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5. 23. 21:38
위치: 춘천시 동내면, 동면 - 홍천군 북방면
드라이브코스: 서울-춘천-46번도로-구성포도로진입-느랏재-상걸리


어제(2009.5.22) 춘천 대룡산(899m) 산행을 했다. 춘천지방에서 올라가본 적이 없는 몇 안되는 산중의 하나이다. 물론 화악산 옆의 응봉이라든지 올라갈 수 없는 산들도 포함하면 그 수는 늘어나겠지만.. 오늘 대룡산에 올라 남쪽을 조망하는데 낯익은 봉우리가 보였다. 수리봉이었다. 이 산에도 올라간 적이 있는데 왜 대룡산을 올라가지 않았을까? 웬지 대룡산 산행은 춘천쪽 보다는 동면 상걸리쪽이 좋을 것 같았다. 좋다는 것은 길은 겨우 걸을만한 좁은 오솔길, 식생이 훼손되지 않은 채 무성하고 자연상태 그대로인 산록, 숲은 울창하되 숲바닥은 야생화가 많은 풋풋한 초지로 된 그런 산에다가 능선은 조망이 좋고 먼곳이 잘보이는 그런 산이면 좋은 산이 아닐까? 대룡산은 높이가 1m 모자라는 900m에 이르는 높은 산이다. 춘천시경계의 산으로 시의 서쪽에 화악산의 응봉(1436m)과 촛대봉(1125m), 그리고 응봉북쪽에 화악산동명의 1229m짜리산, 시의 서북쪽 귀퉁이에 솟은 928m의 산, 시의 동쪽에 가리산(1051m)이 있지만 이들산을 빼면 용화산, 북배산, 가덕산, 봉화산, 검봉, 구절산, 연엽산, 오봉산, 부용산등 서울경기지방의 산악인들이 자주 찾는 춘천시의 산중에서는 가장 높은 셈이다.
갑둔이재 동쪽산록의 신선한 숲속풍경
지느러미엉겅퀴
산미나리아재비
고광나무
국수나무꽃
조밥나물
둥굴레
으아리
 
상걸리로 가려면 춘천의 외곽을 도는 46번도로에서 소양강IC에 닿기전 구성포(홍천)로 가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길은 곧 큰 재를 넘는데 이 재가 느랏재로 재에는 터널이 뚫려있다. 가리산에서 뻗어온 산줄기가 가락재를 넘어 와서 대룡산을 일군 뒤 큰 맥은 남으로 뻗어 수리봉, 연엽산, 구절산으로 가고 북으로 뻗은 능선은 갑둔이고개를 거치고 느랏재를 지나 춘천동북쪽으로 뻗어가다가 소양댐을만들고 사그라지는 능선이다.
 고개를 넘어 상걸리에 이르면 조금전 춘천시를 지나온 기억은 사라지고 강원도 심심산골에 들어온 기분에 사로잡힌다. 상걸리에서는 대룡산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제법 많은 비가 온 다음날인 오늘(2009.5.22일)은 갑둔이 고개로 가서 능선을 따라 대룡산에 오른 뒤 가락재터널쪽으로 가다가 암봉(이 암봉은 상걸리 마을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인다)직전에서 지능선을 타고 상걸리방향 임도에 내려서서 계곡을 끼고 상걸리로 내려오기로 한다.

