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0. 16. 22:41

서북능선-귀때기청봉
포암산-만수봉 가을산행
명성산에 은백색 억새
북배산-가덕산 억새산행
원주백운산의 가을
북한산 의상봉능선
남덕유  주흘산-부봉
동강 백운산



귀때기청봉

포암-만수봉

명성산

북배산


대야산(大耶山) 930.7m

위치: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드라이브코스: 서울-성남이천산업도로-이천IC-중부내륙고속도로-괴산IC-감물-525번도로-칠성면쌍곡리-제수리치-상관평-버리미기재-벌바위(완장리) 175km

용추골입구의 가마소와 단풍
중대봉능선의단풍.
정상.

바위산 대야산에 가을이 왔다. 그것을 선언하듯 어제(2009.10.15)아침 용추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완전히 단풍이 든 단풍나무가 아래의 푸른 소를 배경으로 서늘한 가을아침 바람에 붉은 잎을 나붓기며 서있었다. 전날 소나기가 온 모양인지 길에는 발자국 흔적이 없었고 하늘은 씻은듯 맑아 숲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대야산 골짜기의 단풍나무에 밤불을 밝혀놓은 듯하다. 용추골과 나래골(마귀할멈통시바위 계곡물 합류지점 아래쪽이 용추골, 위쪽이 나래골.)굴참나무의 잎은 일부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고 쪽동백은 대부분 그 특색대로 큰잎이 거의 모두 노란 단풍이 들었다.
오늘은 용추골-나래골을 거쳐 밀재와 정상길 갈림길에서 정상쪽으로 가까운 길로 능선에 이른뒤 정상에 올랐다. 하산은 정상에서 직벽에 가까운 험로(로프잡고 내려오느라 무척 힘이들었다)로 촛대재(촛대봉에 오르기직전의 재)에서 피아골로 내려와 월영대를 거쳐 원점회귀했다. 약 300장의 사진을 찍으며 8시간가량산행.
대야산의 단풍나무는 모두 붉게 물들었다고 보면 된다. 고도 800m 이상의 능선은 본격적인 단풍에 물들기 직전이다. 참나무계열숲은 노란색이 진하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800m이하의 능선은 아직 푸른숲이지만 실제로 숲아래 관목들은 대개 단풍이 들어있고 능선위에 올라서면 철쭉류는 이미 잎이 다 떨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용추계곡의 수량은 엊그제 비에 좀 늘어났지 않았나 싶다. 지난주 갔다온 쌍곡계곡의 수량과 비교해보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오늘은 용추폭포의 모양이 하트모양과 비슷한 느낌을 주어 조물주의 디자인감각이 특출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용추폭포로 가는 길은 나의 경우 여태까지는 왼쪽 큰길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펜션민박촌에서 바로 개울 오른쪽으로 난 길로 가도록 만들어져있다. 민박지대가 끝나면 이정표와 등산로 안내 입간판이 있고 오르막길은 목제계단으로 되어있다. 용추폭포가 가까워지면 목제계단은 긴 목제보도로 되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용추폭포위쪽의 경고사이렌 시설도 새로 만든 듯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대야산이 인기있는 이유는 개울바닥이 암반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아 그위로 청류가 흐르는 풍경 때문일 것이다. 넓은 암반은 접근성이 좋다. 그리고 물빛도 더없이 청정해보인다. 용추폭포는 암반지대 개울의 일상적인 흐름의 예상을 깨는 비상식적인 폭포이다. 용추폭포는 용추계곡에 흔한 와폭과 같은 평범한 폭포가 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무슨 연유로 이렇게 비범한 폭포로 마감됐는지 보면 볼수록 조물주의 디자인의도가 궁금하다. 용추폭포 위에는 경사도가 완만한 암반계류가 길다란 소, 낮은 폭포폭류가 있어 계속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근의 소나무와 암반계류를 함께 보면 대야산이 인기있는 이유를 알만하다.


위에서 본 용추폭포

용추폭포.

용추폭포.

암반계류의 단풍.

월영대

소안에 들어온 소나무.

나래골의 단풍. 한곳엔 거의 모든 나무가 단풍이 들어있다.

가꾸지 않은 것들의 아름다움.

주능선의 첫전망대에서 본 정상.

