러했다. 마침 구름 몇조각이 푸른 하늘을 지나가는 중이어서 더욱 그랬다. 도시사람에게는 맑은 하늘이 주는 의미가 각별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하늘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다. 그 하늘을 단풍과 구름이 수놓고..
사진:주능선의 돌위에 떨어진 낙엽


작은 와폭을 지나면 지능선으로 계속 올라가는 길과 왼쪽 계곡(마지막골)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뉜다. 지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산사면은 산죽지대라 길이 희미해져 있다. 이곳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능선이 완만하여 능선날등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희미하나마 길을 찾을 수는 있다. 반면 마지막골길은 사정이 조금 나은 듯하다. 나중에 능선으로 합류하는 길을 보니 조금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것 같았다.
주능선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삿길이고 숲은 신갈나무와 단풍나무로 그득한데 거의 모두가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하다. 봉우리라기 보다는 밋밋한 언덕으로 보이는 곳에 올라오니 헬기장이다. 헬기장까지의 완만한 산록의 숲은 단풍이 한창이다. 생각보다 단풍이 많이 들어있다. 900m 정도의 해발높이 이상은 전부 단풍에 물들어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능선에도 숲그늘이 없고 단풍이 들어 훤하기만 한 것 같았다.
헬기장주변은 단풍에 곱게물든 나무도 있지만 초본류는 이미 시들어있는게 많았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야생화 찍는다고 두 서너달 몇 커트 찍은 게 엊그제 같은데 ("2005년야생화참조") 물론 최북단 산이긴 하지만 벌써 거의 모든 초본류가 시들어버린 게 허전하기만 하다. 이 헬기장에서의 조망은 주위가 숲으로 둘러싸여있어 썩좋지는 않으나 북으로 향로봉스카이라인이 가깝고 동으로 신선봉 일대, 황철봉 일대가 보인다.
헬기장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사이 강열한 햇볕이 등을 따갑게 하다가 곧 제법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니 금방 시원해진다. 이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50여분이 걸렸다. 정상에 가기전에 제2등산로 하산갈림길이 나오고 곧 헬기장이 나왔다. 이 헬기장에서는 신선봉에서 미시령, 황철봉, 마등령, 공룡능선, 대청봉(대청봉은 구름에 싸여있었다), 서북능선, 귀때기청봉, 안산까지의 연봉과 능선이 훤하게 조망된다. 미시령도 생각보다 높아보인다.
처음 올라선 헬기장에서 본 매봉산은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것 같지 않아 아마 그 봉우리뒤에 또다른 봉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본 봉우리가 바로 매봉산이었다. 주능선은 바위지대라고는 없는 거의 완전한 육산의 모습인데다가 이렇다할 경사도 없어 산행하기가 아주 좋았다. 숲도 소나무는 눈에 띄지 않고 활엽수 위주의 수림으로 되어있다. 신갈나무도 기껏해봤자 둥치둘레가 70cm내외의 중키나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아 매봉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산불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정상에 도착하면 남교리쪽에 솟아있는 1246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설악산일대의 산군들이 거대한 산괴를 이루며 구름아래 침침하다.
정상에서 2등산로 갈림길로 오는 사이 한떼의 산꾼들이 몰려온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사진1:연화동계곡의 폭포
사진2:북으로 보이는 향로봉일대의 스카이라인(망원사용)



이들은 2등산로를 타고 정상에 이른 뒤 능선을 따라 남교리방향으로 하산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연화동계곡을 보지 못한 것은 실수로 보이는데 당사자들은 오히려 시간을 절약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제2등산로의 능선은 매봉산에서 처음 보는 바위지대도 몇 군데 있는 아주 긴 능선이었다.하지만 능선의 절반은 단풍이 들어 하산이 즐거웠다. 능선은 마냥 내리막 능선이 아니라 중간에 능선봉이 있어서 오르락 내리락했다. 하산이 끝나는 지점인 큰길까지 내려오는데 2시간 20분이 걸렸다. 주차장가는 길옆의 취사장에 들러 물을 한병 받아 나오다가 벽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비닐 팻말에 시선이 간다. 지난여름 한창 더울때 이 골짜기에 120여동의 텐트가 들어서 있었던 모양이다. 이곳은 최북단 지역이라 여름에는 아주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런데 텐트촌이 들어섰을 때 도난사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예리한 칼을 가진 사람들이 텐트2동을 찢고 카메라등 소지품과 금품등 300여만어치를 훔쳐 달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비닐 팻말은 도난사고에 주의하라는 팻말이었던 것.
오전 8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4시 30분경에 출발지점에 도착한 원점회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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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지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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