갑둔이 고개로 가는 골짜기인 길골과 잣밭골 사이에 암릉이 있는 험준한 능선이 있지만 초행길이라 이 능선길은 피하기로 한다. 상걸리 입구에서 조금 들어간 길가에 차를 대놓고 걸어나와 56번도로를 따라 갑둔이재로 가는 길골입구로 들어선다. 18분정도 걸렸다. 도중에 대룡산쪽으로 조그마한 골짜기가 나왔고 오솔길이 능선쪽으로 나 있었다. 이길이 암봉들이 줄지어선 능선길인 모양이다. 길골입구에서 갑둔이 고개로 가는 길은 대부분 시멘트포장도로이다. 길골안쪽의 펑퍼짐한 몇군데 산록에 농장이 있어서다.
춘천시로서는 큰 산뒤쪽에 기업형 농장이 들어서는 것이 좋을 것이고 권장하는 의미도 그때문일 것이다. 한여름 땡볕같은 햇볕을 받으며 시멘트포장도로를 걷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길가에 낙엽송숲이 나타나고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어깨근육이 울근불근한 역도선수를 보는 듯 대룡산쪽 전망이 수려해 그렇게 심심치는 않았다. 1시간쯤 밋밋한 도로를 올라가니 계곡안 동네로 들어가는 길과 갑둔이 고개로 올라가는 길이 나뉜다. 이길은 임도였다. 한참 위에서 동네길과 다시 이어진 뒤에는 임도차단장치가 나타났고 불법 산나물 채취에 대한 소형 경고문안 플래카드도 보였다.

길골입구에서 대충 1시간이 가까워올 무렵 길가 낙엽송 숲그늘에 앉아 근처 길가 물이 솟아나오는 곳에서 물을 받아 마시며 한숨 돌리다 가기로 한다. 샘터는 아니나 솟아나는 물맛이 시원했다. 그런데 풀밭에 호미가 한자루 숨겨져 있다. 나물 채취꾼들이 호미를 던져놓고 물을 마신 뒤 호미를 못찾고 가버린 모양이었다. 몰라서 그렇지 길가 숲속은 산나물 천지인 듯하다. 낙엽송 울창한 숲풍경도 신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곳은 지나니 임도가 남으로 방향을 꺾고 있었다. 한참 들어가다가 나와 갑둔이 고개를 어림해보니 길이 능선과 가장 근접한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희미한 길이 보였다. 임도 축대를 쌓았다는 기록표가 붙어 있는 곳 낮은 축대를 따라 올라가면 자그마한 계곡이 되고 길은 계곡바닥에 나 있었다. 오늘 산행중 이 소계곡의 펑퍼짐한 바닥과 산록이 잣나무숲과 초본류가 가진 원시의 에너지가 넘치는 가장 싱그러운 장소가 아니었나 싶다. 희미한 길이 없어질 즈음 능선을 조금만 올라가니 길이 나왔다. 이 길이 반가웠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길은 도시산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산길로 사람들이 구름같이 다니는 널찍한 코스였기 때문이다. 춘천쪽 거두리에서 올라온 길이었다.

여기서 언급하고 넘어갈 것은 대룡산은 능선을 남북으로 갈라 동면쪽과 춘천시쪽이 판이한 생태현상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했다. 고은리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합류하기까지는 그래도 숲은 싱그러운 편이었다. 그러나 고은리길과 합류하면서 산길은 더욱 넓어지고 숲바닥의 초본류는 점차 야위워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갑둔이고개에서 10여분 가다가 내려오는 중년 산꾼 한 팀을 만난다. 반가웠다. 춘천에서 오신 분들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한다. 외지에서 왔다고 말하고 듣던대로 산의 숲과 분위기가 꽤나 신선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그런대로 신선했기 때문이었다. 능선을 따라 한참 가노라니 임도가 나왔다. 임도부근에서 부터 산의 인상은 '신선'에서 '-(마이너스)신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어쨌든 능선날등이 나와서 동쪽조망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했다. 드디어 능선날등이 나왔다. 하지만 능선은 활엽수림에 덮인데다가 낮은 쪽에 철쭉숲까지 곁들여 자라고 있어서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그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동쪽이 단애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밋밋한 능선사면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다시 능선길을 따라 걷는데 숲사이로 전망대가 나왔다. 길골로 들어서기부터 계산하면 3시간 6분이 지난 2시6분경이었다.

