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 31. 09:29
2005-12-31

귀목봉- 1050m 귀목봉능선은 스패츠없이 산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눈이 쌓여.. 

산록의 사스레나무. 이 나무 몇 그루가 계곡풍광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금년(2005년)눈은 호남지방에 집중적으로 내린 것 외엔 중북부와 영동지방에서는 이렇다할 대설뉴스가 없었다. 지난 18일(12월) 명지산 산행때 명지산에서 가장 눈이 많이 쌓이는 지역에서도 등산화의 발목에도 훨씬 못미치는 적설량을 보였다. 금년말산행은 귀목봉으로 정하고도 눈이 살짝 덮인 능선산행이 고작이겠거니 하고 별로 기대하지 않고 상판리 귀목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원래는 내일 정월초하룻날 새벽에 일출산행을 하기로 하고 대상산을 생각하다가 이번엔 가족과 정초를 보내기로 하고 산행은 섣달 그뭄날에 하기로 한다. 정초일출이 아닌 섣달 그뭄 일몰을 보는 것으로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하고.. 이러한 결정에는 내일 일출은 날씨가 흐려 전국적으로 해돋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지방은 부산지방일부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기상대의 예보도 한몫했다. 오늘은 귀목고개쪽으로 조금 가다가 왼쪽능선(귀목고개아래계곡과 장재울계곡사이의 능선)으로 올라가 귀목봉에서 이른 뒤 귀목고개로 내려오려고 한다. 이 능선으로 하산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는데 길을 찾지 못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기로 한다. 겨울산은 산록바닥이 훤히 보여 길이 없더라도 올라가기가 쉽다. 접근하기 어려운 바위지대를 피하거나 급경사지대를 돌아가거나 하는 일도 위험지대에 접근하기전에 판단을 할 수 있다.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명지산



올라가는 초입에 덩굴지대와 가시덩굴이 있어서 조금 애를 먹었지만 곧 황갈색낙엽과 간간이 눈이 덮인 능선이 된다. 길은 없지만 올라가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단지 급경사의 낙엽덮인 산록의 낙엽아래가 얼어 있어 조금 미끄러진 것 밖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오른쪽엔 아이젠을 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산록에 수피가 하얀 나무가 몇 그루 보인다. 사스레나무치고는 배배꼬이지 않고 제대로 자란듯이 보인다. 몇그루 하얀수피의 사스레나무 뒤로 보이는 명지산 그래서 더욱 수려해보인다. 이 능선은 명지산의 산그림이 소문난 능선이다. 그러나 능선위에 올라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의 두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이능선의 최고봉 서쪽능선에 올라보니 능선은 스패츠없이 산행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눈이 많다. 다행히 긴 바지를 입고온 터라 이 바지가 어느정도 스패츠역할을 해주었으나 눈이 묻은 바지 끝동에 얼음이 달리면서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엔 등산화안에 눈이 들어가는 일이 잦아진다. 아무도 지나간 적이 없어 러셀이 전혀 안된 신선한 심설능선은 이따금 신발에 눈이 들어가긴 하지만 산행하는 기분은 이를데 없이 상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설릉을 산행하리라는 예상을 전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귀목마을에서 아재비고개로 올라가는 능선과 아재비고개엔 꽤 깊은 눈이 있으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지만 귀목봉능선에 이런 설릉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서쪽으로는 귀목봉정상에서 운악산으로 뻗어가는 능선이 청계산에서 치솟았다가 운악산으로 멀어져 가는 게 후련하다. 내려다보이는 장재울 계곡 깊은 바닥은 보이지만 개울은 보이지 않는다. 주능선길에 도달하기전 해가 지고 있지만 구름이 끼여 지는 해를 볼 수가 없다. 아쉬웠다. 정상에 도착한 것은 5시 20분께. 아직 해가 남아 있을 터인데도 시야에 들어오는 경관에는 땅꺼미가 지기시작하는 능선과 골짜기의 모습이다. 서쪽으로 짙은 구름이 끼여있기 때문이었다.
정상에서 내려오기전 서쪽능선쪽에서 사람소리가 들려 왔다. 아직도 올라오는 사람이 있나? 그러나 그들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몇해전 내가 명지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새해일출을 보려고 오늘밤 귀목봉 바로 아래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날이 어두워지는데도 내려갈 생각은 하지 않고 같은 거리에서 같은 크기로 말하는 소리만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내일아침 맑은 해가 떠올랐으면..
실제로 나도 귀목봉에서 일출을 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 검단산은 물론이고 명지산까지 일출을 보겠다는 사람들로 벅적거리는 것을 보면 귀목봉같은 조용한 산이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귀목봉엔 명지산-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높은 능선이 동쪽을 가로막고 있어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아재비고개 사이로 해가 뜬다면 모를까.
귀목봉에서 일몰을 보고 논남기로 내려간 일도 있어서 5시40분을 넘기고도 미적거리다가 돌아선다. 논남기로 내려갈 때는 임산골부근의 적설량이 무릎까지 올 정도로 심설이어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때는 정말 벼락같은 속도를 냈던 것 같다. 하지만 상판리쪽은 거리도 짧고 길도 또렷하고 눈이 적은데다가 러셀까지 되어 있어서 야간산행을 해도 전혀 문제가 안되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계속되는 산행기를 구독하시고 싶으시다면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