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11. 12:33
선달산 1236m  - 심설산행.. 눈의 색깔이 달랐다. 경북의 육산명산 백두대간산
 2005/2/26


선달산을 산행하고 돌아오니 12시(자정)가 넘었다. 깨끗하고 호젓하고 순박한 산이었다. 시골처녀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은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선달산은 소백산과 태백산 사이에 있는 주요 백두대간 산중의 하나이다. 숲이 많아 주변의 산들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왔지만 비로봉 국망봉 등 소백산맥의 산들이 보이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옥돌봉과 구룡산은 옆산이니까 으례 보이는 산이라고 간주하더라도  태백산이 보이는 것은 신기했다. 그만큼 선달산이 태백산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아침에 봉화부근의 이정표에 태백이 70여킬로미터 남았다고 하는 이정표가 있었는데 웬만하면 태백산으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죽령터널을 지나 경북내륙으로 조금 들어왔을 뿐인데 동해기후의 영향을 받는 태백산이 바로 옆에 있다니..
눈가뭄에 시달리던 산들을 보다가 오늘 심설산행다운 산행을 한 것은 아무래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도 색깔이 고왔다. 엊그제 백덕산의 눈과는 다른 듯했다. 그렇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백설같이 희다는 말의 의미를 선달산 정상의 눈빛을 보고서야 깨달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쓰고 있는 캐논 카메라( G3)의 하늘색처리가 다소 과장되고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이 카메라에 딱 맞는 스카이블루가 선달산의 하늘색이었다. 그색깔의 하늘은 참나무 가지사이에 보석처럼 끼여있었다. 7시지나 생달에서 내려올때 물야저수지옆 공터에 잠시 서서 차에서 내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출발할 때 잠시 보았던 하늘이 눈에 삼삼거려 그대로 우중충한 하늘의 세계로 되돌아올 수 없었던 것이다. 쏟아지는 별빛..

백두대간의 산. 육산. 능선의산.
산행은 대체로 어렵지 않은 산길로 이어지며 하산길은 조금 어렵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이므로 손때가 묻지않아 깨끗하다.
인상적인 것은 하산능선의 소나무숲.


선달산 1236m

위치: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영주시 부석면 -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선달산은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소백산 국립공원이 끝나는 지점인 늦은목이고개에서부터 일어나기 시작, 1.9km 동쪽으로 떨어진 곳에  1236m로 솟아있는 육산이다.


사진: 늦은목이

경상북도 봉화군은 서울에서 동남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군이다.  봉화군 동쪽에 있는 군은 울진군밖에 없다.  선달산은 국망봉, 상월봉 이후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늦은목이는 해발 800m이라서 백두대간 접근성이 좋다. 선달산 산행깃점인 물야면 생달로 가기위해서는 931번 도로를 타고 풍기에서 부석으로 가야한다.  부석(부석면사무소) 동쪽의 망갑고개를 넘으면 물야면의 물야에 이른다. 부석에서 물야까지는 8.3km이다. 물야에서 915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오전약수방향길로 가다가 물야저수지에서 갈라져 북쪽 골짜기로 들어간다. 그러면 저수지호반길로 돌아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생달에 이른다음 조금 올라가면 길이 나뉘는데 왼쪽 길로 올라가야 한다.  이 갈림길은 하산할 때 내려오는 길이므로 유의해둔다. 
선달산으로 접근할 때 산괴는 커보였지만 압도할만큼 큰 산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산행도 순조로울 것 같아보였다. 어려운 데가 많아보이지 않는 산이었다.
1km 정도 펜션형의 건물 두 채가 보이고 노거수가 서 있는 곳에 이른다. 이곳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늦은목이까지의 길은 평탄한 편인 평범한 골짜기이다. 개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농가가 한 채 더 보이고 눈이 쌓인 낙엽송숲속길로 계속 올라간다. 평탄한 길로 올라가면 이번엔 잣나무숲이 나타난다. 잣나무숲아래의 솔가리 위에도 눈이 꽤 깊이 쌓여 있다.


사진: 특이활엽수나목숲

잣나무숲은 상당히 넓다. 산행시작한지 1시간 이 지난 뒤에 늦은목이에 이른다. 늦은목이에는 소백산국립공원입간판이 서있다. 이곳까지가 소백산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숲능선에서는 왼쪽으로 갈곶봉에서 마구령으로 이어져가는 능선이 보인다. 선달산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간혹 급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정상부근도 급경사없이 대체로 완만하여 오르기가 쉬운 편이다. 

늦은목이에서부터 길가의 수종은 평범해지기 시작,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능선에 거목 소나무가 띄엄띄엄 나타났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거목은 없고 요즘 산으로 치면 잔챙이에 해당하는 줄기가 가는 신갈나무 숲이 우세했다.  이곳에 산불이 휩쓸고 갔던지 한 결과일까. 소나무도 중턱이상에서부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숲사이로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능선은 강원-경북의 도계를 이루며 영월쪽으로 뻗어가다가 어래산(1064m) 북서쪽에서 강원-충북도계로 바뀌며 계속 뻗어가며 곰봉(930m)을 솟구친 뒤 남한강의 지류중의 하나인 옥동천에 가라앉는 긴 능선이다.


