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 15. 17:32
 2007-03-24 일 산행

드라이브 코스: 서울-3번도로(이천-장호원-충주-수안보-연풍)-문경
<>돌아올때: 문경IC-여주IC-호법IC-곤지암-3번도로-양재동

고깔봉


조령산 조망


고깔봉- 주봉능선의 단애와 주봉


어제 주흘산 산행을 했다. 그동안 주흘산을 수없이 다녔고 정상(영봉)에서 하루밤 잔 적(야영)도 있지만 주봉에 올라와서 서쪽을 바라보면 항시 허전한 느낌을 어쩌지 못했다. 기존코스를 다니다 보니 그쪽 능선이 항상 배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고깔봉을 목표로 산행을 시작한다. 어제 토요일에 산행을 하려했지만 하루종일 비가 와서 오늘로 미루었다. 화사한 일요일을 맞아 문경새재공원(도립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많았다. 여기에 오면 조령산과 주흘산은 물론이고 부봉, 마패봉, 신선봉, 깃대봉, 신선암봉을 오를 수 있다. 등산을 하지않으면 문경새재길(조령1관문-조령3관문까지)을 도보로 오르내릴 수 있다.조령관문을 향하여 올라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다시피했다. 가히 산악활동의 작은 요람이다. 고깔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문경관광모텔옆길이다. 어제 비가 와서 길은 푹신푹신한 편이다.산길은 송림길이다. 진달래가 한두군데 피어있고 산수유꽃도 보인다. 지능선이 끝나고 좀 더 큰 지능선길에 합류하니 숲이 완전히 달라진다. 소나무가 많은 산록길은 끝이 나고 활엽수숲이 된다. 조금 더 올라간 능선봉은 높이가 570m정도 되었다. 안부로 조금 내려섰다가 급경사로 올라가는 길은 곧 바위가 많은 능선길로 변한다. 길 한쪽은 낭떠러지, 벼랑끝에는 소나무들의 행렬, 길 한쪽은 바위지대 거기도 소나무들의 행렬 이런 상태가 되면 감수성은 극도로 민감해져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어디가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인가를 찾게 된다. 누구나 좋아하는 노송과 바위가 가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전망대가 있는 곳도 이런 곳일 경우가 많다.숲사이로 보이던 조령산쪽 백두대간이 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때의 고도는 670m정도 되었다. 조령산쪽은 어제 비가 오고 오늘은 황사가 조금 끼인듯하여 투명하지는 않으나 하얀 화강암 슬랩지대를 갖고 있는 조령산군 봉우리들의 백두대간 능선 굴곡도 대단하고 경관도 뛰어나 보인다. 그 위로 다시 하초리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합류할 때까지는 돌이 많은 길로 낙엽교목들도 신갈나무종류에서 다른 수종으로 바뀌어있었다. 이 능선합류지점이 대충 해발 900m정도 되었다. 찬바람이 몰아치며 나목의 가지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비가 오고 나서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급경사 돌길을 올라가니 높은 단애가 나타난다. 드디어 주능선이 가까이 다가선 모양이다. 단애를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주흘산의 주봉을 닮은 암봉이 저만치 솟아있고 길은 왼쪽 바위지대로 올라간다. 이 암봉이 고깔봉이다. 고깔봉을 저만치 두고 올라가는 바위지대 급경사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곳이 고깔봉 코스의 가장 험준한 구간이다. 그러나 험준한 곳에 아름다움이 있다. 소나무도 많아 풍경이 수려했다. 바위지대는 봉우리처럼 되어 있지만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다. 위에 올라서니 능선이 깎아지른 단애지대로 되어 있을 뿐 봉우리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서 고깔봉으로 가는 과정은 전좌문에서 주봉으로 올라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두 봉우리의 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고깔봉 접근로를 막는 것은 위에 설명한 바위구간의 위험성때문인지 아니면 고깔봉의 위험성때문인지 아니면 문경의 진산인 이 고깔봉의 신성한 위상때문인지 알 수 없다.

