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4. 29. 11:35

포성봉 933m - 백화산맥 주행봉-포성봉 능선산행 암릉과 철쭉, 조망과 산의 정기에 취하다
2004.5.1


능선한쪽이 대단애를 이룬 채 거의 8km나 이어지 는 산

25000분의 1 지도만 보아도 유난히 시선을 끄는 산이 있다. 등고선이 아주 조밀하여 부근의 산들에 비해 확연히 구분되는 산이 그런 산이다. 이런 산들은 단애가 발달해 있어 그만큼 경관이 수려 할 가능성이 있는 산이다. 지도상에선 산이 높다고 주목을 끄는 것은 아니다. 가령 정선의 가리왕산은 1560m 가 넘는 산이지만 지도에서는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등고선이 조밀하다고 해서 꼭 주목을 끌지 는 않는다. 영동 마니산이 들어있는 "심천" (25000분의 1) 지도를 보면 조밀한 등고선이 가득하여 단애와 암 봉 암릉이 많은 산악지대임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이곳에는 경관도 수려한 산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산의 규모가 작아 실제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그 규모가 작고 지형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서(牟西)"(25000분의 1지도. 경북 상주시 모서면을 의미)지도를 보면 단박에 시선을 빼앗는 조밀한 등고선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단순히 조밀한 등고선이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조밀한 등고선의 한쪽(서북방향)이 동일한 방향으로 약 8km에 걸쳐 거의 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뻗어있기 때문 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지형은 보기드문 지형이다. 산줄기의 한쪽이 8km정도에 걸쳐 거의 동일한 형태의 단 애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산형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포성봉으로 가는 암릉에서 뒤돌아본 주행봉. 포성봉을 향해 출발한 지 1시간도 안된듯한데(실제로는 주행봉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47분이 걸렸다) 꿈속의 봉우리마냥 멀리 떨어진듯보이는 것 그것이 산행하 는 사람들에겐 무한의 산정기로 다가오는 것이다.엔도르핀이 나온다면 이때일지도 모른다.
능선산행의 백미 주행-포성봉능선..

사진:5.1일 백화산 포성봉..능선의 절경을 내려다보며

주행봉으로 올라가며 멀리 바라본 포성봉(망원사용)..

주행봉에서 본 골짜기와 산록의 면과 면

쇠물푸레나무꽃과 고목가지너머로 석천이 아득히 보이고..

정상에서 반야사로 내려오며 돌아보면 포성봉 스카이라인이 웅장하고..

백화산맥엔 꽃들도 다투어피네..철쭉,큰구슬붕이,팥배나무꽃

반야사부근의 산태극수태극

백화정사의 관음상음수대


기존 포성봉 산행기

백화산맥 주행봉-포성봉 874m- 933m 

위치:경상북도 상주시 모서, 모동면 -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교통편:서울-황간(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구미행버스 탑승 황간에서 하차), 서울- 황간(철도이용 서울에서 무궁화호탑승 열차시간 8.15분, 3.15분, 5.15분),황간-반야사, 황간-수봉리(황간읍에 서 모동행 버스이용, 우매에서 하차, 또는 수봉리에서 하차. 첫차 7시40분, 막차 8시40분. 하루 9회운행), 정 산저수지 코스는 상주에서 모서행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하루 3회운행(10시 2시 5시40분), 택시이용이 바람직 하다.
드라이브 코스:서울-경부고속도로-황간나들목-황간-반야사(210km)
숙박:반야사 아래 반야산장(043-744-6532), 같은 위치 옆집 숲속식당(043-742-8118), 수봉리쪽은 보현 사부근에 까치섬가든(054-531-3505)

문화재와 볼거리:금돌산성(김유신의 아버지 서현이 쌓았다. 삼국시대 백제-신라 쟁패의 현장. 현재 일부 복원), 반야사(고려때창건), 반야사 삼층 석탑, 문수전(석천과 백화산 조망이 뛰어나다), 옥동서원, 백옥정(주위의 경관을 완상하며 옛선비들이 시문을 짓고 읊던 곳)

