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2. 15:18

청량산 870m
위치:경상북도 봉화군
드라이브 코스:서울-성남이천산업도로-이천나들목-여주나들목-감곡나들목-장호원-제천국도-제천나들목-북영주나들목-봉화명호지방도-태백-안동국도-청량산
사진:입석에서 산모롱이를 돌아가면 나오는 첫번째 봉우리 연화봉(청량사오른쪽 앞).

 2006/5/14

신록이 물든 청량산은 10년전에 찾은 호젓한 청량산이 이미 아니었다. 약간 오버해서 말해보면 그야말로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왔다. 주차장이 메워터질 정도였다. 차가 있으면 가장 먼저 오고싶은 산 중의 하나가 청량산일 것이다. 청량산아래를 흐르는 낙동강 푸른 물은 산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강이다. 백두대간의 양백지간을 흐르는 물이 절경의 산자락을 씻으며 쪽빛으로 흘러내린다. 여기에 비 죽비죽 멋진 단애의 산, 예리한 봉우리들의 산 청량산이 온통 신록에 물들어 산그림자가 물에 어린다. 그러니 청량산은 그지없이 청 량한 산으로 인구에 회자된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청량사 절구경온 사람들이었지만 청량산 높은 봉우리까지 오르내리는 사 람들도 적지 않았다. 오늘은 입석에서 경일봉으로 올라가 자소봉-의상봉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에서 빠진 청량사를 넣어 산행하기로 한다. 청량사에서 자소봉 서쪽의 능선안부로 올라서서 서쪽으로 의상봉을 오른 뒤 낙동강을 내려다보고 다시 동쪽으로 자소봉, 경일 봉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를 탔다. 중복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안부에서 의상봉으로 와서 낙동강상류 계곡일대를 조망하고 다시 처 음 올랐던 안부까지 오는 동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려가고 그 이후부터는 철쭉도 단애도 송림도 모두 내차지가 되었다.
청량산은 우리나라 동쪽에 치우쳐있어서 큰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아마 멀리서 온 사람들은 빨리 떠나야 했을 것이다. 서울에 서 청량산까지는 3시간30분정도가 걸린다. 정체를 감안하면 청량산에서 4시에 출발했을 경우 9시이전에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 다. 그래서 그런지 4시쯤 되니 산이 적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서야 산의 영상들이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가나?

청량산(淸凉山)을 향해 서울 집을 출발한 것은 6시 조금 지나서였다. 성남-이천 산업도로를 지나 이천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탄다. 이 구간의 어느 한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서라도 보통 그렇게 한다. 고속도로비를 아끼는 효과도 있다. 이천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과 이 도로를 이용 하는 것에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름은 서울보다 리터당 50원내외의 차이가 있다.)
이천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가 시원한 6차선 도로를 달린 뒤 여주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나와 중부내륙고속도로 들어간다. 감곡IC를 나와서 장호원-제천 국도를 탄다. 이 국도는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훌륭한 도로이고 차도 별로 없다. 그리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주까지 가서 내려가는 것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단축되는 지름길이다. 단 80km제한속도다. 하지만 단속카메라앞에서만 80km 를 지킬뿐 거의가 100km를 넘나들며 달려간다. 제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영주에서 나와 봉화로 가는 국도를 탄다. 봉화국도도 일부구간엔 도로확장공사가 끝나 시원한 주행을 할 수 있고 이 도로를 벗어나면 바로 봉성면-재산면으로 가는 도로와 봉화읍내로 가 는 도로 갈림길이 나온다.
봉성면으로 향하여 한동안 달리면 태백에서 안동으로 가는 도로가 낙동강을 따라가고 있는 명호에 이 른다. 명호에서 남으로 내려가면 북곡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고 조금 더 내려가면 청량산으로 들어가는 청량교에서 이른다. 청량 교를 건너가면 청량산 매표소가 나온다. 청량산에 도착한 시간은 9시 25분. 고속도로비 이천-감곡 2700원, 제천-영주 3400원

