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 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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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폭포. (오른쪽)오봉산암릉에서 바라본 부용산

2003-08-30
오봉산 779m - 오봉산 - 부용산 882m 연결산행 부용산 내려오며 비에 젖어..
사진:코스에서 만난 아름다운 야생화

토요일에 오봉산-부용산 산행에 나서기 위해 집에서 6시전에 출발했다. 소양댐의 방류라는 호재도 물론 감안했다. 방류를 시작한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방류를 하고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방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용산 산행은 첫산행이어서 기대가 갔다. 청평사코스에서 갈수 있는 산은 오봉산, 부용산, 봉화산등인데 봉화산까지 갔으면서도 부용산이 빠져있었다. 웬지 부용산만 오르기에는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해서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봉산과 부용산을 연결해서 산행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 일찍 나선 것은 토요일마다 벌어지는 미사리-팔당대교까지의 교통혼잡을 피해가고자 하는 속셈에다 소양댐위에는 변변한 주차장이 없으므로 빨리 가지않으면 댐아래 대형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올라가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 등짐을 지고 올라가는 데 적어도 20여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시외곽(춘천)에 들어서서 홍천-설악산 쪽으로 가다가 소양댐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정작 소양댐을 건너야하는 잠수교가 막혀있다. 막고 있는 차량장애물뒤로 푸른 소양강물이 포말을 일으키며 격류처럼 흘러가고 있다. 소양댐 방류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그 격류는 보여주었다. 소양댐 생긴 이래로 이렇게 오랜기간 방류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소양강을 따라 한참 내려오면 소양5교라는 새로생긴 다리가 있다. 여기서 강을 건너야 한다. 소양강으로 빠지는 조그마한 개울이 강과 만나기 직전 보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보위에서 대여섯명의 낚싯꾼이 낚시를 하고 있다. 격류를 피해 깊은 소처럼 변한 개울아래 물구비에 고깃떼가 몰려드는 모양이다. 한강에 홍수가 지면 여의도 샛강에 고깃떼가 몰려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소양강이다. 물이 얼마나 찬지 격류를 이루고 흘러가는 수면위에 아련한 안개가 어려있다. 물빛은 압록, 즉 청둥오리의 목깃털 색깔이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는 지겹지만 강에 수량이 많은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니 그 보다 시원한 광경이 없다.


오봉산산행은 자주 한 편이었지만 부용산은 처음이다. 부용산은 오봉산보다 높지만 조망이 좋은 암릉과 암봉이 줄이어 나타나는 오봉산에 비해 특색이 없어보였던지 좌우간 이때가지 부용산은 올라가지 않았다. 부용산보다 낮지만 부용산과 이어진 봉화산을 오른 것은 그 산이 소양댐과 마주보고 있어서 댐주변의 경관을 바라보기에 좋을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소양5교를 지나 댐으로 가까워지는 사이 아파트 틈사이로 보이는 소양강은 역시 색깔이 푸르스럼한 맑고 풍부한 물이 흐르는 오랜만에 보는 진정한 청정강의 모습 그것이었다. 옛날 소양댐이 들어서기전 설악산에 갈 때 인제를 지나 군축령이 아직 보이지 않는 관대리 산간 들판의 한중간 여름 태양아래 반짝이며 흐르던 소양강의 푸른 물을 보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은 소양댐에 수몰된 지역이지만 갈수기엔 가끔 그곳의 맨땅이 드러날 때 지나곤 하면 그때의 아름다운 소양강 모습이 생각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벽해가 상전이 된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마수걸이라는 주차요원의 말을 뒤로 하고 댐으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서서 조금 달리자, 수로를 따라 하얗게 포말을 펼치며 100미터를 떨어져 내려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고 있는 소양댐의 장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관이 좋은 목에 사람들이 서서 구경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물이 떨어지는 부분은 물보라가 끼여 보이지 않고 자욱한 물보라 안개에 휩싸여 있다. 곤두박질쳤던 거대한 수렴은 엄청난 에너지로 뭉쳐 수면위로 다시 힘있게 솟구쳐올라 포말을 일으키며 푸른 물속의 소용돌이와 함께 재빨리 하류쪽으로 멀어져간다. 아마 가까이 가서 보면 비옷을 입고 폭포를 구경하는 미국-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폭발적인 음향과 물보라와 안개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우뢰소리같은 저음이 들려오고 있다.
