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3. 30. 18:10

농다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배너미재-용문산-용문사 ; 3월말의 느닷없는 심설산행 

위치: 양평군 옥천면 - 양평군 용문면


농다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배너미고개-용문산-문례봉(폭산)-싸리재-비슬고개 산행을 계획하고 양평을 향해 떠난 것은 아침 6시50분(2009.3.27일) 동서울터미널이었다. 대간, 정맥, 기맥종주는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 산행방법이긴 하나 거기에 매달리듯이 산행하는 것은 고려할 여지가 있고 그것만이 최선의 산행은 아니다 라는 것이 한국의 산의 입장이므로 이 양반이 갑자기 기맥종주를 하려고 이러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답은 아니다이다. 그러나 유명산, 용문산을 뻔질나게 다니고, 가평쪽의 산에서 동쪽을 조망하면 어김없이 시야의 최상부를 차지하는 용문산(정확히 용문산 서쪽 산록과 능선)의 뒤통수를 보면서 한가지 해보고 싶었던 산행은 유명산-용문산산행이었다. 거기에다 용문산-비슬고개는 몇년전에 용문사-마당바위-계곡-용문산정상능선으로 가다가 오른쪽계곡으로 내려가(이때만해도 용문산정상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문례재-문례봉(폭산. 북쪽산록에 산음자연휴양림이 있다)-싸리재고개에서 도일봉아래 중원계곡으로 하산한 적이 있어 그 호방한 뒷맛이 아직도 남아있기에 이 산행의 꼬리쪽에 붙여본 것이다.
좌우간 이렇게 하여 양평을 향하여 가고 있는데 차는 고속으로 달린다. 그런데 예봉산옆을 지날때 보니 예봉산이 하얗게 눈에 덮여있다. 엊그제 찬비가 오더니 여기엔 눈이 온 건가. 출발한지 딱 40분만에 양평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백운봉을 비롯한 부근의 산들은 온통 하얀 설산을 이루고 버스주차장마당에도 눈을 쓸어 모은 눈덩이가 미처 다 녹지 않고 남아있는 데가 있다. 봄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이때 첫번째 망설임이 왔다. 오늘 꼭 해야 하나? 그러나 중미산행 버스에 몸을 실고 출발한 것은 8시20분. 옥천(면)을 돌아 중미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18분만이었다. 승객이라곤 나와 어떤 시골아주머니 딱 두 사람뿐이었다.
차에서 내려 능선쪽을 보니 완연한 겨울설산의 모습이다. 눈은 생각보다 많이 온듯했다. 적어도 10cm 가까이 되어보인다. 아이젠도 스패츠도 없다. 오늘 산행을 재고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발은 경사로의 눈을 밟고 있었다. 올라가서 보니 송전선철탑 공사를 하는데가 있고 큰길 하나가 왼쪽 중미산쪽으로 향해있다. 큰길을 따라 가다가 생각해보니 고개에서 능선으로 가야지 왜 이길로 가나하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 되돌아와서 능선을 찾으니 길이 나온다. 내가 올라갔던 곳보다 양평쪽으로 20m정도 떨어진 곳 큰길가에 길이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낭패는 아니지만 눈이 덮여 빚어진 일이었다. 다행히 눈이 올 때 산행한 것으로 추측되는 발자국이 남아있어 따라가면 되었다. 발자국이 없었더라도 길을 잃어버릴 정도의 적설량은 아니었다.