코스:(1)보현사-용추-금돌산성-암 릉-정상-능선-방통재-보현사(원점회귀)
(2)잠수교-능선-주행봉-암릉-사거리-정상-남릉-반야사(원점회귀)
(3)모서면 정산리 정산저수지-안부-주행봉-잠수교, 또는 포성봉-남릉-반야사

코스개관:1.보현사-용추-금돌산성- 포성봉-능선-보현사:금돌산성 유적과 모서면 조망이 수려한 코스. 가을에 단풍이 아름다운 능선코스. 석천에 서 용추까지는 평탄한 큰길, 지계곡으로 들어가면서 협곡사잇길-금돌산성을 경유 주능선에 올라서서 정상으로 진행. 암릉에서 모서면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수려하다. 내려오는 길은 정상에서 금돌산성 맞은편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서 방통재를 지나 보현사로 가면 원점회귀산행이 된다.
2.잠수교-주행봉-포성봉-남릉-반야사:백화산의 대표적인 원점회귀산행 코스. 백화산맥의 두 축인 주행봉-포성봉을 연결하여 산행하면서 모서면 일대를 내려다 보는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고 정상에서 남릉을 따라 내려오면서 석천을 바라보고 석천옆 단애, 만경봉, 헌수봉의 가경으로 이루어진 백화산의 가장 수려한 경관을 즐길 수 있다.
3.모서면의 정산리에서 백화산능선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안부로 올라오는 코스. 모서면으로 향한 백화산줄 기의 장대한 단애를 보며 올라오는 점이 특징. 포성봉이나 주행봉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경관:백화산맥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으나 그냥 밋밋하게 뻗어 있는 것이 아니고 서쪽이 단애를 이루다시피하여 전체길이가 거의 8km에 이를 정도로 뻗어있어서 서쪽에서 바라보면 어느 산보다도 산형이 빼 어나다. 그러나 동쪽에는 속리산 아래 구병산 동쪽 백두대간 봉황산에서 발원한 석천이 남류하다가 백화산을 만나 발치를 파고들면서 만경봉과의 사이에 긴 협곡을 만들고 경탄할만한 석벽과 물구비를 형성하여 백화산 경관을 완성하고 있다. 따라서 백화산은 산도 산이려니와 백화산 발치의 석천 물구비와 석천이 만든 대단애와 감입사행이 필수적인 경관이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만경봉 아래의 석벽, 만경봉에서 바라보면 문수전 맞은 편의 석벽, 저승골좌측의 석벽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 독특한 산형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옥천나들목과 황간 나들목 사이에서 목격할 수 있다. 산의 모양과 함께 거의 나란히 놓인 큰길에서 2.5km에서 1km상거하여 솟아있는 백화산맥은 상주시 모서면의 평탄한 땅에서 처음 2km내지 1km거리에서는 아주 완만하게 서서히 높아지다가 산줄기 날등을 앞두고 고도400 m정도에서부터 벼락같이 높아져 장벽을 이루다 시피한다. 이러한 지형은 우리에게 시원하기 이를데 없는 고도감을 선사한다. 실제로 위험하기는 하지만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대놓고(이부분엔 보통 갓길보다 조금 넓은 여유가 있어서 차를 댈 수 있었던 것같았은데 지금은 확실치않다) 산줄기를 바라보며 감탄하기도 했고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포성봉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그 시원한 채감율에 의한 능선의 마무리는 마치 자기자신이 활강직전의 행글라이더를 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생생한 기억이 남아있다. 우리들에게 주행봉과 포성봉으로 알려져있는 백화산맥이라는 이름의 이 산줄기는 고향이 남쪽이라 경부고속도로를 뻔질나게 오고가던 시절 당연히 경부선부근의 가장 빼어난 산 중의 하나(하나는 통도사부근의 취서-신불산)로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상당히 오래전에 옥동서원쪽 방향에서 용추를 지나 협곡으로 들어선뒤 포성봉으로 올랐다가 금돌산성으로 내려오는 산행을 한적도 있다.
주행봉과 포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이러한 장벽과 같은 특성은 신라와 백제가 쟁패하던 시절 최상의 성벽으로 최전선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포성봉이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선을 이루고 있는 것도 한참 따져보면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곳의 북쪽이 충청북도가 아니고 남쪽이 충청북도라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다. 지형이 그렇게 돼있기는 하지만.

