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 31. 12:08
2003-08-16
점봉산1 1424m - 조침령에서 점봉산까지 북암령부근의 초원, 정상은 꽃잔치벌여
 점봉산의 야생화 꽃밭 진동리로 들어가 조침령-점봉산 산행을 하기로 한 것(원래는 단목령에서 내려오기로 했다)은 북암령 부근과 점봉산에서 야생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중간에 야영까지 하면서 곰배령까지 보기로 했지만 밤에 비가 오는 바람에(텐트가 젖어 들고다니느라고) 점봉산을 보는 것 만으로도 벅차 단목령에서 하산했다. 조침령 아래 갈림길에 도착한 것은 징검다리 휴일이 시작된 8월 15일 오후 2시.엄청난 교통지옥을 뚫고 (평소에 잘 다니던 팔당대교-양평 코스를 버리고 올림픽대로에서 천호동-하남-광주-양평코스로 서울을 빠져나와, 홍천의 구성리에서 서석-상남-현리-진동리) 그래도 오후 일찍 진동리로 들어올 수 있었다. 진동리는 현재 그야말로 공사장을 방불할 정도다. 재작년 루사의 폭우피해로 온전한 길이 없을 지경으로 현재는 도로공사중이어서 비포장 도로가 대부분이다. 조침령은 백두대간종주자들이 탈출로 또는 기점으로 삼기에 적당한 교통조건이 좋은 곳이다. 조침령 마루턱에 올라 미천골과 깊숙이 전개되는 양양군 서면 후천골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미천골쪽을 바라보면 준수한 봉우리가 하나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는게 보인다. 조봉이다.

사진: 점봉산의 금강초롱

조침령에서 2시간 반 정도 들어가니 6시 20분이다. 날이 어둑어둑 해질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여오고 바람이 강해진다. 해발 1045미터쯤 되는 1136봉 남쪽 기슭에 텐트를 치고 잘 준비를 한다. 이곳은 북동기류가 정면으로 마주치는 곳이라 바람이 서늘하다. 침낭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될 지경이다. 결과적으로 우모복 하나는 넣어와야 안심할 수 있다. 가져온 옷을 다 껴입어도 새벽엔 추웠다. 더구나 여러번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뒤에는 기온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 내일 산행을 할 수 있을까? 탈출한다면 단목령으로 가느니 조침령으로 되돌아가는 게 났지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야영을 하면 안개가 숲속 나무의 잎에 묻어 떨어지는 것까지 비로 생각하여 대개는 비가 많이 오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덕유산 종주때도 그랬었다. 잠을 설치다가 새벽녁에 잠이 들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비 많이 와요?" 그때까지도 안개의 수증기가 결로현상을 일으켜 나무에서 떨어지던 것을 비가 오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실제로도 비가 왔지만 바람이 불면 안개비가 후두두둑 떨어지곤 하여 비가 몇번이나 지나가는 느낌을 주곤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외로 숲은 생각하던 것보다 건조하여 산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짐을 꾸리고 길을 떠난지 40분쯤 됐을때 마타리가 훌쩍 크고 궁궁이가 키다리처럼 또래 반아이들 보다 훨씬 큰 넓지 않은 그러나 빛나는 초원에 도착했다. 물론 사진도 찍곤 했지만 이런 곳이 수없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대충대충 찍고만 것이 마음에 걸린다. 결국 그런 곳은 점봉산 꼭대기에 가서야 겨우 발견했던 것이다. 나중에 단목령으로 내려오다가 곰배령 야생화촬영 이벤트에 왔다는 문순화(처음 만났으나 그의 야생화사진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선생을 만났더니 그곳이 봄철에 아름다운 꽃피우는 한계령풀 군락지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이번 산행은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산행이 아닌데도 진부령에서 점봉산까지는 이미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한 셈이라 그 남쪽의 종주구간을 커버하게 된 우연찮은 결과가 되었다. 사실은 점봉산 까지 가지않고 단목령에서 곰배령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점봉산으로 목적지를 바꾼 것도 그런 생각이 조금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침령-점봉산은 백두대간 한계령이후의 주요 구간에 해당된다. 그래서 그런지 단목령까지 오는 사이에 한두 팀이 지나간 뒤 단목령에 도착했을 때는 무더기로 점봉산을 넘어오는 종주자들을 만난다. 줄잡아 40명 정도는되는 것 같다. 모두 한계령에서 시작한 사람들이고 대개는 조침령에서 끝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산악인에게는 백두대간 종주가 하나의 키워드가 되고 있음을 단목령에서 실감한다.