좌우간 이렇게 하여 소구니-유명산-배너미재까지 눈이 없었으면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지난번 대부산산행때 경험)곳을 멋진 눈산행으로 끝내고 .. 용문산으로 올라가면서 다시 망설임이 왔다. 눈은 점점 깊어지고 배너미재에서 적어도 500m고도를 올라가야 하는데 아이젠 스패츠없이 산행이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탈출하려면 배너미재에서 내려가 버스를 타면 양평으로 쉽게 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발은 배너미재에서 급경사로 올라가는 능선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중미산은 양평에서 청평으로 가려면 넘어야 하는 선어치고개 왼쪽에 꽤 높이 솟은 봉우리다. 이 중미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고개는 가평군과 양평군의 군계가 그어진 선어치고개이고 농다치고개는 중미산 남서쪽에 조금 떨어져 있다. 유명산에서 소구니산을 거쳐 중미산으로 뻗어가는 능선이 워낙 당당하고 높기 때문에 한강기맥이 혹시 그쪽이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으나 한강기맥상의 고개는 분명히 농다치 고개이다. 농다치고개에서 북으로 갈래진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중미산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산넘어 유명산자연휴양림이 가평군에 위치한 반면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양평쪽에 위치한다. 북쪽으로 내려가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계곡은 정배계곡으로 서후천의 상류지역이 된다. 개울은 서북서방향으로 흘러 양평군 서종면면사무소가 있는 서종을 지나 북한강으로 유입된다. 이 말은 이 개울의 남쪽에 한강기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다치고개에서 나머지 한강기맥은 옥산-청계산-부용산을 거쳐 양수리에 닿음으로써 맥을 마감한다.
8시49분 해발 429m의 농다치고개에서 급경사를 올라가면 숲은 참나무계열의 활엽수숲이다. 눈이 올 때 지났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선명한 편이다. 3월말에 이런 심설-7,8cm는 돼 보인다-을 밟으며 산행할 줄은 정말 몰랐다. 부근에 산수유꽃이라도 보일까 두리번거렸으나 꽃은 안보인다. 아마 바람맞이 능선이므로 다른곳보다는 개화일이 늦을 수도 있을 것이다. 40분정도 올라온 고도 568m 되는 곳에 올라오니 평탄한 곳이 나온다. 북쪽으로 보면 멋지게 솟은 중미산이 보이고 서쪽으로 보면 나목숲뒤로 옥산으로 가는 한강기맥능선이 어른거린다. 산길과 숲바닥은 눈에 덮인 1,2월 한겨울의 풍광 그대로다. 이후 급경사를 올라가면 다시 평평한 산길이 나오고 그다음 다시 급한 경삿길이 나오는 과정이 반복된다. 산길을 파헤쳐 눈아래있던 낙엽이 밖으로 나와 길이 엉망이 된 곳은 멧돼지가 먹을 것을 찾아 뒤진 것일 테다. 소나무숲도 나오고 활엽수 큰나무숲도 나온다. 환한 햇빛속 청량한 아침의 대기속에서 보니 산은 정갈함의 극치다. 경사가 급해져도 미끄럽지는 않다. 눈이 습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이 없을 때와는 보폭과 속도가 차이가 난다. 오늘 산행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능선에 도착한 것은 10시경이었다. 합류지점에 "농다치고개 2km"라는 글귀를 써 나무에 부착한 팻말이 눈에 띈다. 1시간30분만에 도착한 셈이었다.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면서 쉬엄쉬엄 올라온 시간이 그랬다. 그러나 발걸음을 더 빨리하기도 어려웠다. 내딛는 발걸음이 아무래도 조심스러웠기에..그리고 환상적인 설경은 눈을 싱그럽게 만들어주어 기분을 여유롭게 만든다. 얼마전에 올랐던 대부산을 생각하면 계절이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한편 겨울답지 않게 눈이 적었던 겨울끝자락에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을, 그것도 내 예상엔 최근에 들어 최장의 능선코스산행이 될지도 모르는 날을 위해 설경을 예비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춘설이 난분분하고 꽃샘추위가 어슬어슬 오싹오싹 겨울옷을 벗어던진 몸에 소름을 돋게해야 온갖 화신을 갖고 다가오는 봄이 고마운 법이다. 그산의 겨울의 모습을 즐기며 했던 산행이 그산의 봄의 모습도 소중하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연인산이나, 석룡산산행이 그러했다. 주능선에 오니 설경이 달라진다. 동북쪽 산록의 나무둥치와 가지등걸에 눈옷이 얹혀있는 것이었다.
