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게시판2009. 1. 31. 17:37
2006-8-13

사진: 도마치고개가 가까운 989봉으로 가며 돌아본 석룡산 북서능선 최고봉. 단독산행 대상산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높고 수려한 조망의 산이다

8월들어 연일 33도 안팎의 불볕더위가 내려덮치는 8월 13일. 오늘은 산꾼이라면 누구나 어느 산이 시원할까? 생각하며 집을 나섰을 것이다. 지난번 화악산에서 혼이 났지만 아무래도 그래도 화악산의 석룡산과 조무락골만한 데가 없을 것 같았다. 덮다고 하지만 개울에서 목욕할 생각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았다. 화악산에서도 올라갈때 칠림계곡의 물에 몸을 담그다 말았고 산행을 끝내고 땀을 씻으려고 물에 들어가다가 깜짝 놀라 되돌아 나오고말았을 정도로 화악산(석룡산 조무락골도 화악산물이다)의 물은 차다. 땀에 젖었다고, 덮다고 시원한 소에 풍덩했다가는 소문도 없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 화악산 물이다. 가평에서 24km안팎은 될 조무락골입구에 도착해보니 대형버스 10대정도가 길양쪽에 서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자루목이는 문자 그대로 자루목처럼 좁은 지역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가평의 자루목이처럼 콧구멍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좁은 곳일 줄은 몰랐다.처음에는 주변을 맴돌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울창한 숲이 뒤덮인 좁은 곳으로 물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 보였다.철조망위로 낡은 리본 하나가 보이고 길비슷한 것도 눈에 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자루목이 물이 가평천으로 들어가는 굴다리 아래에 사람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화투를 치고있다. 자루목이의 폭포와 소는 거기서 10미터도 안되는 곳에 있었지만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철조망을 넘어 올라가니 또렷한 산길이다. 자루목이에서 펑퍼짐한 자루안으로 깊숙이 길은 연결되고 있었다.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소가 3개정도 연이어 나왔지만 이런 곳에 소가 있을 줄을 생각지도 못했을 정도로 자루목이의 협착한 콧구멍같은 비좁은 계곡끝은 자루목이 안쪽을 완벽하게 보호해주고 있다고나 할까? 들어갈수록 자루안은의 경치는 범상해지고 굉장한 수량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남아 계곡은 어지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높지는 않지만 오버행을 이룬 바위아래를 지나 개울을 건너는 길목의 비스듬히 기운바위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듯한 곳이나 그 위쪽 작은 와폭은 그래도 봐줄만한 경관이었다. 자루목이 안의 개울은 꽤 길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기온은 23도안팎이었다. 밖의 기온은 못되어도 30도는 될 터이므로 굉장한 숲속 에어컨지역을 통과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 계곡의 이름은 '고시피계곡'. 골안에 들어선지 2시간10분이 지나 물길을 벗어나 산록으로 들어설 무렵 점심을 먹는다. 근처의 개울은 이끼가 잔뜩 들어붙은 작은 바위옆을 흐르며 작은 웅덩이를 형성하고 있는데 물을 마셔보니 생수가 따로 있을 수가 없다. 어느 산잡지의 지도를 참고로 했는데 능선에 올라보니 석룡산정상부와 도마치고개사이의 능선이 아니라 정상부와 조무락골 산행깃점에서 올라오는 능선과의 사이로 올라온 것이 드러났다. 중간에 정상부-도마치고개사이로 빠지는 길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풀이 많이 자라는 요즘같은 시기엔 길을 잃을 가능성이 많은 코스였다. 능선에서 산명비가 빠져나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서봉까지는 30분가량이면 올라올 수 있었다. 석룡산의 산명비를 새로 꽂아놓은 봉우리는 구정상에서 340미터정도 동쪽에 솟아있는 봉우리로 높이차이는 불과 몇 m이내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형도를 보면 1140m까지의 등고선만 보이고 그 이후의 높이를 알려줄만한 등고선이 없다. 서봉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서쪽 방향의 이정표화살표의 "등산로아님(군사지역)"이라는 글귀가 신경을 쓰게 만든다. 그러나 호기심많은 선배들이 밟아 놓은 꽤 또렷한 길은 후배로 하여금 어느정도 배짱좋게 걷도록 만들어줄 정도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다닌 것 같지는 않아 석룡산 주능선 정상 쉬밀고개-조무락골의 경관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눈으로 보아 신기하고 신선하여 기분이 상쾌해졌다.초본류도 신기하고 산의 윤곽도 신기하고 북으로 펼쳐지는 울창한 수해의 계곡도 신선해보인다. 새 산을 찾아 알지 못하는 코스를 누비는 재미는 이런데서 오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계속되는 산행기를 구독하시고 싶으시다면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