오늘은 거기에 더하여 더할나위없이 싱그러운 날씨와 해맑은 아침햇살이 이제 막 시작된 대야산의 가을을 축복해주는듯하다. 기온은 15도안팎이어서 산행하기에 딱 알맞은 기온이다. 천천히 걸어면 전혀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기온으로 이른바 명산 명계곡에서 "삽상"한 가을아침을 기대하기에 좋은 기온이었다. 대야산계곡의 산길은 매우 평탄하여 걷기가 좋다. 숲은 울창하지만 가을빛이 완연하고 길옆개울물 소리는 청량하며 어떤 때는 길게 누운 암반의 소와 작은 폭포도 나무가지뒤로 보인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단풍나무는 흐드러지게 붉게 물들어있는데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길가의 거암은 또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민박지대에서 용추폭포까지 30분, 용추폭포에서 밀재까지는 보통 1시간20분정도 소요된다.
길가의 관목들은 거의 모두 단풍이 들어있고 암반계류에 가까울수록 단풍든 나무가 많다. 그래서 암반엔 숲에 가까울수록 시든 낙엽이 쪽 깔려있어서 늦가을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아직 제대로 단풍이 안든 나무는 키큰 나무들 뿐이다. 낙엽송, 상수리나무, 소나무가 고작이다.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야산을 찾고있다.
용추폭포에서 30분안팎이면 월영대에 도착한다. 월영대는 암반이 널찍히 펼쳐지고 그위로 물이 흐르는 곳이다. 밤에 달빛이 어린다는 와폭아래 야트막하지만 고요한 수면엔 달빛이 아닌 단풍든 단풍나무 붉은 가지의 그림을 비추고있다. 월영대(月影臺) 아닌 풍영대(楓影臺)인 셈이다. 월영대는 피아골 계류가 합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월영대에서 밀재가 1시간, 피아골로 해서 정상에 오르는데는 1시간 20분이 걸린다고 이정표에 적혀있다. 나중에 이 계곡으로 나올 줄은 이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월영대를 지나도 산길의 경사도는 전혀 급해질 줄 모른다. 숲은 더욱 울창하고 단풍나무는 더욱 더 붉다. 협곡이 되면서 뒷배경에 그늘이 지니 그런 느낌이 온다. 경사가 조금씩 가팔지기 시작할 무렵 길 한복판 큼지막한 바윗돌위에 뱀 한마리가 기어가고 있다. 뱀의 행동은 눈에 띄게 느려보인다. 아마 낮은 기온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수십년간 산에 다녀도 산행중 뱀을 본 산은 광덕산(경기도), 주금산, 월악산등 몇 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대야산에서 뱀을 본 것이다. 그것도 첫뱀을 본 지 30분정도 뒤에 또다시..두마리나 본 것은 기록이다. 두 뱀은 다 쥐색의 뱀이었는데 첫번째 뱀은 사람나이로 치면 10대정도라면 두번째뱀은 20대뱀으로 보였다. 대야산의 생태계가 우수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대야산을 찾을 사람들에게 정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월영대를 떠난지 30분쯤 되었을때 밀재와 정상으로 가는 길이 분기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에는 여기서 정상까지는 1시간, 밀재까지는 40분이라 되어 있는 듯하다. 첫째것은 정확한데 두번째(밀재까지 걸리는 시간)는 자신이 없다. 이정표의 페인트가 벗겨진 곳이 많았는데 이곳의 이정표도 페인트가 벗겨진 상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40분이라는 것이 맞는 얘기가 아닐가 싶다.
대야산도 여러번 다녔지만 상기 갈림길에서 밀재로 가지않고 바로 능선에 붙는 길을 이용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이유는 "샛길"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적게 다니는 것 같아서가 이유이다. 평일이라서 한적했지만 실제로 엊그제 비가 온뒤로 아무도 올라간 흔적이 안보인다.
한동안은 숲도 울창하고 경사도도 완만하여 숲의 산행을 즐기며 올라가다가 단풍든 나무나 기암이 나오면 쪽동백이든 단풍나무든 바위든 찍곤 한다. 가을을 맞은 숲은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모로 보나 서둘러 겨울준비를 해야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겠지만 청정한 숲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만감이 온다. 용재림으로서는 미달일지는 모르나 성장을 담당했던 무성한 잎들에 노랗고 붉은 물이 드니 무척이나 아름다워보인다.
갈림길에서 15분여 올라가는 길가에 큰 바위가 나온다. 맨꼭대기에는 지붕바위가 얹혀있고 그 아래 거암의 한 모퉁이는 사람얼굴처럼 보인다. '큰바위얼굴'이라고 할까? 여기서 5분남짓 더 올라가면 길은 급경사로 바뀌고 바위지대가 나온다. 거암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는 듯하고 길은 바위사이로 올라가게 되고 로프도 있다. 꽤 험한 곳이지만 길지는 않다. 바위사이 좁은 틈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위틈과 바위지대 위쪽의 참나무숲이 노릇노릇하게 단풍물이 들어가고 있어 돌출한 바위들과 함께 천정을 이룬듯 가경(佳景)이다. 바위지대를 지나 올라서서 오른쪽 단애위로 가면 전망대다. 둔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엔 둔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봉인 마귀할멈통시바위봉이 솟아있다. 대야산쪽 산록의 멋진 바위도 보인다. 바위주변엔 수려한 소나무들이 몇그루 바위를 에워싸고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주능선에 합류하기전 꼭대기에 소나무를 이고있는 거암아래를 지나니 다시 시원한 전망 포인트가 나온다. 이번엔 속리산 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가까이는 밀재 건너편의 대간능선상의 889m봉(이 봉우리에서 마귀할멈통시바위봉과 둔덕산으로 가는 능선이 뻗어나간다)과 그뒤 조항산, 그 오른쪽 멀리 청화산이 솟아있다.
드디어 주능선에 오른다. 밀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전망대봉에 오르면 정상능선에서 서남방향으로 뻗은 암릉이 호방한 암사면을 드러낸채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중대봉쪽으로 뻗은 능선과 밀재로 뻗는 백두대간능선사이의 암릉이다. 마치 중대봉능선의 축소판같아 바위산 대야산이 강열하게 내뿜는 기(氣)의 한면을 느끼게 한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슬랩바위 위쪽으로 나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위지대다. 거암들이 서있는 이곳 바위아래는 바위가 기울어질까 염려(?)하여 가는 꼬챙이로 버팀목 삼아 바위를 받쳐놓은 데가 두어군데 있다. 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유머적 물상(物像)이 아닐까?
천정을 이룬 바위, 석문도 보이는 바위잔치가 벌어지고있는 바위지대를 돌아가면 완만한 능선을 지나 곧 전위봉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암사면에 붙는다. 밑에서 볼 땐 봉우리를 올라가면 저쪽으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높이 920m전후인 이 전위봉은 정상능선상의 첫봉우리이격이지만 정상까지엔 봉우리라고는 부르기 어려운 작다란 암봉들이 두어개 있어 약간의 오르내리막만 있을 뿐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암사면은 옆에 큰 바위덩이가 버티고있어 로프를 잡고도 올라가기가 조금 까다롭다.
대야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곳부터 먼저 보게 마련이다. 속리산능선은 아래에서도 보았지만 속리산 관음봉에서 묘봉-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서북능선은 정상에서 또렷하게 보인다. 비로봉에서 시작하면 매우 긴 능선이다. 북쪽으로는 장성봉이 막장봉 능선을 거느리고 버리미기재 저쪽에 높이 솟아있다.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진행하는 백두대간은 구왕봉-희양산-시루봉-이만봉-백화산순으로 보인다. 장성봉뒤로 멀리 신선봉이 보이는듯하고 백화산옆으로 멀리 대미산도 보인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좀 심해 자켓을 입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는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간지러웠다.

