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3. 1. 22:02
선운산 336m

봉우리로 점철된 아기자기한 산 계절 봄 3.8일  : 동영상 :고창선운산 배멘바위


위치: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 심원면
코스1:주차장 -경수산 -마이재 -도솔산(선운산) -국사봉 -천마봉 -낙조대 -배멘바위 -청룡산 -사자바위암릉 -투구봉 -도솔계곡(7,8시간)
코스2:선운사직전 우측계곡 -마이재 -도솔산 -국사봉 -낙조대 -마애불 -도솔암 -도솔계곡 -선운사(4,5시간)
교통:서울-고창(호남고속버스 터미널에서 8시50분 첫차, 5시 40분막차 - 30분배차 거리 290km), 고창-선운산도립공원(10분 배차 8시첫차, 막차 10시 55분)
숙박: 민박: 고인돌민박(063-561-2777) 펜션: 선운사의추억-삼인리소재(063-561-2777), 고창산사의아침-삼인리소재(063-562-6868), 산노을펜션-선운리소재(063-561-1561)
문화재와 볼거리: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보물1200호), 선운사 대웅전(보물 290호), 선운사 금동보살좌상(보물279호), 선운사 지장보살좌상(보물280호), 선운사 참당암 대웅전(보물803호) , 선운사 대웅전 뒤 동백나무 숲, 배멘바위.

선운사대웅전
대웅전뒤 도솔봉
멀리보이는 배멘바위
배멘바위
마애불
추사가 쓴 비문

선운산은 대표적으로는 도솔산을 가르키지만 선운산 도립공원안의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지칭한다고 봐야 한다. 이 산은 고도에 관계없이 무척 굴곡이 심하고 군데군데 위험한 암릉도 적지않고 길이도 긴데다가 산기슭에 우리의 정겨운 문화유산이 널려 있어서 산과 함께 문화적 향취에 흠뻑 빠져 들 수 있는 산이다. 호남 고속도로 정주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22번도로를 타고 가다가 공원이 나오면 좌회전해서 들어가거나 부안에서 23번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흥덕부근에서 22번으로 들어서서 들어와도 된다. 서울서는 천안-공주-부여-금강하구둑-김제-부안순으로 선운산에 도착할 수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물지 않아도 되고 상당부분 호젓한 길이다.
선운산 산행은 능선을 따라 능선의 양편에 전개되는 다양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산행이다. 선운산산행은 경수산만이 444m 일 뿐 도솔산(336m), 개이빨산(345m), 청룡산(314m), 비학산 (307m)등 300m를 조금 넘는 산들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산군을 이루고 있다. 이름은 모두 산이며 봉우리라지만 각각의 산과 봉우리를 하나의 산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작아 염주 꿰듯 한꺼번에 올라야 진정한 선운산 산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수산 에서 시작하여 삼인초등학교로 내려오는 종주산행은 U자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형으로 산과 봉우리만도 15 개정도는 되는 산맥을 형성하고 있어서 산행의 진미는 아기자기한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코스는 하루 꼬박 걸리는, 10시간 이상 계획을 잡아야 구경도 하면서 종주할 수 있는 긴 거리이다. 도솔계곡의 산자락과 골짜기에는 유서깊은 불교의 도량인 선운사, 참당암, 도솔암, 미륵장륙 마애불, 사자암, 동윤암이 골골마다 자리를 잡고 있어서 비유하여 말하자면 분향냄새가 산곡에 가득한 셈이 되어 있다.
이들 절과 암자들을 내려다 보면서 하늘 위쪽으로만 도는 산행이 선운산산행의 묘미인 셈이다. 그뿐인가 한쪽으로는 선운사, 참당암, 도솔암이 내려다 보이는 선운계곡과 도솔계곡 골짜기가 전개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서해안을 따라 점점이 떠있는 섬들과 해안이며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서 조망을 즐기기로 한다면 선운산 만한 산이 별로 많지는 않을 것이다.