한사람이 겨우 설 수 있는 전망대인데 높이는 줄잡아 40-50m는 될 것 같은 높은 전망대였다. 이 전망대에 와서야 길골로 뚫린 계곡과 길골 입구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였다. 멀리 아스라히 심한 이내 저쪽에 희미하게 높이 솟은 가리산이 보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능선은 유순해보이지만 반대쪽은 높은 단애를 형성하고 있는 능선이었으나 여기서는 그쪽이 보이지 않았다. 길골과 잣밭골을 가르고 있는 이 능선의 반대쪽은 대룡산 2봉에 가서야 보였다. 대룡산의 2봉 헬기장과 봉우리에서는 암봉들이 솟은 이 능선이 내려다 보였고 잣밭골 입구 부근이 조금 보였다. 고개를 들면 멀리 소양호가 보였다. 소양호 중심에서 남쪽인 상걸리쪽으로 직선으로 쳐서 6.5km나 깊숙이 패여든 소양호. 지금은 갈수기라 수위가 많이 내려가 있다.

잣밭골방향 지능선 내려설 때 보조자일 꼭 필요

2봉에서 상걸리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가락재방향으로 가야한다. 상걸리의 잣밭골입구에서 보이던 뾰죽한 암봉이 중간에 높이 솟아있는 능선이다. 잣밭골로 가기위해서는 급경사를 내려서서 평탄한 능선이 나오고 송전탑을 지나게 된다. 송전탑을 지나면 암봉으로 접근하는데 암봉으로 가기전에 왼쪽 지능선을 타야한다. 이 지능선은 숲에서는 잘보이지 않고 길도 희미하거나 거의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지형을 잘 보아야 한다. 암봉을 지나 잣밧골로 가는 길도 있을 수 있으나 암봉을 내려서는 게 쉽지 않을 듯싶어 암봉전의 좌측 능선을 타기로 한다. 그 전에 이 암봉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대룡산을 제대로 보려면 이 암봉에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암봉에 올라서도 대룡산 정상쪽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나무둥치 사이로 나마 정상일대를 볼 수 있었다. 암봉은 정상직전의 산록에 표면이 반반한 큰 바위들이 경사를 이루어 서로 엇물리고 있는 형태의 암봉이었고 가락재방면은 시원한 단애를 이루고 있었다. 비록 소나무가 많아 사방의 조망이 그렇게 시원한 편은 아니지만 시간이 있다면 찬찬히 조망좋은 곳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단애아래로 가락재방향의 능선이 잘 보였고 오른쪽으로는 대룡산에서 수리봉, 연엽산쪽으로 뻗은 능선들이 잘 보였다. 단애의 모습도 일부만 보여 아쉬웠지만 암봉에 오르면 소나무가 많아 솔향기가 은은히 나는듯하고 정갈한 바위과 노송이 어울려 그림이 좋아져 산에 온 느낌이 뿌듯해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 경험일 터이다. 암봉에서 내려와 송전선가까운데서 왼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데 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날등을 타고 내려간다. 처음엔 모서리가 날카로운 바위들이 바닥을 들쭉날쭉 덮고 있어서 발디디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10여분 내려오니 길같은 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뚜렷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지능선의 임도직전의 마지막 부분은 잡목이 무성하여 거의 길이 보이지 않을 뿐아니라 배낭이며 카메라백이며 끈이란 끈은 모조리 붙잡으려 들어 매우 거추장스러웠다. 그렇게 30분가까이 내려가니 임도가 나타난다. 그러나 절개지위에서 보니 거의 10여m정도는 돼 보이는 낭떠러지다. 어딘가 보니 보조자일을 준비하라고 해서 보조자일을 가지고 왔는데 이게 요긴하게 쓰였다. 보조자일이 짧아 3분의2쯤 내려가다가 경사가 조금 완만해져 발디딜데를 골라 조심조심 내려올 수 있었다. 이게 다 대룡산의 훼손되지 않은 부분을 산행하고 싶어 빚어진 일이므로 길이 있든지 없든지 좋든지 나쁘든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생을 각오하고 한 산행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임도에 내려서서 가락재능선과 암릉사이에 형성된 골짜기 풍광을 보니 이쪽으로 내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만큼 호방하고 험준한 바위산의 모습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별로 길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협곡이었다.

길찾기위해 겹쳐진 부분을 감안하면 13.9km정도 될 것으로 봄. 대룡산의 고도가 900m이상으로 나온 것은 저기압일 때 표고가 높게 나오는 현상때문.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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