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클럽2009. 5. 8. 14:11

서리산에 다시 오른다. 5월에 오는 연분홍 고운 치마폭에 쌓이기 열망해서다. 정상능선의 철쭉은 아직 20-30%도 채 피지 않았지만 중턱에는 제법 만개하여 작은 철쭉 동산을 드러내고 있는 곳도 있다. 이제 서리산과 연인산을 찾는 것은 마치 5월의 통과의례쯤 되었다. 수줍은 시골아씨를 연상케하는 청초한 그 색깔로 치면 남도의 철쭉(제암산, 일림산), 황매산의 철쭉, 바래봉의 철쭉에 비할 바 아니다. 때이른 더위로 땀이 나는 한여름 같은 오후에 화사한 봄빛으로 강산에 봄의 아련함을, 해맑음을, 수줍은듯 화사한 색깔을 펼치는 연분홍 철쭉.. 그 철쭉이 없다면 봄은 여름으로 가는 간단한 의미없는 길목과 같아졌으리라. 매년 오르는 데도 항상 만개 며칠전에 오르곤한다. 주변의 난만한 봄꽃들을 보면 으례껀 서리산정상능선 철쭉동산의 철쭉도 만개했겠지하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철쭉은 언제나 느긋하다. 딱 15일경이 되어야만 만개한다. 꽃샘추위가 도를 넘어가면 약간 지체될 수도 있지만 꽃들은 만개시기를 정해놓고 있는 것 같다. 별로 어김이 없다. 올해도 5월15일경이 만개일일 것이 분명해보인다. 서리산엔 목요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대개는 요맘때쯤이면..하고 올라온 사람들인 듯하다.
축령산자연휴양림의 매표소로 들어서면서 "아직 꽃이 덜 피었네요?"하고 아는 척을 했더니 "이제 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때는 올라갔던 사람들이 잘 얘기해주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난 또 왜 그렇게 유식한척 했느냐하면 민둥산에 갈 때 밑에서 보니 정상능선일대가 스카이라인과 함께 하얗게 억새가 피어있는 게 보였었다. 그리고 제암산과 일림산(삼비산)에 갈 때도 밑에서 보니 스카이라인이 붉게 그리고 길게 물들어있었기 때문에 골짜기바닥에서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7일) 밑에서보니 정상능선일대는 푸르죽죽하기만 했지 분홍빛을 암시하는 어떤 징조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 정상에 올라가 보니 정상의 전화송신탑옆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는 정확히 철쭉지대를 겨냥하고 있었다. 아하! 그러면 그렇지. 즉, 철쭉 만개여부를 묻고 싶으면 축령산 자연휴양림에 전화하면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싶은 것이다.
 하지만 철쭉이 아니라도 요즘은 볼 것이 많다. 중턱에서 화채봉쪽 능선을 조망하면 알 수 있다. 제각각 다른 녹색으로 화려하게 수놓인 산록은 그 자체가 하나의 꽃이나 다름없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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