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 15. 17:17
주흘산 1106m - 암릉에 안개가 끼니 더 아름답네
2003-07-08

사진:안개낀 주흘산-사진안의 꽃은 백리향


안개가 걷힐 때의 주흘산 능선의 웅장한 경관, 안개바람에 흩날리는 단애위의 산새풀, 백리향, 나리, 원추리의 모습이 아직도 망막에 어른거릴 정도로 신선한 산행, 꽃의 산행, 물의 산행이 돋보였던 주흘산의 하루는 빛났다. 휴가에 나선 사람들때문에 길이 붐빌 것으로 생각하고 새벽 4시에 떠날 생각을 하고 3시에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다. 길은 붐비지 않겠구나 싶었지만 지난번에 이어 다시 주흘산 산행을 포기하나 어쩌나 망설여 진다. 그러나 4시 20분 길을 떠난다. 차가 적지는 않았지만 소통은 수월했다. 비오는 새벽의 성남-이천산업도로는 상당히 미끄럽다. 서울의 경부고속도로 진입구를 지날 때 보니 많은 차들이 비속을 뚫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을 보고 산업도로로 가기로 작정했다. 1관문 주흘관을 통과한 것은 8시경. 이곳에서는 이제야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조곡관(2관문)으로 가는 사이에 빗발이 세차지고 있다. 조곡관에서 기다리면서 비가 조금 그치는 듯하여 다시 출발, 꽃발서들-주봉 코스로 들어선다. 개울물이 불어나 건느기가 조금 까다로운 개울을 몇번이나 횡단한다. 하지만 이곳 코스길은 조금 과장해서 신작로나 다름없다. 그만치 인기있는 코스라는 증명이겠다. 주흘산을 찾은 것은 꽃밭서들을 보기위해서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모르지만 꽃밭서들에는 꽃밭은 없고 돌밭에 무수한 소탑이 세워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조곡계곡은 폭포와 폭류의 연속으로 옥수가 하얀 포말을 이루고 흘러가고 길은 위로 나있어서 숲을 통해 폭포, 와폭을 보며 산으로 올라간다. 정상에 올라서니 부근은 안개바다로 그 좋은 주흘산 조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도 많아 정상은 인파로 뒤덮이다 시피 하고 있다. 사람틈을 비집고 단애끝으로 가서 원추리, 백리향, 솔나리를 찍는다. 맞바람이 불어오는 주흘산 남쪽 단애위와 바위 틈새는 자세히 보면 야생화가 지천이다. 분홍빛 작은 꽃을 피운 백리향도 군락을 이루고 그 옆에는 양지꽃이나 바위채송화 군락이 노란색으로 대조를 이룬다. 꽃 사진을 찍는 사이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산은 금방 조용해진다. 그제서야 올라와서 점심을 먹는데 누군가 백리향이 무리져핀 바위틈의 흙과 꽃을 한뭉치 긁어간 자국이 보인다. 조금전 정상에 오기 직전 중년의 산꾼이 내 앞에서 나리꽃을 손으로 떠서 손바닥에 놓고 보더니 집어던지고 다른 꽃으로 또 손이 가려고 했었다. 큰 소리로 말렸다. "산에 오면 산엣것을 건드리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 있단말이야." 그 사람은 알았다고 했지만 그 말은 알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짓을 계속하겠다는 어조였다. 그 사람이 나리꽃을 채집하여 배낭에 넣었다면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방 캔 것을 집어 던지고 또 딴 풀을 뽑으려고 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상에서 머무는 사이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이따금 단애아래 산록이 보이곤 한다. 요즘 나는 산에 들어가면 최대한 산속에 있으려 한다. 오늘도 5시이전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다.사람들이 떠나간 산은 그제서야 제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산록의 산야초들은 지난번 석룡산에서 보았던 모습 이상으로 가을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꽃도 꽃이지만 장마로 인한 피로증상인지 뭔지 노랗게 물든 잎들이 이외로 많다. 그래서 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숲바닥은 겨울준비를 하게 되나 보다.

참고: 백리향처럼 작으면서도 아름답고 순결하면서도 곱고 산골 아가씨처럼 풋풋하면서도 망막에서 쉬이 사라지지않는 분명한 자연미를 가진 백리향. 그 꽃이름만큼이나 인상적인 이 꽃을 "집구석"(코너)에 옮겨심기 위해 안개와 바람, 백리가 눈아래 보이는 주흘산의 이마에서 마녀할멈같은 손으로 긁어내가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주흘산을 찾는 사람들은 바에즈의 노래 "야생의 산백리향(와일드 마운틴 타임)"를 들어보고 결코 손을 댈 것이 아니라 주흘산에서 조망을 즐기면서 가만히 내려다보며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바란다.

계속-화보
야생의 산 백리향
주흘산과 조령계곡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계속되는 산행기를 구독하시고 싶으시다면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