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5. 31. 13:49

위치: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
드라이브코스: 강변북로-구리IC-47번도로-이동 도평리램프-78번도로(산정호수방향)-산정호수주차장



목요일 명성산에 올랐다. 억새계절의 산인 명성산은 요즘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단풍과 억새에 익숙해진 눈에 녹음이 짙은 5월말의 명성산은 전혀 다른 산에 온듯했다. 주위의 산들도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한북정맥은 북쪽 멀리 대성산에서부터 복주산-광덕산-백운산-국망봉-청계산-운악산까지가 보여 당당하고 호방하기 이를 데 없다. 광덕산에서 능선을 낮추며 각흘산에 이어진 산줄기가 명성산으로 접근하는 모양도 선명하게 보인다. 국망봉을 앞에 두고 뒷편 왼쪽에 화악산, 응봉이 높이 솟아있고 오른쪽 뒤엔 명지산과 귀목봉이 솟아있고 연인산도 어림된다. 북서쪽은 고대산에서 금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또렷하다.
오늘 다시 명성산이 바위산임을 확인한 산행이었다. 폭포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고 산안고개에서 조금 멀리봐서 횡으로 펼쳐진 명성산은 엄청난 바위산의 모습이다. 꽤나 긴 산줄기의 중턱이 규모가 크고 넓은 슬랩지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명성산의 일반산행코스는 계곡과 억새지대와 능선위주의 산행길로 바위산 명성산의 장점을 도외시한 코스이다. 계곡의 폭포가 바위산의 일부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명성산의 암산(岩山)의 표면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바위지대의 웅대함을 보여주는 코스의 개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코스와 자인사사이에 있는 암릉길을 월악산 덕주사뒤 암릉 코스처럼만 만들어도 명성산바위를 경험하는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이 코스는 현재 산행금지상태) 아니면 자인사 와 산안고개 중간쯤 되는 곳에 있는 적당한 지계곡을 이용하면서 바위를 맛볼 수 있는 암릉지대 코스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중국의 황산(黃山)같이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손치더라도 그들이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즐기도록 하려는 기본적인 발상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상동주차장 부근 상가쪽으로 가는데 명성산의 슬랩지대가 얼핏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월악산의 일부분과 닮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상가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가는데 녹음이 막 우거지기 시작한지라 숲의 빛깔이 싱그럽기 이를 데 없다. 산림욕장이 따로 없다. 계곡길은 대체로 평탄하여 걷기가 좋다. 계곡으로 들어서자 말자 길가에 준수한 폭포가 보인다. 비선폭포이다. 멋진 화강암 와폭이다. 생기기는 꽃남급인데 옷은 남루하다. 즉 흘러내리는 물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오늘은 그래도 물이 좀 맑은 편이다. 비가 오면 흙탕물이 된다. 들어가면서 비선폭, 무명폭, 등룡폭등 아름다운 폭포가 연이지는데 물빛은 통일이 돼야 때 맑아질 듯하다. (이 물이 맑아지는날 억새산은 또하나의 이름을 얻을지도 모른다. 폭포산이라고.. 오늘 처음 자세히 본 산안폭포에다 삼부연폭포까지 넣으면 명성산은 폭포산임이 분명하다.) 등룡폭포는 높이도 꽤 높고 상부에 또하나의 폭포가 있어 물빛만 회복된다면 산의 북쪽에 있는 삼부연폭포와 함께 명성산의 2 대폭포로 불리움직하다.
입구에서 등룡폭포까지는 40분정도가 걸린다. 입구에서 1시간쯤 들어와서 녹음이 우거진 계곡길을 뒤로하고 억새지대로 올라 가는 길로 들어서자 전에 안보이던 철조망이 나타난다. 산꾼들이 길을 잃어 사격장안으로 우연히 들어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므로 불상사를 사전에 막자는 목적일 터이다.
억새지대 아래 약수터의 약숫물은 요즘들어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속이라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상가일원에는 물이 없다. 공용수도도 안보인다. 염열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판인데 한여름에 산행시작지점에서 마실물조차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은 지자체에서 무신경한 탓이 아닐까? 물을 마시고 싶으면 생수를 사가면 될 것 아닌가 하고 대답하면 할말이 없다. 그러면 가평군 같은 곳은 장사하기 싫어서 물을 공짜로 받아먹게 하는가? 물은 기초적인 환경이다. 자기지방의 산을 찾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정신같은 것이다. 물인심은 야박하지 않는게 우리문화의 정서였다.
명성산에 오면 자인사에서 물을 받아(생수병이나 작은 물통)오곤 한다. 언젠가는 주차장 부근 가게에서 간식거리를 좀 사고 주방에서 받아주는 물몇병을 가져온 일도 있다. 이태전이지만 문경에서도 공용수도가 없어서 관리공단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3관문쪽에 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도(경북)엔 없으니 충청북도로 가라는 얘기였다. 그분의 협조로 식당에서 물한통을 받아오긴 했지만 왜 이리들 물인심이 험한지...
가을에 보자! 억새지대초원.


