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2009. 2. 6. 12:15

백복령-청옥산의 소중한 경험:


낮을 중심으로 한 산행에서 밤을 중심으로 한 산행은 여러가지로 아름다운 추억과 좋은 경험이 되었다. 안내산행이라는 것이 있다. 말하자면 덕유산 32km를 무박으로 갔다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산행은 산행이 아니다. 일종의 마라톤이다. 나중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갔다왔다는 아련한 기억 뿐이다. 그런데 이런 산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멋도 낭만도 없는 무미건조한 산행. 이런 산행에서 조용히 한숨 돌릴 수 있는 야영이 곁들여진 중장거리 산행은 우리나라의 산들을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백복령-청옥산이 그러했다. 처음엔 평탄한 능선으로 시작하다가 3개의 고개를 오르내린 뒤에 다가온 상월봉은 아름다운 파격이었으며 여기서 보낸 저녁과 밤과 아침은 오래 기억에 남을 온갖 자연의 신비스런 변화가 오고 갔다. 밤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안개를 볼 수 있었겠으며 새벽두시에 일어나 단애위로 다가서니 골짜기가 안개바다를 이룬 밤의 신비한 운해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었으랴. 상월봉 이후의 적송군락지대를 유장하게 지난 뒤 다가선 대단애는 숨을 멎게 할 정도였고 그 뒤로 난 길로 말하자면 단애의 뒤통수를 횡단할 때 부근의 대침엽수거목들과 왕성한 초본류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반대쪽은 천길 낭떠러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단애성 봉우리들을 몇개 지난뒤 고적대아래 안부에서 뒤돌아 보니 그런 봉우리가 몇 개 중첩되어 보이는 것이 산행의 길고 험난한 과정을 말해주듯 보는 사람에게 "자네 수고했네"하는 듯했다.

위에서 말한 낮을 중심으로 한 산행은 당일치기 산행(dayhiker)을 말한다. 밤을 중심으로 한 산행은 overnighter라 한다. 여기에는 한단계 도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산행의 대부분은 당일치기 산행이다. 백두대간 구간종주도 당일치기 산행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무박산행도 당일치기산행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당일치기 산행은 우루루 몰려다니기에 안성마춤이다. 그래서 무미건조하고 산행의 기본이 결여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리산 종주를 2박3일에 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당일산행의 개념이다. 대피소라는 호텔에 가서 잠을 자는 폭이니 말이다. 야영이 불가능한 국립공원이 우리 산행문화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장비의 발전도 가로막고 있다.
야영산행은 더많이 보고 더많이 듣고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한 것은 외국어느잡지기사의 내용이다. 야영산행을 하려면 장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야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의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깊은 골짜기나 높은 산등성이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과연 안전한 것인가 등에 대해 대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산꾼은 산에 오래 있을수록 기운이 나고 그래서 산에 오래 있기를 염원한다. 하룻밤을 산에서 보낸 사람들은 이틀밤을 보내기를 원하고 이틀밤을 산에서 지낸 사람은 사흘밤을 산에서 보내기를 원한다. 무엇때문인가? 이 한단계 도약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약간의 지식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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