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게시판2009. 1. 31. 17:50
2006-7-22
봉화산 520m 강촌역 강선봉-검봉과 긴 능선으로 이어져, 그 기슭의 구곡폭포는 춘천의 명소

사진위: 강선봉에서 본 북한강 아래:문배마을부근의 잣나무숲
강우기에 이름난 폭포에 가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등선폭포, 개령폭포, 구곡폭포, 북호등폭포를 장마철중이나 직후에 본 감동은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나이아가라폭포가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구곡폭포를 구경하고 문배마을을 지나 임도에서 직접 연결되는 능선으로 봉화산에 올랐다. 말은 간단하지만 구곡폭포에서 문배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이지만 잣나무숲이 울창하여 그늘이 좋고 시원하다. 하지만 한여름 이길을 올라가는 일은 땀나는 일이다. 길은 경사를 감안하여 구불구불 구비를 이루며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다고는 할 수 없다. 숲길이 고개에 이르면 다시 고개 양쪽 능선을 뒤덮고 있는 울창한 잣나무숲이 능선의 다른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갖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이 무당고개의 바람은 시원하기 이를데 없다. 급경사 언덕이 바람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더웠던 것 같은 느낌이다. 땀 흘리며 올라오던 사람들이 모두 시원하다고 한마디씩한다. 여기서 실컷 시원한 바람을 쐬고 문배마을로 내려가 임도를 따라(봉화산으로) 가는 길은 더울 것 같지만 주위의 숲이 그늘을 만들어주어 시원한 감은 떠나지 않는다.


가다가 길가 그늘의 바위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한잔을 마시는 맛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한여름 고원(문배마을은 해발 400m 가까운 상당히 높은 지대다)의 숲가장자리 너럭바위에 앉아 숲그늘을 즐기며 한잔 커피를 마시는 여유는 정말 오랜만이다. 낮은 산에 갈 때는 이렇게 마음이 풍요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그렇게 하여 봉화산에 올랐다.

봉화산 정상 주변은 신갈나무류 숲이 울창하여 조망을 즐기기가 어렵다. 정상에서 나무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숲이 커졌나싶다. 날이 덥기는 하지만 그냥 하산하는 일은 더위를 피해다니다가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은 허접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그리고 봉화산에서 정상능선까지 올라온 임도가 있는 안부 건너편에 솟아있는 암봉은 강선봉에서 봉화산까지의 긴 능선중 유일한 암봉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그 암봉을 다시 올라가보고 싶어졌다. 그 암봉에서 어느해 섣달 그뭄 가까운 날 일몰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검봉-봉화산은 많은 사람이 찾는 산이지만 여름이라 그런지 주변의 초본류며 잣나무숲이나 신갈나무숲등이 꽤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봉화산에서 강선봉까지는 상당히 먼길이다.

최근의 숲산행에 재미를 붙인 터라 봉화산-검봉-강선봉능선에서도 초본류가 왕성하게 자라고 신록이 우거져 산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한여름 신선한 능선산행의 재미를 만끽하며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웃자란 숲과 풀섶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칫 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 다시 주능선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겪어 강선봉에서 산행을 끝낸 것은 일몰시간 직전이었다. 문제가 일어난 곳은 처음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서였다.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 잣나무가 우거진 능선이 나왔다. 나는 이 능선길이 무당고개로 가는 길인줄 알고 반대방향의 능선으로 갔던 것이다. 문배마을로 내려가면 아침에 왔던 길로 내려가버리므로 봉화산-강선봉 종주산행이 안된다. 한데 이 능선은 꽤 길어서 한참 가다가 내리막으로 변하는 것이 이상하여 주위를 자세히 돌아보려 하였으나 여름이라 잎이 무성한 나무가지들 때문에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점점 골짜기가 가까워지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차라리 골짜기로 내려가 건너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검봉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까울 것 같기도 하여 그냥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이 계곡은 백양리에서 문배마을쪽으로 깊숙이 패어든 계곡문배골로서 주능선 안부에 이르는 고갯마루를 넘으면 곧 문배마을이 된다. 문배마을은 일종의 고원지대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계곡에 그동안의 잦은 비로 시원하고 맑으며 푸른빛마저 도는 물줄기의 계류가 흐르고 주변의 숲도 울창하고 길가, 길중간에서 초본류가 자라고 있어서 마치 원시지역 같은 느낌을 주는 심원한 산골이었다. 길은 넓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골짜기를 횡단하여 검봉과 바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올라가는 대신 조금 우회하더라도 계곡을 따라 가 보기로 한다. 마음이 급해 계곡안과 주변을 대충대충 보며 갔지만 봉화산에 와서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경험을 한 셈이 되었다. 능선만을 고집하고 갔다면 봉화산 어디에서 이런 맑고 초본류가 훼손되지 않은 채로 청정하게 자라고 나무들이 원시림처럼 자라고있는듯한 별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겠는가? 개울이 끝날때까지는 꽤 걸어야 했지만 산속으로 깊이 들어올수록 경치는 더욱 싱그러워졌다.

드디어 급경사 산록 고갯길로 들어설 무렵 물이 아주 차가운 약수터가 있어 물을 실컷 마시고 플래티푸스물주머니 하나가득 채워 강선봉까지 오면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봉화산에서 검봉-강선봉까지 물부족상태로 타는 목마름을 안고 산행해야 했을 것이다.산록은 대단한 급경사지역이었지만 고개로 올라가는 길은 S자를 그리며 구비지게 형성돼 있어 다른동네 사람들이 문배마을로 넘어가기좋게 되어있다. 그렇게 하여 해질 무렵에 강선봉에 도착하니 도도한 황토물로 변한 북한강이 내려다보인다. 푸른 강물, 수려한 바위, 멋진 소나무의 강선봉에서 누런 강물이 발아래를 적시듯이 흐르니 맥이 빠진다. 날이 어두워져 구곡폭포로 들어가는 차가 없어져서 걸어가려고 하니 너무나 피곤하다. 어떤 마음씨좋은 아저씨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타고 구곡폭포주차장으로 들어간 것은 9시경이었던 것 같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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