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2. 15:10
용조봉 635m
위치: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드라이브 코스:서울-올림픽대로-팔당대교-6번도로-마룡R-용문사아래 주차장

용조봉-양평의 팔봉산

시계방향으로 암봉, 백운봉조망, 문례봉(폭산)조망, 암릉의 소나무


사진:용조봉의 기암

2006/5/28

용문산은 다닐수록 놀라운 산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백운봉-함왕봉-용문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위주로 해온 산행도 몇 번 반복하긴 했어도 오를 때마다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상원사에서 함왕봉으로 올라가는 암릉도 기가 막힌 암릉이다.
용문산군에 속한 산과 계곡이 수려한 것은 산괴를 형성하고 있는 바위에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질학자는 아니지만 산을 아름답게 만드는 바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많이 한다. 절리가 크고 시원시원하여 인수봉, 도봉산, 설악산의 이름난 여러암봉과 같은 미봉이 형성되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삼악산, 팔봉산, 그리고 용문산군에 속한 여러 산들의 바위는 화강암이 아니다. 다른 산들보다 바위의 절리가 특이하고 직선적이고 규모는 화강암 산에 비해 작지만 세밀하여 큰 단애와 오밀조밀한 바위경관을 만들어 놓는다. 이런 산의 특징은 화강암 산에 비해 오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 바위표면에 요철이 많아 잡고 올라가기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용문산군에는 으뜸인 용문산을 비롯, 직간접적으로는 문필봉, 용문봉, 중원산, 도일봉, 용조봉, 함왕봉, 백운봉을 거론할 수 있고 넓은 의미의 산괴에 봉미산, 유명산, 어비산, 중미산을 넣을 수가 있을 것이다. 유명산의 유명계곡은 삼악산의 등선폭포 계곡과 함께 동일한 바위로 구성된 계곡미로 진작부터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계곡으로 자리잡았다.

오늘은 그동안 용문산군에서 유일하게 오르지 못한 용조봉을 올랐다. 중원산을 오르내리면서 보아온 용조봉 암릉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상기시켜주었지만 특별한 인상이 머리속에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산행을 결심한 뒤에도 별다른 소스취재를 하지 않았던 관계로 실제로는 미지의 산으로 남은 채였다. 다만 중원산이나 도일봉을 보면 바위가 많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뿐 그외의 사전지식은 거의 제로 상태로 산에 맞닥뜨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용조봉은 용문산 중에서도 오르기가 어려운 용문봉(947봉. 산행금지지역이 아닐까)과 중원산을 잇는 직선상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용조봉의 용문산쪽 계곡은 조계골이고 중원산쪽 계곡은 용계골이다. 용조봉은 도일봉이나 중원산, 상원사에서 함왕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암릉지대처럼 무궁무진한 바위경관으로 이루어진 암릉의 기암과 괴석의 퍼레이드는 대여섯시간의 산행중 끝날 줄을 모른다. 산행하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용문산주차장 옆(동쪽)으로 신점리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건강원 간판과 신점리교회의 첨탑이 시야에 들어오는 좁은 포장도로이다. 들어가는 길에서 보면 용조봉 능선의 두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밑에서는 그저그런 봉우리로 보이는데 올라가면 판이한 산세와 숲이 감춘 바위지대와 암벽과 거석사이의 오밀조밀한 산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나중에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거의 겹치다 시피한 2개의 봉우리가 더 보였다). 용계골 계곡도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5, 6분 걸어가면 산행지도가 그려진 입간판이 보인다. 이 지도에는 중원산과 도일봉 산행을 안내하는 길만 그려져 있을 뿐 용조봉에 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덤불과 소복을 입은 듯한 하얀꽃을 보면서 진한 꽃향기에 취하며 마을로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들어간 뒤 개울이 보이는 풀밭을 지나 왼쪽으로 조금 더 가면 개울을 건너는 건축용 철제발판으로 만들어진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가면 민가가 되는데 민가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중원산, 용조봉산길로 들어선다. 용계골입구는 사유지라고 하여 직접 계곡으로 들어가면 시끄러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반드시 위에 말한 길로 들어서야 중원산이든, 용조봉이든 올라 갈 수 있다.


