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15. 01:37
석룡산의 겨울 화보


목요일(2008.1.31일) 석룡산 산행을 했다. 봄, 여름, 가을산행의 기억은 있는데 겨울산행의 기억이 없다는 것도 석룡산 산행을 생각하는데 한몫했다. 주로 여름산행을 많이했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있고 디지털 카메라를 안가진 사람이 드물 정도라 산의 야생화군락지가 훼손될 지경이다.  어느 산보다 풍성한 초본류의 산이자, 어느해 가을 도토리가 하도 많이 떨어져 길이 미끄러워 다닐 수 없을 정도(길아닌 곳으로 다녀야할 정도)였던 때도 있었던 가을의 석룡산.. 그 석룡산의 겨울모양은 흰 도포를 입은 꼿꼿한 옛선비의 모습이었다. 

산이 키워놓은 다양한 초본류와 그 야생화들이  일부러 찾을 필요없이 산록에 지천으로 깔려있지만 그래도 희귀종을 찾으러 숲속으로 숲아래 풀밭으로 들어가기가 안스러울 정도로 곱게 자란 석룡산의 여름이 풍성했으면서도 뭔가 남아 있는 그 무엇이 있을 듯한 산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석룡산(1봉에서 정상에 이르는 능선의 조무락골방향은 험준하여 접근하기 어렵다)은 오늘 가슴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숲안이 투명했다. 숲에 가려 잘 안보이던 단애며 바위지대도 드러나 보였다.
태백산에 비하면 적설량은 적었으나 눈과 관계없이 겨울 석룡산은 군더더기가 없는 깨끗한 겨울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구름한점없이 맑은 푸른 하늘이 낙엽송숲, 진달래숲의 잔가지와 상수리나무며 자작나무위로 가없이 펼쳐져있었다. 서울의 하늘이 너무 뿌얘서 오늘 하늘은 계속 우유빛으로 지속되리란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기온은 산입구에 들어설 때 영하 7도(휴대용 온도계가 어느정도 정확한지 검증해보지 않았다)부근이었다가 주능선에 올라섰을 때가 영하 9도, 정상에서는 영하 10도를 가리켰다. 

그런데 명지산, 석룡산, 화악산의 정상기온이 그다음날 서울의 기온에 반영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곳 정상의 기온이 영하 10도라면 다음날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이 될 가능성이 많다. 북쪽의 냉기가 이곳 높은 산에서 먼저 선보인뒤 도시로 가는 모양이다.

맵싸한 날씨지만 그래서 그런지 석룡산은 더욱 더 꼿꼿한 선비를 연상케 한다. 석룡산 정상은 주능선의 3개봉 중 화악산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이다. 원래는 두번째 봉우리에 산명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 봉우리에 산명비가 있다. 두번째 봉우리는 한북정맥과 바로 연결되는 봉우리이다. 도마봉에서 도마치고개로 연결된 능선은 다시 석룡산봉우리에 못지 않은 굳굳한 봉우리들을 빚어놓은뒤 석룡산 제2봉(38교에서 들어와 능선으로 올라올 경우)에 이른다. 여기서 1봉을 거쳐 고개로 조금 내려섰다가 능선은 경기제1봉인 화악산으로 간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일이다. 화악산에 이른 이 능선은 한 가닥은 화악응봉으로 한 가닥은 화악중봉으로 간다. 중봉으로 간 능선은 애기봉, 수덕산을 일군 다음 화악천에 막히고, 응봉으로 간 능선은 촛대봉, 몽덕, 가덕, 북배, 계관, 삼악산 또는 보납산으로 이어지다가 가평천 또는 북한강에 막힌다. 2봉에는 그쪽(도마치고개방향 능선)능선은 군사지역이라고 등산불가 이정표가 있지만 호기심많은 사람들은 가기도 하는 모양인지 길이 만들어져 있다. 단지 그쪽으로 난 공식등산로가 없는만치 안전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것이다.(본인도 한번 가 보았던 코스이다. 큰 봉우리를 지나 960봉인가에서 능선을 타고 가평천 계곡으로 내려와서 철조망을 끼고 큰길로 나왔다. 아마 한반도의 평화무드의 결과인지 요즘 옛날보다 민감지역의 산행이 조금은 시워진 것이 느껴진다)

석룡산 주봉에서 고개로 내려오면서 여름철 유난히 초본류가 무성한 산록(화악산이 가까운 동쪽산록. 주봉에서 500m정도 내려온 곳으로 경사가 완만하다)에 마치 흰이불을 씌어놓은듯 눈이 잘 덮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 눈 이불이 여름철 야생화밭을 일구어주는 주요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하얀 숲속 눈벌판이 그럴 수 없이 포근해보인다. 야생화들은 그 이불속에서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개화의 꿈을 키우면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질무렵이 가까워져 포근한 눈자락위에 평안한 그림자를 드리운 이 숲에 여름이 오면...부지깽이라도 잎이 돋고 꽃이 피리라.

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은 처음엔 능선처럼 안보이는데 또하나의 야생화밭을 지나면 곧 능선위에 선 것을 알게 된다. 이 능선에서 바라보는 화악산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늘따라 화악산은 더욱 기품있고 우람한 산으로 석룡산옆에 바싹 다가서 있다. 화악산은 1468m이르는 높이에다 산괴가 엄청나게 큰 산이다. 주위의 숲이 나목으로 변한 이 능선에서 화악산을 바라보니 거산의 풍모가 장난이 아니다. 조무락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것은 이 넓고 깊은 화악산아래의 계곡 때문이다. 수량이 많고 폭류, 폭포가 아름다운 것은 석룡산과 화악산사이의 널널한 계곡과 울창한 수림 때문인데 오늘은 그 숲안이 속속들이 보이니 더욱 감탄스럽다. 
조무락골은 길바닥에 돌덩이가 많아 걷기가 쉬운 길이 아닌데 오늘은 눈이 적당히 덮여 내려오는 시간이 예상외로 빨랐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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