잠수교를 건너 산록으로 올라가며 산행시작

경부고속도로 황간인터체인지에서 상주,모동(면)쪽으로 방향을 잡아 북으로 올라가면 높지않은 고개가 나온다.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이번엔 삼거리가 나온다. 백화산과 우매리 쪽은 왼쪽 반야사 방향으로 들어가야 한다. 오른쪽 길은 상주, 모동으로 가는 길이다. 물론 옥동서원에서 석천을 건너 평탄하고 넓은 길을 따라 용추를 지나가면 포성봉으로 갈 수도 있다. 이 코스는 포성봉에서 동으로 전개된 계곡으로 들어가는 등산로로서 금돌산성, 대궐터, 보문사 터를 보려면 이길로 가야한다. 포성봉에서 주행봉을 거쳐 반야사로 내려오거나 금돌산성쪽으로 올랐다가 정상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옥동서원 건너편에 있는 보현사 뒤로 내려오면 원점회귀산행이 된다.
삼거리에서 반야사방향으로 들어가면 우매리로 가는 길이 다시 나뉜다. 반야사로 곧장 들어가면 반야산장등 숙박집이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면 석천(石川)을 가로지른 잠수교가 보인다. 석천은 속리산 아래 구병산의 동쪽에 있는 봉황산에서 발원한 하천으로 상주시 화서면, 화동면일부, 모동면, 모서면의 물을 모아 백화산줄기 아래를 훑어 내려가 황간서쪽에서 초강천으로 흘러든다. 초강천은 금강에 합류되는 금강의 지천이다. 봉황산은 백두대간의 산 이므로 석천은 추풍령에서 큰재,신의터재,화령재를 잇는 상주지역 백두대간의 서쪽의 물을 합수하는 하천이라 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초강천의 푸른 물과 천변의 푸른 초지, 그리고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백화산이 무척 어울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름에는 수량이 많아 옥동서원을 깃점으로 포성봉을 오를 경우 석천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반야사로 들어가는 길은 잠수교일대를 제외하고는 거의 포장이 되어 있고 주차장도 반야사주차장을 포함 두 군데나 있다. 잠수교를 건너 송림속에 차를 대놓고 주행봉을 올려다보면 874m의 주행봉과 그 옆암봉(855m)은 거칠기 짝이 없고 스카이라인도 험준해보인다. 5월 1일인데도 정상부근만 아직 연초록의 투명한 숲의 색깔일 뿐 중허리아래쪽은 완전한 녹음에 물들어있다.
주행봉으로 올라가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행봉으로 직접 올라가는 길이고 하나는 주행봉 서쪽 암봉(855m)으로 올라가 주행봉으로 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855m봉으로 가려면 석천을 따라 난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서 개울을 따라 들어간 뒤 개울을 건너 능선으로 올라서서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오늘은 주행봉으로 바로 올라가기로 한다. 잠수교에서 산행지도입간판을 지나 조금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보이고 리본이 무수히 달려있는 게 시야에 들어올 때 숲속으로 난 길로 들어서면 주행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숲은 곧 소나무가 많은 숲길로 되고 10여분 올라가면 능선으로 올라선다. 능선에는 참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대체로 완만한 산길이라 올라가기에 좋다 싶으면 조금 급한 경사로가 나타나곤 한다. 1시간 10분 정도 올라와 주위를 살피면 숲사이로 포성봉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상당히 멀어보인다. 직선거리로 2km가 넘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포성봉은 높이 933m에 걸맞지 않게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보인다. 백화산맥 포성봉 주행봉과 건너편 산인 헌수봉 과 만경봉 사이를 파고든 석천의 감입사행이 눈아래 펼쳐지는 조망도 숲언저리 바위위에서 조망할 수 있다. 건너편 봉우리가 만경봉인 것은 아무래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그곳에서 백화산맥을 바라보는 경관이 보통이 아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 석천이 포성봉-주행봉의 산능선받이를 깎으며 흘러갈 때 거기에 대단애와 물구비가 형성되어 만경봉에서 바라보면 더할나위없는 경관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경봉에서 석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은 반야사뒤에서 석천쪽으로 깊이 쑤시고 나가 물구비를 이루고 있는데 능선 끝 단애위에 문수전(절간이름)이 위치하고 있다. 이 문수전에서 바라보는 석천의 물구비 경관이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울 것 같다. 우측 상단에서 협곡을 빠져나온 물이 문수전아래 깊은 물구비를 돌아나가 뒤로 흘러나가는 모양은 가히 절경의 그것일 것임을 의심하기 어렵다. 이것은 포성봉에서 반야사로 내려오는 능선에서 본 이일 대 경관의 분석결과이다.