사진:위 암릉 아래 남으로본 조망. 멀리뾰족한 봉우리가 주읍산

조금 들어가면 중원산길과 용조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린다. 길의 상태를 보면 중원산 쪽으로 가는 사람이 월등하게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절비슷한 건물이 숲속에 나타난다. 이 건물을 끼고 숲속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능선길이 된다.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여 산행이 즐겁다. 온도는 17도에 지나지 않는다. 산행자가 느낄 수 있는 최적의 기온이다. 동네어귀에서 찔레꽃을 본 것이 9시 13분쯤이었는데 급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높다란 단애가 보인다. 이 단애위에 올라서서 남쪽을 바라보니 조망이 꽤나 시원하다. 이때가 9시 58분경이었다. 용문산 주차장 일대가 보이고 멀리 오롯하게 솟아있는 산이 리드미컬하다. 이 산이 주읍산이다. 주읍산은 용문산과 직접 이어진 산은 아니지만(용문산괴와 주읍산 사이에는 흑천이 흐르고있다) 용문산의 정기를 어느정도 비슷하게 발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높이는 비교가 안되지만 용문산의 미봉인 백운봉의 산형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백운봉 정상이 바위로 된 삼각봉인데 반해 주읍산은 밋밋한 육산이라는 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단애위 산길옆에 거대한 노송이 한 그루 시선을 끈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세월의 깊이가 가지사이로 보이는 듯하다. 8분쯤 올라가면 암릉이 나온다. 바위위에 올라가면 (전)후좌우로 조망이 시원하다. 왼쪽은 우람한 봉우리 용문봉(947m)이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고 능선의 오른쪽에 문례봉의 정상부가 조금 보인다. 문례봉은 992m에 이르는 용문산에서 정상을 빼고는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이 산은 폭산으로 알려져 있고 산음자연휴양림에서 올라가는 것이 일반화되어있다. 우편엔 용계골너머 중원산이 푸른 산록에 점점이 하얀 암석을 드러낸채 간간이 푸른 하늘이 보이는 구름낀 하늘아래 신선처럼 누워있다. 오늘은 유례없이 가시거리가 먼 날인데다가 바람마저 섭씨18도 안팎으로 서늘하여 산행은 쾌적하다. 여기에다 주변의 가까운 산과 계곡을 가득채운 신록의 나무들이 바람에 나붓끼는 잎새들을 선보이려 안달을 하는 판이니 모든 것이 완전하게 싱그러운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다. 4계절 모두 아름다운 것이 산이라고 하지만 정말 5월하순의 신록이 우거진 암릉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하나의 절정을 이루는 시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숲이 이렇게 찬란하게 아름다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내가 이 순간 살아있고, 험준하지만 아름다운 능선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아울러 수려한 조망이 계속 눈앞에 전개되니 산이 주는 위안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위사이를 돌아나와 다시 급경사를 올라가면 지금의 봉우리보다 조금 높은 봉우리가 솟아 있는게 보이는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처음엔 이 봉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보니 그 뒤에도 더 높은 봉우리가 3개정도 더 나왔던 것 같다. 여하튼 이 봉우리의 서쪽은 높은 단애를 이룬 채 조계골을 내려다보고 있어서 할 수만 있다면 그 높은 단애 위에서 조계골 깊은 계곡을 바라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럭바위는 테라스를 이룬 채 용계골을 내려다보고 있어서 편안하게 앉아 하루종일 노닥거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용조봉을 오르는 사람은 없다. 멀리 중원산쪽에서 야호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올 뿐이다. 그러니 고요함을 깨뜨리는 소란한 소리는 적어도 오늘은 듣지 않아도 될성싶다.

모난 바윗돌들을 디디며 바위사이로 난 작은 낭떠러지 같은 좁은 회랑으로 숲이 형성된 안부에 내려서면 안부 특유의 시원한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애사이의 좁은 길로 급경사를 오르는데 오른쪽은 높은 단애를 이루고 있고 왼쪽도 제법 높은 단애다. 단애위엔 소나무가 서 있는게 올려다보인다. 소나무는 거기만 있는 게 아니고 급경사 회랑을 이루고 있는 골목에도 여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바위지대의 소나무 특유의 가는 잎에다가 수피의 무늬가 유난스럽게 진하여 바위와 소나무가 너무도 잘 어울린다. 급경사를 올라와 길이 좀 완만해질 때 단애 위쪽에 해당되었던 바위를 보니 바위아래 소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고 그 너머로 파랗게 개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적당히 배분된 멋진 캔버스(그림)가 보인다. 수려한 바위와 기품있는 소나무, 그리고 인간세계로부터 단절된 것 같은 막다른 골목같은 비좁은 회랑과 양켠으로 갈매빛 능선이 오월 한낮 청량한 바람에 빛나는 정갈한 바위능선이라는 사실들이 전제된다면 여기에 어울릴 캐릭터는 무엇일까? 그는 신선 바로 신선이외의 어떤 인물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저만치 앞선 암릉위에 도포자락과 불콰한 동안에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신선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고 해도 하나도 놀랄일이 아닐 것 같다. 용조봉 능선은 도일봉이나 중원산능선처럼 800m선을 넘나드는 능선은 아니다. 대부분은 해발 600m안팎의 능선이다. 그만큼 여유있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는 된다.
소나무와 암릉이 어울린 능선 아래를 지나오자 용문봉은 더욱 가까워져 보이고 각도를 뒤쪽으로 조금 돌리면 소나무 사이로 백운봉이 오롯이 솟아있는 조금 먼 스카이라인이 용문봉 산자락 너머로 보인다. 조금 더 앞으로 가니 왼쪽으로 기암이 나타난다. 암석들이 비죽비죽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사이사이로 소나무가 박혀 있는데 그중의 한 암괴는 사자머리를 닮았다. 조망이 뚫리는 암릉위로 나오면 다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11시 5분,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쯤 되어갈 무렵이다. 이때부터 용조봉은 홍천의 팔봉산에 못지 않다는 말이 자꾸 뇌리를 스쳐간다. 눈앞에 아까부터 시선을 끈 조계골방향의 높은 단애가 있다. 문례봉도 가까이 와 있다. 백운봉쪽으로는 끄트머리가 백운봉을 닮은 하얀 바위가 한쪽이 단애를 이룬채 서 있다.
사진:바위와 소나무
다시 10분쯤 바윗사이로 올라가다 보니 옆에 기암이 솟아있는 게 보인다. 이 기암은 새가 하늘을 향해 짧은 부리를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커다란 바위사이로 난 길이 미로처럼 보여 용조봉산행은 매우 어렵지만 한 가지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 방향을 놓치기 쉬운 곳엔 누군가 바위표면에 붉은 물감으로 화살표를 그려놓아 방향을 잃지 않고 바위를 돌거나 잡고 위로 치고 오르거나 할 수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곳에 그런 표시가 있어서 적지않게 도움이 된다.
기암지대를 지나가며 마지막으로 감탄한 것은 암봉의 노송을 배경으로 뒤에 흰구름 떠도는 푸른 하늘이 펼쳐진 점이었다.

용조봉 GPS 트랙지도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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