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0. 27. 21:34
주흘산-부봉 1106m

서북능선-귀때기청봉
대야산에 가을이
포암산-만수봉 가을산행
명성산에 은백색 억새
북배산-가덕산 억새산행
원주백운산의 가을
북한산 의상봉능선
남덕유산  동강 백운산



귀때기청봉

대야산

포암-만수봉

명성산

북배산


주흘산 단풍시즌 화보


사진:주봉에서 내려다 본 능선의 가을

사진:폭포부근 계곡의 단풍.

사진:폭포부근 계곡의 단풍.

사진:폭포위 개울을 횡단하기전 단애아래의 단풍.

사진:대궐터 아래쪽의 단풍.

주흘산-부봉 산행기

10시 30분: 출발
바닥에까지 단풍이 내려와 조령관문으로 가는 길가 가로수가 붉게 물들었다.
여궁폭포로 올라가는 길도 단풍이 절정을 이루어 화려하다.
여궁폭포 아래의 협곡은 오른쪽이 급경사, 왼쪽은 대단애를 이룬 일종의 캐년이다. 여궁폭포를 보고 단애아래를 지나 길을 따라 올라간 다음 단애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시원하다.

여궁폭포

11시 17분 여궁폭포 도착. 여궁폭포는 그늘이 져서 어둡다. 양지쪽으로 나오면 단풍이 역광으로 비치어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에 눈이 시릴 지경이다.
여궁폭포에서 나와 단애와 폭포위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까지는 굉장히 가파른 돌길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협곡은 누구나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만큼 깊다. 여궁폭포 건너편 산록도 굉장히 가파르다. 그쪽으로 능선을 타고 주봉으로 간 적도 있는데 보기에도 급경사다.
단애위 전망대를 지나 평탄한 산길은 개울을 건너기까지 계속된다. 여궁폭포위에서 혜국사까지도 협곡의 형태는 계속된다. 여름에는 물소리가 시끄럽고 경치도 좋지만 가을철 갈수기에는 수량도 적도 물빛도 깨끗하지 못한듯하다.
혜국사에서 주봉까지는 2km라는 이정표를 지나면 골짜기를 벗어나 산록길로 들어선다. 길은 비교적 밋밋한 산록길이고 숲도 울창한데 이곳까지도 단풍나무가 적지 않고 모두 붉은 색으로 곱게 물들어 보기가 좋다. 그러나 단풍지대가 끝나고 급경사가 되면서 산죽이 길가에 많이 나타나면서 올라가기가 힘들어진다. 주흘산에 여러번 왔지만 이쪽 길은 언제나 숨이 찰 정도로 힘이 든다. 개그늘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올 때도 이곳보다는 수월했던 것 같다. 그때는 텐트까지 지고 올라왔는데도.

주흘산-부봉 코스:1관문-주흘산-부봉-1관문코스는 멋진 조망과 아름다운 단애, 암봉과 수려한 암릉이 있는 제1급의 등산코스이다. 문화유산으로 조령관문이 있고 자연의 경이라고 할 수 있는 여궁폭포주변의 눈이 휘둥그레 해질 만한 협곡이 있다. 주흘산 주능선은 동향과 남향으로 천길 벼랑이 있는 우람한 산으로 백화산이나 월악산에서 보면 그 산악미는 빼어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백화에서 황장까지 백두대간이 주흘산 주위를 돌아나가고 산의 천국의 모든 산들이 조망되는 위치이다. 부봉암봉등은 빼어난 경관을 가진 암봉들이 연속으로 나타나고 조령천에도 폭포와 소등이 즐비하여 산과 바위, 계곡과 폭포, 계류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는 자연자원도 많고, 문화유산도 적지않고 식생자원도 숱하다..

