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10. 15:53
백덕산 1350m


높은 능선과 봉우리는 암봉, 암릉으로 되어 있으나 1000m이하의 산록은 육산. 계곡은 영월군 수주면쪽이 발달해있으며, 수주면 법흥사에는 우리나라 5대적멸보궁의 하나가 있다.

위치: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 영월군 수주면
드라이브 코스:서울-곤지암-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새말-안흥-운교리 

2005-02-19                       최근산행

백덕산 1350m - 강풍 휘몰아친 극한 심설산행 정상부는 암산, 능선은 육산 제일급 심설 산행산

사진: 운교리의 겨울 풍경. 운교리 평지는 서울검단산 높이정도로 높은 해발 620m-680m에 이르는 산간 분지이다.


지난주 서울 지역에 눈다운 눈이 내리면서 백덕산을 머리에 그렸다. 이번 강설이후 서울의 설경도 볼만했다. 관악산, 북한산의 원경을 오며가며 보느라니 매년 한두번은 제대로 된 설경을 경험하면서도 새삼스러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와 함께 작년 이맘때 백덕산산행에서 눈다운 눈을 보지 못해 기분이 썰렁했던 기억이 상기되었다. 길이 미끄러울 거라고 짐작하고 전재(새말나들목에서 안흥으로 가는 고개)의 꼬부랑길을 돌아올라가는데 적설량은 기대한 것보다 적은 듯했다. 그리고 길은 깨끗했다. 매화산 산록은 영하10도의 추위속에서 투명하도록 아름다웠다. 역시 겨울엔 눈이 와야 산이 돋보인다. 요즘은 눈길을 치우는 것은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얼마전 둔덕산으로 갈 땐가 검단산 갈땐가 정확한 것은 알수없으나 거대한 염화칼슘 살포차가 한번 지나가니 흩뿌리던 눈은 금방 흐물흐물 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흥에서 초콜렛을 사고 백덕산으로 가는데 문재터널을 통과하니 길가에 버스며 승합차가 즐비하다. 산꾼들이 준비를 하고 능선을 향해 줄을 지어 가고 있다. 약간의 고도라도 챙기면 산행이 수월할 것은 정한 이치일 것이다. 그리고 능선의 심설을 즐기기에 문재에서 정상까지 5km(직선거리)는 이를데 없이 아름다운 설릉이라는 것은 백덕산의 이름이 눈에서 유래했듯이 이미 정평이 나있다. 2월하순에 심설을 꿈꾸며 백덕산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계절적 특성에도 우리산꾼들이 유의한다는 점을 잘 말해준다. 이 코스를 몇 번 씩 오르내렸지만 폭설을 만났던 기억(아마 30년쯤전)이 감미로운 꿈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신선한 눈길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우선 차를 대놓고 올라가기로 한 곳은 운교리다. 작년에 보았던 썰렁한 설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고 싶어서다.

백덕산은 겨울철에 인기 있는 산이다.

