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1. 12:02

위치: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호평동 - 수동면

사진: 안개속의 노송(천마산)


천마산에서 철마산까지 종주하기로 한 날은 하루종일 천둥과 함께 비가 내렸던 날 다음날이었다. 날이 갤 것이라는 예보였지만 날은 개이지 않았다. 날이 개일 기미를 보인 것은 18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은 뒤 산행을 완전히 끝냈을 때였다. 천마산은 서울근교의 산에서도 높이가 만만찮은데다가 숲도 좋고 정상에 아름다운 소나무가 줄이어 서 있는 노송과 암릉이 있어서 산행의 기쁨을 많이 느낄 수 있고 야생화도 많아 산행하기에 여러모로 매력있는 산이다. 천마산에서 북으로 뻗은 능선은 철마산을 거쳐 주금산으로 이어지고 주금산은 운악산과 연결되어 한북정맥과 잇닿았다.
천마산 근린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한 것은 오전 8시 12분. 주차장 부터가 이를데 없이 신선한 울창한 신록으로 덮여 있고 산으로 올라가는데 신록이 우거진 숲은 녹색의 장원을 연상케 한다. 며칠 비가 와서 그런지 숲의 신선함과 윤기는 산의 한 절정의 시절을 보여주고 있다. 거목소나무가 우거진 숲의 바닥은 온갖 초목으로 덮여있고 아직 마르지 않은 잎들은 바람이 불면 후두둑 물방울을 비처럼 떨어뜨린다. 그 모양이 너무도 신선하여 숲은 지금 이 습하고 축축한 여름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깔딱고개아래의급경사엔 목제 사다리형 보도가 설치되어 있다. 깔딱고개에 올라서자 주변의 높은 능선을 스치는 안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안개는 걷히겠지 하는 마음에서 행보를 천천히 한다. 정상에 가면 안개는 걷혀있을 것이고 조망은 비온뒤 그렇듯 일망무제의 투명함을 보여주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길가에 으아리가 있어서 촬영도 하고 가지고온 커피도 마시면서 가능한한 천천히 정상에 접근하려고 했다.
특정산에 오를 때마다 하나의 꽃이 그날의 그산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지난번 석룡산산행때는 뭐니뭐니 해도 국수나무의 꽃이 그날 석룡산의 지배적인 야생화였다. 그에 비해 오늘은 으아리가 이날 천마산을 대표하다시피했다. 으아리외엔 기린초가 약간 시선을 끌었으나 몇군데에서 간헐적으로 시선을 빼았았을 뿐이다. 요즘 잦은 비로 길가의 풀들도 싱싱하게 자라고 모든 관목의 가지에도 새잎이 다투어 달리다시피 하고 있다. 깔딱고개 위 능선이 코스가 우측으로 꺾이는 봉우리에서부터는 안개가 본격적으로 끼여 어떤 때는 30여m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안개가 끼이면 답답해질 것 같은데 숲속을 들여다보면 숲은 더욱 신비스럽고 더욱 신선해보이고 더욱 그윽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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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마2봉으로 가며 본 경치, 철마봉에서 철마2봉을 바라보며..