낙동강변으로 나와 왼쪽으로 강을 끼고 청량산으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길로서는 이를데 없이 시원한 길이었다. 물빛과 산색이 어울려 싱그럽기 그지없다. 입석으로 가서 응진전(應眞殿) 아랫길로 청량사로 향하는 것은 이 길이, 주차장에서 청량사로 바로 올라가는 길 보다 경사가 덜하고 산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길이라 걷기가 좋고 조금이라도 높은 길로 가면 조망이 시원할 것 같아서 였는데 길주변 의 숲이 울창하여 조망이 거의 없다. 그러다가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지점에 연화봉(蓮花峰)이 숲사이로 나타난다.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온다. 검은 회색의 강인한 색깔의 웅대한 원추형 바위탑은 오월신록으로 신체의 부분부분을 가린 채 구름이 흩어지고 있 는 푸른 오월하늘위로 높이 치솟고 있다. 지금도 솟아 오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둘레가 체감(遞 減)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둥그런 원통형을 이룬 정상부의 정수리는 무스를 뿌려 머리를 세운 것처럼 꼿꼿이 선 나무들로 덮 여있다. 어떻게 보면 관(冠)을 쓰고 있는 모양같기도 하다. 밑에서 보건 위에서 내려다 보건 이런 아름다운 바위봉우리가 청량산에 무수히 많다. 퇴계(退溪 이황)가 시에서 읊은 "청량산 66봉.."은 오늘날 여섯개, 여섯개봉우리이므로 12개봉이라는 얘기로 해석하는 게 중론인 것 같은데 혹시 산록의 모든 암봉을 통털어서 말해 66개봉우리라는 말은 아닌지 자세히 세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령 의상봉 남쪽의 두 개의 촛대바위도 각각 봉우리로 헤아리고 촛대바위 밑의 규모가 작은 기둥바위, 강변으로 뻗은 능선의 능선봉도 포 함시키고 또 선학봉과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까지 계산에 넣으면 의상봉 부근에만도 벌써 6개정도의 봉우리가 더 생긴다. 청량사 뒤쪽 자소봉 아래에도 몇개의 바위가 보이는가 하면 경일봉에서 북으로 뻗은 능선에도 규모는 작지만 멋진 바위봉우리가 보였는데 그것도 포함시키고 여기에다 축융산의 모든 봉우리까지 합친다면 너끈히 설흔개는 넘기리라 싶다.
그래도 모자란다면 청량산 북쪽 마을 인 북곡의 북쪽에 솟아있는 문명산에도 봉우리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문명산에서 낙동강으로 뻗은 능선이 형성한 강변 단애는 청량산 의 강변단애보다 더 아름다웠던 것을 생각하니 문명산 또한 수려하기는 청량산에 못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문명산 또한 청량 산 도립공원에 편입된 산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연화봉을 촬영하고 청량사로 가는 호젓한 길을 가는데 앞서 가던 사람들이 길아래 능선턱에 있는 낮은 나무가지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파리를 채취하고 있다. 엄나무순이 아니면 다래순일 것이다. 재작년인가 이맘때쯤 오대산으로 가며 진부에서 장을 본 일이 있다. 그때 산나물 값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엄나무순이 제일 비쌌던 것 같다. 봄철나물 중에서도 알아주는 취나물보다 훨씬 비쌌다. 봄철 에 산나물이 몸에 좋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작은 나무 한 그루에 대여섯사람이 몰려 잎을 마구 뜯는 것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않다. 한편으로는 나의 생각과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사람들은 무엇이든 캐고 뜯고 채 취하기에 능한 사람이다. 그들은 뜯으면 돋아나고 내년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나무에 새순이 돋곤 하는 것을 늘 지켜보며 살아간 다. 뜯는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사람들은 뭔가 없어지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은 생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 문이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다.