 20분쯤 가면 능선봉이다. 소구니산정상이다. 정상비는 조금 낮은 곳에 있다. 소구니산에서 유명산이 지척에 보이고 유명산 뒤에 용문산이 솟아있다. 용문산은 아주 멀리 보인다. 나중에 보니 소구니산에서 용문산정상부 최근접지점까지가 8.4km, 최정상까지가 10km나 되었다. 오르막 눈길 10km를 어떻게 걸어가나? 하지만 유명산에서 배너미고개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니 거기서 시간단축이 가능할 것 같다. 소구니산에서 안부로 내려가는 길은 고도가 꽤 낮아진다. 66m정도나 내려간다. 다른때같으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오늘은 눈쌓인 길이라 아이젠이 없어 굉장히 미끄럽다. 설치된 로프가 큰 도움이 된다. 무작정 내려가는 데만 신경을 쓸 수 없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 구간에서 바라보는 유명산과 오른쪽 능선뒤로 보이는 백운봉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백운봉은 한강기맥 유명산의 다음 봉우리인 활공장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능선뒤로 보인다. 백운봉은 사진발이 잘 받는 다이내믹한 봉우리다. 용문산에서 백운봉을 빼면 용문산의 명성은 상당부분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 시선을 북쪽으로 돌리면 봉미산이 또렷하다. 용문산에서 한강기맥을 따라 동북쪽으로 가면 문례봉(폭산)이 나온다. 문례봉에서 동쪽으로 가면 한강기맥을 따라 싸리재-비슬고개로 가고 북쪽으로 가면 봉미산에 닿는다. 봉미산, 문례봉은 물론 도일봉, 중원산, 소구니산도 넓은 의미에서 용문산줄기이므로 용문산이 큰산임은 분명하다.
소구니산을 내려와 삼형제바위를 지나면서 고도가 높아지고 총산행거리가 4km에 가까워지면서 몸에 피로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유명산이 가까워지는 능선에 툭 트인 초지가 있어 조망이 좋다. 38분전에 내려온 소구니산이 의젓한 산, 한커트 찍기에 적당한 크기로 물러나 있고 소구니산 좌측사면뒤로 청계산이 또렷하고 소구니산 오른쪽으로는 중미산이 의젓하다. 드디어 유명산이 보이는 길목에 도착한다. 유명산은 한강기맥 코스에서 200m정도 벗어나있어 갔다와야한다. 얼마전 올랐던 흙길에 하얀 눈이 쌓여 눈부시게 빛나고 길가의 작은 소나무숲도 눈과 어울려 수려한 설경을 빚어놓고 있다.
소구니산 서쪽 주능선 합류지점에서부터 선명한 발자국이 눈길위에 찍혀 있어 어쩌면 오늘 쉽게 산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느정도 느긋한 기분으로 산행을 했다. 눈이 깊은 곳은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에 발을 가져다놓으면 눈이 등산화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이 발자국이 비슬고개까지 이어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부산 능선길로 들어서서 능선봉으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발자국이 사라져 순간 당황한다. 마치 앞서가던 가이드를 놓쳐버린듯 길을 잃기직전의 막막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유명산에서 배너미고개까지는 대부산과 이어진 능선봉을오르는 일 이외에는 완만한 내리막경사길이어서 시간을 줄이기에 안성마춤인 지역이었다. 더구나 이곳에는 대부산농장의 큰길이 나있고 그 큰길에는 내려가기 좋게 눈이 덮여있어서 미끄러지면서 내려가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유명산에서 대부산이 가까운 능선봉(대부산과 높이가 비슷하나 대부산은 아니다)으로 내려가다가 오르막길이 시작될 때 GPS를 보니 GPS가 꺼져있다. 배터리가 나가버린 것이었다. 유명산에서 이 지점까지는 직선거리로 1.2km정도 되었다. 그러니 약 1.6km정도의 트랙(컴퓨터에서)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배터리를 새것으로 갈아끼우고 능선으로 조금 올라가 오른쪽으로 대부산을 보며 아래 임도와는 다른 좀 큰길을 따라가다가 보니 길이 끊어진데다가 능선도 아니어서 되돌아와 다시 능선길로 올라간다. 왜 굳이 능선길로 가려고 했던가? 활공장이나 유명산에서 내려오면서 백운봉쪽을 보면 백운봉 앞쪽에 솟아있는 봉우리가 이 봉우리였기 때문이다. 배너미고개에 이르기 전의 최고봉인 이 봉우리에서의 조망이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으로 판단되어 봉우리에 올라서면 유명산과 어비산 사이의 계곡과 부근일대의 조망을 즐길 수 있을 터였다. 
