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23. 12:04
부봉 917m

위치:경상북도 문경시 상초리
드라이브 코스:서울-중부고속도록-호법인터체인지-여주나들목-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3번도로-한섬지기-수옥폭포-고사리-조령산휴양림


사진: 부봉6봉의 첫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문경새재와 새재에 자리잡은 조령3관문의 절묘한 위치

 2006/4/29



부봉을 올라갈 때마다 시간에 쫓겨 아쉬움이 많았던 것은 한번의 예외는 있었지만 주흘산 아래 조령 1관문인 주흘관에서 산행을 시작, 늘 부봉에서 산행을 끝냈기 때문이었다. 부봉에 처음 올랐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이날 여궁폭포에서 꼬깔봉쪽으로 올라가 주봉, 영봉을 지나 부봉에 이르렀는데 6봉주변이 하도 험해 코스가 없을 것으로 짐작하고 되돌아 나와 1봉아래 백두대간합류지점에서 조곡골로 내려서서 계곡을 빠져 나왔던 것이다. 요즘 산행지도를 보면 차라리 6봉에서는 북으로 동화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남으로 6봉과 5봉사이의 안부에서 지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 있지만 부봉 1봉 아래에서 조곡골로 내려오는 길은 없다. 당시 해가 질 무렵이어서 상당히 허둥댔던 기억이 나는데 날이 어두워진 뒤에 암릉지대에서 길을 잃으면 낭패라고 생각하고 길이야 희미하지만(희미하지만 길은 있었다)조곡골로 내려서서 꽃밭서덜에서 나오는 길까지만 고생하면 큰길이 되니까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꽃밭서덜에서 내려오는 길까지는 상당히 멀었지만 큰 개울을 만나면서 내려가기가 쉬워졌고 개울도 아름다워 심심하지 않았으며 다행히 땅꺼미가 지기전에 큰길로 내려올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 조령천을 거슬러 올라와 조곡관(조령제2관문)을 지나 개울을 건너 부봉에 올라온 다음 주흘산쪽으로 간 일도 있는데 이때에도 부봉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주흘산을 돌아 내려가자면 역시 시간이 빠듯하므로 주위경관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주위의 경관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꽤 들어서부터 였지 그 이전에는 주위의 경관을 제대로 보고 즐기며 다니는 편은 못되었기때문일 것이다.

사진:노랑제비꽃
그래서 몇년전 가을엔 아예 6봉에서 일몰을 보기로 하고 주흘관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여궁폭포, 대궐터를 거쳐 주봉에 도착하여 단애아래 능선에 가을빛이 찬란히 물든 것을 보고 영봉을 지나 부봉에 들어섰는데 부봉 연봉은 보기보다 봉우리 사이의 간격이 먼데다가 봉우리사이의 안부가 깊이 꺼져있어서 6봉에 도착하기 전 5봉에서 일몰을 보아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봉을 오전에 오른 다음 6봉을 찬찬히 둘러보고 1봉아래 백두대간으로 내려서서 동암문(동문), 북암문(북문)을 거쳐 마역봉(마폐봉)에 오른 다음 조령 3관문으로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마역봉에서 일몰을 보고 내려오면 조령1관문에 도착해도 어둡지는 않을 듯했다.

서울에서 소조령 조령3관문에 이르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서울에서 산업도로를 타고 이천까지 와서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이천부근에서 기름을 넣는 것은 이곳 기름이 서울지역보다 싸기 때문이고 또 고속도로비도 어느정도 아낄 수가 있어서다. 이천IC에서 고속도로를 타는 이유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이천에서 여주나들목까지는 편도 5차선의 넓은 길이 계속되고 중부내륙고속도로 들어서서 연풍까지도 차가 많지않아 속도를 내기가 좋다. 연풍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수안보쪽으로 가면 소조령에 이르고 소조령에서 새재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3관문에 이른다.

3관문에서 큰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옛길로 들어서서 동화원을 지나면 이정표가 나오고 이정표를 지난지 얼마 안돼 꽤 큰 개울이 맞는다. 부봉아래 동문쪽에서 시작된 개울로 이 물은 낙동강이 된다. 개울물은 깨끗하기 이를데 없다. 개울을 지나면 부봉 올라가는 길이 시작된다. 개울바닥의 해발높이가 580m정도 되니까 부봉이 아무리 험하다고 해도 350m 정도만 올라가면 된다. 산록의 완만한 경삿길을 올라가면 지능선이 시작되고 길도 지능선등을 타고 오른다. 그러면 얼마 안가 지능선은 사라지고 경사만 있는 산록으로 바뀐다. 길을 따라 시늉만 능선임을 알려주는 조금 패인 곳을 횡단하여 다른 지능선에 오르면서 암릉이 나오기 시작한다. 암릉사이의 급경사길을 오르면 동화원일대와 멀리 조령3관문이 시야에 들어오는 조망 좋은 너럭바위위에 서게 된다. 부봉 5봉쪽도 훤히 보인다. 동화원에서 부봉6봉을 오르는 길은 그렇게 어려운 코스가 아니다.