약수터에 도착한 것은 12시 49분.약수터까지 올라오기전에 이미 송림이 끝이 나고 활엽수지대가 된 지 오래이고 낙엽 또한 떨어져 썰렁하기만 한 나목숲이 되어 있는 풍광은 이미 초겨울 풍경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즐기려 왔지만 혜국사 위쪽 고도 200미터 정도에서 이미 단풍은 지고 없는데 사람들은 주봉을 향하여 고집스레(?) 올라가고 있다. 대궐터 능선(989m)에 올라선 것은 1시 15분. 푸른 것은 길가의 성긴 산죽밭 뿐이다. 대궐터 이정표에서 정상(주봉)까지는 5분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500미터 거리다.
1시 20분 조금 넘어 전좌문에 도착. 암봉 사이로 아득하게 안전에 깔리는 능선을 내려다 본다. 개그늘로 내려갈 때 보았던 능선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데 그곳엔 단풍이 한창이다. 주봉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경삿길에서는 모든 사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간다. 정상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점심을 먹거나 하고 있고 연방 많은 사람들이 올라온다. 백리향을 보았던 단애끝에 가서 두리번거리며 꽃들의 흔적을 찾았지만 여름에 그렇게 무성했던 고산화들의 줄기는 모두 시들어 버려 뭐가 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내가 백리향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 여성산꾼 한사람이 홱하니 백리향 한 웅큼을 뿌리째 쥐어뜯어 품속에 감추던 모습이 떠오른다.

10.30일이지만 주능선에만 올라와도 단풍잎하나 안보이는 초겨울풍경이다.

