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3. 16. 09:34
신선봉-공룡능선-마등령-설악동

비선대


귀면암


양폭산장 뒤 능선


양폭


양폭 위 계단


천당폭포아래계곡에서

천당폭포

천당폭포 위쪽암릉

신선봉의 일몰


설악산 설악동-천불동-희운각
아아, 옛 설악산이 그립구나

천불동과 공룡능선 설악! 옛설악이 그립다
희운각 희운각의 밤
공룡의 해와달 공룡의 일몰과 일출
공룡능선의 새소리 새소리음악삽입
설악산은 지금 공사장 곳곳의 공사상황 본 것


이번 천불동 통과시 작년의 비로 인한 폐해를 직접 목격한 장면은 병풍교의 잔해를 본 것 이외에는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천불동 물길은 천당폭포 위쪽에서 양폭까지는 바위로 되어 있고 나머지 구간에도 군데 군데 바위가 많은데다가 개울가에 넓은 곳이 거의 없는 V자 협곡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비가 아무리 와도 길이 훼손될 정도로 수량이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개울엔 눈에 띄게 돌팍이 많아져 보였다. 그러나 바닥이 암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바위가 아닐 경우, 즉 웬만한 바윗돌은 물의 힘을 받아 떠내려가거나 옆으로 밀쳐지게 되어 있다. 오련폭으로 올라가는 철계단 옆의 바위경사지대는 급경사여서 눈이 급경사바위를 향해서 부는 상황이고 또 그 엄청나게 넓은 경사면에 눈이 쌓일 수도 있는데 이럴 때에는 철계단을 향해 눈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곳이다. 급경사의 경사도와 높이와 넓이를 감안할 때 일단 눈사태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겨울산행때 유의해야 할 점이다.
오련폭포옆으로 난 사다리를 오르내릴 때는 항상 천불동의 명소인 이곳 폭포가 잘 내려다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어떤 방법이 없을지 국립공원에서 작은 전망대 하나라도 만들어 줄 수도 있을 듯한데 이곳에 오면 항상 사진 찍기가 마땅히 않아 애를 태운다. 오련폭포가 정면으로 보이는 바위지대 역시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올라가 사진찍기가 번거롭다. 계단에서 오련폭포쪽으로 바로 단애를 이루고 있어서 전망대를 만들기도 어렵다.

양폭위쪽의 천불동계곡

병풍교에 이르러 보니 견고한 철사다리는 걸레처럼 바위에 걸려있다. 거대한 바윗돌이 떨어지면서 급경사에 붙어있던 지주들이 모두 끊어지고 사다리 대부분도 물속에 쳐박힌 모양이다. 바위가 굴러떨어진 곳에 남아있던 위험한 바위 하나를 더 굴려내리고 새로 철제구조, 바닥 목제 다리를 오른쪽에 설치, 산불방지기간이 끝난 뒤 개방한 것 같다. 처음 천불동을 찾았던 땐(60년대말) 옛 병풍교자리에 무어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분명히 사다리는 없었다. 양폭에 와서 쉬면서 주변 풍경도 즐기고 간식도 챙겨먹으면서 한숨 돌리면서 보니 양폭과 음폭계곡, 양폭산장 뒤쪽 계곡이 만나는 이곳은 천불동 상층부가 중층부로 바뀌는 지대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유만 있다면 망경대쪽으로 올라가보고도 싶은데 (그쪽은 등산로 아님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작년비에 중간에 길이 끊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는 생각에 갈등하다가 오늘은 희운각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내설악의 망경대는 보았기에 언제 한번 외설악 망경대도 꼭 보고싶다.

