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3. 6. 11:19

위치: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 가평군 설악면

오늘(2009.3.5) 유명산의 서쪽과 남쪽을 잇는 산들을 이어산행했다. 자연휴양림-입구지계곡-유명산-자연휴양림은 일반적으로 하는 유명산 산행이고 대부산-활공장-유명산-소구니산은 일반적으로 하는 산행은 아닌 듯하다. 유명산 서남쪽 양평군 옥천면 동덕계곡입구에서 우측계곡으로 들어와 대부산을 오르는 길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 길로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산길이 퍽 걸을만 했다. 낙엽송숲이나 능선의 조망이나 대부산의 급사면산록에서 발견한 꽤큰 철쭉숲이나 대부산에서 바라본 활공장일대의 스카이라인이 서울부근에서는 보기드문 경관을 보여주어 인상에 남는다. 암릉길은 몰라도, 사람이 많이 다녀서 넓어진 흙길을 보면서 신선하다는 생각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입구지계곡끝에서 유명산뒤로 올라오는 길이 (패이고 흙길이 매우 넓고) 그런 편인데 대부산길은 거기 비하면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시골산 오솔길을 연상케한다. 초입의 낙엽송숲의 낙엽솔가리에서부터 개울위쪽의 억새지대와 능선에서 오른뒤 좌우로 보이는 경관이 그렇고 정상아래 급경사산록의 철쭉지대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초본류가 다 자란 뒤에 한번 더 오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운치있는 산길

운치있는 산길


소나무뒤로 보이는 초지(억새)봉우리


활공장과 유명산(뒤쪽)

대부산능선에서 바라본 용문산-백운봉능선


활공장부근에서 본 백운봉. 앞의 봉우리는 700m봉


특히 골짜기위쪽에 억새밭이 있어서 가을엔 괜찮을 듯했고 능선에 올라서자 오른쪽으로 대부산능선, 왼쪽으로 하얀 억새밭이 스카이라인을 이룬 활공장봉우리가 볼만했다. 실제로는 활공장에 올라가면 드넓은 흙길이 능선날등을 황량하게 만들어 밑에서 보았던 첫인상을 허무하게 만들지만 밑에서 보면 정선의 민둥산에 오를 때 보았던 하얀 천상의 것인 듯한 억새밭을 연상시켜 준다. 아무리 설악산이라도 보고싶지 않은 장면이 있을 수 있다. 대청봉아래 거대한 사태지역같은 것이 그런 데다. 그러나 우리는 설악산의 수려한 경관을 기억하고자 한다. 오늘 산행에서도 대부산능선에서 본 활공장일대의 억새지대능선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게시판참조)
유명산 서쪽산록에 관심을 가지기시작한 건 꽤 오래전이었다. 유명산산행을 하고 농다치고개를 넘어 양평으로 내려오면서 왼쪽을 보면 동덕계곡입구가 열리고 뒤에 산들이 빽빽이 들어선 경관이 펼쳐지는 데가 있다. 이 부근에서 본 유명산은 산괴의 규모가 매우 크다. 게다가 계곡입구에는 항상 차몇대가 주차하고 있는게 보이곤 했다. 오늘 그 계곡입구에 와서 차를 두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10시30분)
대부산을 오를려면 큰계곡 옆의 오른쪽 작은 계곡으로 들어가야 한다. 머리위엔 어느새 낙엽송숲이 덮기시작하고 발아랜 황갈색 솔가리가 깔린다. 운치있는 산길이다.서울에서 66km지점에 이런 소담한 숲속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사고발생, 산불발견시 긴급연락처"라는 경기소방본부 팻말엔 "대부산 등산로입구"라는 문구도 보인다. 개울은 처음엔 꽤 큰소리로 흐르다가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빙폭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물소리의 볼륨이 차차 낮아진다.40분쯤 올라오느라니 여름이 되면 길찾기가 꽤 어려위질 억새-덩굴무성지대가 나온다. 지금은 억새밭을 밟고다니면서 자연스레 생긴 길이 나 있어서 길찾기가 어렵지 않지만 풀이 다 자라면 길찾기에 꽤나 힘든 지역이 될 것 같다. 부근이 경사도가 낮은 펑퍼짐한 분지형지형인데다가 개울로 형성되기 전 땅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물이 모이는 곳이라 풀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므로 가을이 되면 억새경치가 꽤 좋을듯하다.
여기서 능선으로 올라서면 오른쪽으로는 대부산능선이 훤히 보이고 왼쪽으로는 계곡입구에서 유명산으로 바로 오르는 긴능선상의 최고봉인 활공장(패러글라이딩)이 보이기 시작한다. 활공장 중턱이상은 모두 억새로 뒤덮여있어서 보기가 좋다. 다시 능선의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하는 곳에 경기소방본부의 예의 팻말이 서 있는데 거기에는 "5부능선"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 능선은 골짜기 건너편 좌측능선과 작은 지계곡 저쪽 우측능선의 고도가 높아 올려다 보이는 조망이 매우 좋아 심심하지가 않다.게다가 수북히 쌓인 낙엽산길을 걷는 맛도 꽤나 재미있다. 뭐니뭐니 해도 좌측 능선상의 억새봉우리가 압권이다. 서울부근에서 이런 경관을 선사해준 봉우리가 있었던가 싶다. 예봉산과 적갑산 사이에 활공장이 있긴 하지만 이처럼 웅장한 느낌을 주는 능선경관을 보여주지는 않았던 듯하다.