주봉에서 백화산이며 역광으로 보이는 주흘산 능선을 돌아보는 등 조망을 즐기는 시간은 보람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시끄러운 것은 영 마음에 안든다. 그래서 주봉을 내려와 영봉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을 때 한적함과 길위를 덮고 있는 낙엽을 밟는 맛은 뭇발자국으로 찌든 빤한 산길을 걷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했다. 주봉을 내려오면 사람소리는 곧 들리지 않게 된다. 안부에 낙엽이 깔려있는 것은 물론이고 펑퍼짐한 산록에도 낙엽이 깔려 햇살이 포근히 내려비쳐 아늑하기 그지없다. 그 포근한 느낌은 한순간에 적막감을 회복한 산의 정적을 전제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주봉을 바라보는 단애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단애 끝에 배를 깔고 누워 내려다 보면 평천리 개그늘일대와 멀리 성주봉-운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흘산의 최대의 아름다움은 한쪽이 단애를 이룬 능선에서의 조망이다. 백화산에서 보면 주흘산 암릉은 마치 거대한 파도를 타고 뛰노는 엄청 웅장한 물결의 모습을 띤다. 월악산에서도 주봉은 기봉이라고 할만큼 돌올한 모습을 보인다. 밖의 산에서도 그러니 정작 주흘산의 1100m에 가까운 능선에서 단애를 내려다 보는 조망이 어떨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영봉으로 가는 길가의 그늘사초 군락은 말라 건초냄새를 피우고 있지만 바람에 나붓길 때 신선한 바람결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고 폭신해보이는 것도 한 여름이나 마찬가지이다. 정상인 영봉에서 주봉을 바라보면 갈색의 머리를 쳐들고 남쪽을 향하여 기어가는 누에같이 보인다. 뒤에서 본 주봉의 이미지는 우리나라의 어떤 산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양이다. 좌우날개를 펴고 운달산쪽으로 날아가는 새의 머리같아 보이기도 한다. 영봉(2시44분. 중식시간 1시간후)은 정상에서 하룻밤을 보낸 터여서 낯이 익을 줄 알았지만 주변 풍경의 대강은 알만해도 세세한 점에선 역시 낯이 설다. 산명비가 바뀐 것이 그런 인상을 준 원인일 것 같다.
영봉에서 북서쪽 능선으로 가는 길은 평천리에서 도로메기고개로 올라와서 영봉으로 올라올 때 이용한 길이었는데도 내려가는 길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정감있는 늦가을 산길이었다. 주변의 숲은 나무가 어린 편인 활엽수 숲으로 비록 나목숲이었지만 평탄한 길에는 새로 떨어진 낙엽이 수북히 깔려있었고 아직 색채가 어느 정도 남아있어서 보기도 좋았고 밟으면 서걱이는 소리를 냈다. 영봉에서 25분쯤 걸어 도착한 곳은 능선봉이자 전망대였다.(3시18분) 널찍한 바위가 있는 전망대 주위엔 작은 소나무숲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월항삼봉-포암산-대미산까지의 백두대간이 다 보였으며 특히 월악산-만수봉-포암산의 수려한 바위지대가 돋보였고 하설산-메두막봉-문수봉으로 이어지는 굴곡이 아름다운 능선도 또렷이 보였다. 전망대에서 10여분 걸어가면 백두대간 길과 주흘산 길이 합류하는 능선봉 969m봉이다. 여기서 백두대간은 능선봉 북쪽으로 급경사를 따라 내려가면 하늘재가 되고 서쪽으로 가면 부봉쪽이다. 갈림길을 주의하라고 하지만 길이 또렷하여 실수할 가능성은 없다. 이정표도 확실하게 서있다. 주흘산영봉에서 이 봉우리까지가 2.6km, 하늘재까지가 3.5km이다. 부봉은 1.3km, 삼관문까지가 4.7km이다.
부봉까지의 역정은 1.3km에 지나지 않지만 여기엔 암봉과 단애가 점철되어 있어서 특히 적설기에는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다. 오죽 했으면 마폐봉에서 부봉으로 오지 않고 "제대로의 백두대간 종주"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회의감이 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부봉과 부봉-주흘산길 합류점까지의 산길을 생략하고 동문에서 월항삼봉쪽으로 "질러"가는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봉우리를 지나 부봉으로 가면 부봉이 삼각형 암봉으로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근에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 한 사람을 만났다. 4시가까이 되었으면 늦가을엔 결코 이른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그가 하늘재로 가는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을 때 그점을 상기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합류지점에서 하늘재까지 이정표에서 본 대로 1시간 30분정도 될 것이라고 말해준 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주었다. 왜냐하면 합류지점까지 가서 합류(코스합류)지점에서 월항삼봉을 지나 하늘재로 다시 가려면 그만한 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구나 월항삼봉은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암릉과 암봉이 점철되어 나타났던 기억이 났다. 헤드랜턴이 있느냐고 하는 물음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어느 길로 가든지 헤드랜턴이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다니느냐고? 나는 부봉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시간을 정해놓고 산행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를 보내고 20여분 부봉을 향하여 위험지대를 횡단하고 있는데 그가 다시 나타났다. 아무래도 시간이 안되어 동화원쪽으로 되돌아 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송림속 바윗길을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걷는다. 아직 시간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부봉 6봉 꼭대기에서 일몰을 보는 시간 말이다. 그러나 눈에 띄게 햇살에 붉은 색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때가 4시 20분 쯤이었기 때문에 나는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부봉은 산의 4분의 1 정도가 백두대간 분수령을 이루는 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산이다. 또렷하지 않은 능선 하나를 타고 백두대간이 부봉쪽으로 왔다가 부봉까지 올라오지도 않고 부봉 산록에서 주흘산 쪽능선을 타고 백두대간을 이어 북으로 간다. 그래서 급한 사람은 백두대간 봉우리인 부봉을 오르지 않고 능선 사면에서 방향을 바꾸어 주흘산-월항3봉쪽으로 간다.
부봉 정상아래 전망대 너럭바위에 앉아 주흘산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4시 30분경이었다. 영봉이 전면을 꽉채우고 영봉 옆 멀리 주봉이 복숭아만하게 보였다. 햇살은 눈에 띄게 붉어지고 있었다. 이 전망대는 아마 이번 주흘산-부봉 코스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일 것이다. 아름다움의 첫째조건은 부봉에서는 산들이 가까이 보있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주흘산 영봉과 주봉이 가까이 보여 부봉이 주흘산의 가장 아름다운 조망대라는 것은 그렇다 치고 월항삼봉과 포암산도 지척에 보이는 것은 백두대간이 부봉 아래서 U자를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수봉, 월악산의 월악산군, 하설산,메두막봉, 문수봉으로 연결되는 산군, 포암산에서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쉽게 시야에 들어오니 산조망대치고 이만큼 좋은 전망대도 없을 듯하다. 그런데 많은 산이 한꺼번에 보이는데 그 산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산들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월악산이 미봉이고 만수봉이 아름다운 산이고 포암산이 수려하고 대미산은 용하구곡을 일구는 산이고 문수봉은 높고 깊고 빼어나고 월항삼봉은 낮으면서도 수려하다. 부봉만한 높이에서 산들을 보니 산의 정상들의 높낮이가 어금 버금 한 것이 좌우를 좁혀보면 마치 죽순밭을 보는 듯하다. 산이 더 높으려면 긴 능선이 필요하다. 대개 그렇다. 그렇게 되면 산들과의 거리는 멀어지게 마련이고 산조망은 그만큼 원경으로 변한다.