사진: 정상

선달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능선은 양지쪽이라 눈이 많은 편이 아니었으나 바람은 차가웠다. 정상에 접근할 때부터 수피가 검은회색에 얼룩덜룩한 백색 무늬가 잡힌 활엽수가 군락을 이룬 숲지대가 나타났다. 하얀눈이 쌓인 완만한 능선과 특이한 나무숲지대, 그리고 활엽수 나목숲 위의 눈부신 푸른하늘이 인상적이었다. 이부근의 설질은 눈이 부시도록 하얀 백설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바로 앞서간듯한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그 발자국이 깊은 눈에 빠져있을수록 순백의 색깔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늦은목이에서 1시간30분만에 정상에 도착. 정상에서는 작은 구조물이 파괴되었는지 나무토막이 여기저기 눈속에 박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일대 심설은 하얀 오후의 햇살속에서 더욱 순백색으로 빛났다. 능선에서처럼 정상에서도 인근 숲으로 인해 조망이 좋지 않았다. 소백산맥중 비로봉-국망봉능선이 보였으나 조망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햇살이 퍼져있는 서쪽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진: 능선의 심설

정상에서 동쪽능선을 타기 시작한 것은 3시경부터였다. 정상에서부터 내리막길은 응달에 해당하므로 눈이 많았고 또 안부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깊어지는 현상이 선달산에서도 해당되어 늦은목이 쪽 능선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았으며 눈처마도 발달해있었다. 안부에 내려설 때까지의 심설은 금년중 어느산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깊은 눈이었다.  눈이 없었더라면 경사가 있는 평범한 산길일 터이었다. 
그러나 늦은목이쪽 능선에 비해 이쪽 능선의 숲은 거목신갈나무도 많아 아주 대조적이었다. 선달산 정상의 다음봉우리는 북동쪽 능선상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높이는 묘하게도 선달산높이와 똑 같은 1236m이다. 안부로 내려가는데 숲사이로 태백산인 듯한 하얗게 눈을 인 봉우리가 동쪽에 멀리 보인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태백산이 너무 가깝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태백산이 틀림없었다.


사진: 멀리보이는 태백산. 태백산앞의 능선은 영월군 하동면과 상동읍을 가르는 구룡산-삼동산 능선이다.

장군봉에서 천제단까지의 긴 능선이 백색의 테라스를 이루고 있는 장엄한 경관이었다. 다음봉우리를 올라가며 중턱 적당한 바위앞에서 바람을 피하며 숨을 돌린다. 쉬면서 바위앞 햇빛비치는 곳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조금이라도 냉기를 빼주려고 했다. 카메라를 옷속에 넣고 지퍼를 올린 뒤 꺼내서 사용하려고 했더니 렌즈에 서리가 끼여 서리가 없어질 때까지 들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숨을 돌린뒤 능선을 올라서는데 능선에는 선달산에 들어와서 처음 보는 바위지대가 있다. 바위사이에 바람끼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풍지대가 있었다.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커피를 꺼내 마신다. 비로소 정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이후 최초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숲사이로 물야면 일대산곡과 물야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왼쪽으로 옥돌봉이 보이는 높은 능선날등 바로 아래쪽이었다.

 
사진: 물야저수지

바위에서 녹아내리는 눈이 얼어 고드름이 맺히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커피를 마시고 바위능선을 지나 평탄한 능선에 내려와 갈길을 재촉한다. 정상을 출발한지 벌써 한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백두대간 종주자는 능선을 따라 가면 되지만 선달산에서 하산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점점 현실로 다가서고 있었다. 하산 갈림길 언저리가 눈처마에 덮여 있으므로 갈림길을 찾기가 그만큼 어려웠다. 더구나 눈처마때문에 하산능선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적절한 능선이 보이면 그쪽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는 갈림길 어귀를 잘 보여주고 있지 못했다.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눈에 덮여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진: 선달산 동쪽능선(백두대간)

그러다가 동쪽이 훤히 시야에 들어오는 잡초지대가 동쪽사면에 전개되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태백산 경관도 선명하게 잡혔고 주실령까지의 선달산 능선의 상당부분과 물야면쪽으로 뻗은 능선봉과 지능선이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마침 물야면방향으로 길게 뻗어내려가는 능선이 하나에 눈이 갔다. 저 능선이다. 저 능선으로 하산하면 되겠구나 싶은 것이다. 만일에 그 능선에 산길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이 있든 없든 그리로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지도의 하산로는 정상의 다음봉우리인 1236봉의 북동쪽 300m정도 되는 지점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곳은 벌써 지나왔고 갈림길 같은 것은 깊은 눈에 덮여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자의 발걸음은 계속 능선을 누비며 주실령쪽으로 가고 있었다. 긴 능선길을 걸으며 생각했던 봉우리로 향해 가고 있는데 봉우리들이 계속 나타난다. 생각했던 봉우리가 가까워오자 눈처마가 상대적으로 깊지 않은 곳을 골라 물야면쪽 능선이 뻗어있는 능선쪽으로 접근한 뒤 하산을 시작한다. 능선이 양지쪽으로 바뀌면서 산사면이 아주 미끄럽다. 눈아래 땅이 얼다 녹고 녹고 언 상태였던 것이다. 이 부분을 지나 내려가니 진달래숲이며 활엽수나목숲이 나오고 막연하게 나마 길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발끝에 전해져온다. 눈이 엷어지면서 느낌은 강해지고 송림속으로 들어가면서 길은 또렷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더구나 발자국까지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 이때쯤 약간은 감격한 기분으로 송림속을 내려가는데 이곳이 어디인가? 봉화군은 소나무의 황제격인 춘양목의 고장이 아닌가? 미끈한 적송이 밀림을 이루다시피한 광경이 오래동안 이어졌다.

 
사진: 송림능선에서 올려다본 선달산 능선

눈덮인 송림속을 따라 내려온 시간은 축복과 다름없는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이 먼 산의 송림능선에서 나는 무엇을 하나? 오른쪽으로 틔어진 숲 가장자리에 서서 해가 지기 시작하는 선달산 봉우리들을 올려다보며 해질무렵의 색채의 미묘한 톤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면서 생각했다. 눈과 소나무, 먼 산, 그리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씹어야 했다.


큰지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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