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게시판2009. 2. 27. 11:03
 
정상에서 본 명지2봉


심설산행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기온이 큰폭으로 상승하고 이제 큰 추위는 없을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보면 이번 겨울도 끝나가는 듯하다. 누구든 명지산에 간다면서 서울에서 9시에 떠난다면 그가 제대로 산행을 하기는 어렵다. 물론 익근리를 깃점으로 한 산행을 말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집에서 출발하여 2시간안에 명지산입구에 도착하기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11시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면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해도 5시 아니면 6시에 산행을 마치기 십상이다. 적어도 6시간 아니면 7시간이 걸리는 것이 명지산이다. 어제 나의 경우는 11시에 시작, 7시 15분에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얼음이 그득한 명지폭포아래 계곡안으로 들어가 명지폭포를 보고 올라오는 시간이 덤으로 보태어졌다. 이 계곡엔 사람이 들낙거리는 흔적이 별로 없다. 만들어놓은 코스길(계단길)을 이용, 명지폭포부분만 떼어서 구경하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폭포구역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가거나 폭포 아래 300여m 지점에서 폭포까지 올라오는 구간은 거암과 소가 번갈아 나오는 살벌하기까지한 곳이다. 바위와 물사이를 건너뛰거나 횡단하여야 하며 물이 마른 돌팍댐을 간신히 올라가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나마 요즘 같은 갈수기엔 그런대로 다닐 수 있으나 물이 불어나면 위험한 곳이 될 가능성이 큰 곳이다.
오늘(2009.2.26)은 날이 포근하여 명지산입구로 들어가면 불어오던 쨍한 겨울바람은 온데간데 없다. 비다운 비가 온지 오래 되었는데도 계곡의 수량이 눈에 띄게 불어있다. 겨우내 얼었던 두터운 얼음이 녹고 있었고 개울은 노래소리를 회복하고 있었다. 얼음이 풀리는 계곡 명지산 계곡은 참 아름다운 계곡이다. 소와 와폭이 계속되는데다가 암반이 거의 이어지다시피한다. 그러나 해발 600m를 전후하면서 개울물소리도 다시 침묵에 잠긴다.
폭포를 구경하고 올라오니 양지쪽의 흙길은 완전한 진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길은 돌길이어서 진창을 귀찮아할 겨를이 없다. 오늘은 능선길인 화채봉길로 명지1봉(1267m)에 올라갔다가 정상을 지나 2봉(1250m)쪽으로 가다가 나오는 하산길로 내려오기로 한다. 그러나 올라가면서 생각하니 3시이전에 도착한 뒤 그냥 내려오기에는 심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1봉과 2봉의 갈림길(전에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에서 2봉쪽으로 가기로 한다. 어차피 눈길이라면 2봉쪽 응달이 심설일 가능성이 크기도 했다. 게다가 2봉을 거쳐 5시경 정상(1봉)에 도착하면 바로 일몰을 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나왔다. 나는 일몰시간이 5시 20분전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GPS를 보고 일몰시간을 체크하니 6시 12분이라고 나와 있다. 그사이 해가 1시간이나 길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갈림길 부근엔 개울이 넘치면서 얼음이 얼어 횡단포인트를 놓치고 그냥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와서 얼음계곡을 횡단한다. 개울횡단지점부터 명지2봉-백둔봉 능선안부까지는 굉장한 급경사이다(개울고도 720m정도에 안부고도 1120m이므로 고도 400m를 급경사로 올라야한다). 급경사에다 얼음과 눈이 뒤섞인 길이라 아주 미끄럽다. 막연히 길찾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줄잡아 3개팀정도가 이 길로 내려오고 있었다. 1봉-2봉을 거쳐 하산길의 막받이를 통과한다고 보면 적어도 8시를 전후하여 산행을 시작했던 팀들이 아닌가 싶다. 옛날에는 이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진 모양이다. 이 코스에서 안부에 오른뒤 2봉까지 가는 길은 아직 심설이 그대로있는 한겨울의 모습이다.
 
명지폭포아래의 계곡 풍경

명지폭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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