사진:전좌문 아래의 능선과 골짜기.

사진:전좌문 아래 조금 먼 곳 조망.

사진:정상에서의 능선조망.

발걸음을 빨리하여 2봉으로 갔지만 2봉은 생각한 것만큼 금방 나타나지 않았고 길도 상당히 나빴음에도 발걸음을 늦추지는 않았다. 2봉을 지나고 3봉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상보다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가는 6봉의 일몰을 놓칠 것만 같았다. 덮개바위, 불상바위도 개 닭보듯하고 4봉에 올라서기 위해 두 서너번 로프를 잡고 오르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4봉에 올라섰을 때는 4봉의 고목과 주변의 억새는 붉은 물이 들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봉 6봉 중에서도 1봉, 4봉, 5봉, 6봉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려한 암봉들이었다. 주위에 우리나라 유수의 명봉이자 모두 1000m를 넘는 아름다운 봉우리들인 월악, 조령, 주흘산이 모두 부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봉6봉의 조망은 산꾼들에겐 말할 수 없는 산행보람을 안겨주는 봉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5봉에서 본 6봉은 피라미드형의 아름다운 암봉으로 뇌리에 오래 남는 인상적인 봉우리이다. 그 위에 몇 번 섰지만 오늘은 한걸음 늦어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드디어 6봉이 바라보이는 5봉에 올라선다. 6봉으로 갈 시간은 없어보인다. 안부로 내려가는 사이에 해가 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일몰사진은 5봉에서 찍기로 한다. 드디어 해가 지기 시작한다. 시간은 5시 34분 경이었다. 멀리 조령산 신선암봉뒤로 군자산이 보이고 해는 군자산위에 얹혀있다. 주흘산-부봉 산행 7시간만에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진 뒤에 6봉 아래 안부로 내려오니 5시 45분, 어두워지는 능선산록으로 나와 하산하는데 곧 날이 깜깜해진다. 헤드랜턴으로 한참 내려가다가 후레쉬를 하나 더 켜서 손에 들고 산죽밭을 헤집다시피하여 길을 찾아 산을 내려간다. 어두워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듯하다. 그러나 조령천 개울을 건넌 뒤 시계를 보니 1시간만에 하산을 끝낸 셈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큰길위에서 1관문을 향하여 내려가는데 3관문을 지나자 후레쉬도 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앞에서 소리가 난다. 이들을 따라잡는데 거의 30분 이상이 걸렸다. 함께 걸으며 1관문 직전 상점앞에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헤어진다. 정말 오랜만에 주흘산-부봉을 실컷 즐긴 셈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한번 있었다. 그때는 여름이었던 것 같다. 6봉까지 왔다가 되돌아가 1봉인지 2봉인지 그 부근에서 골짜기를 따라 3관문으로 나왔었다. 큰길로 걸어내려오며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하얀 비행운을 그리며 비행기가 아득히 먼 하늘을 떠가는 것을 보았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 26분이었다. 큰길로 걸어내려온 시간도 한시간이 걸린 셈이다. 산행시간이 무려 11시간이 걸린 것이다. 여기에는 중식시간, 촬영시간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9시간정도면 산행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코스에서 달리기하듯 산행을 한다는 것은 산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사진:영봉에서 본 주봉.

사진:주흘산영봉.

사진:부봉쪽에서 바라본 주흘산 주봉.