이제부터 선행 발자국이 없어 자신의 판단만으로 갈길을 가야하게 되었다. 능선오르막길은 길이라고 생각할 정도만큼의 약간의 굴곡과 나목숲사이의 약간의 공간만을 보여주고 있어서 길을 제대로 따라가는지 판단이 애매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더구나 능선봉을 넘어서자 임도와 능선길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아예 임도로 내려서서 미끄러지듯 걸어내려간다. 속도가 빠를 때에는 시속 6km(GPS로 속도체크가 가능하다)로 까지도 올라가지만 오르막길은 시속 2km가 고작이다. 여하간 대부산 농장터일대의 능선과 초지는 환상적인 겨울풍경을 보여주었다. 눈이 없던 때 황량한 맨흙길이었던 능선날등이 매혹적이고 우아한 설릉으로 변해있는 것은 자연의 놀라운 변신이다. 겨우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지 못했던 동장군이 산아래쪽에 봄이 오고있는 차제에 불야불야 자신의 축제를 펼치고 있는데 쓸쓸하게도 구경꾼은 나 혼자밖에 없다. 그러나 동장군의 이 외로운 구경꾼은 보통 구경꾼이 아니다.(?) 카메라 3대를 가지고 있고 자기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꽤 쓸만한(?) 구경꾼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몇장의 멋진 축제장면을 자기페이지에 실어 주기는 할 터이니까.  
대부산방향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백운봉조망. 앞의 산이 조망이 수려한 740봉이다. 아래사진은 이봉우리에서 본 조망. 이봉우리와 이어진 대부산은 오른쪽에 있는데 안보인다.
배너미고개직전 능선봉의 조망. 앞의 산이 백운봉 초가집뒤의 계곡이 설매재아래의 용천리이다.(동장군이 보여준 운치있는 풍광)

배너미재로 가는 임도상에서 바라본 두명안.

