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게시판2009. 2. 21. 09:46

사진: 예봉산정상으로 가며 바라본 철문봉의 설화

사진: 예봉산 정상의 설화와 멀리 보이는 지능선 설화

2009/2/20일 금요일



예봉산-운길산 눈길화보

"눈이 온 다음날에는 전철산행을 한다." 작년인가 소요산 설중산행을 전철을 이용해서 한 뒤 이런 규칙 같은 것을 정했다. 눈이 많이 온 날은 차들이 기어 다니게 돼 있으니 이동수단으로서 전철이상의 수단은 없다. 어제 밤에 눈이 오자 아침에 전철로 팔당에 가서 예봉산을 오르기로 한다. 한데 적설량이 적어 차들이 씽씽 달리는 듯했지만 이젠 적설량이 많고 적고는 감안사항이 아니었다. 그동안 20밀리 이상되는 비도 한번 왔고 이번에는 땅이 덮일 정도로 눈이 왔으니 먼지가 털썩이던 산길이 어떻게 달라졌나 알고 싶기도 하고 잘하면 설화(雪花-정확히 말하면 무빙霧氷이나 상고대)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화악산에서 심설을 보았고 밟았지만 서울주변의 산들에서도 겨울을 느껴보고 싶었다. 작년 12월 운악산에서 15cm정도의 눈을 본 이후 눈 갈증이 심한 요즘이다. 도대체 산엘 다녀도 겨울산 같지가 않다. 눈뿐만 아니라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 그동안의 가뭄을 묘사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먼지 이는 산길을 오르내리느라고 눈병까지 날 정도였다. 작년엔 하루종일 눈오는 날이 있어 관악산 산행을 한 것처럼 지금이라도 하루 종일 눈이 오면 소요산이나 예봉산으로 갈터인데 도대체 눈이 와야 말이지. 눈 없으면 산행재미가 안나나? 그렇다. 재미가 안난다. 겨울산엔 눈이 있어야 한다. 서울에 처음 와서 직장생활하던 그해(60년대말) 그렇게 눈이 많이 오더니.. 그땐 북한산과 도봉산만 다녔는데도 겨울산재미가 지금도 생각히운다. 빨리 온다고 서둘렀는데도 팔당역에 도착한 것은 9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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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턱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설경. 사진 확대됨. 사진을 클릭하면 좌측상단에 키생성. 키를 클릭.

 역구내를 빠져나오자 예봉산부터 올려다 보았다. 야! 예봉산은 중턱(500m정도)이상산록의 숲은 완전히 하얀 설화로 뒤덮여있었다. 이때 유일한 소망은 강풍이 불고 햇빛이 나면 떨어질 설화가 아직 남아있을 때 정상에 가는 것이었다. 어제밤 눈은 길바닥을 덮고 있었고 눈에 덮이지 않은 부분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엊그제 비가 왔고 어제밤에 눈이 왔으니 적어도 먼지가 털썩이던 길은 아니었다. 
오늘은 예봉산-철문봉-적갑산-오거리고개-운길산 순으로 산행을 하고 운길산역에서 돌아올 예정이었다. 예봉산정상으로 올라가는 능선은 바람이 세었다. 그리고 중턱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이미 천지가 자욱히 황사를 들쓰고 있어서 원경은 거의 전혀 보이지 않고 가까운 곳만 보일 정도였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을 덮고 있는 것은 어제밤 온 눈 위에 새로 설화가 떨어져 눈의 깊이를 보태고 있는 양상이었다. 정상에 올라가는 동안 설화가 제대로 남아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시간 33분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설화가 남아있는 곳은 운길산으로 가는 능선, 정상의 북쪽 응달쪽이다. 강풍이 몰려올 때마다 하얀 설화가 눈처럼 날리는 게 보였다. 
어쨌든 정상에서 철문봉-적갑산-오거리직전까지의 능선길엔 그래도 거의 하얗게 눈에 덮여 있었고 설경도 괜찮았다. 오거리이후 운길산권역으로 접어들면서 황량한 모습의 능선에다 강풍까지 휘몰아쳐서 그런지 눈덮인 길이 아주 적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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