급경사를 올라와 바위턱에 다다르니 GPS는 이곳이 해발 660미터임을 알려준다. 산줄기의 서쪽 같으면 500미터 부근에서 단애가 시작되어 600미터쯤에는 거의 9부에 가까운 경사도의 산록으로 바뀌어있을 해발높이이다. 바위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좋다.

아래쪽에도 조망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암릉이 시작되는 이 지점이 괜찮은 전망대라고 할 수 있었다. S자를 그리며 산과 산사이의 협곡을 흘러가는 석천계곡을 내려다보는 조망도 아름답다. 그 위에도 조망대가 몇군데 있어서 올라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조망을 즐긴다. 오르막길의 경관은 아무래도 멀리 떨어진 포성봉을 바라보는 재미와 반야사쪽을 내려다보는 것이 주된 것이었다. 포성봉과 주행봉 사이를 파고 든 계곡은 꽤 깊어 보인다. 계곡을 향해 경사진 양쪽 산의 산록이나 지계곡은 녹음이 우거져 수해를 이루고 있다. 5월초의 싱싱한 신록이 풍성한 숲의 색깔을 형성하고 있다. 바위아래쪽에 쇠물푸레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옆에 고사목가지도 있어서 웬만한 꽃꽂이작품을 보는 것 같은 조망 포인트도 기억에 남는다. 꽃가지를 자를 필요가 없는 자연산 꽃꽂이에다 저아래 석천의 푸른 물, 그 건너 만경봉 능선 까지 보이니 그림이 따로 소용이 없다. 지난번 도락산 산행때처럼 요즘산엔 어디로 가나 쇠물푸레꽃이 많이 피어있다. 신록의 단계를 넘어선 참나무 숲사이에 간혹 분홍빛 철쭉이 피어있는게 눈에 띄는데 이런 빛깔의 철쭉이 얼마나 화사하고 청초해뵈는지 모른다. 황매산이나 바래봉의 철쭉은 철쭉이라기 보다 개꽃이라고 하는 진달래 종류인 듯했다. 빛깔이 참꽃이 피고난 뒤에 피는 개꽃이라는 것이었다. 지리산에서 박모씨라는 산악사진 전문가와 중봉에서 만났을 때도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12시 15분쯤 그러니까 산행시작 2시간 5분직전 주행봉 정상에 도착한다. 주행봉 정상에는 묘가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묘지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할미꽃, 양지꽃, 단애위 바위틈과 정상능선에 팥배나무가 자그맣게 자라 고 있는데 눈부시게 햐얀 네모진 꽃이 땅딸막한 키에 잎이 수북히 자란 애기나무였다. 큰구슬붕이라는 용담과의 작은 육모형꽃잎의 보랏빛이 살짝 비낀 꽃이며, 역시 보랏빛 제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그리고 비가 한번 오면 이번엔 어떤 꽃이 필지 아무도 모를 그런 싹들이 잔디밭 거죽 여기저기에 끝으머리를 비죽비죽 내밀고 있었다. 주행봉에서 보는 정상은 올라올 때 조망대에서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멀어보인다. 포성봉과의 사이에 무수한 작은 봉우리들이 어림되어 적당한 시간에 포성봉에 도착할 수 있을지 조금 불안하다. 점심을 먹고 1시 직전에 포성봉을 향해 출발한다.