사진:운교리의 겨울
작년 3월초 백덕산 산행때 (예년에 비춰 3월초가 최심적설기이다)에는 눈이 적고 그나마 대부분이 녹아 백덕산은 눈의 산 백덕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허전함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던 것은 겨울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금년 2월19일 아침은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되는데다가 강풍이 부는 차가운 날씨였다. 이런 추운 날에도 산에 가느냐는 핀잔을 들어도 싼 날이었다. 하지만 산꾼에게 추운 날이 어디 있나. 오히려 너무 더워 땀을 어떻게 배출하느냐가 동계산행의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요즘은 옷이 좋아 바람을 피하는 것은 쉬운 일이 되었다. 그러나 방풍에 신경 쓰다 보면 몸에 생기는 땀을 배출하는 방법이 문제가 된다. 19일은 추웠지만 이틀전에 서울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기 때문에 백덕산에도 눈이 좀 쌓였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그래서 토요일 백덕산을 가기로 했던 결정은 눈의 산 백덕산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을 내려서서 보아도 치악산에는 지난번 매화산을 올랐을 때보다 특별히 눈이 많이 쌓여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재(새말에서 안흥으로 가는 길목의 고갯길)를 올라가는 고부랑길가에도 눈이 많이 온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아 백덕산에도 작년과 같은 눈가뭄이 올해도 그대로가 아닌가 싶었다. 단지 응달이긴 하지만 매화산 산록에는 하얀 눈이 덮여 얼마전 매화산과는 전혀 다른 산처럼 보였다. 겨울 산은 역시 눈이 와야 아름답다.
사진:설릉의 소나무숲
 안흥을 통과하고 문재터널을 지나 운교리로 내려가는 길가에 주차한 몇 대의 버스에서 산꾼들이 내리고 있었다. 줄을 지어 능선을 향해 가는 사람들도 있다. 문재에서 사자산-백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심설산행의 요람이다. 능선도 길고 문재에서 올라가니 힘도 덜들어 겨울하루 심설산행의 추억을 만들기에 이만한 능선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재에서 백덕산으로 가는 사이에 폭설이 내려 힘든 산행을 했던 기억도 있고 처음 백덕산 심설산행을 하던 후배는 같이 온 아가씨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기도 했는데 지금도 만나면 그때의 심설산행이 좋았다고 말하곤 한다. 어쨌든 문재터널이 하나의 경계선이 된듯 하얀 설국이 기다리고 있다. 운교리골짜기의 산록과 전답, 숲에는 빈틈없이 하얀 눈이 쌓여 있어서 설국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운교리 평지의 해발높이는 웬만한 평지의 고산(서울 같으면 검단산657m)수준인 620m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운교리에 내려서니 매서운 바람이 쌩하니 달려드는 게 예사롭지 않다.
오늘은 특별히 바람이 강한 날이라는 점에서 준비를 톡톡이 한다. 산행코스는 작년에 올랐던 그길 그대로 올랐다가 작은 당재에서 내려오기로 한다. 길가 고추밭에 서있는 커다란 장송 한 그루가 삭풍이 몰아치는 들판에 굳굳하게 서 있다. 그 아래는 온통 백설의 캔버스다. 장송위는 코발트 빛의 하늘이 자리잡고 있다.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다. 오늘도 계곡쪽으로 들어가 당재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다. 왼쪽 능선을 향하여 오솔길로 들어서니 눈이 꽤 깊다. 10cm는 될 것 같다.이 능선은 사자산-삼거리(사자산에서 뻗어온 능선과 운교리로 뻗은 능선이 만나는 지점)능선보다도 고도가 높다. 조금 올라가면 울창한 송림이 나온다. 아이젠을 했지만 건설(마른눈)이라 미끄럽다. 송림과 그 바닥에 깔린 눈은 겨울의 산능선이 베풀어 주는 최선의 그림이다. 푸른 소나무와 흰 눈처럼 서로 어울리는 소재는 없다. 산꾼이 산의 정기에 매몰됨을 느끼는 첫번째 경관이다. 마치 온몸이 정화의 과정에 잠시 전율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올라갈수록 눈은 깊어지고 미끄러움은 더해간다. 당재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 강도가 높아간다. 1시간만에 임도에 도착하여 급경사를 올라가면서부터 길은 군데군데 무릎까지 빠지는 일이 잦아진다. 강풍이 사막의 모래언덕처럼 눈을 몰고 다닌다.풍속에 따라 눈이 쌓이는 깊이가 시시각각 달라진다. 산길을 찾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강풍이 만만한 곳의 눈을 쓸어다가 능선 날등의 길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일종의 눈파도위를 걷는 형국이다. 파도가 갈기를 세운 곳에서는 발이 무릎까지 빠진다. 강풍이 불면 눈가루가 뽀얗게 일어나면서 가지위에 앉은 눈이 펑펑 쏟아지곤 한다. 오늘 이 눈가루가 얼굴을 때릴 때 상당히 아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약간 평탄해지고 다시 급경사로 바뀌었다가 평탄해지는 과정을 되풀이하면 거목 신갈나무가 많은 펑퍼짐한 숲속길로 들어선다. 경사진 맞바람 부는 산록보다 능선이 완만한 곳에 눈은 더 깊이 쌓여있다. 이제는 모든 길이 거의 무릎깊이의 심설에 뒤덮여 있다.