이능선 길을 죽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대부산으로 올라서게 되지만 대부산 정상 아래는 급사면을 이루고 있어서 눈이 덮인 사면길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아이젠을 하고 올랐으나 눈과 낙엽아래는 얼음이 얼어있어 꽤나 미끄러웠다.

이 급사면길을 피해 대부산왼쪽의 안부로 올라 정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급사면 길로 오르면서 처음에 대부산으로 알았던 오른쪽 능선끝봉우리의 고도가 낮아지는 것을 보고 현재 올라가고 있는 봉우리가 대부산임을 알겠다. 안부로 올라가면 다시 대부산으로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50분이 걸렸다.

대부산은 유명산에서 남으로 남한강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상의 봉우리이다. 위치상으로 보아 남쪽의 경관이 아주 좋을 위치인데 정상일대엔 숲이 많아 조망이 좋지 않았다. 숲사이로 유명산쪽은 그대로 잘 보이는 편이었다. 정상에서 유명산을 향하여 내려가는 길은 대단한 급경사이지만 길은 길지 않았다. 내려오면서 보니 이 북쪽 산록에 상당히 넓은 철쭉밭이 형성돼 있었다. 5월에는 볼만할 듯하다. 철쭉개화무렵에 이곳을 다시 찾고 싶었다. 안부로 내려와서 다시 야트막한 능선봉을 지나면 양평쪽에서 올라오는 임도가 나온다.

옛날엔 활공장부근에도 농장이 있었던 모양인지 일부지도엔 "대부산농장"이라는 농장이름이 이부근 산록에 씌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능선날등이 밋밋하고 토질이 나쁘지는 않아보이는 것으로 보아 고냉지 채소같은 작물농사를 해도 좋을 듯한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농토로 쓰지 않고 농장장소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도로는 눈이 녹아 진창이 되다시피되어 있다. 이 시즌엔 국내 어느산이든 임도상에 모든 차량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능선날등에 넓은 흙길이 놓여있어 부근은 황량하지만 길이 아닌 곳은 모두 초지가 자리잡고 있어서 경치가 특이하다.
이 부근과 유명산은 조망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부근에 시야를 가로막을 높은 산이 없거나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용문산은 시야를 막는다기보다 좋은 그림의 배경작용을 한다. 적당하게 멀어 단조로울 수도 있는 그림을 다양하게 해준다. 작년겨울에 유명산산행을 하면서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다. 용문산-백운봉 능선이 동쪽에서 남북으로 뻗어 있어서다. 특히 일부 산사람들이 '한국의 매터호른' 이라고 하는 백운봉을 배경으로한 산 사진은 매우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색이 없는 그림이다. 그리고 날이 좋으면 남쪽의 남한강이 볼만하다. 활강장이 있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사이 잔뜩 흐려있던 날이 급속히 악화되는 느낌이다.하늘엔 구름이 가득했어도 그동안 강수현상을 몰고오는 낮은 구름(난운)은 용문산 정상부근에만 떠돌았는데 갑자기 하늘전체에 난운이 깔리고 있었다. 그리고 샛바람이 강하게 불기시작한다. 얼마전 화악산에서는 서쪽에서 눈발이 몰려오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동쪽인 용문산쪽에서 눈발이 묻어오기 시작했다. 1시40분 경이었다. 유명산정상에 도착한 것은 1시 43분. 그땐 용문산 정상일대는 눈보라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백운봉일대는 아직 눈발의 장막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눈발은 옥천면에서 대부산쪽으로 깊이 패인 계곡을 따라 부는 바람에 휩쓸려 메뚜기떼처럼 몰려왔다. 금년처음 산정에서 맞는 눈발이 아닌가 싶다.