주행봉으로 올라오며 포성봉과 주행봉을 잇는 주능선에서 가장 깊이 꺼져 있는 안부의 해발 높이를 멀리서 가늠해보니 아무리 높게 잡아도 600-650미터사이쯤 될 것 같았다. 이 정도라면 933미터인 포성봉까지 300여미터 를 다시 올라가기가 여간 힘들 것 같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거기까지 가는 길목엔 수많은 작다란 봉우리들이 솟아있다. 높이는 얼마 안돼 보이지만 게중에는 바위로만 돼있는 봉우리도 있어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에서 포성봉쪽으로 3분 정도 내려가면 암릉이 나온다. 암릉의 바위틈에 철쭉나무나 진달래, 아니면 참나무가 끼여 자라고 있어서 암릉같은 느낌이 강하게 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서쪽을 바라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암릉으로 나섰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모서면(백화산의 서북쪽)쪽의 단애였다. 뛰어내리면 행글라이드를 탄듯 먼 아래쪽 녹음이 우거진 비교적 평탄한 산록에 사뿐히 내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어쨌든 암릉의 바위들은 절리가 크지 않아 잡고 오르내리기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처음 나오는 암봉은 상어지느러미처럼 생긴 암봉이었다. 백화산 암릉에 상어지느러미바위가 있다는데 혹시 이 첫 암봉이 그 바위가 아닌지. 순수한 바위봉우리였지만 절리가 많아 별다른 문제없이 붙잡고 올라갈 수 있었고 피라미드처럼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급경사도 아니어서 올라가거나 내려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 었다. 이 봉우리와 멀리보이는 포성봉을 함께 넣어 사진을 몇장 찍는다. 주행-포성봉능선의 특성을 이처럼 잘 보여주는 장면도 없을 듯싶어서 였다. 능선을 자세히 보니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일단 조금이라도 솟아있는 것을 봉우리로 친다면 줄잡아 여섯 개의 봉우리는 될 것 같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절리가 미세한 편이라 바위를 잡고 암봉을 오르내리기에 안성마춤이다. 하나의 봉우리가 끝난 안부에는 양지꽃 군락이 있거나 다른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는 곳이 많았지만 능선에서 시간을 끌다가 해저문뒤에도 산행을 계속해야 되는 건 아닌가 싶어 걸음을 재촉한다.


큰지도

이 무렵 벌써 35장의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두사람이 보통속도로 산행을 하다가 한사람이 그 자리에 서 서 사진을 한장 찍으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내 계산으로는 평균 50미터정도 뒤쳐지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카메라를 꺼내 포인트를 잡고 앵글을 맞추는 일을 다하려면 50미터가 아니라 100미터정도도 뒤쳐질 수 있다. 여하간 50미터 뒤쳐진다고 치고 35장의 사진을 찍었다면 1750미터나 뒤쳐졌다는 얘기가 된다. 즉 사 진을 찍지않고 산행을 했다면 지금쯤 포성봉까지 갔거나 아니면 포성봉에 근접해있을 시간이라는 것이다.