도솔봉에서 바라본 선운사

산행을 한 날은 연무가 뿌옇게 끼여 바다는 그저 농밀한 이내저쪽에 몽롱하게 보일 뿐이었지만 날씨가 맑은 날엔 조망이 그럴 듯할 것으로 짐작되었다. 능선엔 조망이 좋은 바위가 무수히 많고 조망대 자체가 멀리서 보면 엄청난 높이와 규모를 보여 보기에 다소 과장된 동양화적 그림요소가 그림에서는 과장일지 몰라도 여기서는 실제경관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능선에서 보이는 산과 봉우리의 퍼레이드는 선운산 산행의 호쾌한 맛을 제공하는 으뜸가는 요소이다. 특히 도솔산에서 천왕봉과 천마봉, 배멘바위, 청룡산을 일자로 보는 경관은 무릎을 치게 하는 경탄할만한 경관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베맨바위와 청룡산, 그 앞의 천마봉이 중첩되어 보이는 능선에 서자 충격적인 감동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선운산 하면 우선 그 중첩된 봉우리들의 화려한 퍼레이드가 먼저 생각난다.
천왕봉의 암벽과 그 뒤 거대한 모루같은 천마봉의 수직절벽, 그리고 낙조대의 예리한 암봉과 그 뒤 공룡 대가리 화석 같은, 아니면 거대한 천상 버섯같은 배멘바위가 일자로 서서 등행에 굶주린 이들을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장면은 가히 절경을 연출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위에 말한 U자형 산행을 끝내려면 온종일을 잡아야한다. 이런 장거리 산행의 단점은 주어진 산행코스를 끝내는데 모든 가치를 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음미하고 싶은 경관이 나와도 그냥 지나치는 수가 많다.

청룡암

필자는 그런 점에서 경수산에서 청룡산을 돌아 희여재로 가기전에 투구봉, 사자암이 있는 능선으로 나와 암릉의 묘미를 즐긴 뒤 도솔암을 멀리 바라보면서 지난 뒤 투구봉 앞에서 얌전하게 도솔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이 코스는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등행해도 7 시간이면 충분한 미니 U자형 선운산산행이 될 것이다. 급한 암릉 2개곳엔 로프줄이 매여져 있어 잡고 내려오면 된다.

선운산행은 공원(선운산 도립공원)북서쪽에 솟은 경수산을 오름으로써 시작된다. 경수산은 선운산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 다. 산행을 시작하려면 동백호텔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좌측(공원 입구쪽)능선을 타야한다. 필자의 경우 동백호텔 뒤쪽으로 난 길을 가다가 선운산 도립공원 광장쪽으로 조금 들어간 뒤 오른쪽 능선(동백호텔 정남쪽 능선)으로 올라갔는데 알고 보니 이 능선봉은 경수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며 다시 오르는 능선봉이었다. 오늘 산행이 희여재에서 내려오거나 아니면 청룡산을 지난 곳에서 적당 히 내려서는 것으로 끝낼 요량이었던 것이 첫단추부터 잘못 낀 결과가 되었지만 나중에 산을 내려와 보니 그렇지 않았다면 어둠 속에 산에서 헤맬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2시에 산행을 시작한 터라, 당일에 희여재, 비학산, 병풍바위, 구황봉, 형 제봉, 삼인초등학교로 나오는 산행을 할 수 없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촬영과 경관조망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만은 확실하다.