사진:주능선 삼거리로 가며
 어느 사이엔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자산-삼거리 능선은 이제 고도가 지금 올라가고 있는 능선보다 고도가 훨씬 낮아져있다. 임도에서 다시 한시간이 지난 뒤에 헬기장에 도착한다. 마침 내려오는 사람들이 발자국을 만들어놓아 거기에 맞춰 발을 끼우며(?) 올라오느라고 힘이 좀 덜 든 셈이었다. 헬기장은 먹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었다. 평창쪽 산사면엔 바람도 잦아들고 백덕산 주봉을 위시한 3개의 봉우리가 보이는 곳이라 조망도 좋아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더운 물이 없으면 점심을 먹는 것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도시락이 얼음덩이가 될만큼 혹독한 날이었던 것이다.


사진: 추위와 강풍에 내몰리는 산꾼들
헬기장은 먹골이나 운교리로 내려가는 길목이라 금세 장터처럼 붐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리로 몰려온다. 문재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하산길로 먹골이나 운교리를 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엄청난 바람속에 퍼질앉아 먹거리를 펼쳐놓고 먹는 사람도 있다. 춥다는 소리가 거의 모든 사람의 입에서 터져나온다. 점심을 먹고 사자산-백덕산 주능선과 만나는 삼거리로 향하는데 정상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제 얼굴색이 아니다. 푸르죽죽한데다 고통스러운듯 일그러져있다.쉴새없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 터라 더 고통스럽다. 옷깃을 여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옷깃안에 집어넣었다가 꺼내곤 했기 때문이었다. 헬기장에 도착했을 때는 카메라가 얼어 작동이 안되는 상태였고, 무비는 이미 얼어 돌아가지 않는다. 바람을 막을 안면모는 이런 날을 위해서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 소백산은 어떨까? 백덕산이 이정도라면 소백산은 엄청날 것 같았다. 광풍이 숲의 나목가지에서 단말마의 소리를 낸다.
이날 소백산에서 인명사고가 난 것을 안 것은 3월초순 친구들과 함께 아차산을 오를 때였다. 지난번 비로봉-국망봉 산행때도 모자챙에 닿아 와류를 일으킨 바람이 광대뼈를 얼려 부스러뜨리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날은 평범한 겨울날씨였는데도 그랬는데...
헬기장에서부터 설화가 볼만해졌다. 헬기장 한켠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정상을 넘어온 바람이 백덕산 정상 남쪽 산록 허공에 갑자기 바위산을 넘어온 광풍이 돌개바람을 일으키면서 눈가루로 하얀 원을 만들고 있었다. 작년인가 치악산 심설산행때 본 낯익은 광경이었다.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는 단단하던 원(눈)이 헤실헤실 풀려 허공에 비산하는 순간이었다. 아쉬웠다.
이런 초강풍속에서도 백덕산을 찾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거의 장사진 수준이었다. 운교리에서 헬기장까지는 2시간 30분이 걸렸다.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간 가량이 걸린 2시 경이었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바위지대라고 해도 좋을 산길이다. 정상에 도착한 것은 2시 20분이었다.설경은 정상바로아래 산록과 그 아래 골짜기가 가장 볼만했다. 금년에 본 것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설화였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설화가 핀 가지 아래서 하늘을 보고 있으면 잠시 환상의 나라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맞은편 봉우리는 완전히 눈속에 파묻혀 있었고 내려다본 백년계곡 산록의 설경도 인상적이었다. 폭풍에 가까운 바람은 후드를 벗길 정도로 강력했으나 후드를 벗으면 금방 머리가 얼어버릴 것 같았다. 이즈음 초강풍은 부분적이나마 하늘을 흐리게 하고 눈발을 뿌리는 것이 목격되었다.대설원이 있는 가리왕산같은 산은 오늘 볼만할 텐데 그런 먼 눈발에 가려 전혀 볼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정상의 좁은 공터옆에 선 마른 나무 고갱이에 하얀 눈꽃이 바람을 따라 수직으로 들어붙어 있었다. 그 가지 뒤에서 내려다 본 평창쪽 산록의 심설은 기억에 오래남는다.정상의 남쪽 산록의 눈은 대부분 바람이 쏟아부은 모습이 확연해보인다. 내려올 때는 삼거리에서 당재까지는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산행이 쉬웠다. 골짜기엔 눈이 많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 충분히 럿셀이 되어 있었기에 불편한 게 없는게 오히려 불만이었다.

큰지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계속되는 산행기를 구독하시고 싶으시다면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