2006-6-11

정상능선의 암릉에서 천마산의 노송과 만난 것은 오랜만이지만 친숙한 소나무들이다. 안개가 가득한 공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지를 사면팔방으로 뻗고 말없이 검게 서있는 노송의 모습은 신비스럽고 회화적이다. 마치 멋진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드디어 정상. 하지만 짙은 안개속이라 주변의 조망은 우유빛 장벽 뿐이다. 단애위에 서서 방향을 가늠해보지만 장님 코끼리다리 만지는 격이다.
천마산 정상에서 북쪽 암릉을 따라 내려가다가 수려한 노송이 서있는 너럭바위위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메고 있던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다. 하늘은 어두울만큼 검고 안개가 끼여 있어서 천마산정상에서처럼 조망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다. 안개가 소나무에 걸리면 물방울로 변해 비처럼 내린다. 이 시점에서 되돌아가나 철마산을 향해 계속 가야하나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계속 온다면 되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비가 많이 오지 않더라도 쉬엄쉬엄 계속 내린다면 과라리고개에서는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과라리고개에서는 오남리로 내려가 다시 천마산 심신수련장까지 오는 게 여간 번거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까 정상으로 올라오면서 안개낀 숲속을 바라볼 때의 신비스런 숲속모습을 오늘은 실컷 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북쪽 방향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는 자신을 본다. 조금 내려가니 보광사 방향은 산행을 자제해달라는 간판이 세워져있다. 이 부근은 산행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작은 암봉이 있는 곳 아래 입간판이 또 하나 서서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안개가 끼여 방향을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GPS에 입력해온 지도를 보고 보광사쪽 능선과 철마산쪽 능선을 구분하여 조심조심 산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개낀 날은 방향을 잡기가 정말 힘든다. 배낭속에 깊이 넣어둔 나침판까지 꺼내 혹시 GPS의 방향을 점검한다. 배랭이고개라는 지명이 입력되어 있어 그쪽 방향의 능선을 확인하면서 가니 안심이 된다. 능선은 곧 걷기좋은 산길이 된다. 돌핀샘 바위에 도착한 것이 11시 45분. 산길은 안개속길이고 바람은 서쪽에서 불어와 능선을 타고 넘는데 기온이 꽤 서늘하다. 배랭이고개는 해발 560m정도 되었고 통과 시간은 12시를 조금 넘어서였다.
과라리 고개에서 올라와 능선을 따라 천마산으로 가고 있는 산꾼들 10여명을 만난다. 그들은 모두 우의를 입고 있었다. 점심먹을 때가 됐지만 능선은 바람이 심해 바위가 나오는 곳까지 가서야 발걸음을 멈추고 바위아래 앉아 바람을 등지고 점심을 먹는다. 날씨는 계속 꾸물거리고 안개는 걷힐 기미가 안보인다. 그러나 이런 산행이 지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지루하기는 커녕 서울에서 이런 시원하고 아름다운 숲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긴 능선코스가 있었던가 놀라울 뿐이었다. 게다가 안개속의 숲은 그윽하고 신선했으며 울창한 계곡이나 산록의 숲을 훑어온 습기많은 바람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천마산을 내려온 이래로 길가에 야생화가 별로 보이지 않는 점이었다.
과라리고개를 지난 시각은 2시 22분. 고개의 고도는 430m를 조금 넘는 듯하다. 천마산정상(817m)에서 치면 400m 가까이 내려온 셈이었다. 과라리고개는 천마산에서 북으로 뻗은 능선이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안부에 위치한다. 고개의 남쪽 계곡이 남양주시 과라리이고 북쪽 계곡은 수동면 수산리이다. 천마산 바위지대가 끝나는 돌핀샘에서 과라리고개까지 산길은 빽빽한 수림속을 뚫고 끝없이 이어지는 꽤 넓고 축축하여 걷기에 안성마춤인 산길이이었다. 과라리 고개를 지나면서 안개가 좀 걷히는 듯하다. 숲사이로 산등성이가 보이는 곳에서 한숨 돌리며 가늠해보니 계곡너머 보이는 산줄기가 바로 철마산인 것 같다.
과라리고개에서 서쪽방향으로 뻗은 능선이 다시 북으로 뻗어가기 때문에 철마산이 계곡 건너편 쪽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이때가 2시 44분경이었다. 쉬고 난 뒤 이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빨리한다. 철마산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시간가량 거의 경보하듯이 걸어간 결과 길은 바위 많은 오르막이 되고 드디어 서쪽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내려다보이는 계곡은 진접읍 금곡리 가마솥골이다. 그쪽에서도 철마산으로 올라오는 산길이 있다. 가마솥골과 이웃 진벌리 남쪽 산록은 서울부근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싶게 수해라고 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 녹색의 융단을 이루고 있다. 철마산 709봉에서 서쪽으로 뻗은 능선은 아름답게 솟아있는 삼각봉들이 서너개 연이이지며 뻗어가서 볼만했다.
