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13. 17:45
2005/2/15 


둔덕산과 마귀할멈바위암릉 산행을 끝내고 11시쯤(아침 7시출발.10시10분쯤 산행시작) 귀경했다. 사람이 없는 둔중한 육산의 겨울은 맑고 투명했으며 기암이 많고 굶곡이 심한 마귀할멈통시바위봉 일대의 암릉은 화려한 암괴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둔덕산과 마귀..암릉은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산과 능선이다. 청화산, 조항산,대야산,장성봉,구왕봉,희양산,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둔덕산을 앞에 두고 돌아가며 선을 뵌다.산과 산 사이로 군자산, 신선봉, 주흘산, 청화산옆 시루봉, 백악산이 미태를 뽐내고 마귀..암릉에서는 속리연봉의 스카이라인이 그림같다.산괴가 큰 둔덕산은 자체능선만도 상당히 길고 커서 초본류의 종이 꽤나 다양할 것 같아 여름에 한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둔덕산은 백두대간 조항산-밀재 사이의 무명봉(867m)에서 동으로 가지를 친 산줄기의 마지막 봉우리다. 용추계곡으로 들어가 댓골산장으로 올라가면 산장과 개울을 사이에 두고 올라가는 길이 처음엔 개울, 그다음엔 능선으로 이어졌다. 산장이 보이는 곳에 둔덕산 코스 방향을 가리키는 조그마한 녹색 팻말이 있지만 오른쪽 능선쪽으로 가지 않고 그냥 올라가는 작은 길(리본이 잔뜩 붙어있어 혼란스럽지 않다)로 올라갔다. 둔덕산을 바라보며 올라갈 수 있는 능선길이 운치가 있었다. 대부분은 가고있는 능선뒤쪽에 정상이 위치하고 있어 이렇게 정상을 보며 산을 오르기란 쉽지 않은데 둔덕산이 그랬던 것이다. 주능선에 올라선 뒤 둔덕산 정상까지는 2km가 넘는 긴 능선길이다. 이 거리를 왕복한 뒤 처음 주능선에 합류한 지점에서 마귀할멈통시바위까지의 암릉을 오르내린 뒤 867봉이 보이는 안부에서 북으로 내려 가는 길이 월영대 하산길이다. 이 암릉구간의 바위들은 기암이지만 바위를 타고 오르내릴 수는 없는 거의가 바위를 돌아내려가야하는 길이었는데 눈이 쌓인 상태의 벼랑위로 난 길이어서 쉽지는 않았다.
대야산옆에 있는 산. 육산. 산괴가 크다. 마귀할미능선과 함께 산행하면 묘미가 있다
위치: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둔덕산은 백두대간 조항산-밀재 사이의 무명봉(867m)에서 동으로 가지를 친 산줄기의 마지막 봉우리다.

 
사진:얼음에 묻힌 용추폭포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이지만 산괴는 무척 거대하여 주위의 백두대간 산을 압도할 정도이다. 산행은 대야산처럼 용추계곡으로 들어가 곧바로 왼쪽 골짜기를 따라 댓골산장으로 올라간다. 오늘도 대야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많다. 우리나라의 산행 패턴은 철저한 엘리트주의다. 유명한 산에 집중적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최근에는 백두대간, 정맥산행에 사람들이 몰린다.
둔덕산과 마귀할멈 통시바위로 가는 길은 밀재로 가야할 사람들이 잘못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그렇지 않지만 대야산 가던 사람들이 무심코 이 길로 걸어들어 오다가 도로 내려가기도 한다. 갈림길에 이정표 말목이 하나 있으므로 참고가 될 것이다. 이정표에는 용추골 갈림길에서 둔덕산이 3시간, 대야산이 2시간 걸리고 용추골의 해발높이는 325m라고 씌어있다. 댓골산장에 도착하면 산장과 개울을 사이에 두고 올라가는 길이 처음엔 개울, 그 다음엔 능선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개울쪽으로 왔다가 능선으로 붙는다.
산장이 가깝게 내려다 보이는 곳에 둔덕산 코스 방향을 가리키는 조그마한 녹색 팻말이 있지만 오른쪽 능선쪽으로 가지 않고 그냥 올라가는 작은 길(리본이 잔뜩 붙어있어 혼란스럽지 않다)로 올라갔다.


사진:용추골의 이정표

골짜기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이 능선길은 둔덕산을 바라보며 올라갈 수 있는 능선길이라 운치가 있었다. 대부분의 산은 가고있는 능선봉 또는 능선 뒤쪽에 정상이 위치하고 있어 이렇게 정상을 보며 산을 오르기란 쉽지 않은데 둔덕산은 정상을 보며 올라갈 수 있다. 이것은 둔덕산을 향하여 주능선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던 산줄기가 마지막에 조금 동북쪽(용추폭포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능선길에는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러웠지만 그만치 산길은 신선했다.