사진=도솔암이 나오는 계곡

산행만을 위주로 한다면 최소한 8시간 정도, 넉넉하게 잡아도 9시간이면 산행이 가능하다. 경수산에서 시작하여 삼인초등학교에서 끝내려면 아침 8시이전에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내가 오른 능선봉이 경수산이 아닌 것이 분명해진 것은 봉우리에서 내려간 안부에 설치된 표지판 때문이었다. 표지판을 보면 경수봉 이 1.7킬로미터, 참당암이 1.7킬로미터, 심원면이 2.5킬로미터로 되어 있었다. 그 안부는 마이재였던 것이다. 마이재에서 조금 올라가면 도솔산이다. 도솔산은 선운사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다. 도솔산에서 보면 선운사는 동남쪽으로 보인다. 단애를 선운사쪽과 반대쪽인 심원면쪽으로 향하고 있는 도솔산은 봉우리라기 보다 정상부분이 펑퍼짐한 테라스를 이룬 산이다. 산위엔 송림이 울창하지만 동과 서 양쪽으로 전망대가 나 있는 단애위는 전망을 방해할만한 장애물이 없다. 선운산이라면 이 도솔산을 지칭한다. 능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들 중 그 기묘함으로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마치 거대한 버섯이 하늘을 향해 솟아난 듯 보이는 배맨바위와 수직으로 곤두선 거대한 모루 모양의 천마봉이다.

선운산의 산죽숲.사람키보다 훨씬 크게 자란다.