정상에서 소구니산으로 가려면 활공장에서 정상으로 올라갔던 길로 조금 내려와 갈림길에서 오른쪽 사면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유명산정상에서 유명산아래 주차장(입구지계곡입구)으로 가려면 북쪽능선을 타야하는데 이점이 소구니산과 다르다. 능선을 타고 가는데 눈발이 휙휙 강풍을 따라 능선날등의 숲을 스쳐지나간다. 그 가운데는 빗발도 들어있는 듯하다. 소구니산은 오늘 오른 산중에서 바위가 제일많은 산이다. 특히 정상에 가기전 거대한 바위가 길가에 서 있는 곳이 있다. 삼형제바위다. 안부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여서 꽤 버겁다. 상당부분 로프줄이 매어져있다. 소구니산의 높이는 800m. 소구니산은 농다치고개로 가는 길과 남서릉을 타는 길, 두 길로 나뉜다. 소구니산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긴동능선인데 오늘 이 능선을 타고 농다치고개-옥천면으로 이어지는 37번도로상에 내려설 생각이다. 눈발은 간헐적으로 소구니산-유명산사이의 안부로 사태지듯 흘러가는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눈은 절반이상이 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긴동능선은 길기도 하지만 아주 재미있는 능선이었다. 능선남쪽이 대부분 깎아지른 듯한 단애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능선엔 바위가 많아 길은 대부분이 돌팍길이었고 당연히 발아래 남쪽계곡과 건너편 활강봉부근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웠다. 길이 돌길인데다 그 위에 또 대부분 수북히 낙엽이 쌓여있지 눈은 비로 바뀌어 바람에 흩날리지.. 그래서 내려오는 급경사길이 매우 미끄러웠다. 판초우의를 쓰고 내려오지만 바지끝은 금방 젖는다. 이 능선의 바위엔 진달래가 많아 얼마뒤면 상당히 아름다운 능선이 될 것 같았다. 오늘 코스엔 진달래가 피거나 철쭉이 필 때 다시 한번 올 것 같다. 긴동능선의 끝부분에서 능선이 두갈래로 나뉘었는데 남쪽 능선을 택해 내려왔다. 큰길은 서쪽능선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려오는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이 길은 계곡으로 내려서서 한 2-3분 걸으니 큰길이 나온다. 큰길에서 산행깃점인 동덕계곡입구까지는 채 10분이 안되는 거리로 내리막길 도로를 쉬엄쉬엄 내려오면 되었다. 오늘 산행시간은 5시간.

횡보법: (카메라등 조작때문에 스틱을 한개만 써야하는 경우)미끄러운 길(낙엽덮인 돌팍길이나 급경사 눈길-엉덩이스키 탈정도의 급경사)을 걸어내려올 때는 횡보법을 쓴다. 첫째 눈길의 경우.먼저 몸의 방향을 내려가는 방향과 90도가 되도록 옆으로 잡는다..그 다음 한쪽 스틱으로 발을 디딜데를 찍는다.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겠는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세게 찍는다. 스틱이 미끄러지면 안되므로. 그 다음 게걸음하듯 스틱과 가까운 발을 길과 90도가 되도록 스틱과 가까운 곳바닥을 찍듯이 밟는다. 두번째 발이 첫번째 발 부근으로 온다. 다음 다시 스틱을 내리막길 다음 발자국 디딜데를 찍는다.
둘째, 낙엽 수북히 쌓인 돌팍길 내리막길도 위의 보법과 같이 하되 바닥을 찍을 필요가 없으므로 이에 유의한다. 대신 스틱이 바위표면을 찍었을때는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바위를 피해 흙부분이나 바위틈새나 돌틈새를 찾도록 한다. 물론 이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스틱을 찍은 곳에 발을 가져갈 때 매끄러운 돌 표면(물론 낙엽에 덮여 보이지 않으나 스틱으로 낙엽아래 정보를 읽었으므로)을 피하여 돌과 돌 사이, 돌이 끝나는 흙부분을 찾아서 밟도록 한다. 돌이나 바위표면을 밟지 않을 수 없다면 요철이 심한 부분이나 경사각도가 평면에 가까운 표면을 밟되 발을 얹듯이 밟아야한다. 관성이 있을 경우 평탄한 곳에서도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눈이 몰려오는 백운봉


트랙지도를 산행지도와 오버랩 시킨 결과 능선은 거의 정확하게 맞는 반면 큰 도로의 경우엔 약간의 오차가 보임. 산행시작지점을 자세히 보면 이곳에서 대부산(오른쪽계곡)으로 가려면 도로를 횡단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 도로를 횡단한 적이 없으므로 등산지도의 오류로 보인다.
대부-유명-소구니산산행 거리_고저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계속되는 산행기를 구독하시고 싶으시다면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