양폭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면 천당폭포가 저만치 보인다. 지금의 천당폭포를 보면 어떤 횡액을 당해 몸을 버린 아름다웠던 아가씨같다는 생각이 난다. 정말 아름다웠던 폭포였는데.. 폭포의 높이는 비룡폭포보다 낮지만 통바위에 둥글게 패인 깊이를 모를 소가 보기만 해도 간담을 서늘하게 했는데 이젠 돌무더기들이 검푸른 소안에 그득차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 일부만 푸른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몇년년에 오르다 보니 소안에 커다란 바윗돌이 하나 떨어져 소의 중간에 비스듬히 꽂혀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국립공원에서 헬기로 제거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줄로 알았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의 바위끝으머리가 물위에 불쑥 삐져나올 정도라면 소의 깊이가 5미터안팎은 충분히 될 거라고 생각하여 물위에 솟아오른 부분 1m와 합치면 전체길이 6m정도되는 크기의 바위일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다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넓이가 꽤 넓고 부피가 크다면 헬기로 빼내기엔 어려운 무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천당폭포 협곡은 암곡으로 양쪽이 단애를 이룬 곳이므로 헬기가 뜨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천당폭포는 바윗돌과 자갈이 소를 가득 채운 흉물스런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천당폭포아래의 소가 그렇게 깊은데도 헤아릴 수 없는 세월동안 그런 상태를 유지해온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폭포수는 소용돌이를 치며 빙빙도는데 거대한 물줄기가 빙빙 도면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깊이 패여 소가 된 것이다. 상류로 부터 내려온 돌들이 가라앉아 바닥을 긁으며 돌아가는 사이 바윗돌이 패이고 또 패여 위에서 보면 무시무시한 깊이의 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소용돌이는 수량이 적을 때 물밑에 가라앉은 돌덩이들을 끌어올리지 못하지만 수량이 많아지는 소용돌이는 강력해지고 바윗돌들은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위로 올려져 소의 가장자리 밖으로 내던져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깊은 소는 자기생성적 에너지의 힘으로 세월이 갈수록 깊어졌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바윗돌이 소의 한중간에 꽃히자 와류가 생성될 수 없고 따라서 청소작업이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보다 작은 돌들이 상류에서 끊임없이 내려와서 소안에 쌓이다가 오늘의 몰골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옛날 천당폭포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천당폭포 아래의 다리에서 다시 방향을 돌려 천당폭포옆 급경사로에 걸쳐있는 철사다리로 연결될 즈음에 거대한 소나무둥치가 하나 걸려있다. 이 소나무가 계단을 치면서 떨어지는 바람에 계단 일부가 훼손되었는데 국립공원측에서 난간대신 로프를 매어 놓았다. 그러나 계단바닥은 고정되지 않아 무척 신경이 쓰인다. 소나무거목은 산불방지기간이 끝나 설악산이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이틀전에 강풍이 불어 단애위에 서 있던 소나무가 떨어져 생긴 일이라고 한다. 좌우간 설악산에 오면 자연의 힘이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예상하기 힘든 거대한 힘으로 느껴져 오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천당폭포골로 들어섰을 땐가 위로 보니 대청봉이 단애와 나무사이로 보였다. 대청봉에서 하나의 능선이 희운각을 향해 뻗어 내리고 있다. 이 능선이 백두대간이다. 그러나 이 능선은 폐쇄되어 모든 대간꾼들은 소청으로 가서 능선을 따라 내려온 다음 희운각대피소옆 개울을 건너야 한다. 원래 대간은 개울을 건너지 않는다. 그런데 밑에서 보니 이 백두대간 능선 오른쪽(죽음의계곡)상부에 거대한 사태가 난 것이 목격되었다. 그리고 이능선의 왼쪽 계곡 상부에도 거대한 상채기가 드러나 보였다. 거의 70도에 가까운 급경사라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곳에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상처가 생겨있다. 작년의 폭우가 어떠했는지 미루어 가늠해볼 수 있었다.