도솔산에서 조망이 좋은 계곡을 내려다 보며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참당암길이 된다. 그것은 산행을 참당암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악으로 들어 가는 문은 넓다"더니 길 좋은 길이 "어서 내려가십시오"가 돼서는 곤란하다. 건너편으로 육중하게 일어선 국사봉으로 가려면 그러므로 도솔산 정상 포인트를 지나자 마자 국사봉으로 가는 날등을 찾아야 한다. 처음엔 급경사라 길이 희미하여 뭐가 뭔지 모를 정도지만 날등을 견지하면서 내려가다보면 붉은색 리번들이 나타나고 희미하게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등이라는 게 펑퍼짐하지만 참당암쪽으로 조금 가다가 보면 날등이 분명하게 목측된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능선길에 올라서는데 왼쪽은 능선아래에서 올 라오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천마봉과 낙조대로 가는 코스이며 봉우리가 국사봉 곧 개이빨산이다. 개이빨산 서쪽으로는 역시 단애를 이루어 조망이 좋다. 송림을 빠져 나오면 제법 넓다란 습지가 나타나고 우물도 보이지만 물빛이 탁해 먹을 수는 없다. 본격적인 습지는 아니지만 습지가 으례 그렇듯이 그곳의 물은 흙성분이 진하게 마련이다. 묘도 2기가 보 이고 갈대밭이 있으며 길은 발이 푹푹 빠지는 습지로 나있다.
이곳을 빠져나오면 곧 산죽이 거대하게 자란 산죽밭이 나타난다. 일부 잡지에서 이것을 대나무라고 표현한 것은 옳지 않다. 분명히 산죽밭이다. 산죽은 아무리 커도 주간의 지름이 1,2센티미터 이상으로 크지 않는다. 남도에는 이런 대밭형 산죽밭이 많다. 기후조건과 토양이 그런 환경을 만들 때 대나무밭 같은 산죽밭이 형성된다. 월출산에도 있고, 두륜산에서도 보았다. 어쨌든 이 산죽림속으로 난 길을 따라 대숲을 지나가는 맛 또한 각별하다. 한데 여기서부터가 선운산 산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경관지 대가 나타난다. 국사봉에서 내려오면서 본 도솔암 직전의 암릉과 암곡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힘든 중국화적인 경관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거대한 바위가 각각의 능선에서 마지막으로 서서 마주보고 있는 사이로 협곡이 전개되는 곳이다. 이곳이 선운계곡과 도솔계곡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기상이 넘치는 곳이었다. 이 골짜기는 내일 다시 들어와 보기로 한다. 선운산 능선은 송림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 혹은 왼쪽에 혹은 오른쪽에 끊이지않고 나타나는 전망대가 있어서 골짜기를 내려다 보는데는 전혀 거침이 없다. 더구나 이 암곡을 내려다 보는 기막힌 수직 절벽위의 암봉 천마 봉이 넓은 말등을 하늘에 드러내 놓고 뒤로 낙조대를 이끌고 있 는 품이 놀랍다. 낙조대는 서해의 일몰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인 이름일 것이다. 변산반도 월명암 뒤 낙조대처럼. 서해안의 봉우리 가운데 낙조대란 이름이 흔한 것은 제주도나 강원도에 일출봉 이란 이름이 흔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낙조대를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면 다시 암릉이 시작되고 로프가 매여있다. 낙조대에서 보면 급경사에 하얀 로프만 덩그러니 매달 린 위험한 능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디딜곳에는 홈을 파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등 조치를 해두었다.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로프표면이 얼었을 경우다. 비가 온 뒤 기온이 급강하하면 그런 경우가 생긴다. 능선위에 올라오면 천마봉은 규모는 크지만 평범한 암봉으로 변한다. 청룡산으로 가다가 보면 배멘 바위가 가까이 다가온다. 도데체 어떻게 생긴 바위이 길래그렇도록 특이한 모습으로 보이는가?
배멘 바위는 거대한 바위로 암봉이라고 할만하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보면 두 마리의 괴수가 맞붙어 싸우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거대한 송이버섯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나 실제로 밑에 가서 보면 (남에서 북으로 보 면) 거대한 큰 바위 얼굴처럼 보인다. 두눈과 코와 인중이 상당히 또렷한 편이다. 러시아 혁명사에 나오는 트로츠키를 닮았다. 이 얼굴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산신령이 생각나기도 한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청룡산. 이곳에선 고창군 해리면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멀리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면 천마봉은 이제 포효하는 사자처럼 보이고 그 아래 도솔계곡과 선운계곡은 마치 한국판 요세미티공원의 숲지대처럼 긴회랑을 이루며 끝없이 펼쳐져 있다.
청룡산을 지나다 해리면 선운산 산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산불이 났던지 산록이 황무지화 되어 허연 왕모래를 드러내고 있다. 토질이 척박한 암산이라 다시 숲이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불이 난 산아래 주민들이 잘 알 것이다. 우선 보기가 좋지않고 물도 귀해지고 장마철엔 산사태가 날 우려도 있을 것이고 토사가 밀려내려와 논밭을 뒤덮는 제3, 제4의 재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 순간의 실수가 동네의 주거환경을 망쳐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청룡산에서 시계를 보니 이미 5시였다. 도솔계곡으로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있었으나 계속 희여재 쪽으로 가다가 희여재골과 도솔골 사이의 능선으로 가기로 한다. 탈출로서는 그쪽이 적당할 것 같았다. 길은 비교적 또렷하고 평탄했다. 암릉이 나오며 오르막길이 되자 암릉저쪽을 장담하기가 어려울 듯하여 염려가 되었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려는 기색이었다. 구름이 짙어졌다. 다행히 암릉 저쪽엔 굵은 나일론 로프가 걸려 있었다. 골짜기 건너 천마봉이 가까운 암봉이었다. 이런 암봉이 한번 더 나타났고 거기에도 로프가 매여있어서 내려오기는 용이했다. 이 두 번의 암릉 이외엔 특별하게 어려운 부분은 없는 평탄한 능선이었다. 낙조대가 마주 보이는 암릉에 섰을 때 마침 구름사이를 뚫고 노을이 조금 번져, 온전하지는 않으나 낙조를 볼 수 있었다. 한 40분쯤 타면 앞에 투구봉이 가로막으면서 암릉을 내려서게 되고 투구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계곡바닥으로 내려서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급경사를 조금 내려오면 개울이 흐르는 도솔계곡 바닥이다. 이곳까지 6시간 30여분이 소요되었다. 이곳에서 주차장까지는 2.5km쯤 되는 거리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민박은 동백호텔 뒤쪽에 있는 한적한 민박집을 이용했다. 이용료 2 만원.

선운사뒤의 유명한 동백숲(천연기념물)은 이제 첫물 꽃이 피어있는 상태. 만개는 조금 더 있어야 했다. 이밖에 도솔산에서 진달래꽃 몇 그루, 선운사 관음전앞 뜰에 핀 산수유의 노랑꽃이 선운산 산행에서 본 꽃들의 전부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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