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 31. 12:03

 2008-06-06

귀목봉 : 1035m 녹음이 우거진 계곡길은 신비스러울 정도. 주위능선은 수려한 산수화 

한북정맥 갈림길 능선에서 바라본 귀목봉



한북정맥 갈림길능선에서 본 지척의 소봉우리 전망대. 오른쪽 바위부분위가 전망대다.



능선길은 처음엔 급경사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완만해진다음 급경사와 완경사가 반복된다. . 요즘 며칠 비가 온 뒤라 능선산길의 싱그러움은 폐부속까지 스며드는 맑은 대기로써 몸으로 확인할 수 있고 눈으로는 새롭게 단장한 신록의 싱싱한 잎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단풍나무, 쪽동백, 신갈나무등 활엽수는 물론이고 새닢으로 단장한, 죽죽 뻗어 허공을 찌르는 시원스런 낙엽송 숲은 말할 나위도 없고 보통소나무까지도 6월초의 잦은 비로 싱싱함의 절정을 노래하는 듯하다.
꽃은 감꽃을 연상케 하는 하얀 쪽동백 꽃송이가 뚝뚝 떨어져 길바닥을 수놓고 있고 초본으로는 물레나무꽃이 한 두송이 보이고 붓꽃이 군락을 이루어 다투어피고 있는 곳이 여기저기 보인다. 한북정맥능선 900m 고도산록에서는 설앵초가 여기저기 보였다. 산록에서는 층층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정상이나 전망대에서 보면 숲속의 하얀 섬처럼 보여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능선날등에서 계곡으로 경사진 사면은 거의 절벽에 가깝다. 특히 좌측계곡쪽이 그러했다. 이 계곡은 청계산보다 높은 868m봉의 한북정맥능선과 지금 올라가고 있는 장재울계곡쪽으로 뻗은 능선사이에 형성된 계곡이다. 비단 이 능선뿐만 아니라 나중에 정상에서 계곡길로 내려오면서 만난 지능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능선에서는 좌우계곡에서 올라오는 물소리가 동일하게 굉음에 준할만한 소리였고 계곡너머 산록의 급경사는 마치 녹색의 장벽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전에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이른봄날이라 날이 어두워져도 길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미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이라 길찾는 문제가 생겼다. 날등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어 그리로 가는데 길이 낙엽송숲사이에서 자취를 감춘다. 낙엽송숲 바닥은 이미 초본류가 뒤덮고 있어서 길이 있다고 하더라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이 길은 나물채취꾼들이 사용했을 길일 듯하다. 비로소 고개를 들어 날등쪽을 보니 거리가 2,3백m는 떨어진 듯하다. 덤불을 헤치며 날등으로 오니 번듯한 길이 있다. 도로에서 한북정맥의 868봉까지오는데 약 2시간이 걸렸다. 이 능선의 생김새는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산이 손짓.." 귀목봉 전망대에서 찍은 가운데 사진 참조)에서 청계산앞쪽 능선의 생김새 그대로다. 처음엔 급경사이다가 능선턱에 올라선뒤 완만해진다음 한북정맥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급경사가 된다.