희운각으로 올라가는 숲속길에서 희운각에서 일한다는 젊은 분과 함께 올라간다. 국립공원입장료가 없어졌는데도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문제에서부터 산길곳곳에 내걸린 리본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화를 나누는 사이 1020에 이르는 무너미 고개에 올라선다. 젊은이가 한 얘기가운데 경청해야 할 것은 국립공원에서 부탁해서 어느 코스의 리본을 정리한 적이 있는데 마대자루 하나가득 수거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리본문제는 이 정도로 심각하다.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다. 산길이 분기되거나 바위지대가 나와서 길이 끊어진 듯 보이거나 할 때 리본이 구세주같은 역할을 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뻔한 곳에 수십개가 걸려 바람에 헌 아리랑저고리 걸쳐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문제다. 산악회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무너미고개에 올라오니 5시 30분 언저리라 그냥 대피소 방으로 들어가기에는 좀 이르다 싶었다. 그래서 내친 걸음에 신선봉까지 가보기로 한다. 신선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산길을 정비하고 있는 회사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므로 공룡능선 산행을 자제해달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오랜동안에 걸쳐 계획한 산행이라면 플래카드의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방향을 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신선봉에서 운이 좋으면 일몰광경을 찍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아까 오련폭 위쪽 계곡에서 주렁주렁 카메라를 메달고 가는 나를 보고 "아이, 인제 오시면 어떡해요. 오늘 아침 운해가 기가 막혔는데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운이 좋으면 운해를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신선봉을 오른다.
드디어 전망대와 조망그림을 장착할 준비를 하고 있는 스테인리스 패널이 있는 정상에 도착한다. 실제 정상은 옆 암봉으로 고도차이 15m정도 더 높지만 장비없이는 올라가기 힘들어 보인다. 안개가 걷히고는 있으나 외설악쪽 공룡능선의 잦은바위골, 설악골등에 아직 하얀 운해가 남아 있어 볼만했다. 공룡능선은 꾸물거리던 날씨가 활짝 개어 맑은 햇살이 부어지고 있어서 선명하게 보인다. 도시부근 산의 이내나 연무(스모그)같은 것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테이프의 나머지 부분을 다 찍을 정도로 촬영을 하고 나니 신선봉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대청봉 정상에서 중청봉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은 춤을 추듯 곡선이 율동적이었지만 스카이라인 아래 죽음의 계곡쪽으로 길게 사태진 상채기는 당당한 대청봉을 위하여 매우 안스러운 장면이었다. 내려올 때 중턱에서 내설악 망경봉뒤로 지는 일몰까지 볼 수 있어 기분이 상쾌했다.

옛날 처음 찾았던 설악산을 그리워지게 만드는 첫번째 요인은 오늘도 봤듯이 천불동 곳곳에 돌을 깔아 산길을 새로 놓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세굴이 진행되는 곳이 많으므로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설악산의 옛맛을 잃어버리는 작업인 것 같아 안타까웠고 원래대로의 오솔길이 생각나게 했다.
둘째는 산이 어딘가 피로해보이고 어딘지 모르게 늙어간다는 느낌이 온다는 점이었다. 개울도 지난 겨울의 가뭄으로 수량이 적어선지 활기찬 맛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세째는 천당폭포의 경우처럼 아름답던 폭포와 소가 돌무더기의 공격에 그 순수함을 상실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지천의 경우 쏟아져 내려오는 돌덩이들이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상태도 여러군데 보인다.
모든 산행을 마치고 이튿날 차로 한계령으로 올라가면서 장수대와 한계령 사이의 계곡을 보고 참으로 엄청난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에 충격을 견디기 어려웠다. 거의 모든 개울, 모든 축대가 붕괴되어 있었고 지금은 구간 전체가 공사지역이 되어 먼지가 날리고 주변의 소나무숲은 태깔이 죽어 나무도 지쳐보이기 까지 한다는 점이었다. 수석처럼 아름다웠던 개울바닥은 돌무더기를 여기저기 산같이 쌓아놓고 개울 정비에 대비하느라고 본디 모습은 연상조차 할 수가 없다. 올라가면서 옥녀폭포를 얼핏 보았는데 매끄러운 바위위로 흐르던 물은 이제는 돌무더기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삼거리에서 장수대까지는 물론이고 한계령마루턱까지 길가에 차 한대 댈 공간이 없었다. 이제 초벌 포장만 끝낸 상태이고 길가 유수구, 빗물을 흘려보낼 통로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6월하순 장마가 걱정되었다.

사실은 가리봉을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가리봉은 설악산쪽 보다 폭우의 상채기가 더욱 많아 보인다. 곳곳에 길이 무너져 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이태전인가 강원도의 용소골과 응봉산 산행을 했는데 그곳도 하루에 800mm가 내린 대폭우후에 아름답고 깊던 소를 자갈로 얕게 하고 바닥에 깊은 소를 만든채 흐르던 개울속 소(이 소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는 자갈로 메워졌는지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힘에 겨워하지만 언젠가 옛 설악의 자연스런 모습을 반드시 되찾을 날이 오겠지...하며 그때를 위하여 차분히 기다려보자는 생각도 든다.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가 5km이다. 공룡능선은 신선봉에서 마등령까지라고 보면 4km가 된다. 희운각에서 신선봉까지가 1km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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