사진:운치있는 능선길

신선한 것은 산길만이 아니었다. 건너편에 보이는 둔덕산 산록에 희끗희끗 눈이 쌓인 풍경은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시야를 상쾌하게 한다. 간혹 나오는 큰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본 둔덕산 산록은 더욱 신선하다. 뒤돌아보면 정면에 장성봉-애기암봉능선 뒤로 바위산인 희양산이 보인다.
이 능선에는 산죽이 있어서 눈과 산죽이 어울리는 비할데 없이 동양화적인 풍경을 만들어 준다. 능선에서 바라본 둔덕산은 소잔등처럼 밋밋한 완벽한 육산이다. 어디 모진 바위가 있을 법한 곳은 한군데도 안보인다. 둔덕산 반대쪽에 보이는 대야산은 그에 비해 무척 대조적이다. 온산이 바위산의 모습이다.


사진:능선에서 보이는 둔덕산 정상

올라가는 능선과 나란히 뻗은 것은 마귀할멈통시바위쪽에서 뻗어내린 능선인데 그 능선에 소나무가 꽤 울창하고 대야산은 그 송림위로 도도하게 바위산을 솟구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대야산을 그토록 열심히 다니면서도 둔덕산을 본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산행행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조항산에서 대야산으로 가며 둔덕산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파괴행위(석재광산)를 보며 둔덕산은 오랜 훼손의 결과 산의 모양조차 옛모습을 잃고 있었다고 지레 짐작하고 멀리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사진:능선뒤로 보이는 대야산(망원사용)

하지만 오늘 올라보니 둔덕산의 서쪽 산록에 그 흔적이 조금 남아있을뿐 마귀할멈통시바위 아래 산록에 아직 거대한 석재광산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능선 날등을 중심으로 하여 시야에 들어오는 다른 훼손상태는 보이지 않았다.
지능선의 신선한 풍경을 감상하며 마귀할멈통시바위에서 둔덕산으로 가는 능선에 도착한 것은 산행시작 2시간 40여분만인 12시 48분경이었다.
둔덕산으로 방향을 바꾸면 얼마 안가 내리막길로 내려가다가 안부에 이르러 급경사를 올라가게된다. 이 무렵 산록의 소나무 아래에서 조항산이 숲의 나뭇가지같은 장애물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조항산은 951.2m에 이르는 높은 산이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은 하얀 눈에 덮여있다. 그러나 아래쪽 산발치엔 눈이 없다.
둔덕산도 남쪽 사면엔 거의 눈이 없다. 북쪽 사면은 하얀 눈에 덮여있다. 능선날등엔 눈이 없었지만 올라갈수록 능선날등에도 눈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산록에는 눈이 꽤 많았다. 정상에서 남으로 뻗은 능선이 일정한 높은 고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 능선은 백두대간쪽에서 접근하는 능선보다 고도가 높았기 때문에 안부에서 산록을 따라 올라가는 거리가 꽤 길었다. 그리고 산록에는 발목이상으로 빠지는 깊은 눈이 쌓여있었지만 눈에 덮여 있긴 해도 오래된 발자국들이 있어 눈에 빠지지는 않았다.
능선턱 위에 올라서서 보니 주능선이 300m정도 떨어진 곳에 완만하게 보였는데 그 사이에는 널따란 분지형 지세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 넓은 곳에 낙엽송숲이 울창하였다. 전반적으로 보아 둔덕산은 산괴가 엄청나게 큰 산이라는 것을 주능선에 올라와 봐야 알 수 있었다. 대야산의 능선은 상당부분 암릉으로 되어 있어서 능선의 폭이 좁은데 둔덕산의 능선 황소잔등처럼 질펀하게 넓다. 여름에 초본류가 무성할 것 같아 여름에 한번 더 오고 싶었다. 그러나 여름에는 잡목이나 풀섶이 웃자라 길이 잘 안보일 가능성도 있어보였다.


사진:희양산 조망



주능선에 오르자 둔덕산 정상이 0.5km 남았다는 통나무팻말이 나무둥치에 걸려있다. 여기서 정상은 오르막 내리막이 없진 않지만 대체로 평탄한 산길의 연속이다. 정상이 조금 보이기도 한다. 정상을 50여m 남겨둔 산록에 억새밭이 무성하다. 꽃은 대부분 바람이 훑어가 버렸지만 얼마 남지 않은 꽃이며 황갈색의 줄기가 눈밭 위에 서서 바람이 불어오면 아직도 흔들리곤 하는 모양이 신선하기 이를 데 없다. 심설위에 자리잡은 황갈색 억새밭이 좋다고 어느산 산행기에 쓴 적이 있는데 둔덕산의 억새밭도 그러했다. 둔덕산 정상일대의 억새밭은 커서 가을에는 꽤 볼만할 것 같다. 정상은 비좁지만 바로 북쪽 아래엔 넓은 공터가 있어서 조망이 시원하다.
둔덕산에서 안보이는 산은 없다? 속리산에서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 장성봉, 구왕봉, 희양산, 이만봉, 백화산까지의 고봉들은 물론이고 백두대간 주변산인 시루봉, 주흘산, 군자산, 백악산, 신선봉, 뇌정산이 보인다. 이렇게 많은 산이 보이는 것은 백두대간이 청화산에서 악휘봉까지 대체로 북진 및 북동진하다가 악휘봉부근에서 90도 꺾여 백화산까지 동진 내지 동남진을 하기 때문이다. 즉 둔덕산을 두고 백두대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가장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 능선은 속리산 능선이다. 속리산 앞에 청화산이 솟아있으나 멀리 솟은 속리산 천황봉보다 낮아 보인다. 속리산 천황봉에서 관음봉까지의 스카이라인은 아름답다. 
 

