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0. 6. 01:31

서북능선-귀때기청봉
대야산에 가을이
포암산-만수봉 가을산행
명성산에 은백색 억새
원주백운산의 가을
북한산 의상봉능선
남덕유산  주흘산-부봉
동강 백운산



귀때기청봉

대야산

포암-만수봉

명성산


작은멱골-능선-북배산정상-가덕산정상-능선-작은멱골 일몰직전의 억새

가덕산정상의 조망. 몽덕산과 뒤의 화악산.

가덕산에서 내려오며 춘천시 조망







해질무렵의 억새. 북배산정상에서.

북배산은 가을빛이 짙어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작은 멱골로 들어가 능선으로 정상에 오르면 몽덕산에서부터 시작된 방화선이 가덕산을 거쳐 북배산에 이른 뒤 계관산으로 이어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북정맥일부에서도 보이는 방화선은 원래는 산의 어느한쪽에서 산불이 시작되면 나무가지에서 가지로 번지는 산불의 특성상 반대방향으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간격(20m정도)을 두고 나무를 제거한 지역을 말한다. 다른산에서는 별로 보지 못했는 데 가평군경계를 이루는 산줄기에 유독 많이 보인다. 다른곳은 모르지만 자주 본 지역으로는 도마봉에서 국망봉북봉에 이르기까지, 민드기봉에서 강씨봉을 거쳐 한북정맥의 귀목봉아래 합류지점까지, 그리고 홍적이 고개에서 몽덕, 가덕, 북배, 계관산을 거쳐 삼악산 가까이까지 방화선이 구축돼 있는 것을 보았다. 이곳엔 나무는 없고 가을녘엔 키를 넘는 억새, 산새풀류로 뒤덮여 꽃들을 피우고 있고 군데군데 벌개미취, 각시취군락이 끼여 함께 피어있어 지금은 풀벌레 소리마저 요란한 초본류의 천국이 되어있다.
그 북배산에 오른다. 북배산의 모산은 화악산의 응봉이다. 응봉에서 뻗어가는 능선은 촉대봉을 지난후 가평군 북면 화악리와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를 잇는 고개인 홍적이 고개에서 고도를 낮춘다음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삼악산(일부는 가평읍쪽으로 뻗어 보납산에 이른다)으로 뻗어가는 긴 산줄기이다. 응봉에서 계관산을 거쳐 북한강에 이르는 산줄기는 가평군과 춘천시의 경계를 이룬다.
북배산으로 가려면 싸리골, 작은멱골, 큰멱골중 하나로 들어가야한다. 이번 산행은 작은멱골로 들어가 능선산행 시작점에서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지난번 명성산에 이어 두번째 억새산행이다. 오늘은 산행이라기 보다는 억새보고 가을을 느끼는 산행으로 한정하려한다. 북배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뻗어 작은멱골 계곡 중간에서 끝나는 능선은 북배산을 오르는 지름길이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2,5km, 목동리 버스종점까지가 2.4km라고 되어있다. 북면 면소재지인 목동에서 작은멱골, 큰멱골로 들어오는 버스는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여기서 목동까지가 2,4km밖에 안된다고 하니 도보를 이용한 북배, 계관산의 산행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가덕산의 경우도 얘기는 마찬가지다. 앵상골을 빠져나가든 큰멱골, 작은멱골을 빠져나가든 북배산으로 들어온 그길로 내려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몽덕산만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3회밖에 다니지 않으므로 버스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목동에서 화악리, 홍적이고개로 가는 큰길은 북쪽고개를 넘으면 바로 북배산 3km라고 씌어진 큰 이정표를 만나고 여기에서 화악리, 홍적이고개로 가는 길과 멱골, 싸리재로 들어가는 길이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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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에서 화악리, 홍적이고개로 가는 큰길은 북쪽고개를 넘으면 바로 북배산 3km라고 씌어진 큰 이정표를 만나고 여기에서 화악리, 홍적이고개로 가는 길과 멱골, 싸리재로 들어가는 길이 나뉜다.