사진:진동계곡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진동리 계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오지이다. 오지의 마을로 이름난 현리에서도 30여km터를 더 들어가야 한다. 이런 오지라서 백두대간에 올라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고 단목령에서 내려오는 골짜기도 상당히 길어 어려울 것이라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진동으로 들어가니 평지의 해발높이가 600미터 가량되고(조침령 갈림길기준), 나중에 안 것이지만 단목령에서 진동리로 내려오는 길은 거의 평지나 다름이 없었다. 동해안 지역에서 보면 진동리는 높이가 아주 낮은 접시가 800-900미터 높이로 하늘에 떠있는 양상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국그릇 높이도 채 안되는 높이라고 할까?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단목령에 닿기 직전 왼쪽 계곡과 백두대간간의 높이차는 겨우 20여미터밖에 안된다. 옛날에 그 부분이 뚫렸다면 백두대간은 10킬로미터 안쪽에 형성되었을지 모른다. 요즘 양수발전소를 짓는다고 부근을 거덜내고 있는 것도 동해와의 표고차는 높고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특별한 장애가 될만한 산지가 없는데 비해 안쪽 평지와 능선과의 높이차는 얼마 안된다는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자는데 착안한 발상이다. 조침령의 높이가 789(GPS측정치-오차있음)이므로 계곡바닥과의 해발높이차이는 200미터가 채 안된다. 조침령갈림길의 해발 높이가 600미터인데 비해 단목령의 해발높이는 809미터 였다. 그러니 개울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골짜기를 흘러갈 뿐이었다.

공사장 부근에 차를 대놓고 짐을 챙겨 올라가기전 개울가에 나가보니 쉬땅나무며, 산꼬리풀, 물봉선, 노랑물봉선이 눈에 띈다. 억새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개울은 안쪽 까지 시원하게 뚫려있지만 평탄한 흐름이다. 점봉산쪽은 안개가 바다를 이루고 있다. 그에 비해 지나온 골짜기위의 하늘은 군데군데 뚫려 파랗기까지 하다. 개울가는 큰길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찾아보면 이색적인 야생화가 계속 나올 것 같은 살아있는 생태의 분위기를 보인다.

조침령으로 올라가는 비포장도로는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니다. 포휠을 중심으로 차들이 쉬임없이 넘나든다. 조침령을 넘으면 미천골자연휴양림이 있는 양양군 서면 후천계곡이다. 구룡령에서 양양으로 가는 큰길과 접속되니 일부러 진동리를 다 빠져나가 상남까지 가서 구룡령을 넘을 필요가 없다. 동해안으로 빠지기에 안성마춤의 도로인 셈이다. 고갯마루턱에 올라서기 전 집차하나가 내려온다. 타고 있는 사람들의 이마에 젖은 땀에 머리카락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구간종주를 끝낸 사람들이 타고오는 차가 틀림없다. 일단의 산꾼들이 팀을 이루어 요소요소에 기다리고 있다가 차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면 백두대간 종주는 그만큼 쉬워진다. 더구나 진동리에는 대중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아니면 종주와 하산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계령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면 오후 2시전후해서 조침령에 도착할 수 있다.

능선에 올라 동남쪽을 바라보니 계곡 밑바닥에서부터 정상까지가 한 눈에 보이는 수려한 산이 있다. 조봉이다. 미천골자연휴양림의 뒷산이다.

