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8. 31. 21:20
몰운대

위치: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몰운리
드라이브웨이:서울-성남이천산업도로-이천IC-새말나들목-방림-평창-정선-동면(화암면)-
화암약수-몰운대:242km

가리왕산 갈림길의 소나무와 닮은 몰운대 등산로의 송림. 측면에서 본 설암. 등산로에서
조금 내려가면 암탑정상에 갈 수 있다.길에서 본 설암.
8.29일(어제)정선에 갔다왔다. 동강을 지나 정선으로 들어가는 고개로 올라가면 가리왕산으로 가는 길과 분기되는 곳이 나온다. 그 분기점위 솔치재 고개 언덕의 송림은 드디어 정선에 왔구나하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말하는 정선은 단순히 우리나라 중동부내륙에 위치한 강원도의 한 지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선에서 필자가 경험한 모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동의 엑기스로 만들어진 '이상향'이라는 뜻이 더 강하다. 대나무같이 족족 곧은 줄기의 송림은 도시인근에서는 볼 수 없는 어떤 신선함으로 충만해있다. 이곳의 바람, 공기, 햇빛, 물은 푸르게 빛나는 이 송림의 소나무 가는 침엽하나하나에도 스며있는 듯하다. 우리에 갇힌 동물과 같은 어딘지 피로해보이고 털이 고르지 못하고 눈에 광채가 사라진 것 같은 도시의 나무가 아니라 야생의 들판에서 먹고 싸우며 살아가는 야생동물처럼 강인하면서도 생기발랄하고 털에 윤기가 흐르는 그런 나무같다. 시인이 아니라 적절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지만 곁에서 이런 나무들을 보며 살 수 있다면 신선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은 그런 송림이다.
정선의 조양강은 꽤 수량이 많다. 어느해 조양강물이 바싹 말랐던 때 정선에 왔던 적이 있어서 그때의 썰렁했던, 정선이 전혀 정선같지 않았던 기억을 상기하며 잠깐 내려 강물을 바라본다. 정선에서 화암약수까지는 20km남짓되는 거리다.
오늘은 몰운대산행을 하려고 정선을 찾았다.
몰운대는 산이 아니다. 정선군에서 화암약수에서 몰운대까지 등산로를 만들어 개울가 도로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몰운대-소금강-화암약수까지의 경관을 위에서 볼 수 있게 만든 등산로이다. 오래전에 화암동굴과 화암약수며 광대곡을 경험하면서 몰운대와 소금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잊지 않았던 필자는 이 등산로가 있음을 알고 오르기로 맘먹고 있었던 차였다.
정선에서 동면(화암면개칭)으로 가려면 태백시의 대덕산(대덕산1307m과 금대봉사이에 한강 발원지 검룡소가 있다) 서쪽에서 발원한 어천을 따라가야 한다. 이 하천은 몰운대와 소금강의 비경을 빚은 아름다운 하천이다. 어천이 서북쪽으로 향해 흐르다가 화암동굴부근에서 큰 지류를 합류하면서 수량을 부풀린 다음 화암동굴 북쪽에서 크게 반원을 그리며 서쪽으로 방향을 바꾼뒤 정선읍으로 향해가서 읍 남동쪽에서 조양강과 합류한다. 정선에서 화암동굴, 화암약수, 몰운대로 가는 길은 이 어천을 따라 난 424번도로를 이용하여 화암팔경의 대부분이 있는 동면(화암면)소재지로 가는 길이다. 물론 화암면소재지까지는 임계로 빠지는 421번도로도 이 길을 이용한다.(화암면이 분기점이다) 정선이 이미 해발 300m정도 되고 동면으로 들어가면 평지가 곧 해발 500m 선이 된다. 화암동굴갈림길을 지나면 화암약수 갈림길이 나온다. 주차장옆에 등산지도 입간판이 있고 등산로가 보인다. 길 상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로 산행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듯 또렷했다.
(이상 게시판중복)
등산로는 화암약수주차장-금강대-신선암-설암-신선대-비선대-한치마을까지로 등산로의 총길이는 8.6km정도 된다. 등산로에 들어서니 경사진 산길옆에 온통 야생화가 소담스레 피어있다. 물봉선이 제일 많았다. 조금 올라가면 정선입구 솔치재고개의 언덕받이를 빛내던 송림을 옮겨온 듯한 아름다운 솔밭이 나온다. 거침없이 죽죽 자란 소나무는 미끈한 각선미를 뽐내는 중이다. 곁가지가 거의 없다시피 위로만 뻗어올라간 소나무숲은 경이적이다. 짐작컨대 해방이후에 심은 나무들인 듯하다.
송림은 신선한데다 오늘은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북동풍이 불어 소나무둥치가 흔들리는 모양을 보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화암약수의 해발고도가 500m를 넘으므로 능선까지 올라가는 고도는 채 200m도 안될 것 같다. 선선한 바람에다 피톤치드가 있는지 상쾌하기 그지 없는 공기를 마시며 올라가면서(실제로 길의 일부에 '피톤치드길'이라는 코스명이 붙어있다.) 속으로 역시 '정선만한 데가 드물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가리왕산의 야생화와 소나기를 맞으며 밤12시에 동굴을 찾아 거기서 조난전화를 하며 비를 피하던 일이며, 장구목이의 이끼계곡, 천상 화원 같은 중왕산의 작은 꽃들, 오대천 지류 단임천의 맑은물, 봄철 백석봉의 생강나무꽃, 옥갑산의 설화, 노루를 얼핏 목격한 중봉산록, 노추산, 맹하인데도 구절리가는길의 자개골의 깜짝놀랄만치 차갑던물, 역광에 흔들리던 민둥산의 억새, 골지천가에서 하룻밤자며 밤새 물소리에 보채던 일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정선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은 비록 '한국의 산'의 운영자이지만 자신이 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점이다. 내가 찍은 사진의 거의 40%는 물과 계곡, 계류와 관계가 있지 않나싶다. 정선을 좋아하는 것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기 때문이다.