산정호수.

능선에서 본 철원평야일부와 정상과 이어진 암봉들.

정상에서 본 명성산능선. 맨왼쪽이 삼각봉.
한북정맥 조망. 맨 왼쪽이 국망봉. 오른쪽 뒤에 명지산, 맨오른쪽이 귀목봉.

산안폭포.

무명폭포.
산정호수와 명성산 암봉.

억새밭의 억새는 금년봄 논에 심은 벼만큼도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명성산의 억새밭은 상당히 넓다. 기온은 높았지만 북동계열의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하지만 통풍이 잘 안되는 지점에선 땀이 비오듯 흐른다. 팔각정이 보이는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 면 천년수라는 약수터가 나온다. 물은 나오는듯 마는듯한데 표주박으로 떠서 마시는 물은 아주 차가웠다. 능선에 올라서기 시작한 것은 산행시간 2시간이 지날 무렵이었다. 능선날등에 올라서서 조금만 가면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산정호수는 밑에서 볼 때는 꽤 큰 규모였는데 산위에서 내려다보니 아주 작아보인다. 하지만 계곡에 꼭 백힌 보석처럼 푸르게 빛난다. 명성산 위에서면 가장 보고싶은 풍광중의 하나다. 이름은 산정호수지만 산꼭대기에 있는 것은 아닌데 그 이름이 옛추억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옛날엔 누가 산정호수 갔다왔다면 그렇게 부러웠는데...
능선위로 올라올 때의 고도는 740m. 능선은 점점 고도를 높인다. 고도가 높아갈수록 길은 암릉길로 변한다. 하지만 높지도 험하지도 않고 1-2m 아래 좋은 길이 있어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다. 능선길에 진입한 뒤부터 명성산 정상까지는 3km의 거리다. 산에서는 상당히 먼 거리다. 왜냐하면 억새지대를 지나 능선위에 올라선 시간이 2시간이나 되기 때문이다. 900m대의 산은 대개 3시간정도면 정상에 닿을 수 있는데 명성산은 중식시간을 포함하긴 해도 4시간 10분이나 걸렸다. 산행거리도 웬만한 산 하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거리인 거의 7.3km정도나 되었다. 그러나 더워서 그렇지 능선이 확 틔어 좋았다. 지난주 올랐던 대룡산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숲에 가려 주위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전체 산행시간의 10%도 안되었을 것이다. 산행시간이 7 시간이라면 42분정도 조망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것도 숲에 가려 시야각이 넓어봤자 100여도밖에 안되는 각도로 말이다. 그에 비하면 명성산의 조망은 능선에서 하산을 시작할 때까지는 사방이 완전히 오픈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외선이 너무 강해 피부가 염려스럽다든지, 직사광선에 의한 더위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에게는 악몽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명성산은 2개시군에 걸친 산이다. 산행깃점은 포천시에 있지만 정상은 철원군쪽에 있다. 아까 산 입구에서 본 지도입간판의 코스들을 보니 모두 정상이나 삼각봉까지 가지 않고 억새지대를 보고 능선에 올랐다가 되돌아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멀쩡한 정상코스를 생략하다니..산은 하나인데 2개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다. 산행시간 3시 간쯤 되어 899m봉에 오른다. 이 봉우리의 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산안고개로 이어지고 능선자체는 포천시와 철원군의 경계가 된다.
여기서 12분정도 더 가면 팔각정 1.2km, 삼각봉 0.7km, 산안고개 2km 라고 적혀있는 이정표가 나온다.
오늘은 명성산 정상에 올랐다가 되돌아나와 이곳에서 산안고개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이정표에서 10분정도 능선을 따라가면 암봉이 나온다. 암봉은 왼쪽으로 가서 로프를 잡고 침니형 바위위로 올라서는 좀 까다로운 곳이었는데 오늘 보니 암봉을 우회하는 길이 암봉 오른쪽으로 나 있다. 바위아래 길 양쪽은 로프를 매어 몸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바위지대는 잡고 올라가게 좋게 만들어놓았다. 암봉을 우회하는 길은 바위그늘에다 울창한 활엽수림속이어서 오늘 능선산행중 가장 시원한 곳이었다.
중간에서 한 20분 점심을 먹고 삼각봉에 도착한 것은 1시52분. 삼각봉은 문자그대로 삼각형처럼 생긴 70%암봉이다. 820m능선에서 903m로 푹 솟아오르니 산행시간 4시간을 지날 무렵이라 80m 올라가는데도 힘이 든다. 삼각봉은 의미있는 봉우리이다. 정상은 명성산이지만 광덕산에서 각흘봉을 거쳐 명성산으로 오는 능선이 처음 만나는 봉우리가 삼각봉이다. 삼각봉-각흘봉-약사 고개-광덕산까지의 능선은 철원군-포천시경계선이기도 하다. 삼각봉이후로는 완전히 철원군 관내이다. 삼각봉에서 명성산정상 까지는 530m정도의 거리이다.