피라미드 암봉을 지난 뒤 별문제가 없는 봉우리를 2개정도 지나고 네번째 봉우리가 암봉이었지만 그 역시 별 문제는 아니었다. 암릉에는 로프도 두어군데 설치되어 있었지만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암봉 다음의 안부에는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었다. 줄기딸기와 벌깨덩굴도 벌써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안부에 이르기전의 마지막 봉우 리는 육산이었으므로 쉽게 통과했다. 그러나 주능선 최저점 안부까지 내려가는 경사는 끝없이 계속되는 것 같 았다. 경사도 꽤나 급했다. 참나무숲 사이에 철쭉이 해맑은 분홍빛으로 피어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지 않았 으면 꽤 지루했을 것이다. 정확히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GPS로 614m까지 내려갔던 것 같다. 이때가 오후 2시 10분을 조금 지났을 무렵이었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지만 길은 암릉으로 올라가서 조금 진행하다가 나중에는 안부아래 우회로로 만 나 있다. 암릉길이 꽤나 험준한 모양이다. 생각같아서는 암릉으로만 가고 싶은데 오후 늦은 시각인데다가 오늘의 투명하지 못한 공기가 조망을 방해하는 것도 의욕을 꺾는데다가 금돌산성쪽으로 산행을 할 때 보았던 멋진 암릉에서의 조망이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이라 잡념없이 그냥 정상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오후의 남 쪽 산록은 햇볕이 강열하여 더울 지경이다. 정상에 오른 것은 오후 3시20분경이었다. 안부에서 정상까지 1시 간 10분이 걸린 셈이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좋지 않았다. 주위의 숲때문이었다. 하지만 금돌산성쪽으로 주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 보 아도 옛날에 보았던 그 암릉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내려가야 할 모양이었다. 숲속의 조망좋은 포인트를 찾아 모서면쪽 사진을 찍고 돌아나와 그늘사초가 파랗게 자란 능선을 따라 남릉으로 반야사로 향한다.

석천계곡 내려다보며 긴 능선의 조망을 즐기다

이 능선(남릉)은 주능선을 제외하고서는 백화산에서는 정상-방통재-보현사능선에 이어 두번째로 긴 능선이다. 또하나 주목할 것은 석천 우측에 솟아있는 만경봉능선이 100여미터정도 어긋난 채로 반야사앞에서 이 남릉선 과 서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경봉능선은 백화산쪽으로 파고 들고 백화산(포성봉)능선은 만경쪽으로 파 고든다. 어쩌면 태고적 이 두능선은 연결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물이 흘러나오면서 뚫린 것이 아 닌가 싶은 것이다. 이 부근 석천의 물구비는 장벽과 같은 단애아래를 흘러내리고 있다. 수류에 침식한 침식애 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능선은 경관이 끝내주게 좋다. 정상에서 10분정도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만 경봉아래를 훑어가는 수류, 그 수류가 만든 침식애를 까마득한 거리아래 펼쳐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만경봉 -헌수봉 스카이라인은 춤을 추듯 "얼씨구"하며 휘늘어지고 그 능선아래에는 단애와 급경사 너덜지대 아래로 푸른 물이 보인다. 마주 보고 있는 포성봉쪽 계곡은 어떤가? 이 계곡은 급경사 계곡으로 그 이름도 무시무시 한 저승골계곡이다. 사람이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중세때에 반도를 침노한 몽고군 이 이 골짜기에서 떼죽음을 당했다는 전설도 있다고 한다. 어떤 유능한 장수가 매복계를 써서 적을 유인한 뒤 에 저승골의 험을 이용하여 때려부순 모양이다. 백화산맥이 삼국시대의 전략적 요충지였듯이 전란이 발발하면 영남과 충청을 잇는 허리로 백화산맥은 그 전략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이 능선은 석천을 건너 반야사 북쪽 문수전 능선으로 이어져 만경으로 가서 수리봉고개에 이르기까지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는 도계(道界)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능선이 아름다운 것은 만경봉능선 과 만경봉 아래 침식애는 물론 포성봉쪽의 침식애때문에 능선에서 보는 석천위쪽의 경관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이다. 동강 백운산에서 동강을 내려다볼 때처럼 단애아래로 사행(蛇行)하는 석천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 이다. 강과 산줄기가 나란히 방향잡고 움직일 때 그 산줄기날등 위로 걸어간다는 것은 여간 기분좋은 일이 아 니다. 숲이 짙어 능선왼쪽이 단애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나무사이로 단애가 조금씩 보이 는 것 만으로도 강이 저아래 절벽아래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육감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다가 숲사이로 적당 한 전망대를 골라 한번 내려다보면 이곳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할 것이다. 이 능선의 대부분은 숲에 둘러싸인 준 암릉이다. 이 능선엔 군데군데 화사한 엷은 분홍빛의 철쭉이 피어 숲을 빛내주거나 약간 연초록 기가 은은히 스민 햐얀 목화구름같은 쇠물푸레꽃이 피어 그것을 앞에 두고 정상을 바라보면 아주 운치가 있다 . 녹음이 짙어가고 있는 활엽수나 소나무를 배경으로 수수한 분홍빛 화사한 철쭉이 피어있거나 쇠물푸레꽃이 피어있으면 시골길에서 풋풋한 청춘들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주봉에서 능선턱을 내려서면 처음 얼마동안은 암릉으로서 경사가 가팔랐다. 주행봉-포성봉사이의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만 그냥 능선으로 가는 길 을 택해야 능선경관을 즐길 수 있다.