백두대간의 남쪽방향으로 바라보면 바로 구름아래 약수산과 갈전곡봉이 보인다. 조침령에서 북암령으로 가는 길은 구릉지대를 오르내리는 정도의 완만한 능선의 연속으로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능선바로 위를 지나가는 안개는 더욱 두터워져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한번은 약한 소나기이지만 빗방울을 뿌리며 가는 구름도 있다. 길가엔 군데군데 꽃며느리밥풀 꽃이 군락을 이룬데가 많다. 오늘 밤이 아무래도 불안하다. 비가 올 것 같아서다. 깊은 계곡, 높은 산에서 야영중에 비가 오는 것 만큼 자연속에 내몰린 하염없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자각해야 할 다른 경우를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6시가 조금 넘자 날은 더욱 험해지고 이젠 안개속으로 들어온 상태가 되었다. 안개가 깔린 숲은 정말 야성적으로 보이고 태고의 어느 날에도 아마 그랬을 듯한 느낌을 준다. 백두대간의 능선에 안개가 훌훌 흘러와 숲속을 훑으며 쏜살같이 지나가는 광경처럼 신선하고 원시적인 정경을 달리 추정해보기도 힘들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텐트를 치고 조침령으로 올라오기전에 개울가에서 지었던 밥을 김치와 함께 먹고 자리에 눕는다. 당장은 부러울 것이 없다. 다시 빗소리가 난다. 하지만 자세히 들으면 물기를 잔뜩 머금은 안개가 숲에 부딪치면서 결로현상이 생겨 바람이 불면 마치 소나기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텐트위에 흩뿌리는 것일 뿐이다. 좌우간 이때부터 밤새도록 거의 한시간 터울로 잠이 깨고, 그때마다 비가 쏟아지거나 안개비가 후두둑 천막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환기통을 통해 손을 밖으로 내어 역시 밖을 내다보기 위해 뚫어놓은(?) 플라이의 틈새를 비집고 손으로 플라이의 바깥표면을 만져보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초저녁에는 비소리가 요란한데도 물기가 별로 감촉되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깊어 갈수록 플라이의 외부가 축축히 젖어오는 것을 느낀다.


지금 누워있는 곳은 백두대간의 설악산 이남에서는 두타산에 이어 동해안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남한의 백두대간중 동해안에 가장 가까운 곳은 미시령 북쪽의 신선봉인 것 같다) . 그러니까 북동기류를 타고 오는 냉습한 바람과 안개가 제일먼저 부딛치는 곳이 바도 여기다. 강풍이 숲을 헤집는 소리는 단속적으로 들리지만 바람소리외에는 양수발전소 건설현장에서 나는 둔탁할 마찰음이 들려오는 것이 고작이다. 북암령에서 단목령으로 가는 사이에 멧돼지가 나무뿌리를 파먹기 위해 뒤집어놓은 숲 바닥을 여러군데서 볼 수 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유달리 멧돼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곳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돼지소리를 연상할만한 소리는 나지 않았고 노루소리로 짐작되는 소리만 한번 들렸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안개가 요동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야밤에 동물인들 뭐가 좋다고 밖으로 나돌아 다니겠는가? 밖에 나가 플래쉬를 비춰보면 불빛은 안개속을 뚫지 못하고 숲 가장자리의 보이지 않는 벽에 꽉막힌듯 벽 이쪽만 훤히 비추는 것 같다.