청평사행 배는 9시에 떠난다. 소양호의 수면은 여태까지 보았던 수위중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거의 190미터에 가까운듯싶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지만 오전 9시경에 벌써 하늘은 잔뜩 흐리고 검은 구름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만수위의 호수면을 가로지르며 물살을 가르는 배를 타고 청평사로 가는 기분은 언제나 운치있는 시간이다. 더구나 올해는 만수위라 갈수기동안의 배타기와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선수쪽으로 보이는 산이 부용산이다. 오봉산은 봉화산쪽에서 뻗어내린 능선을 돌아가야 보이기 시작한다.
청평사로 올라가는 길가 계곡의 물은 투명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은 물이 언제나 맑은 곳이다.
청평사에 이르기 직전 큼직한 맑은 소에 직폭으로 떨어지는 구성폭포는 높이에 비해 아름다운 폭포이다. 같은 직폭에 속하는 대승폭포, 비룡폭포, 직소(변산)폭포 중 직소폭포를 많이 닮았으나 높이는 그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오봉산의 험준한 암벽, 암릉에 걸맞는 아름다운 폭포가 그 아래에 있음은 청평사계곡의 짜임새를 말해주는 것이다. 바램 같아서는 625당시 청평사만 불타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청평사는 이름만 청평사이지 옛 청평사와는 거리가 먼 새절이다. 청평사 회전문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이번에 본 회전문은 완전 개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옛날 회전문을 완벽하게 복원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옛스러운 맛이 사라지고 없다. 청평사가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을 오르기전 시선을 조금만 들어 산을 보면 아찔한 암산이 청평사뒤에 버티고 서 있다. 이것이 바로 오봉산이다.
오봉산은 600미터 가까이 되는 이 첫봉우리로 올라가는 암벽 사잇길이 산행의 재미를 한껏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오늘은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부용산과 오봉산중 어느산을 먼저 오르는게 좋을까 생각해보니 비올 때 암릉길을 내려오는 것이 아무래도 위험할 듯하여 오봉산에 먼저 오른다. 언젠가 20여명의 사내산악회 멤버들이 10센티의 눈이 쌓인 이 바윗길을 내려온 적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 길은 언제나 조심해야할 바윗길임이 분명하다.
한여름철의 산행때보다는 적잖이 시원해졌지만 그래도 400미터에 이르는 직벽에 가까운 암산을 오르며 비오듯 흐르는 땀을 어쩌지 못한다. 하지만 네군데에 있는 쇠줄을 붙들고 올라가다 보면 소양호가 바로 눈아래보이고 청평사 앞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것이 쉬원하다. 마침 내륙으로 깊숙이 패어든 깊은 수로를 따라 청평사행 나룻배가 물살을 가르며 넓은 곳으로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
오봉산엔 수도 없이 올랐건만 소양호를 바라보는 전망은 예나 지금이나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암릉 너머로 부용산 능선이 제법 장대하게 스카이라인을 긋고 있는 것도 볼만하고 암릉의 노송은 암봉과 단애와 어울어져 수려한 동양화를 그리고 있는 것도 역시 예나 다름없이 볼만하다. 그런데 오늘은 부용산을 함께 산행하기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오봉산 산행은 그전같이 힘이 들지도 않고 당일 코스로 안성마춤이거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암릉과 능선봉들이 아기자기한 반나절 산행용 코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그럴 것이 오봉중 봉우리하나(주봉)만을 밟고 바로 부용산이 시작되는 배치고개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오늘은 배후령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청평사를 깃점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오봉산에 올랐다가 계곡으로 도로 내려와서 배를 타고 소양호를 빠져나가며 원점회귀산행을 하지만 배후령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오봉산 횡단산행을 하는 셈이다.
암봉을 넘고 넘어 오봉산에 도착하면 화천군 간동면 일대의 산곡평야지대가 내려다보인다. 오봉산은 청평사에서 암봉들을 지나 주봉에 도달한 뒤 소양댐옆 마적산으로 가는 능선상의 네 봉우리를 말한다. 배후령에서 올라오면 다섯개의 봉우리를 모두 오를 수 있다.
오봉산 주봉에 도착할 때부터 날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있다. 이제 비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비를 적게 맞고 산을 내려가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부용산을 생략하고 배치고개에서 큰길을 따라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아예 왔던 길로 내려가 버리느냐. 하지만 부용산을 생략하고 내려가면 오늘 산행의 의미가 없어진다. 비를 조금 맞기로 하자. 배치고개로 뛰어내려가는데는 10여분이 소요될 뿐이었던 것 같다.
배치고개는 육로로 청평사에 도달할 수 있는 중요한 고개이다. 배로만 외지와 통했던 청평사일대가 이 고개가 뚫림으로써 숨통이 트였다고나 할까. 배치고개에는 나물채취꾼으로 보이는 남녀 4,5명이 길가에 앉아 있다가 아는 척을 한다.
