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1. 09:31
2006-06-17
철마산 786m 신록의 숲속산행중에 단애가 불쑥불쑥 나타나 시원한 조망을 제공..

 지난주에 이어 철마산-주금산 산행을 하려고 비금계곡 입구 비월교앞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경. 집에 일이 있어서 11시에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6월 17일은 하지를 앞두고 있어 낮이 가장 긴 날들이다. 그러므로 산행은 일몰시간인 8시(정확히 17일의 일몰시간은 7시 54분)까지 밝은 빛으로 할 수 있고 그다음은 내려올 때 조금 야간산행을 하면 될 터였다. 단지 철마산1봉에서 주금산으로 가면 시간안에 산행을 마치고도 여유있는 시간이 조금 더 있을 터이지만 철마산1봉에서 2봉을 왕복하면 그 다음엔 주금산까지 가기는 어려우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산행을 빨리하려고 의도적으로 서두르지는 않았다. 주금산까지 못가더라도 개의치 않을 작정이었다. 철마산 정상 직전의 단애지대에서는 조망도 즐기고 사진도 찍는다. 오늘 다시 철마산쪽으로 산행을 온 것은 지난주 천마산-철마산산행때 안개가 끼였기 때문에 철마2봉에서 그냥 내려간 탓이다.
8시간 이상 산행거리 15km의 산행은 비월교 앞 작은 능선에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산길은 일단 오른쪽 큰길을 따라가다가 낙엽송림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가면 된다. 실제로는 왼쪽 큰길로 들어서자 마자 산으로 올라갔는데 그쪽에는 길이 없었다. 따라서 어떤 쪽이든 일단 능선위로 올라가면 된다. 조금 가면 또렷한 산길이 나온다. (왼쪽 그림은 GPS의 트랙을 컴퓨터에 복사한 그림이다. 지도내의 둥근점 하나하나는 좌표와 고도, 그리고 통과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비월교에서 철마산으로 가는 능선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 된 기분좋은 숲속길이다. 주변 산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숲에 뒤덮인 정상의 모습이 보이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급경사가 있을 듯한 모습이다. 곧 급경사가 나타나고 급경사를 오르면 단애위 너럭바위와 기분좋은 그늘을 드리운 노송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 비슷한 단애가 나타나고 급경사를 오르면 비슷한 바위지대가 숲사이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길의 남쪽은 정상이 가까이올수록 단애로 형성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주금산과 비월교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타나고 정상은 남쪽으로 가야 나온다.
짙은 숲으로 덮인 시원한 바위지대를 얼마동안 오르락 내리락 하면 사면이 확트인 공지위에 도착한다. 남으로 푸른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먼 곳에 천마산이 뚜렷하고 북으로는 정상 아래쪽에 거대한 바위지대를 형성케 한 주금산이 우뚝하다.
정상에서는 2봉이 보이지 않는다. 남서쪽 능선끝쪽에 보이는 것은 중간봉. 철마산 1봉에서 2봉까지의 산행시간은 50분 내지 1시간정도. 지난번 철마산 2봉까지 산행했기 때문에 오늘은 2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주금산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1시20분께에 산을 오르기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두르며 잰 걸음으로 걸어가면서도 1봉-2봉사이의 숲은 하루를 보내기에 최적의 녹색공간임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주 천마-철마산2봉 산행때는 한팀 7,8명과 단독산행자를 만난 것 이외에는 다른 사람을 만난 일이 없고 이번 산행에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울창한 숲속 능선길을 힘들이지 않고 휘적휘적 걷는데도 발걸음이 꽤나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과장되게 얘기하면 봉우리들이 휘익휘익 지나가는 느낌이다. 1봉에서 2봉까지 50분 조금 못미쳐 도착한 다음 1봉으로 되돌아오니 오후 6시가 넘어있다. 그때 숲속의 수많은 잎새들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대로 비월교로 내려가나 주금산쪽으로 가나 망설여진다. 일몰시간은 7시 54분이다. 주금산쪽 주능선에서 비금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목까지는 적어도 한시간 이상이 걸릴 것 같다. 비월교갈림길에서 시계를 보니 6시 45분이다. 1시간 여유가 있다. 당초 생각했던 대로 주금산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이 갈림길에서 시루봉너머 하산 갈림길 까지 걸어야 할 거리는 대충 4km정도는 될 것이나 해가 떨어진 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전에 시루봉에 도착하면 그 다음부터는 예상했던 것처럼 야간산행을 하면 될 것이었다. 그럴려고 새 배터리까지 준비해오지 않았나? 하지만 어느 봉우리에선가 주금산아래 송전선을 바라보니 까마득하다. 송전선부근에 하산길이 있다고 되어 있어서다.

저녁무렵의 숲속산길이 걷기에 좋다고는 하지만 오르막길에서는 숨이 가쁘다. 대충 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지만 악성 봉우리는 없고 높은 봉우리는 두어개 정도 되었다. 마지막 봉우리는 단봉우리가 아니고 일단 올라서자 긴 능선이 죽 거의 동일한 고도로 계속되는 능선길이었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줄도 모르게(주금산으로 가는 길보다 내리막길이 더 또렷했던 모양이다) 하산길로 접어들었을때가 7시 57분. 조금 전 숲 사이로 붉은 해가 지는 것을 본 지 3,4분 되었을 때였다. 사실 하산길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하산길을 내려오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안도한다. 급경사가 있긴 했지만 신고 있던 샌달을 등산화로 바꿔신을 정도는 아니었다. 10여분 내려오니 개울이 나온다. 거의 1시간넘게 속보로 걸어와선지 목이 몹시 마르던 차였는데 개울물이 반갑다. 실제로 물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수분보충이 절실하던 순간이었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때가 8시 10분정도 되었을 때였다. 개울길은 밤에 가기가 번거로운 편이다. 개울바닥의 풀이 웃자라 길을 덮은 곳이 더러 있고 물길이 길을 휩쓸고 가버렸을 때는 길흔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곡일 경우가 많아 그냥 내려가다보면 외길을 찾기는 쉽다. 낮이나 밤이나 마찬가지인 것은 골짜기길의 경우 대개는 물길이 굽어도는 단애의 반대쪽에 길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않는 것이 좋다. 밤에도 단애를 보거나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밤에 개울이 흐르는 작은 협곡을 내려올 때는 신경이 쓰일법도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 것이 좋다. 개울물 소리의 사이클이 인성(사람의 목소리)과 비슷하여 누군가 말하는 것 같은 환청을 느낄 때도 있지만 위 사실을 알면 환청이 들리더라도 무시할 수 있게 된다.
갈림길로 하산한지 30여분(계곡길포함)내려오니 큰길이 나온다. 큰길은 상당부분 포장이 되어있어서 하산길이 안전하다.
큰길로 나와 비월교까지는 50분 정도가 걸렸다. 그래서 오늘은 모두 15km정도 걸은 셈이 되었다.



사진:철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마산. 긴 갈매빛 능선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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