한북정맥에 이른다음 평탄한 산길을 가다가 사다리를 설치한 지역이 나온다. 전에 없던 시설물이다. 이곳을 지난다음 다시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가면 한북정맥이 분기하는 능선봉이 된다. 이 봉우리의 고도는 888m(GPS계측. 오차감안)정도 되는 듯하다.
한북정맥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30분정도면 갈 수 있다. 그런데 이길의 전반부는 울창한 관목지대로서 거의 숲의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뚫고 나가기가 꽤나 성가시다. 이부근에서 그전에 송장풀등 재미있는 야생화를 많이 봤는데 아직은 계절이 일러 그런 꽃들을 볼 기회가 아니었다. 이 길에서 정상직전 급경사를 올라간 곳에 1008m정도 되는 작은 능선봉이 있다. 이 능선봉만 올라서면 평탄한 곳을 지나 새로 설치한 사다리가 나오고 사다리를 올라가면 정상이 10여m거리다.
오늘 산행은 안개구름이 능선에 머물다가 사라진지 얼마되지 않아 길가 풀섶에 물방울이 잔뜩매달려있다가 등산화를 젖게 만들었고 정상에 올랐을 때는 안개구름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 뒤끝이 활짝 개이지 않아 높은 고도의 능선봉들은 부우옇고 몽롱하고 불투명한 스모그비슷한 물체에 휩싸여 시야가 흐릿하다. 날씨는 비온 뒤라 서늘하여 쾌적하면서도 좀 스피드를 내면 금방 땀이 솟구치는 그런 날씨다. 이젠 여름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해지겠지.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명지산쪽으로 가다가 귀목고개에서 상판리로 내려갈까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 그쪽으로 가면 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오늘 같은 날은 귀목봉아래 급경사 개울옆 돌밭길로 하산하려고 하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며칠 비가 오고 나면 돌옷에 습기가 배어 매우 미끄럽기 때문이다. 능선길에서의 산행법과는 다른 가외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은 등산샌들을 신고 왔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했다. 그래서 일순간 편안한 길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귀목봉아래 개울을 조금 더 자세히 보아두려는 것이 산행목적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장재울계곡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를 보기 위해 원래 계획대로 그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그러나 10여분도 지나기전에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더구나 비가 오려는지 원래 컴컴한지 계곡안이 어두울지경이 되자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수록 확실한 안전이 보장되는 산행법이 필요하다. 정말 이런 곳에서 폭우를 만난다면 무슨일이 생길지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울가 돌밭길, 반 너덜지대길은 꽤 오래 계속되었는데 물소리가 들리기시작한 것도 20여분은 되어서부터였던 것 같다. 대단한 급경사였다. 옛날에 이길로 올라올 때는 별 어려움 없이 올라왔던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젊은 분이 계곡길로 정상으로 간다고 했을 때 그냥 따라갈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길은 옛날에 가리왕산에서 어둠속에서 내려오던 생각을 하면서 내려오니 내려올만했다. 이런 곳에서는 발을 디딜 때 반드시 몸의 균형을 보장하는 평탄한 돌, 움직이지 않은 바윗돌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한순간이라도 발에서 시선을 떼면 안된다. 그랬는데도 물길이 나온뒤 개울옆 바위지대로 내려가다가 옆으로 확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면서 오른손으로 어깨쪽의 나무뿌리를 잡아 개울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목에 건 카메라 두대가 덜렁거렸다. 배낭과 몸무게 모두가 한팔에 매달린 것이다. 발을 디딜데도 없다. 오로지 팔힘으로 그 무게를 다 끌어올려야 했다. 다행히 렌즈가 깨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차하는 순간이었다. 너덜지대나 다름없는 길은 물소리가 시끄러워지면서 더욱 미끄러워졌고 길은 조금씩 개울과 합쳐졌다. 큰비가 온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길이었다. 날씨가 화창하게 개이지 않고 구름이 늘어가는듯하여 걱정스런 생각이 머리속에 맴돈다. 길에는 하얀 작은 꽃잎이 무수히 떨어져 길을 뒤덮다시피하고 있어 길찾기는 더 어려워지는 듯했다. 길흔적을 없애버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어느 계절에 올랐든지 어느특정 산길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잘가던 길을 버리로 엉뚱한 길로 가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어중간한 기억때문일 수 있다. 귀목봉 계곡길은 그전에 올랐던 길과 너무도 인상이 달랐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가 같을 수는 없지만 내가 갖고 있는 첫번째 귀목봉계곡산행기억은 그렇게 힘들지 않은 오르막길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 하산하는 계곡길은 험준하고 까다롭고 미끄럽고 길이 불분명하고 어둡고 축축했다. 비온 뒤끝에다가 날이 잔뜩 흐렸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싶기도 하고 또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그 길의 인상이 같을리는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올라갈 때 보았던 꽤 큼직한 폭포는 보이지도 않는 등 너무 달랐다. 그 폭포를 보려면 아마 계곡바닥으로 내려갔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험준한 계곡길이 자연스럽게 새로 등장한 능선날등길로 이어지면서 얼마 안가 계곡은 까마득한 아래쪽에 깊숙한 협곡을 형성하여 능선길과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저 아래 깊은 곳에서 거센 물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숲이 짙어 협곡의 인상을 제대로 전하기는 어렵지만 귀목봉아래 장재울계곡시작부분의 협곡은 대단한 협곡이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가평천계곡 어디에도 이런 깊은 협곡은 없없다고 말할 수 있다. 국망봉 무주채 폭포아래의 협곡, 조무락골 북호등폭포아래도 비슷한 협곡이 있지만 거기엔 계곡바닥에 최소한 길은 있다. 그러나 이곳 귀목봉아래 협곡은 그정도로 넓지는 않은듯보였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아선지 신비스러울 정도로 깊어보였다. 아마도 굳이 비유하자면 북호등폭포 위쪽에 위치한 조무락골 폭포아래쪽 협곡이 이와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능선날등에서는 왼쪽협곡과 오른쪽 협곡에서의 물소리가 동시에 들려왔고 숲사이로 협곡들의 반대쪽 산록의 울창한 숲지대가 손바닥만하게 보이곤 했다. 평탄한 능선길은 곧 경삿길로 변하더니 능선이 없어지고 좌우양계곡이 눈앞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면서 장재울계곡은 평탄해졌다. 내가 내려온 길은 두 계곡사이의 지능선길이었던 셈이다. 이런 지능선길이 산행에 도움이 되는 수가 많다. 이 지능선이 없었다면 깊은 협곡안으로 들어가 돌과 폭포들을 통과하며 아래로 내려오느라고 애깨나 썼을 터가 아닌가?