숨이 멎을 듯한 경관을 만나다

비교적으로 평탄한 능선길을 가는 길가에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그 뒤 골짜기 넘 어 서남방향으로 주행봉과 포성봉으로 뻗어 오는 능선이 아름답다. 독립봉을 산행하는 것보다 겹산이나 봉우 리가 두개 이상인 산을 산행하면 눈이 즐거운 것은 이 주행봉능선이 효과적으로 설명해준다. 능선턱에서 정상 쪽을 뒤돌아보아도 시원한 정상경관이 끝내주게 아름답다. 그러나 이 턱을 내려가기 얼마 안되어 나는 숨을 멎게하는 듯한 가경을 보게 되었다. 단애와 같은 바위지대에 소나무숲이 무성한 사이로 석천이 바로 밭밑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동강 백운산 능선에서 동강을 내려다 보았던 거와 꼭 같은 경관이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단애성 산록 아래 전개되고 있었다. 이 경관 하나만으로도 오늘 이 기나긴 능선 산행을 해온 보람은 보상을 받고도 남았다. 낭떠러지형 바위가 있고 운치있는 소나무들이 멋진 가지로써 사진 프레임처럼 옆가장자리를 감싸고 그 아래 멀리 꼬부라지며 흐르는 석천강물이 푸르게 빛나는 경관만으로 도 무한한 값의 그림을 이루는데 그 위에다 만수봉-헌수봉능선에서 쏟아지듯 내리뻗은 산록과 능선과 골짜기 가 협곡을 이루며 이 그림의 나머지를 완성하고 있어서 가운데 강을 낀 채 협곡을 이룬 것을 내려다보는 이만 한 절경을 어디서 또다시 볼 수 있으랴 싶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한 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캐 논 카메라에는 raw방식으로 장면을 촬영 저장하는 기술이 있다. 보이는 것(카메라가 채집한 영상정보)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기술이다. jpeg방식은 화면내용을 축약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에 실제영상의 훼손이 불가피하 다고 한다. 그런데도 jpeg방식이 카메라에 많이 이용되는 것은 웹에 올리고 화면을 전송하고 하는데는 더없이 편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raw로 이 장면을 여러장 찍었다. 그러나 집에와서 보니 그렇게 찍은 사진도 그 당시 느꼈던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이 경치는 길가에 바로 펼쳐지는 경관은 아니다. 바위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고개를 숲사이로 내밀어야 한다. 그 만큼 고생을 해야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다.

정상에서 30여분 내려오니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반야사를 향해 내려갈 때 여러군데 절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야사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위에서 석천과 능선이 만들어내는 산태극 수태극의 가경 은 마지막 경관까지 사람을 죽이는 이 능선의 가공할만한 경관조망의 극치였다. 백화정사 뒤로 내려와 관음상 (음수대)앞에 섰을 때 그의 얼굴이 자비에 넘쳐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매우 목이 말랐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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