3관문의 오른쪽은 마역봉과 마역봉뒤에 신선봉 일부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깃대봉이 보인다. 백두대간은 조령3관문을 정점으로 하여 진행방향을 바꾸고 능선을 따라 마역봉으로 올라간 뒤 마역봉에서 동남방향으로 크게 방향을 수정한 뒤 부봉1봉쪽으로 향하여 간다. 나중에 부봉1봉을 내려서서 마역봉으로 가는 능선이나 마역봉 정상에서 보면 부봉6봉의 북쪽은 범접하기 어려운 단애지대로 보인다. 정상에서 암릉을 이루며 북으로 뻗은 능선이 부봉 6봉으로 접근하는 북쪽방향에서의 유일한 접근로이다. 부봉 정상에서 동화원방향으로 하산하고 싶으면 이 능선길을 이용하면 된다. 급경사가 없지는 않으나 대체로 안전한 하산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길이다. 부봉6봉에서 남쪽능선을 타고 조곡관쪽으로 하산하려면 6봉정상에서 급경사암사면을 내려서야하고 철사다리도 딛고 내려와 5봉과의 사이에 형성된 안부에 이른뒤 남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내려가면 된다.

여하튼 부봉6봉정상에서 북으로 뻗은 암릉은 조망이 극히 좋은 아름다운 바위지대를 여러곳에 형성해놓고 있다. 드디어 부봉6봉 정상이다. 3관문에서 2시간정도 걸린 셈이었다. 정상에 서면 주위의 산들이 한꺼번에 신고를 한다. 동남으로 주흘산주봉과 영봉, 서남쪽으로 조령산과 신선암봉, 서쪽으로는 조령천계곡을 사이에 두고 바로 건너편에 깃대봉, 북서방향으로 마역봉과 신선봉이 솟아있다. 조령산에서 조령3관문까지의 백두대간만 해도 백두대간가운데서도 가장 힘드는 코스구간중의 하나이고 신선암봉, 깃대봉등 수려한 봉우리들이 수두룩한데, 조령3관문에 이르면 북으로 신선봉과 마역봉이 있어서 다시 아름다운 병풍이 되어주고 북동쪽 백두대간 뒤로 월악산, 만수봉, 박쥐봉, 포암산이 솟아있은데다가 동남으로 주흘산의 영봉, 주봉, 꼬깔봉이 받쳐주니 부봉은 동서남북으로 적당한 거리에서 명산을 조망할 수 있는 부러운 위치에 솟아있는 셈이다. 부봉6봉은 남쪽사면이 도봉산의 만장봉을 연상시킬 정도로 발달한 장대한 단애를 보여주고 있다. 정상 바로아래에 수많은 가지를 사면팔방으로 뻗고 있는 노송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거암에 거송이라.. 볼만하다. 암봉위에 얹힌 표토라고 해봤자 5미터도 채 안될 것 같은데 이런 소나무가 자랄 수 있다는게 놀랍다.

이 거송아래서 주흘산 영봉, 주봉, 꼬깔봉과 그 사이로 파고든 조곡골을 바라보는 조망은 웅장하고 시원하다. 6봉에서 5봉으로 가기위해서는 급경사 암사면을 내려가서 철사다리를 타고 안부로 내려서면 된다. 암사면을 내려가다 보면 월악산 방향으로 날씬하게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게 보이고 그 뒤로 월악산군의 박쥐봉과 월악산, 그리고 만수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의 암면에는 군데 군데 표토 깊이 10cm 정도의 흙으로 덮여있고 그위에 이끼가 덮여있다. 주왕산등 바위가 많은 산들의 암봉주변에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 부봉6봉은 919m, GPS로는 924m가 나온다.(GPS는 수신상태와 올라오는 탄력에 따라 오차가 생긴다. 정상에 오른 뒤 약간의 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2,3분이 지나야 정상고도가 잡힌다.)
부봉6봉(916m), 5봉(916m), 4봉(924m), 2봉(934m), 1봉(917m)은 높이가 비슷비슷하다. 부봉의 여섯 개 봉우리중 3봉(911m)이 조금 낮을 뿐이다. 부봉6봉에서 5봉은 다 보이지만 4봉, 2봉은 꼭대기만 보이고 3봉은 보이지 않는다. 6봉과 5봉사이는 꽤 떨어져 있으나(직선거리로 270m내외) 5봉,4봉,3봉은 서로 가까우며 2봉과 1봉은 5봉과 6봉과의 거리보다 더 떨어져있다. 그래서 부봉 6봉을 오르내리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 부봉6봉에서 1봉에 이르기까지 2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여기에는 촬영시간이 포함됨).5봉에 올라 6봉을 바라보는 조망은 6봉 남쪽의 단애성 슬랩의 호방한 규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6봉은 전체적으로 원추형의 암봉이나 북쪽산록에 수림이 많이 덮여있다. 5봉정상의 동쪽에 솟아있는 작은 바위봉우리이자 동물을 연상시키는 바위가 사자바위이다.