길이 평탄해지면서 긴장이 풀리고 그제서야 계곡의 맑은 소와 투명한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날씨는 더 이상악화되지 않고 있지만 바윗길, 돌길로 내려올 때 소나기라도 오고 천둥이 쳤다면 딴엔 꽤나 놀랐을 것 같다. 그렇게 평탄한 길따라 바로 옆에 정다운 물소리내며 흐르는 개울과 함께 걸어나오니 숲속 소로길은 끝나고 임도가 나온다. 임도는 소로가 끝나는 곳에서 구비를 이루며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개울을 끼고 임도를 따라나가면 된다. 무심코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침에 올랐던 급경사 길 위쪽 임도가 될 것 같다. 돌아서 소로가 끝나는 곳까지 내려와서 임도왼쪽길로 개울따라 내려가야 할 것 같았다. 내려오다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니 봉우리와 능선이 중첩되고 엷은 녹색과 짙은 녹색이 대별되는 아름다운 중첩미와 스카이라인의 화려한 굴곡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보통 그게 아름다운게 아니었다. 귀목봉의 장재울 계곡은 명지산이나 화악산과는 달리 옆의 능선이 개울에 아주 근접하여 솟아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이 그런 아름다운 산수화를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숲과 산록, 스카이라인, 수준급의 개울등이 어울어지는 귀목봉산행은 좌우간 명지 화악에 비해 고도는 낮지만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산행으로 그 울창한 숲의 기억과 함께 머리속에 오래남는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숲과 개울에 취하여 내려오다가 길가에서 어느지점에서 무심코 개울을 내려다보니 바닥이 안보일 정도의 깊은 소가 보인다. 옆에 보니 울창한 나무가지장막뒤로 소안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가 어렴풋이 보인다. 조금 흥분하면서 내려갈 곳을 찾는다. 경험으로 보아 이만한 폭포같으면 반드시 내려가는 길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가지에 뒤덮인 길이 있다. 스틱으로 가지를 헤치며 개울로 내려와 보니 상당히 큰 폭포였다. 귀목봉산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포인트로서 아쉬움이 없는 폭포였다. 폭포를 한참 구경하고 나와 다시 내려가는데 30대들도 보이는 대여섯명의 산꾼들이 대형배낭을 메고 무리지어 길을 따라 올라온다. 이들이 귀목봉을 야영지로 택한 것인지, 아니면 한북정맥종주를 위하여 귀목봉 능선을 이용하기로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때처럼 이들이 부러운 적이 없었다. 적어도 이날밤만은 이들이 귀목봉의 주인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의할점: 계곡에서 길을 잃으면 오른쪽 경사위로 길이 나 있으니 조금 올라가서 길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개울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적어도 여름에는 위험하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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