송림은 끝은 능선이었다. 능선위에서는 북동풍이 꽤나 세차게 분다. 오늘 긴소매를 가져왔기 망정이지 고생할뻔 했다. 하지만 피치를 좀 올리면 다시 땀이 나곤한다. 능선에는 '솔밭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앉을데와 데크등이 만들어져 있었고 소나무 사이에는 해먹이 몇개나 설치되어 있어서 올라가 누워본다. 바람에 높은 소나무가 둥치가 흔들릴 때마다 그 움직임이 등허리에 전해져온다. 다시 "정선만한 데가 없지.."를 곱씹는다. 쉬었다가 다시 길을 가는데 능선봉으로 올라가는 어귀에 이정표가 서있다. 바로 올라가면 민둥산이 7.6km라고 한다.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했다면 아마 민둥산으로 갔을 듯싶다. 그래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산행기를 쓰고 있지 않을까?
몰운대 등산로는 이 지점에서부터 산복길로 길이 나 있다. 산복길은 약간의 오르막내리막이 있지만 마지막 부분인 한치마을로 내려가는 길 이외에는 대체로 평탄한 길이다. 신선암, 설암, 신선대, 비선대등 암탑이며 단애가 산의 중간아래 비슷한 높이(등고선)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산로에서 이 암탑조망대에 접근하기 쉽도록 등산로를 냈다. 참고로 길에서 가까운 신선대는 등고선으로 계산해보니 280m의 높이를 보였다. 높이가 784m이므로 신선대 단애의 높이가 그정도 되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개울이 흐르는 평지의 높이가 500m안팎임을 계산하면 높이는 금방 나온다. 적어도 260m는 될 것 같다. 엄청난 높이다. 화암약수에서 몰운대건너편 능선까지에 이르는 긴능선을 가진 산의 높이는 929.7m이다. 그러므로 대충 이 산의 200m 아래에 등산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등산로를 그 이하의 높이에다 만들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이하의 높이에는 급경사바위지대나 단애가 형성되어있는 데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면 이들 바위는 숲이 우거지면서 조망폭이 점차 줄어드는 게 안타까웠다. 보기 싫지 않을 정도로 조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이들 암탑이나 단애의 윗부분은 좁으나 비교적 평탄하여 올라서기는 쉽다. 하지만 아래는 최대 200m를 넘는 높이의 단애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실제로 올라간 사람도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주흘산 주봉처럼 중간에 돌출지대가 있어서 떨어져도 큰사고로 이어질 염려는 적은 형태의 단애와는 달리 이곳 단애는 윗부분이 오버행을 이루고 있어서 떨어지면 비행장치가 없는한 중간에 걸릴만한 데가 전혀없다. 안전장치를 하기도 쉽지 않을 듯했다. 바위가 강하지 못한듯 해서다. 하지만 이들 볼거리를 어떻게든 접근을 쉽게하고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게 과학적으로 결구할 수만 있다면 폭발적인 관광자원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솔밭쉼터를 뒤로 하고 산복등산로로 들어서서 가는데 숲사이로 낯익은 산이 하나 나타난다. 각희산이었다.(얼마전에 이 산의 지도를 그려 게시판에 올린 바 있다) 굉장히 험준한 산일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꽤 순해보인다. 높이는 1083m이지만 이곳 평지의 해발높이가 500m안팎이므로 등산해야할 고도는 600m가 채 안된다. 경기도의 1000m대산과 비교해서는 안된다. 산복등산로의 첫번째 바위지대는 길에서 조금 내려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신선암이었다. 단애에 접근하기전에 네모난 바위들이 절개되어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형태의 바위들이 먼저 보인다. 이런 모양은 가장 볼만한 암탑이었던 설암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조망도 신선암에서는 건너편에 설암이 보이거나 까마득한 아래쪽에 얼핏 도로가 조금 보이는 것이 고작이어서 좀 불만스러웠다. 높은 단애를 조심하라는 소규모의 플래카드가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나풀거리고있다. 신선암을 뒤로 하고 다시 본등산로에 올라와 길을 재촉한다. 얼마 안가 설암이 나온다. 설암은 신선암처럼 많이 내려가지 않아도 되었다. 직육면체의 네모난 바위들이 거대 말뚝처럼 여기저기 박혀있는 듯한 목(접근로)을 지나 평탄한 곳에 올라서니 주위에 나무가 몇그루 있긴 해도 조망이 시원하다. 헬기장의 한 60-70%정도 되어 보이는 넓이인데 나무가지를 붙잡고 라도 아래를 내려다볼 수가 없다. 그만치 무시무시하게 높고 나무가지가 나를 붙잡아 줄 것 같지않았다. 나중에 길바닥에 내려와서 올려다 보니 꽤나 볼만한 거암이었다. 몰운대지역의 다른 단애들이 산의 한 얼굴(페이스 또는 명)인데 비해 설암은 독립적인 바위같아 보인다. 물론 산 중심과 연결되어 있는데도 밑에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
설암에서는 신선대가 훤히 보인다. 신선대는 어천과 어천 옆의 도로쪽으로 뻗어간 능선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이 거대한 단애는 오랜 옛날 하나의 능선이 하천에 의해 잘려나간 흔적이 아닐까? 신선대로 가려면 가던길을 버리고 능선을 따라 단애까지 가야한다. 도로와 개천쪽으로 뻗어가는 지능선이기 때문이다. 단애는 한쪽을 빼고 세방향이 모두 단애로 되어 있다. 나무들이 있고 그중엔 고사목이 더러 있지만 시원하게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북쪽을 내려다보면 도로가 반원을 그리며 오른쪽으로 휘돌아가는 곳이 보인다. 산모롱이에 살짝 가려져있지만 가게가 하나 보인다. 가게옆 개울 건너편이 소금강이다. 소금강은 독립적인 바위라기 보다는 능선한쪽 넓은 페이스가 깎아지른 단애로 이루어진 곳이다. 아까 올랐던 신선암과 설암도 보인다. 신선암은 여기서 봐도 나무들에 뒤덮여있어서 답답해보인다. 그대신 설암은 한쪽 페이스가 완전히 노출되어 있어서 보기가 좋다. 하지만 올라갔을 때의 느낌보다는 규모가 커보이지는 않는다.
사진:신선대에서 내려다본 어천과 424번도로. 정선-화암약수-몰운대-백전도로이다. 단애의 높이는 160 여m 된다.