드디어 정상이다.정상은 조망이 좋지않아 북쪽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 본다. 산안계곡으로 들어와서 북릉을 타고 명성산에 오른게 여러번이라 경사진 바위길에 오니 철원평야와 갈말읍부근의 넓은 들이 보인다. 명성산에서 북릉을 이루며 북진한 능선은 명성산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인 삼부연폭포를 만들고 끝이 난다. 그러나 이 능선에서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북진하기전 서쪽으로 갈래진 능선의 기걸찬 암봉군이다. 명성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볼만한 암봉군이라 할만 하다.
이 암봉들과 앞에서 말한 899m봉에서 산안고개로 뻗치는 능선사이에 산안계곡이 형성되어 있는데 계곡은 짧지만 골짜기가 두가닥이었다가 계곡길이 끝나기전에 합쳐진다. 이 계곡안에 거대무명폭포(수량은 적지만)와 산안폭포 등 3,4개의 폭포가 있어서 큰 비가 내린뒤엔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 30분가량 되돌아 나오면 산안고개로 내려가는 이정표에 닿는다. 이정표에서 산안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꽤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그래도 내려올만 했는데 길이, 비가 오면 계류가 흐르는 반 너덜지대로 들어서자 길찾기가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건천을 이룬 계류길을 계속 내려가는게 도움이 된다. 1시간 가까이 내려오니 단애가 보이고 길은 우측으로 나 있고 곧이어서 폭포옆에 흔히 생기는 협곡형 샛길이 급경사 내리막길이 되어 있다.
조심조심 내려가자 단애아래가 되고 왼쪽으로 보니 커다란 폭포가 하나 보인다. 단애의 맨끄트머리 모서리에 폭포가 형성된 것은 주흘산의 여궁폭포를 연상케한다. 규모는 상당히 커서 속으로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언젠가 산안고개에서 이 폭포를 보면서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가을철이었고 또 너무나 외진 곳에 하얀 수렴을 드리우며 떨어지는 게 마치 소복입고 절벽을 뛰어내리는 여자를 연상시키는 것 같아 오싹하며 부리나케 단애위로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아마 명성산 산행기중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일행도 있고 대낮이기도 해서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고 사진을 찍는사이 냉풍이 불어와 더운 가슴팍을 한량없이 시원하게 해주어 감미롭고 청량했다. 여기서 한 10분가량 내려가니 또 하나의 폭포가 나온다. 이번 폭포는 2단 와폭이다. 여기서 조금 내려오니 산안계곡의 북쪽지류에서 내려오는 개울이 나온다. 능선 모롱이만 돌아가면 거대무명폭포가 있지만 여기서는 안보여 아쉬웠다. 그 폭포아래의 와폭와 암반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서 수량만 많다면 더 볼만했을 터였는데..와폭뒤에 펼쳐진 거대 슬랩지대만이 폭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때가 하산을 시작한지 1시간10분쯤 됐을 때였다. 그리곤 얼마안돼 산안고개 옆 평탄한 산록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여기서는 우선 가장 가까운 고개길에 접근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 고개길은 비포장으로 산정호수쪽에서 철원으로, 또는 그 반대로 차들이 간신히 넘나들 수 있는 길(철원쪽으로 내려가보지 않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고개마루에서 산정호수주차장까지는 차로가 되어있다.)이므로 다른 길은 엉뚱한 길일 수 있으므로 이 차도를 찾아야 한다. 고개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 급선무다. 거기서 상동 주차장 까지는 직선거리로 2.6km정도 되었다. 산정호숫가 송림길은 더없는 위안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5시45분경이었다. 10시5분에 출발하여 7시간 50분이 걸렸고 산행거리는 총 14-15km정도가 되지 않나싶다.


명성산의 폭포들: 위쪽 산안폭포와 무명폭포 외에 비선폭포, 등룡폭포, 등룡폭포위의 폭포(등룡폭포와 함께 쌍룡폭포라고도..), 삼부연폭포.



산행깃점에서 산안고개로 하산하기 시작한 부분까지

산안고개에서 상동주차장까지.
산안계곡으로 내려가는 2km는 울창한 숲과 협곡형 지형으로 GPS수신상태가 불량하여 고저도에 반영하지 않았음. 따라서 위의 2개 고저도의 거리합계에 2km를 더한 것이 오늘 산행거리임.(산안고개에서 약간 방황한 것은 -300m정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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