드디어 고깔봉 정상이다. 주봉이 조금 멀리 보이고 고깔봉 아래는 천길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오금이 저려 가까이 갈 수가 없을 정도다. 이 봉우리에 안전장치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옛날에 이 봉우리를 신성시하여 제사까지 지낸 봉우리라고 하니 그 신성성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러나 그대로 두자니 위험하고 하여 코스를 폐쇄하려고 시도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고깔봉을 문경의 진산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연원은 문경을 옛날에 관산현(冠山縣)이라고 했는데 그 관산이 바로 고깔을 쓴 봉우리인 고깔봉인 것이다. 봉우리의 높이는 1039m, 주봉의 높이 1075m에 버금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봉우리에서 열리는 계곡의 끝머리에 문경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깔봉 정상이 위험한 것은 단애 끝에 다가서기 전에는 단애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주봉의 단애는 아래쪽에 몇 단계 턱이 있어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비해 고깔봉의 문경읍쪽 단애는 그런 예고편이 없고 접근하면 바로 깎아지른 단애가 안전에 전개되어 현기증이 난다. 산명비에는 "주흘관산(主屹冠山)"이라 쓰고 옆에 작은 글씨로 "진산(鎭山)"이라고 부기하여 이 산이 문경의 진산임을 명백히 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진산은 영봉도 주봉도 아닌 이 관산이라는 분명한 선언이다. 주흘산은 하나의 산이고 봉우리가 세개라고 보면 되는데 굳이 고깔봉을 진산이라고 하는 이유는 문경에서는 고깔봉이 의심의 여지없이 문경의 진산에 걸맞는 높이와 거리상으로 가장 근접해 있고 주봉은 다른 골짜기 끝에 솟아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고 영봉은 뒤에 솟아있으며 높이에 비해 그 기상은 육산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 등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산의 맥이 고깔봉에 모여 주봉에 비해 보다 큰 산괴를 이루면서 고깔봉에서 사방으로 지능선이 분산되고 있는 점도 그런 느낌을 더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깔봉에서 주봉까지는 직선거리 약 1.5km정도 되는 거리이지만 줄잡아 크고 작은 봉우리 4개가 솟아있어서 시간이 좀 걸린다. 달리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다. 아무리 작은 봉우리라도 올라가서 주변의 암릉과 단애 주위의 암봉을 둘러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다. 봉우리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 멋진 경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단애 부근에도 나무가지를 헤치고 접근해 보곤 한다. 그리고 사진도 찍어야 하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거기다 바람없는 곳을 점심을 먹은 시간까지 합치니 도합 2시간만에 주봉에 도착한다. 대궐터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에 합류하여 기존 산길로 주봉으로 가는 길은 이 맘때 산길이 그런 것처럼 얼음이 녹아 농사철 논바닥처럼 질퍽거려 애를 먹는다. 산길이 망가지고 훼손되는 것은 이때가 가장 심할 것 같아 안타깝다. 길이 밋밋한 곳은 괜찮은데 경사가 진, 이를 테면 주봉올라가는 경삿길은 참 난감했다. 안그래도 훼손이 심한 주봉 북쪽 사면엔 얼마남지 않은 흙무데기마저 온통 질퍽거리니 여기에 강한 소나기라도 오면 산에 흙이 남아날까 우려스러워지기도 한다. 산꾼들의 답압(踏壓)으로 주봉의 훼손상태는 날로 심각해진다. 사철 무수히 찾아오는 산꾼들의 발자취가 넓지않은 주봉 언저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오늘은 옅은 황사에다 나무들마저 아직 나목인 채로 그대로라 주위의 분위기가 심히 황량하다. 단애 끝에 무리지어 피던 산백리향군락은 흔적조차 안보인다. 때가 되면 다시 필 것인가? 주흘산에서 산백리향을 만나고 나서 나는 한동안 열병을 앓듯 존 바에즈(Joan Baez:미국 여성팝 가수)의 "산백리향(Mountain Time: 여기서 타임은 시간이 아니고 백리향을 뜻한다)"을 두고두고 들었었다. 이 노래를 발견한 것은 주흘산에서 산백리향을 발견한 것 만큼 감동적이었다. 마침 신선봉에서 산행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신선-마패-부봉을 거쳐 주흘산에 이른 것일 터인데 상당히 힘든 산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에서 왔다고 했다. 주봉에서 쉬었다가 영봉을 향해 발걸음을 뗀다. 길가에 노랗게 마른 그늘사초군락이 옛날 주흘산 산행을 떠올려 준다. 한여름 주흘산 능선의 그늘사초는 싱그러운 경관이다. 처녀의 삼단같은 머리칼을 쓰다듬듯이 골바람이 능선을 지나갈 때의 그늘사초의 파도치는 듯한 웨이브는 신선함의 한 극치를 이룬다.