배너미재에 도착한 것은 12시 33분경. 농다치고개를 떠난지 3시간 50분만이다. 거리는 7.16km정도이고 고개의 해발높이는 629m 언저리로 나왔다. 지난번에는 650여m로 나왔는데..등고선을 보니 고개는 640m와 620m 사이에 위치하므로 오늘 측정치가 맞을 듯하다. 고도를 보려면 측정지점에 일정시간 머물러야 정확한 고도가 나오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 이제 용문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고개의 절개지를 피해 능선위에 올라서니 소나무숲이다. 눈은 깊어지고 길은 별로 또렷해보이지 않는다. 조금 올라가다가 길에서 점심을 먹는다. 장비들을 나무에 걸어놓고.. 다시, 올라가야 하나 마느냐는 망설임이 잠시 마음 한구석을 스친다.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눈은 점점 미끄러워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습설의 습기가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발걸음의 간격이 눈이 없을 때의 보폭의 60%정도밖에 안돼 보인다. 그러니 속도가 나지 않는다. 걷는게 부지하세월같다. 고도 500m를 올라가려면 험난한 구간이 꽤나 많을 듯한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얼마 안가 로프가 걸린 급경사지대가 나와 올라서니 다시 소나무숲이다. 조금 더 간 곳에 이정표가 하나 서 있다. 설매재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었다. 설매재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온 발자국이 또렷했다. 다시 원군을 얻은듯 이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1시23분경이었다. 그런데 길은 더는 급경사를 보여주지 않고 완만한 능선길과 산판길 같이 널찍한 눈길로 계속 이어졌다. 눈은 이제 15cm 깊이는 좋이 될 상싶을 정도로 깊어졌다. 이때쯤은 등산화가 젖어왔고 발바닥아래 차거운 물기가 느껴졌다.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충실히 따랐지만 등산화안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눈을 막을 수 없었다. 고도가 900m를 넘어가는데도 급경사가 별로 보이지 않고 능선도 기울기가 매우 완만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능선의 남쪽은 함양골(사나사가 있는 계곡)이고 북쪽은 입구지계곡(유명산계곡)의 상류부로 남쪽은 능선날등에서 급경사를 이루며 고도를 낮추는 반면 북쪽은 능선이 매우 완만했다. 길은 능선날등의 북쪽 완만한 곳으로 나 있어 눈은 깊었지만 걷기가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눈길 산행으로 기력이 많이 떨어져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2시 22분 부대정문앞에 도착한다. 용문사쪽에서 유명산방향으로 산행할 때에는 잘 보이도록 금방 걸어나온 길 한가운데에 "산행금지"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배너미재를 떠난지 1시간 50분(중식시간30분포함)만이다. 배너미재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는 2.84km정도 되었다. 전체적으로 10km정도 산행했을 무렵이었다. 이제 고도는 100m정도만 더 올라가면 될 것이었다. 여기서 왼쪽 큰길로 내려가다가 아닌듯하여 오른쪽으로 가니 철조망옆에 리본이 붙어있는게 보인다.
특별한 길이 없어 철조망을 끼고 정상으로 가는 이 길이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바닥에 눈이 쌓인데다가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 철조망밖에 잡을 곳이 없는 이곳은 팔힘이 약한 사람들에게 악몽같은 구간일 것이다. 처음에는 내리막이다가 급작스럽게 높아지는데 거의 철봉에 매달리는 수준이다. 될 수만 있으면 철조망과 떨어진 곳으로 길을 내며 걸어가고 싶은데 급경사에 낭떠러지성 바위지대라 철조망을 잡을 수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다. 하지만 거칠 것이 없는 조망만은 압권이었다. 함양골을 통해 내려다보는 계곡아래 마을과 남한강경관이 한마디로 절경 그것이었다.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이구간 철조망을 잡으려면 반드시 장갑을 끼어야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30여분 악전고투끝에 거의 기진맥진한 채로 백운봉-정상 능선에 도착한다. 조금전에 본 절경이 머리를 맴돌아 백운봉쪽 코스로 조금 내려가 백운봉과 남한강을 보지만 비슷하기는 한데 조금전의 그 통쾌무비한 경치는 아니다.
아래 위치부근에서 본 백운봉.
1000m고도에 도달하기 직전의 용문산서릉의 눈길.
백운봉-정상능선 합류지점.

내려다본 유명산.

앞서던 발자국은 백운봉쪽으로 가버리고 나는 용문사방향길로 정상으로 향한다. 백운봉길과 기맥의 합류지점에서 용문사 위쪽 마당바위를 통해 올라온 정상(실제정상은 아니다)까지의 코스는 여러번 다닌 길이었는데 이 길이 오늘처럼 고통스러운 길인 줄 몰랐다. 용문산 동쪽의 8부능선은 험하기 이를데 없다. 게다가 전체가 너덜지대형 바윗길이다. 여기에 15cm정도의 눈이 쌓였다면 횡단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아이젠 없이 발자국(아까 따라온 발자국은 백운봉쪽으로 갔고 이번에는 용문사쪽에서 올라온 한사람의 발자국)만을 따라가는 너덜지대 눈길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거기다 100m 정도를 올라가야 하니 이 횡단길(거리 1km정도)에 소요된 1시간은 남아있는 기운마저 소진해 그로기상태로 만들어버리기에 족하다.