작은멱골의 북배산 지름길은 동네 위쪽공지(개울을 끼고 염소농원과 마주본다. 주차 가능)오르막이 매우 가파른 능선길은 10여분 올라가면 경사가 완만한 길로 바뀐다. 숲은 대체로 참나무계열 숲이나 올라가면 거목 소나무가 자주 보였다. 혼자 오르는데 툭 하며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그것은 부근에 밤나무가 있다는 증거였다. 2,3주전 같으면 상수리나무에 떨어지는 것은 도토리였을 것이다. 어제 실제로 싱싱한 밤 스무톨 가량을 주웠다. 밤나무는 몇그루 안되어 보였다.
몇해전에 정상에서 염소농원쪽으로 뻗어내려간 능선을 타고 내려간 적이 있는데 그 능선의 스카이라인이 숲사이로 보였다.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맑은 하늘아래 길게 누워있는 높은 능선의 하늘금을 보는 것은 산행의 한순간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능선이 붉게 물들고 푸른하늘에 흰 깃털구름이 비껴가는 것을 상상하면 더욱...1 시간쯤 올라가니 숲속에 간혹 단풍나무 한그루씩이 단풍이 들어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1시간30분쯤 올라가니 오른쪽 능선에서 올라온 길과 만난다. 이길은 아까 산행을 시작할 때 옆 계곡으로 들어간 다음 싸리골계곡의 좌측능선이 북배산정상으로 향해 가다가 안부로 내려올 때 그 안부에 올라서서 능선을 따라올라오면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계곡길은 전에 가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하산할 때 그리로 내려가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웬지 그쪽에 밤나무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완만한 경사가 끝나고 급경사가 되면서 정상으로 가까워지는 산록이 나온다. 풀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억새, 산새풀, 곳곳에 노랗게 단풍이 든 싸리나무등이 수북히 우거진 이런 수더분한 초원(草原)이 오늘은 매우 청초해보인다. 벌레먹고 바람에 찢기고 이미 혼자 가을을 탄 듯 잎사귀까지 거의 다 떨어진 관목들이며 노랗게 단풍이 든 싸리나무등이 함께 피부를 맞대고 수북히 자라다가 맞이한 가을 초지의 모습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약의 도움으로 흠없이 온전히 자란 식물과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준다. 그것이 청초함이 아닐까? 올려다보이는 정상능선위엔 흰구름까지 떠있어서 정갈한 자연의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북배산은 서울에서 100km정도밖에 안떨어진 산이지만 이외로 청정한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남쪽을 보니 계관산이 우뚝하다.
드디어 산행 두시간만에 정상능선에 닿는다. 계관산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작은멱골까지는 4.2km라고 되어있다. 아까 산행시작지점의 능선초입에 있던 이정표는 정상이 2.4km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정상능선의 억새도 많이 피었지만 아직은 2%정도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정상까지 가서 가덕산쪽을 바라보아도 방화선은 별로 흰억새꽃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일까. 한동안 해가 구름에 가려진 것도 원인일 듯하다. 정상에서 계관산으로 가는 길의 퇴골갈림길부근까지 두어번 왔다갔다 하면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온다. 겨우 2.4km를 걸었을 뿐이고 시간은 1시도 되기 전인데다가 정상 억새능선은 기껏해야 300m 안팎이니 부족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북배산에서 가덕산까지는 2.6km 왕복 5.2km이다. 점심을 먹고 가덕산을 향해 급경사를 내려가기 시작한다.
북배산 정상능선의 억 새

