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2. 09:29
위치:경기도 가평군 북면 / 드라이브코스:서울-경춘가도-청평-가평-목동(북면소재지)-가평계곡-조무락골입구


사진: 설앵초

2006/6/3


요즘 들어 울창한 숲속산행을 하면서 장마전 5월말 6월초의 신록숲이 싱그럽고 신선한데 새삼 감탄하고 있다. 그동안도 숲산행을 즐기면서 산행을 해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산 용두산 산행참조) 그런데도 최근 숲산행에서 지금까지 보다 더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 데는 도시의 오염을 잊게 하는 숲속 대기의 질 때문인 것 같다. 숲속을 불어가는 바람이 전에 없이 신선하고 청량하다는 느낌은 전에 없이 강열하게 다가온다. 대도시의 공기의 질이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돼 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숲산행이 조망을 즐길 수 없는 답답한 산행의 전형이라는 생각에서 암릉산행에 비해 별로 호의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사진 찍을 거리도 많지 않은 녹색 장벽에 갇힌 듯한 산행이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긴 겨울과 꽃 피기 전 봄산행의 회색빛 나목숲과 횡하기만 한 코스에서 단조로운 색상에 인내심이 다 했기 때문인지 어느때보다 신록이 정겹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난번 용조봉에서 암릉에 이어 다가온 청량한 숲, 신록은 산행의 즐거움 중에서 숲이 주는 효과가 얼마나 머리를 맑게 해주고 산의 인상을 풍요롭게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새잎으로 단장한 숲의 나무들은 각기 다른 색조의 녹색으로 찬란히 빛났으며 그 아래를 부는 바람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산소세례를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용조봉에서는 암릉위에서 문례봉, 용문봉, 중원산 산록의 숲과 용계골, 조계골을 뒤덮고 있는 숲전체도 조망할 수 있어서 더욱 싱그러웠다. 산위에서 보면 바람이 불면 잎이 조용한 호수에 물살이 일듯이 한꺼번에 잎이 뒤집어지며 적당한 크기의 면이 형성된 채 바람부는 방향을 따라 산록을 휩쓸어가는 것이 목격된다.
석룡산의 숲도 울창하다. 석룡산장에서 지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낙엽송 숲이 우거진 산록에 숲속길이 있다. 산길옆에 덤불을 이룬 국수나무꽃이 가는 가지와 잎이 하얗게 핀 작은 무리진 꽃들과 버무려진 채 소박한 매스를 이루며 독특한 숲풍경을 만들고 있다. 국수나무꽃은 벌들이 찾는 꽃이고 독특한 향기도 갖고 있다. 30분쯤 산행한 뒤 산록을 지나 지능선에 오르면 비로소 화악산쪽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능선엔 소나무도 많다. 그전 풀이 웃자란 묘지 부근에 꽃이 잔뜩 핀 층층나무가 두어 그루 보인다. 전망이 트인 능선에서 보면 가지에 잔뜩 핀 꽃들이 거대한 손바닥위에 피어있는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층층나무는 멀리서도 잘 보인다. 나중에 암릉에서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산록에서 하얗게 핀 가지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나무는 층층나무이다. 녹색일변도의 숲에서 마치 아우성치며 자신의 신분을 소리높이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첫번째 봉우리(석룡산 3봉. 고도 1100m정도)에 올라오면 화악산 정상능선이 바로 앞에 보이고 숲사이로 석룡산의 나머지 2봉이 올려다보인다. 조무락골이 내려다보이고 남쪽을 보면 명지산이 우뚝하다. 숲속길로만 가다가 전망이 트이는 곳에 오니 가슴이 틔는 것 같다. 3봉을 떠나 능선으로 들어서기전 이번에는 서쪽으로 신로봉-국망봉-개이빨산으로 이어지는 길다란 한북정맥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로봉 옆으로는 멀리 명성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조무락골을 내려다보는 각도에 아름다운 단애가 있고 단애위에 소나무가 멋지게 자리잡고 있어서 이 봉우리에 올라오면 단애와 소나무를 배경으로 항상 몇 커트씩의 사진을 찍곤 한다. 오늘은 예의 수려한 단애의 뒤쪽 조무락골 아래에서 화악산 쪽 산록에 층층나무가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있어서 더욱 보기가 좋다. 근경과 원경의 조화, 산록과 계곡의 어울림이 이곳 조망이 시원한 이유이다.
숲속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두번째 봉우리(암봉)가 숲사이로 보이는 곳에서 조무락골이 내려다보이는 지능선으로 나와 점심을 먹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숲사이로 조무락골과 첫번째봉우리(석룡산 제2봉)의 단애가 일부 보이고 시들은 꽃 사이로 아직 몇 개의 꽃이 피어있는 철쭉나무도 보이는 곳이었다. 바위끝으로 나와 조무락골을 내려다보며 건너편 화악산 중봉과 1400m에 이르는 시원한 산록을 바라보는 맛은 호연지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조무락골의 해발높이가 400m정도이므로 화악산(1464m)정상까지 1054m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다는 얘기가 된다. 