오봉산능선을 횡단해 오는 사이에 이렇다할 야생화를 발견하지 못해 아쉬웠던 나의 눈에 아름다운 꽃들이 눈에 띈다. 오봉산능선엔 며느리밥풀이나, 왜우산풀 등 두 세가지 야생화만 단조롭게 눈에 띄었을 뿐이어서 오늘 야생화촬영은 공치는게 아닌가 싶었던 차였다.
자운영을 닮은 화려한 꽃이 우선 눈길을 끈다. 그리고 노랑 국화를 닮은 조밥나물꽃이며 갓 피기 시작한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고개마루는 화천군 간동면에서 춘천시 산북면으로 이어지는 도로인데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별로 없다. 청평사로 들어가는 관광목적의 차량이라고 해봤자 몇대나 될까? 청평사는 아직도 춘천에서 소양댐으로 올라와 배를 타고 가는 코스로 알려져있으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청평사 아래쪽 배치고개로 올라가는 평지에 대규모 관광단지라도 들어서면 길은 제빛을 발할 지 모르지만 그때쯤에는 또 환경의 훼손은 얼마나 심해질꼬?
부용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처음엔 평탄한 편이다가 급경사로 된 조그만 능선길에 올라서면 다시 편안한 오르막 길의 연속이다. 부용산은 오봉산보다 100여미터가 높은 882미터높이의 산이다. 오봉산이 암릉 암봉으로 점철된 산인데 비해 부용산은 별다른 특색이 없는 장중한 육산이다. 바위도 적고 숲은 더 울창한데다가 날씨마저 금방 비가 내릴듯 잔뜩 흐려있어서 숲속은 어둑어둑하다.
급경사부분은 바위와 높지는 않지만 단애도 보인다. 숲으로 덮여있을 뿐이지 그냥 육산은 아니다.
급경사를 지난뒤 능선턱에 올라서자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그 봉우리가 정상인 모양이다. 날씨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곧 빗방울을 뿌릴 것 같다. 조금 전 휴대전화로 원주부근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거기엔 지금 비가 오고있다고 한다. 원주와 춘천사이이니 비가 오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다. 봉우리에 올라서자 넓다란 헬기장이 나타난다. 풀섶이 웃자라 있다. 비가 오기 시작한다. 사진 한장을 찍고 급히 배낭을 정리한다. 정상부근엔 숲이 울창하여 조망이 거의 없다. 헬기장에서 숲속으로 들어가 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우중산행 준비를 한다. 초본류가 많고 나무의 키가 크고 듬성등성한 산길은 걷기가 좋다.
부용산의 주능선은 꽤 길다. 오봉산에서 볼 때 부용산의 정상능선은 거의 평탄하게 남북으로 스카이라인을 긋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서쪽에서 시작하여 둥그렇게 반원을 그리는 형상으로 주능선이 끝날 무렵에는 서쪽에서 시작된 능선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소양호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지만 숲이 울창하여 그런 광경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상능선을 걸어가는 맛은 괜찮다. 듬성등성 서있는 나무 사이로 화천군쪽 경관과 오봉산도 간혹 보이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능선이 높은 탓으로 하여 느껴지는 기분은 호연지기에 가까운 기분이다.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급경사로 떨어지는 구간이 나온다. 오봉산에서 보면 부용산 오른쪽으로 급히 고도가 낮아지는 부분에 들어선 것이다. 이때는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한데다 안개가 끼기 시작하여 나침반이나 GPS가 없으면 가고 있는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급경사 첫부분에서 방향이 동남쪽(오봉산에서 는 부용산능선이 동남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으로 기우는 듯하여 잠시 갈등이 생긴다. 혹시나 화천군 간동면 쪽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 것이다. 짙은 안개속이니 주변의 능선을 보고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GPS는 숲속에서 수신상태가 불량해진다. 그래도 방향을 가늠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능선은 한동안 동남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서남쪽을 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봉산 계곡으로 들어갈 때의 트랙쪽으로 근접하고 있는 것이 GPS모니터에 나타나서 안심이다.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길은 또렷하고 오솔길 치고는 넓기도 해 길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부용산을 찾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급경사가 끝나고 완경사가 되면서 숲에는 소나무도 많아지고 나무크기도 커지고 높아진다. 한참 내려오니 갈림길이 나온다. 계속 내려가면 봉화산과 선착장, 오른쪽으로 가면 고개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여 동네로 내려가서 선착장에 닿을 수 있다. 갈림길 이후에도 꽤 오래 산행을 한뒤 비에 젖은 아스팔트 길로 내려섰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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