홍적이고개이후의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북배산이다. 가덕산보다 9m 더 높다. 하지만 가덕산 억새지대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적이 있어 가덕산으로 가는 발걸 음이 가볍다. 오늘 특별히 가덕산쪽이 더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가덕산행을 시작한 지 5분도 안되어 가덕산으로 출발한 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억새벨트를 이루고 있는 왕복 5.2km의 방화선을 걸어가는 것 그것 자체가 어쩌면 오 늘 잊어버리고 있던 산행목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때마침 해맑은 햇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도 한몫을 했을 법하다. 역광에 억새꽃들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급경사가 시작될 때 너무 내려가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지만 급경사는 곧 끝 나고 평탄 능선이 계속된다. 그리고 25분쯤 다시 급경사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북배산-가덕산 방화선의 억새지대는 억새의 키가 커서 장갑을 끼지 않고 걷다가는 거친 억새잎에 손등을 베일 수도 있을 정도였다. 또 길에 낮게 도복한 억새, 산새류를 한쪽발이 밟은 뒤 앞으로 뗀 다른 발이 그 억새류에 걸려 넘어지기 직전까지 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눈으로 길바닥이 어떤지 금방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배산에서 가덕산을 향해 내려선지 25분쯤 춘천시가지의 북쪽지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깊은 산에 와서 도회지를 보게 될 줄이야. 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은 가평군과 춘천시의 경계이기에 춘천시가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도 실제로 보니 매우 반갑기도 하다. 춘천은 서쪽에 명지산, 화악산이 있어서 대형 공기청정기를 끼고 사는 동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직선거리로 30km안)에 1000m를 넘는 산이 10개도 넘게 있으니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복받은 도시임이 분명하다. 북배산을 내려선지 35분쯤 되었을때 이정표가 하나 나타난다. 큰멱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곳이었다. 북배산에서 정확히 1km정도 되는 지점이었다. 그뒤로 높지 않은 언덕이 두서너번 나왔지만 숨을 가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걸어가다가 마음에 드는 억새지대와 경관이 있으면 사진 찍으면서 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첫번째 이정표에서 10분정도 가다가 안부로 조금 내려가니 두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역시 큰멱골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가덕산정상에 도착한 것은 북배산을 떠난지 1시간 3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가덕산에서는 몽덕산이 지척에 보이고 뒤에 화악산이 구름을 쓰고 있었다. 가덕산 올라가는 길이 조금 급경사였지만 그렇게 심한 경사면은 아니었다. 되돌아 오는길의 풍광이 갈때의 풍광과 똑 같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숲과 능선과 조망은 다양하기 이를 데 없어서 어떤 책의 같은 페이지를 한번 더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가덕산에서 내려올 때 춘천시를 보는 감흥과 춘천시의 모습은 북배산에서 내려올 때 보았던 것과 전혀 달랐다. 능선의 억새와 유난히 많은 벌개미취꽃이 시야에 들어온 것 등은 분명히 다른 감흥을 느꼈다는 것을 잘 말해주었다.
시간이 모두 3시간20분쯤 걸린 가덕산 왕복 5.2km 정상능선 억새지대산행이 끝나갈 무렵 비로소 어떤 포만감이 가슴한쪽에 들어차기 시작했던 건 사실이다.
억새능선의 온갖 다양한 모습을 보고 거기를 통과하고 그리고 즐겼기 때문이었다. 명성산이나 신불산, 민둥산처럼 넓은 지역에 분포한 광활한 억새지대와는 달리 가덕산-북배산-계관산의 억새를 즐기는 방법은 가능한한 한 산중심으로 할 게 아니라 여러봉우리를 연결하는 능선종주형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실제 경험한 셈이 되었다.
가덕산에서 북배산으로 되돌아와서 계관산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안부에서 계곡길로 작은멱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계관산을 저만치두고 바라보며 내려가는 길에도 억새가 여기저기 피어 보기 좋은 데가 적지 않았다. 600m정도 내려왔을 때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그 이정표를 보고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 온다. 이정표대로라면 나는 싸리골로 내려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내려가다가 작은 멱골로 넘어가는 길이 있는 모양이지만 거기까지는 기억하고 있지 못한 터라 이정표를 보는 즉시 다시 600m를 걸어 북배산으로 되돌아갈 생각을 한다. 물도 먹고 간식도 먹고.. 그런 뒤 '고통스런' 왕복길에 다시 오른다. 시간은 이미 5시를 넘어 있었다. 정상에 되돌아 오자 생각이 달라진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일몰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위의 일몰사진은 그때문에 생긴 부산물들이다.
일몰을 보고 내려오는 길은 올라간 길을 내려오는 터라 편안했고 상당부분 밝은 상태가 유지되어 랜턴을 켜고 내려온 것은 15분 정도였다.





북배-가덕산 능선에서.

북배산 퇴골갈림길부근에서 본 가덕산

가덕산에서 북배산으 로 내려오며 바라본 북배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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