정상(실제로는 정상중턱)으로 가는 계단길 아래에 도착한 것은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 20분이 지난 3시 50분경이었다. 속으로 반은 용문사로 내려가기로 작정하고 있었는데 도착해보니 전에 못보았던 목제계단을 깐 철사다리가 설치돼 있다. 마당바위로 내려가는 이코스가 용문산에서는 가장 위험하다는 것는 이미 수년전 어느 눈내리는 날 오르내렸던 적이 있어서 경험한 바 있기에 차라리 싸리재방향으로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험지구에 모두 보도와 사다리가 설치돼 있다는 게 아닌가. 마침 노년 등산인 두 분이 올라와서 간식을 먹고 있어 물어보니 올라오는데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장치가 확실하다고 했다. 옛날같으면 오늘같이 눈이 많은 날 엄두도 못냈을 것이지만 오늘은 쉽게 올라왔다고 했다. 간식도 얻어먹고 좋은 정보도 얻어 하산문제가 결론이 나자 이름모를 아쉬움이 몰려온다. 능선날등의 목제 데크위에서 좀은 쑥스럽게 문례재방향으로 가는 길을 어림해보는데 부근을 자세히 뜯어보니 바로옆 골짜기 숲속에 리본이 붙어있는게 보인다. 8부능선을 따라 동으로 가는 오솔길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경사도 급하고 심설이 깊은 듯하여 더이상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
내려다본 마당바위위능선과 용문사아래 상가
환상적인 설경이 있는 곳이다.
눈덮인 바위와 하늘.
바위의눈. 왼쪽 멀리 주읍산, 오른쪽능선위에 백운봉이 보인다.
마당바위위 능선의 절경.
눈과 소나무와 바위.
바위.하늘.
소나무와 눈.
용문봉.

그래서 마당바위 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중간에 소나무와 바위와 눈이 어울리는 절경지대가 서너군데 있어서 오늘은 안심하고 안전하게 실컷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위험지역에 안전사다리가 놓여있어서 오늘같은 날 설경을 보기에는 안성마춤이었다. 난간에 기대어 단애를 내려다볼 수도 있으니...
날이 어두워질 기미를 보일 때 계곡을 빠져나왔는데 바위틈에 산수유나무가 노란꽃을 피우고 있는 게 보였다. 지금은 겨울이 아니라 봄이라고 그 산수유는 강변하고 있었으나 설득력이 없었다. 이곳 마당바위위쪽 능선의 바위지대는 용문산에서 가장 수려한 경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이 꼬리를 감추기전에 보여준 설경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하산길이었다. 하산을 마친 것은 오후 7시 11분이었다. 산행시작한지 10시간 40분만이었다.

교통편: 동서울터미널-양평시외버스터미널: 고속버스 4700원(6시 50분출발 7시30분 도착)
양평시외버스터미널-중미산(농다치고개 자연휴양림갈림길): 8시20분출발 20분후 도착(1200원)
용문사아래 주차장-용문:밤8시 5분출발 (900원) 15분후도착
용문-동서울터미널: 고속버스(길가 매표소 5700원) 8시25분출발, 9시20분서울도착

농다치고개. 중미산삼거리
3월말이라고는 믿기지않는 소구니산부근의 능선길
트랙지도 : 농다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배너미재
트랙지도 : 배너미재 - 용문산 -마당바위-용문사-주차장
고저_거리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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