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5. 12:39
덕유산 1616m

2008/2

덕유산에 갔다왔다. 2월이 가기전에 한번은 오르겠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오늘(2월 15일) 결행했다. 설화가 있었던 몇년전 초봄의 향적봉을 생각하며 올랐는데 날이 가문탓에 설화는 전혀 안보였다. 중봉으로 가는길에 주목몇그루가 한꺼번에 자라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의 주목에 설화가 얼어있는게 보였을 뿐이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백련사


무주구천동을 형성케 한 동쪽산줄기(가장 높은 봉우리가 지봉)


남덕유산(왼쪽)과 장수덕유산


정상 턱밑까지 올라온 스키장 전망대


대피소


설사면의 소나무와 덕유능선(맨 왼쪽 첨봉이 무룡산)


중봉에서 바라본 덕유평전과 대덕유능선(무룡산, 남덕유가 보인다)

중봉에서 오수자길로 내려가는 길(동쪽산줄기와 백두대간이 보인다)


나의 표현이 정확한지 판단해주기 바란다. 적어도 수십년산행을 해온 사람으로서 덕유산 향적봉은 이미 산악인의 마음에서는 출가외인이 돼버렸다. 산꾼이 아닌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아린 상처때문에 가슴이 쓰린 산꾼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철없는 아이들의 요구에 나는 외면으로써 나의 상처를 감추려고 했다. 산악열정의 산물이어야할 정상의 조망이 신사화를 신고, 아니면 하이힐을 신고 올라온 사람들이 헤메고 다닌다. 그것이 산악인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느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렇다면 산마다 케이블카를 놓지 그려냐 하는게 대답일 수 있다. 환경을 말하는 사람들이 덕유산개발에 대해서 왜 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나만 모르고 있는지. 마음은 쓰리고 착잡할 뿐이다. 향적봉은 판석으로 맨땅을 모두 깔아버려 흙을 볼 수 없다. 어차피 몰려드는 사람들이 밟아 패이고 바람에 흩날릴 뿐인 흙이기에 판석으로 쫙 깔아버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부족하여 판석사이를 시멘트로 때운 듯했다. 사람들이 하도 밟아대니 콩크리트가 시멘트가루가 되어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게 향적봉 꼭대기에서부터 땅에 스며드는 것은 아닌지.


젊은 친구 하나는 조망이 좋은지 아!아! 감탄사를 연신 뱉으면서 사진찍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그로서는 케이블카 없이는 고산의 조망을 경험할 일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찍는 것이 뭔지나 알고 있는지. 가야산이 어디고, 민주지산-삼도봉이 어디이며, 덕유산맥의 산들에 대해 사전 지식이라도 있는 건지..남덕유나 장수덕유는 알고 있는지, 남덕유에서 금원산, 황석산, 거망산이 뻗어가는지 알고있는지, 어떤 사람더러 물어보았더니 가야산쪽을 보고 지리산이라고도 했다. 눈앞에서 흘러가는 백두대간은 알고 있는지. 관관객들이 이리뛰고 저리 뛰는 것도 보기 안스럽다. 앞으로 향적봉을 찾으려면 내 품안에서 고이 자라던 어린딸의 기억을 되살리며 바람난딸(알피니즘의 무참한 훼손)의 오늘을 연민하는 일만 남을 것인가

하지만 덕유산 정상일대를 벗어나면 덕유산은 덕유산이지 다른 어떤 산도 아니다. 덕유산은 1614m라는 고도에서 오는 조망이 광활하다.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지리연봉 이외에는 덕유산을 압도하는 산은 없다. 동쪽의 가야산이나 동북쪽의 황악산이 약간 기세를 높이고 있을 뿐이다. 눈덮인 설릉과 고도에서 오는 강풍과 혹한속에서 듬성듬성 서있는 주목과 구상나무밖에는 이렇다한 거목이 보이지 않는 능선의 빛나는 눈빛깔은 매혹적이다. 특히 중봉으로 가는 길은 태백산의 장군봉에서 천제단으로 가는 길에서 느꼈던 넓고 빛나고 스카이라인위를 걷는 듯한 고도감이 지릿지릿할 정도였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록의 심설과 그 언저리의 나목숲이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심설은 눈부시도록 하얗게 빛났고 나목들은 수채화처럼 그 설원과 어울렸다.


그리고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것은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내려가는 완만한 능선길이었다. 능선은 황소잔등처럼 널찍했고 길가에 나목 철쭉, 진달래숲등 키작은 관목숲이 경사진 설원과 어울렸다. 이 황소잔등을 백암봉에서 분기된 백두대간이 이웃하며 빙 둘러있어서 더욱 보기가 좋았다.
<이상 "산이 손짓하네...">


중봉까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척 잦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덕유평전으로 내려가는 길과 오수자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는 순간부터
발걸음수가 확 떨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오수자길로 내려가면서 덕유산의 호젓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련사에서 올라올 때 정상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속으로 "그렇게 산행해서는 안된다"라고 여러번 말했지만 혼자말이었을 뿐이었다. 헬리콥터를 타고 정상에 내려서 하산하는 거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신발부터 깨끗해보인다.



삼공리주차장출발:10시48분
백련사도착 :12시11분(삼공리-백련사 5.8km)
향적봉도착 :2시47분(중식시간 40분 포함.백련사-정상 2.7km)
오수자굴도착 :5시18분(중봉일대 사진촬영 50분포함. 2.8km)
백련사도착 :6시16분
삼공리주차장 :7시33분(오수자굴-삼공리주차장 8.7km)
토탈 워킹 거리 : 20km



큰지도


백련사-덕유산정상-중봉-오수자굴-백련사간의 고저도

백련사-덕유산정상-중봉-오수자굴-백련사-삼공리주차장까지의 고저도


승용차이용 덕유산 산행정보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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