4봉을 올라가기가 좀 힘들어 5봉쪽 관목숲아래의 암사면으로 돌아가서 올라갔다. 부봉산행은 봉우리에 올라갔다가 안부까지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는 식의 산행을 반복하는데 안부에서 정상까지의 고도차는 봉우리마다 다르지만 대개 60m내외가 아니었나 싶다.
4봉에서 내려오며 3봉의 펑퍼짐한 너럭바위를 보니 산양(?) 한 마리가 꼭대기에서 4봉쪽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3봉으로 올라가보니 산양은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배가 고픈지 바위사이의 풀을 뜯어먹다 말고 물끄럼히 쳐다본다. 염소중치다. 어쩌다가 이곳 부봉 3봉꼭대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산양이 바위를 잘 타는 것은 영화에서 수없이 봐서 알지만 염소도 바위를 잘 타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암봉 꼭대기에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부봉과 같은 엄청난 바위산을 선택해 올라왔다는 것은 염소 피속에 산양시절의 유전자가 들어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 염소는 내려가는 길을 못찾고 있는게 분명했다. 3봉에서 2봉으로 가는 길은 로프로 직벽 5m정도를 내려가야 하는 곳이 있어 염소는 엄두를 못내는 것이 확실해보인다. 이 염소가 살아서 바위를 내려갔는지 어떤지 모른다.

3봉에서 2봉으로 가는 도중에 암굴형 바위지대가 나온다. 천정이 널판지처럼 판판한 돌로 덮여있는 곳이다. 2봉은 부봉 여섯개 봉우리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이지만 전망은 별로 좋지 않다. 관목숲이 덮고 있기 때문이다. 1봉은 백두대간봉우리이다. 높이는 2봉보다 낮으나 부봉이라면 대개 부봉 1봉을 말한다. 백두대간코스는 부봉의 동쪽 사면을 스치듯이 지나가지만 개인적으로 백두대간 봉우리인 부봉1봉 정상을 밟아야 제대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부봉1봉정상에 비가 내리면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의 10 내지 12분의 1은 한강쪽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물은 낙동강 차지다. 즉, 부봉 1봉을 정점으로 약30도(각도)가량이 한강수계를 향하여 열려있다는 말이다. 이 물은 부봉아래 성터동쪽 골짜기와 월항삼봉 사이를 빠져나가 송계계곡을 거쳐 충주호로 들어간다. 즉 부봉1봉은 분명한 분수령(한강과 낙동강의)이므로 백두대간봉우리에 틀림없다는 말이다. 부봉1봉에 4시에 도착하여 한숨을 돌린 뒤에 급경사 암사면을 내려가면 백두대간 합류점이다. 이곳에서 동암문쪽으로 내려가는 성곽이 바로 백두대간분수령이다. 합류점에서 주흘산 방향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은 짧지만 험준한 암릉지대가 기다린다.
마역봉으로 가는 길은 750m내외의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비교적 평탄한 산길을 걷는 코스이다. 오늘 비로소 속도를 내본다. 백두대간은 송림이 자주 나타나고 소나무숲 아래 큰 키의 진달래나무에 꽃이 만개하여 백두대간길은 초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동암문을 지나기전에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난다. 그들은 하나같이 하늘재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동암문에서 부봉을 거치고 945봉을 지나 평천재로 내려서면 1시간, 평천재에서 월항삼봉을 지나 하늘재까지 1시간30분정도 모두 2시간반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오래전에 걸었던 길이라 정확한 시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곳 진달래는 요란하지 않은 아련한 분홍빛 진달래로 이름난 이른바 참꽃이다.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햇빛이 역광으로 비치면 진달래숲은 조명을 켠듯이 환히 빛나는 아름다운 꽃터널이 된다. 방향이 서쪽을 향하면 부봉의 6개 봉우리가 한 줄로 늘어선 채 남쪽 하늘을 가로막고 있는 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나 암봉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채 그저 험준한 육산 예봉들이 늘어선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다가 북문을 지나 급경사를 올라가 마역봉에 올라서면 부봉 특히 여섯째 봉우리는 여기저기 깎아지른 단애를 드러내며 허공에 치솟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부봉 능선뒤로 영봉과 주봉이 솟아있고 백두대간길이 주흘산군과 이별하는 봉우리(945m)가 보이는 장면은 부봉이 여섯개의 봉우리가 아니라 9개의 봉우리로 보여 감탄을 자아낸다. 마역봉에서 일몰을 보기로 한다. 일몰을 보기에 적당한 시각에 마역봉에 도착했던 것이다. 일몰을 보고 마역봉에서 조령3관문까지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조령3관문에서 부봉의 6개봉을 오르고 백두대간 합류점에서 동암문, 북문, 마역봉을 거쳐 다시 조령3관문까지의 총 산행거리는 10.3km정도 되었다. 걸린 시간은 10시40분에 산행을 시작, 7시 20분에 산행을 끝마쳤으므로 8시간 40분이 걸렸다. 중식시간 40분, 사진촬영시간 1시간40분정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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