사진: 마귀할멈통시바위옆의 기암.


주능선에 올라선 뒤 둔덕산 정상까지는 2km가 넘는 긴 능선길이다. 이 거리를 왕복한 뒤 처음 주능선에 합류한 지점에서 마귀할멈통시바위까지의 암릉을 오르내린 뒤 867봉이 보이는 안부에서 북으로 내려 가는 길이 월영대 하산길이다. 이 암릉구간의 바위들은 기암이지만 바위를 타고 오르내릴 수는 없는 거의가 바위를 돌아내려가야하는 길이었는데 눈이 쌓인 상태의 벼랑위로 난 길이어서 쉽지는 않았다.
처음 주능선 합류지점에 다시 도착한 것은 3시간만이었다.(식사와 조망, 촬영에 보낸 시간과 주행시간포함) 이 지점에서 마귀할멈 통시바위쪽으로 15분쯤 올라가면 손녀마귀 통시바위라는 바위가 있고 이정표도 하나 있다. 암괴에 돌출한 사람크기만한 바위가 잘 봐서 팔짱을 끼고 둔덕산을 바라보고 있는듯한 모습이지만 특이한 기암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이제부터 기암들이 계속해서 나올 거라는 예고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사진:거암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이 액체처럼 보이지만 얼어있다.


능선봉을 돌아 가면 마귀할멈통시바위까지의 암릉이 다 보이는 곳이 있다. 이 암릉의 봉우리는 손녀마귀바위가 있는 봉우리까지 합쳐 5개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봉우리는 마귀할멈통시바위밖에 없고 나머지 봉우리는 봉우리 중간쯤에서 밑으로 내려가서 다음봉우리로 올라가는 안부에 이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봉우리마다 기암이 있고 조망도 달라 밋밋한 육산인 둔덕산의 심플함을 감안하면 화려하고 흥미로운 암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다행하게도 눈이 적어 벼랑위로 난 좁고 작은 길을 더듬거리며 오르내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어느 대목에 얼음이 얼었다든지 한다면 보조자일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이 능선에서 둔덕산을 조망하는 것도 재미 있었다. 둔덕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면 밋밋한 능선봉이 하나 있었는데 그 봉우리가 오똑하니 솟아 올라 정상과 키재기를 하는 듯 보이는 것까지 포함하여. 그리고 금방 올라가고 내려가며 3시간 가까이 산행했던 산이 한 장의 작은 사진만한 크기로 줄어들어 있는 것도.
이 암릉에서 조항산은 계곡하나를 사이에 두고 솟아있어 청화산은 보이지 않고 청화산에서 동남으로 뻗은 시루봉이 뾰족하다.


사진:바위에 걸린 작은 빙폭.
주능선합류지점에서 마귀할멈통시바위까지 1시간가량이 걸렸다.
마귀할멈 통시바위 주변의 바위와 조망은 아름답다. 바위덩어리들이 서로 엇물린 채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면 미끈하게 솟은 암봉아래 모난 단애가 죽 뻗어 있는 아름다운 바위도 있다. 그 뒤에는 고모리(고모령아래 계곡)계곡이 깊다. 몇 해 전 이곳에서 니콘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바위사이에 카메라 렌즈커버를 떨어뜨린 생각이 나는데 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그래서 마치 새로 보는 듯한 암릉주위의 아름다운 바위들에 경이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가 5시 10분. 조금 내려오니 867m 봉과의 사이에 있는 안부에 이정표가 서 있다. 월영대로 가는 시간은 1시간 10분이라고 적혀 있는데 누군가 “월영대”를 지웠다.

내려가는 길은 중간에 협곡이 있고 협곡위에 얼음바다를 이룬 곳이 있어서 특이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아래 협곡에는 작은 빙폭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폭포옆으로 돌아내려가는 길이 무척 가팔랐다. 그 아래로 또하나의 폭포가 있었으나 그리로 내려가는 일은 얼음 때문에 어려웠고 다행히 능선으로 올라서서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그길을 따라 내려오니 월영대위의 개울합류점이었다. 여기서 월영대까지는 얼마 안됐지만 월영대일대는 웬만한 스케이트장 크기로 얼음이 얼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하산시간은 모두 1시간 30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월영대 하산길에는 엄청나게 큰 바위덩이들이 몇군데 있어서 그 아래를 내려가면 압도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큰지도

마귀할멈..암릉은 무척 위험한 난코스이고 특히 눈이 쌓여 있는 월영대 하산로도 하산하기에는 위험했다. 초보자 혼자이거나 경험없는 사람 여럿이 함께 이곳에 산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겠다 싶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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