사진:감추어진 단애.

사진:신선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뒤에 보이는 높은 산이 각희산
신선대부근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조망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되돌아나와 본 코스로 걷는다. 조금 뒤에 비선대가 나왔지만 역시 나무에 많이 가려져 조망을 즐기기는 어려웠다. 숲사이로 보니 동네가 하나 시야에 들어온다. 단애가 없는 밋밋한 능선이 동네 뒤까지 뻗어있다. 그게 하산길이었다. 단애와 절벽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다가 내려갈만 하니까 동네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넓은 터가 있더라도 절벽아래에 집을 짓지 않는다. 산을 빙 둘러 절벽이 있으면 그 산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동네사람의 생활과는 어떤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 밋밋한 능선과 그 위의 능선길이야말로 마을사람들이 산과 대화하는 채널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는 곧 경운기가 들어올 정도로 넓어지고 있었다. 그 마을 이름이 한치였다. 몰운대로 가려면 한치마을에서 도로로 나와 오른쪽 낮은 능선끝 솔밭지대로 들어가야한다. 몰운대는 솔밭끝머리 단애위에 있었다. 한치마을에서 정선으로 가는 버스는 6시이전에는 매시간마다 있으므로 교통이 불편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필자는 화암약수 앞에서 버스를 내려 화암약수주차장(1.6km정도된다)까지 가서 차를 가지고 나와 몰운대로 간다. 몰운대를 보고 되돌아가며 소금강이며 길가 기암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구경하며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한다. 몰운대의 위치는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단애위 평탄한 바위지대였다. 새로 지은 정자가 하나 있었는데 물론 옛날에도 있었을 것이다. 몰운대 아래 개울 건너편엔 꽤 넓은 산간평야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거기엔 비닐 하우스가 가득히 들어차서 몰운대의 주변분위기가 "이상적"이지는 않아보인다. 하지만 옛날에도 정자는 동네와 자연의 경계지대에 있었던 건물로 한량들이나 지주가 한편으로 자신의 땅을 바라보거나 혹은 감독의 눈으로 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단애아래를 흐르는 맑은 개울을 보거나 멀리 산록의 숲을 보며 시를 짓거나 하던 장소이니 현대에 와서 풍경이 달라졌기로서니 탓할 바가 아니다. 더구나 요즘 한량들은 한가하게 정자에 앉아 풍월을 읊거나 하지 않고 SUV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명소에 와선 똑딱이로 가족과 함께 사진 서너장을 찍고 금방 떠나버리는 속성이 있다.

사진:몰운대

사진:몰운대와 정자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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