천마산-철마산 능선에서 숲이외에 제대로 조망을 할 수 있는 지점에 선 것은 철마산709m봉에 가까이 다가가며 처음 만난 이곳 전망대에서가 처음이었다.전망대는 위쪽으로 한곳이 더 있었다. 그때 한 젊은 친구가 뛰어내려온다. 어디까지 뛰어갈 거냐고 했더니 천마산까지 뛰어갈 거라고 한다. 안개가 끼고 이따금 가랑비가 내리는 흐린 날이지만 이런 날 높은 산 능선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은 기가 막힌 연습코스이자 방법이라는 느낌이 든다. 산소에 충만한 능선에다, 능선산록을 불어가는 시원한 바람은 에어콘을 휴대하고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햇볕은 없지, 간혹 비가 내려 더위를 식혀주지, 무엇보다도 기복이 심하지 않은 능선봉들이 차례로 나타나 오르막 내리막이 잘 안배되어 있지 길이도 천마산(심신수련장)에서 13-4km이지(주금산까지는 20km가까이 되지 않을까), 훈련하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철마산 정상(709m)에 닿는다.(실제론 철마산 2봉. 1봉과는 2km남짓 떨어져 있다. ) 안개가 훌훌 스치고 다시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시간은 4시경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8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얘기였다. 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하였다. 진짜 철마산은 북쪽에 솟아있는 768m봉인데 709봉에 철마산이라는 산명이 보이고 삼각점이 있어서 오늘 목적지는 여기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철마산 2봉에서 철마산 1봉이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봉우리가 있어서다).비금리 계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디지털 지도에는 비금리라는 이름이 안보이고 동쪽으로 뻗은 능선만이 보인다.
희미한 길이 있는 것 같아 능선을 따라 산을 내려간다. 길이 너무 희미하여 GPS 모니터를 계속 보며 능선날등을 놓치지 않고 산을 내려가다가 비를 만난다. 주위가 캄캄해지고 빗방울이 낭자하게 잎을 때리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능선에는 바위지대도 있어서 조심하되 급한 걸음으로 산을 내려가다가 큰바위 밑에서 한숨을 돌리고 카메라를 비닐 백에 넣어 배낭에 꾸린뒤 물을 한모금 마신다. 그런데 5,6분 이렇게 한템포 쉬는 동안에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급할수록 쉬어가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듯싶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능선 날등을 많이 벗어나 있다. 능선 안부로 올라가 작은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니 동네가 나온다. 철마산 북쪽 갈림길(실제로는 없다. 그리고 이 능선길은 정상적인 산행길이 아니므로 권장할만한 코스가 되지 못한다)에서 1시간 10분여만이다. 그러나 내려와 보니 비금계곡쪽이 아니라 수산리계곡이다. 전체적으로 4.7km를 걸어나온 다음 비금계곡쪽에서 나오는 362번도로다. 여기서 비금리쪽에서 나오는 버스를 탄 시간은 6시쯤. 오늘 모두 18km를 걸은 셈이 되었다. 길도 없는 능선을 GPS하나에 의지하여 내려온 것은 아무래도 대견한 일이다. 그 덕에 훼손되지 않은 청정한 숲을 경험한 것은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이다. 수산리 계곡은 산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이다. 최근 이러한 외지고 조용한 곳에 주변의 숲과 계곡을 이용, 펜션이나 휴양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거나 이미 들어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울을 끼고 큰길을 걸어 나오면서 개울가 숲과 개울을 보니 이만한 곳이라면 나도 작은 별장이 하나 있었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천마산-철마산 산행시간 출발: 8시 18분
깔딱고개: 9시 11분
코너봉우리: 10시 15분
정상:10시 53분
배랭이고개: 12시 3분
과라리고개: 2시 23분
전망대: 3시 51분
철마산정상: 4시 5분
마을: 6시 6분
큰길(마석행): 6시 31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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