5시경에 텐트에 희미한 빛이 스며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훤해진다. 멋진 일출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으로 안개가 짙고 안개비는 아직도 텐트위에 빗방울을 흩뿌리고 있다. 하지만 밖에 나와보니 귀에 익숙해진 것처럼 숲이 온통 축축한 것은 아니다. 한밤중에 비가 왔지만 숲은 의외로 건조한 편이다. 청각은 현실을 과장하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 길가의 풀섶과 웃자란 관목을 헤치며 가는 사이 바지가 금방 젖어온다. 그러나 심한 편은 아니다. 텐트 폴대로 나무가지나 풀섶의 물방울을 털며 1136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이정도같으면 점봉산도 오를만 하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단지 물에 젖은 텐트를 배낭안에 넣을 수 있게 비닐 봉지를 준비해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조금 올라가니 숲속의 공지에 웃자란 야생화들이 화려하게 다투어피고 있는 백두대간 화원이 나타난다. 이른 아침이라 광선도 충분하지 않고 안개가 짙은데다 배낭을 풀어 카메라를 꺼낼 생각을 하다가 그만 지나치기로 한다. 하지만 모두 키가 큰 야생화 풀섶에서도 유난히 멀대처럼 쑥 커서 작은 초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궁궁이꽃이 무척 인상적이다. 작은 꽃이 촘촘히 피어 쟁반처럼 둥근 꽃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궁궁이는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강풍에 쉬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1136봉 정상에 이르기직전 산능선 마루에 제법넓은 초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안에 가득히 야생화가 만발하고 있는 이번 산행중 가장 아름다운 천상화원이 나타난다. 이런 곳이 여러곳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좀더 자세히 이곳을 살폈어야 했는데.. 지나고 나니 아쉽다. 하지만 이곳 초지에서 분홍 바늘꽃등 몇가지 희귀종의 야생화를 찾았던 것은 수확이었다. 이곳이 설악산 대청봉을 조망하는데는 다시 없을 듯한 지점인데 안개로 조망이 막힌 것도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초지라면 잔디밭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키가 1미터가 넘는 풀섶이라 풀섶 안으로 들어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풀의 밀림을 이루고 있다. 야생화들이 제세상을 만나면 아마 이런 모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종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점봉산 정상의 야생화 화원이 더욱 풍요했지만 이곳처럼 키가 크지는 않았다. 그곳만 해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강풍이 불어제끼고 있어서 야생화들은 이곳 야생화에 비하면 모두 난장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초원의 왕자 : 마타리

이초원의 왕자는 단연 마타리였다. 노란 작은 꽃들이 모여 쟁반같이 둥근 형상을 하고 그것을 하늘을 향해 쳐들고 있는 마타리는 그들만의 가을 축제를 하늘을 향해 벌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개미 한마리가 있어 마타리 꽃 아래서 보면 마타리의 하늘 접촉면은 모두 평면이어서 어찌보면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할지도 모를 일이다. 초원옆길은 풀섶에 파묻혀있을 정도이지만 누군가 야영을 한 듯 길가풀섶이 납작드러누운 곳이 있다. 나중에 단목령에서 만난 사람은 야영을 하고 점봉산-한계령으로 간다는 젊은 산꾼얘기를 해주었다. 약 30분 거리의 백두대간 능선에서 함께 야영을 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마 밤새 "빗소리"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초원에는 숲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위 사진 단목령 이정표

<>조침령-점봉산-진동리 산행 GPS측정자료
진동리 계곡 바닥 노상의 고도 : 612.5m - 2시37분 출발(8월15일)

조침령으로 올라가는 길의 좌표:북위 37도 59분 41초 12 동경 128도 29분 41초 46

조침령에서 올라선 능선고도 : 793.7m - 3시 14분

능선위 갈림길 독도혼란지점 : 고도 878.8m - 4시 11분(점심먹고 사진촬영)

야영지에 도착 : 6시 40분 야영지 고도 : 1052.4m

야영지 출발 : 5시 40분(8월 16일 오전)

야생화 군락지 : 7시 12분 도착(누군가 야영하고 간 자국 발견) 마타리, 바늘꽃등을 촬영

능선최고봉(1137m)도착 - 8시 20분

북암령 도착 : 8시 40분 - 고도 928m (북위 38.02.36.32 동경 128.29.45.47)

개울이 내려다보이는 지점 도착 : 물확보 가능한 곳. 9시 55분

단목령 도착 : 10시 - 고도 809m (북위 38.02.55.25 동경 128.28.31.86)

점봉산 정상 도착 : 1시 40분 점봉산 도착(고도 1424m, 북위 38.02.56.10 동경 128.25.33.11)

단목령 도착 : 4시 52분(정상에서 야생화촬영 약 40분지체)

강선리 갈림길 도착 : 5시 30분 - 고도 717m

갈림길에서 걸어내려오다 6km가량 차를 얻어 타고 원점회귀지점까지 옴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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