사진:해질무렵의 포암산. 뒤에 하설산-메두막봉-문수봉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사진:부봉 5봉에서의 저녁무렵.

사진:조령산-조령관문간 능선뒤(멀리 군자산뒤로) 해가 진다.

사진:부봉 6봉과 멀리 신선봉.

사진:해질 무렵의 조령산.

산행개요

목적산을 부봉으로 잡고 1관문에서 여궁폭포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10시 23분께. 어느해봄 주흘산영봉에서 하루밤을 잤던 터라 가을엔 어떨까 싶어 오르기로 했다. 원래는 2관문에서 부봉으로 올라갈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남을듯도 하고 부봉에서 일몰을 보면 좋을것같아 주흘산을 거쳐 부봉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주흘산까지는 사람들이 북적거릴 터이지만 영봉-부봉코스에는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한 것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을은 이미 끝물이어서 큰길가 가로의 단풍나무가 완전히 붉게 물들어있다. 어제본 단풍중에는 여궁폭포협곡일대의 단풍이 장관이었다. 온통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역광에 비치는 모양은 끝나가는 가을정취를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단풍은 여궁폭포위와 혜국사에서 조금 올라간 완만한 능선의 단풍까지가 볼만했고 그 위는 이미 삭막한 겨울풍경을 닮아있다. 약수터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수목엔 잎들이 별로 붙어있지 않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남동쪽 해발 500-800m능선에 단풍이 한창이다. 정상까지만 사람들이 많아 소란스러울 뿐 영봉쪽으로 가면 금방 산길은 호젓해진다. 길엔 황갈색 낙엽이 수북히 깔려있고 영봉쪽 능선숲바닥을 온통 뒤덮고 있던 그늘사초군락도 갈색으로 물든 융단이 되어 숲의 잎이 떨어져 훤해 따뜻하기만한 햇살에 노출되어 있다. 주흘산 동남쪽 능선이 운달산쪽으로 구불거리며 뻗어가는 모양이 내려다보이는 단애끝에 앉아 점심을 먹고 난뒤 배를 깔고누워 내려다보니 온몸이 안온하고 독수리가 내려다보면 이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능선의 단풍엔 노란색깔이 많다. 참나무계열의 나무숲의 단풍이다. 영봉에서 백두대간 갈림길까지는 소나무는 없고 온통 활엽수숲이다. 숲도 어린숲이다. 기껏해봤자 30년쯤 되어보인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1970년대에 큰 산불이 지나간 것이 아닐까? 영봉-백두대간 갈림길까지는 능선봉이 있지만 높지는 않다. 갈림길봉우리가 두번째 봉우리이다. 높이는 950m대다. 주흘산코스와 백두대간 길의 합류점에 대해서는 주의를 당부하는 멘트가 여러지도에 나와있지만 너무나 분명해서 주의안해도 알 수 있다. 백두대간길은 북쪽의 거의 낭떠러지와 다름없는 길로 내려서서 앞에 보이는 월항삼봉능선을 지나 멀리 보이는 포암산 아래 하늘재로 가면 된다. 이 봉우리에는 소나무가 많다.
부봉은 두어번 올랐지만 봉우리와 봉우리사이가 가까워 금방 6개암봉을 다 오를 줄 알았는데 실제로 다시 올라보니 봉우리 사이가 많이 떨어져 있다. 이러다가 6봉을 오르기전에 해가 지겠다 싶어 마음이 다급해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5봉에 올라서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6봉위에서 일몰을 보겠다던 예상이 빗나갔다. 6봉과 5봉사이의 안부에서 조금 올라가면 6봉 아래쪽에서 조령2관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나온다. 여기서 20분남짓 내려가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숲속에서는 헤드랜턴으로는 발밑을 비추고 손전등으로는 앞을 비추면서 걸어가야 할 정도로 어둡고 숲이 짙다. 산죽숲에다 길은 물길이 휩쓸고 지나가 패인 것이 발걸음을 어렵게한다. 2관문위쪽 개울을 건넌 뒤 시계를 보니 6시28분이다.8시간만에 산행을 마무리한 것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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