영봉에 올라 주봉의 뒤통수, 고깔봉의 뒤통수를 보니 역시 두 봉우리는 닮았다. 그리고 오늘 보니 고깔봉쪽의 산괴가 뒤에서 보아도 조금 더 큰 것 같다. 영봉에서는 조곡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가 없지 않지만 내려가기가 수월한 지능선 길이다. 대체로 활엽수길이지만 군데군데 소나무가 있고 계곡에 가까워 지면 숲바닥은 산죽으로 뒤덮인다. 계곡에 접근할 수록 물소리가 커진다. 어제 내린 비에 수량이 많아진 것 같다. 좌우간 봄의 노래를 듣는 것같이 싱그러운 물소리. 겨울에 껑껑 얼어있던 계곡이 재잘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조곡골은 조령천의 지천가운데서도 가장 긴 지천이다. 영봉 오른쪽(내려갈 때) 계곡이 예상보다 큰 것 같아 놀랍다. 개울을 건너면 길은 신작로처럼 커진다. 곧이어 너덜지대에 돌무더기탑을 무수히 세워놓은 꽃밭서덜이 나온다. 이 부근에서 앞의 능선너머로 부봉의 봉우리들이 보이는 것이 볼만하다. 조곡계곡은 물이 맑고 수량도 적지 않은 데다 너럭바위가 군데군데 있어서 여름에 계곡에 앉아 더위를 씻기에 안성마춤이다. 숲도 깊고 물가에 적석형 단애가 여기저기 있어 경관이 좋다. 조곡관으로 접근하면서 개울옆을 보면 숲에 가려져 있지만 한쪽이 완전한 장벽을 이룬 단애지대다. 이 단애장벽은 조곡관의 성벽으로 바로 이어진다. 조곡관에 100명의 소병력만 있어도 1000명의 부대라도 들어오기 어려운 지형이라고 한다. 더구나 조곡관의 왼쪽(조령3관문방향으로 향했을 때)도 직벽단애를 이루고 있어서 좌우가 가히 난공불락의 위치인데 이런 곳을 그냥 내주고 충주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다는 임란때의 얘기는 언제 들어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곡관에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 부근에서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이 어디 한두번인가? 깜깜해도 내려올 수 있는 길이니 어두워져도 상관이 없는 곳이다. 오늘은 헤드랜턴을 잊어먹고 휴대하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으나 조곡관까지 왔으니 안심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 구석이 있다. 차열쇠고리에 달려있는 차열쇠구멍찾는 간단한 수은전지 랜턴이다. 전에 화악산에서 내려오며 시험해보았는데 그것으로도 산길을 찾아 내려올 수 있었다. 물론 그때는 랜턴을 휴대하고 있었으므로 문제가 없었다. 조령3관문에서 1관문인 주흘관까지 요즘 고운 흙을 깔아 산책하기 좋게 만들어놓았다.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를 흐르는 조령천은 수량도 많고 물빛이 옥색으로 맑은데다가 주위는 송림, 단애, 폭류, 개울가 너럭바위, 폭포, 제3의 계곡등이 많아 산행을 하지않으면 산책하기에도 안성마춤이다. 여름에는 나무그늘이 좋고 주위에 푸른 소가 즐비하여 탁족을 하기에 그저그만이다. 게다가 길가에는 옛전설을 환기시켜주는 온갖장치가 관심과 흥미를 돋구고 눈을 들어 스카이라인을 보면 조령산 일대의 화려한 산등성이라인은 마치 중국명산 어디같고 주위는 어느때는 높은 장벽이다가 계곡으로 훤히 뚫리고 단애로 옆구리를 밀어붙이듯 하기도 한다. 곳곳에 약수터가 있어서 걷다가 목이 마르면 시원한 물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보니 다늦은 시간인데도 지나가는 아베크팀이 있다. 늦어서 오히려 더 즐거운 커플들이었다. 나중에 보니 아예 맨발로 걸어보세요란 플래카드도 보였다. 아마 최근에 깐 고운 흙은 맨발로 걸어도 괜찮을 정도인 것 같았다. 이런 산책로가 있다는 것은 다른 지자체에도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가령 가평의 용추계곡을 이런 식으로 가꾸면 우정고개의 잣나무숲까지 산책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전설이라는 것은 만들 수는 없지만 용추계곡을 경관을 제대로 알리는 장치적 시설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람들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놔두고 야금야금 계곡을 훼손시키다가 결국엔 계곡을 못쓰게 만드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용추계곡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거리나 경치, 물, 길의 구배가 모두 안성마춤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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