전위봉에서 볼 때 정상에 대여섯명이 있었던 것 같은데 40대부부로 보이는 두분밖에 없다. 그들은 밀재 쪽으로 내려가고 점심을 먹은뒤 촛대봉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조항산에서 밀재를 거쳐 올라와 버리미기재까지 한번 내려간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된다. 정상에서 북쪽바위위로 올라가 능선을 따라 급경사관목지대를 내려가면 능선날등의 큼지막한 바위에 로프를 걸어놓은 게 보인다. 이 로프가 백두대간의 가장 험난한 구간중의 하나인 대야산 북쪽 급사면을 내려갈 수 있게 설치한 로프이다. 겨울에는 보조자일이 꼭 필요할 듯하다. 왜냐하면 서리에 로프줄이 얼어있을 경우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줄잡아 대략 고도 100m가량이 준직벽이나 다름없는 바위경사면이다. 물론 상당부분 로프를 붙잡고 불안하게나마 균형을 취할 수 있는 발디딜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발을 얹기에 애매한 곳도 있으므로 충분한 주의가 필요한 지역이다. 로프를 잡기전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급사면아래 산록은 단풍에 물들어 기울어가는 햇살속에 현란하게 빛나고있다.

로프가 설치된 지점부터 촛대재까지는 45분이 걸렸다. 바위지대를 다 내려온 다음 그 얼굴(대야산북록)을 한번 쳐다보고 싶었으나 숲이 울창하여 보이지 않는다. 아마 "마(魔)의 산"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촛대재에 도착해보니 이정표에 "월영대 1시간20분"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원래는 불란치재로 가서 완장리로 내려가기로 한 계획이나 저녁늦은시간에 안가본길을 찾는 어려움에 부닥치느니 월영대로 내려가기로 한다. 대야산 북록을 내려와도 대야산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하나의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그대신 촛대봉으로 가다가 대야산북록이 보이는 전망대까지 가서 대야산을 바라보고싶은 마음은 억제하기 어려웠다. 한참 올라가니 경사진 너럭바위가 나오고 로프가 걸려있다. 너럭바위위에 올라 단애가 보이는 곳으로 나오니 대야산이 자신이 만든 그늘에 스스로 어두워져 산록이 거뭇해진채로 전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가 대야산정상 위에 떠있어서 역광으로 보니 영낙없는 마의 산이다. 외국의 고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북록 급경사지대를 내려온 뒤 우리같이 평범한 산꾼들이 바라본 대야산(북록)은 좌우간 "마의 산'이 분명했다.


정상의 조망. 서남능선(중대봉능선과 밀재능선사이의 능선)의 단풍.

정상의 조망. 촛대봉, 곰넘이봉, 장성봉, 희양산, 백화산이 보인다.


촛대봉 사면에서 바라본 대야산.

역광의 대야산.

대야산에서 촛대재로 내려오는 능선의 하단부.



민박:펜션:대야산장가든(054-572-0033(전용주차장), 벌바위가든(054-571-5691), 댓골산장(054-571-4182 둔덕산오르는 길에 있음:숲속깊이), 용추골(054-571-026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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