이만치 호방한 높이가 눈 바로앞에 솟아있는 예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신불산에서 간월산으로 가다가 바라본 능선 높이가 800여m된다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의 조망에 비하면 한수 아래인 듯하다. 점봉산에서 대청봉을 보면 1300여m의 고도차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두 지점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약 17km) 고도차이의 의미는 반감된다. 반면 조무락골을 사이에 두고 석룡산 2봉과 화악산 중봉은 5km 남짓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2봉에 올라가니 숲으로 덮인 바위위에 있어야 할 산명비가 보이지 않았다. 산명비는 다음 봉우리에 옮겨져 있었다. 아마 군(가평군)에서 석룡산의 높이를 재조사한 뒤 화악산쪽 첫번째 봉우리를 정상이라고 확정한 모양이다.GPS사가 제공한 디지털지도에도 첫번째봉우리가 정상으로 표기되어있다. 실제로 GPS모니터에 보이는 높이도 대체로 2봉보다 1봉이 더 높게 나온다. 오차 범위가 5m가 넘는 일반 GPS로써 고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으나 첫번째 봉우리(화악산 정상쪽에서 보았을 때)가 두번째 봉우리보다 조금 높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도차이는 10m이하일 듯하다)
석룡산 1,2,3봉의 능선은 숲으로 덮여있지만 자세히 보면 거의 암릉으로 형성된 능선이라고 할 수 있다. 3봉을 제외하고는 이 능선의 바위나 지능선 암릉에 올라서야 주변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숲아래 바위 부근 이 바위틈 저 바위구석에는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 적지 않다. 석룡산 능선은 동서로 뻗어있다. 그래서 능선의 북쪽은 화천군쪽이고 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숲속의 바위지대를 오르내리며 가다보면 북쪽에서 동서를 가로지르고 있는 광덕산-상해봉-회목봉-복주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보인다. 복주산 뒤쪽 동쪽에는 또하나의 한북정맥 고봉인 대성산이 높게 솟아있는게 보인다. 숲속 산록을 바라보면 식생이 풍요한 석룡산의 면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온갖 풀이 경쟁하듯 자란다. 실제로는 석룡산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능선과 고도를 갖춘 산행하기 안성마춤의 산이라 석룡산의 야생화와 식생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이다. 참꽃마리, 큰산장대, 묏장대, 벌깨덩굴, 설앵초등을 찍으며 조무락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방림고개로 내려간다. 고개에서 조금 내려가면 키가 크지 않은 나무들이 듬성등성 서 있는 넓게 형성된 초원이 나타난다. 광대수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초가을이 되면 온갖 야생화가 피는 곳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화악산 정상능선 스카이라인이 눈앞에 나타난다. 더 내려가서 붓꽃군락이 아름다운 묘지에서 앞을 보면 중봉에서 내려오다 조무락골로 하산할 수 있는 능선이 갈짓자를 그리며 계곡으로 내려오는 모양이 보인다. 저길로 내려왔던 경험을 상기하며 숲아래의 산길을 그려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오늘은 대기가 투명하여 화악산산록이 전에 없이 선명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화악산이 이렇게 시원하게 조망된 적은 별로 없었던 듯 싶다.
조무락골 계류는 여름철 석룡산 산행으로 뜨거워진 심신을 식히는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요소이다. 능선의 기온이 25도정도였음에도 계류가의 온도는 금방 18도로 내려가고 그리고서도 시원한 바람이 계곡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선들선들 불어와서 옷을 껴입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계곡의 해발높이는 750m정도. 고개의 높이는 1040m이므로 고개에서 계곡까지 내려오려면 고도차 290m를 내려오면 된다. 산록길은 그렇게 심한 급경사라고는 할 수 없다.
더위를 식히고 30분 남짓 걸어내려와서 개울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물소리가 시끄러워진다. 조무락골 폭포다. 조무락골 폭포는 직폭은 아니지만 바윗골 사이로 폭류를 이루며 길게 협곡을 빠져나가는 볼만한 폭포이다. 오늘은 시간도 넉넉하여 폭포 아래쪽으로 접근하여 요리조리 관찰해보니 폭류의 길이도 길고 모양도 상당히 좋다. 그러나 상당부분 감추어져 있고 그늘에 가려져 있어서 어둡고 신비롭다. 그리고 폭포에 걸맞아야 할 적당히 큰 소가 없다. 하지만 바위사이를 훑어나가는 수류의 모양은 볼만하다.
조무락골의 폭포와 폭류를 보고 1.5km정도 걸어내려가면 이번에는 길에서 300m정도 들어간 곳에 북호등폭포가 있다. 장마뒤 수량이 풍부할 때 오면 장관을 이루는 폭포이다.


조무락골안 마지막집(식당겸)-왼쪽계곡-주능선-석룡산-쉬밀고개-마지막집 : 8.2km
조무락계곡입구-마지막집-왼쪽계곡-주능선-석룡산-쉬밀고개-마지막집-골입구 :11.3km



석룡산 고저_거리도
지도확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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