옛날에는 지방 명산에 가도 그 지방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청량산에서 봉화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보니 봉화와 안동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제는 등산인구가 도시와 농촌을 가릴 것 없이 보편적으로 늘어나 있고 명산이 있으면 그 지방 사람들이 더 극성이다. 태백시 사람들이 태백산을 누비고 다니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산을 좋아하는 그들이라면 태백산이란 산 이 그들곁에 있다는 것은 천혜의 선물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동네 뒷산이나 다름없지만 태백산은 그래도 결코 동네뒷산은 아니다. 심 설산행때 태백산에 가보면 이만치 짜임새있는 1500m 대의 장쾌하고 순수무비한 설산은 우리나라에 예가 흔하지 않다. 그런 산이 가까 운 곳에 있으니...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태백산 일대의 코스를 훤히 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사람들이 태백산코스 를 다양하게 즐길 수는 없다. 유일사코스나 당골코스가 고작이다. 그런데 이들은 태백사람들이라 태백산을 다양하게 즐기고 있고 그 것이 그들의 권리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늘은 굉장한 바람이 분다. 그리고 기온이 서늘하다. 북동계열의 바람인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청량산은 정말 말할 수 없이 청량 하다. 맑고 서늘하다는 말 그대로인 셈이다. 바람이 부니 온 산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 살아움직이는 이 느낌, 이것이 산을 오 르는 진정한 맛이 아닐까 싶다. 길가에는 광대수염, 피나물, 개별꽃, 돌양지꽃, 피나물, 바위말발도리가 여기저기 피어있었는데 꽃을 찍으려고 해도 바람이 심해 꽃대가 너무 흔들린다.
청량사는 급한 골짜기 중간에 돌을 쌓아 터를 만들고 자리잡은 절이다. 절집들은 골짜기의 우묵한 곡선을 따라 같은 높이로 좌에서 우로 자리잡고 있다. 상하구조 배치는 아래쪽에 종루와 약수정이 있을 뿐이다. 경일봉과 향로봉사이에 형성된 골짜기는 향로봉에서 이어진 능선에 연화봉이 솟아있고 경일봉에서 뻗어내린 능선끝엔 금탑봉이 솟아있어 멀리서 보면 웅장한 두 암봉 사이에 끼여있는 모 양이다. 대웅전인 유리보전(琉璃寶殿)은 조선후기때의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집이다. 절에서 전면(前面)을 보면 우측에 연화봉, 좌측에 금탑봉이 솟아있고 계곡 너머엔 축융봉이 우뚝하다. 대웅전 앞 노대의 노송앞에 참배대를 만들었다. 앞쪽에 석탑이 있고 석탑을 배경으로 석불일좌가 있고 참배객들이 절을 하고 있다. 부처님에게 절을 한다기 보다 산과 하늘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는 느낌이 든다.
절은 종루, 약수정, 심우당, 대웅전등 몇 채 안되는 건물로 되어 있으나 응집력이 있다. 하산할 무렵 들려온 법고와 타종소리는 심금 을 울리게 할 정도로 우람하고 은은했다. 절앞쪽 양쪽에 솟아있는 연화봉과 금탑봉이 소리를 안으로 끌어들이게 하는 효과를 내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의 청량산 등산때는 입석-응진전-경일봉-자소봉-자란봉-장인(의상)봉 순으로 오른뒤 계곡으로 내려왔기 에 절구경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웅전 우측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서자 산에 올라올 때 이래로 계속 강하게 불던 바람이 한순간에 잦아들고 미풍조차 느껴 지지 않았다. 연화봉과 금탑봉 품안에 안긴 탓인가? 그러면 절앞마당에는 왜 그리 심한 바람이 불었던가? 청량사에서 주능선 안부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 돌길이 대부분이고 계단을 만들어놓은 곳도 있지만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10시 7분에 주차장 출발, 11시 10분경에 청량사에 도착, 촬영을 마치고 30분 경에 주능선 안부로 출발, 중간에 점심을 먹고 12시 50 분경에 주능선 안부에 이른다. 절에서 40분 안팎이면 주능선 안부에 도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부에서 보살봉으로 방향을 잡아 의 상봉을 오른 뒤 되돌아와 자소봉-경일봉으로 하산하되 경일봉에서 청량사로 내려와 큰길로 주차장으로 가기로 한다.
자란봉, 선학봉까지는 특별한 곳 없이 울창한 송림과 이따금씩 나타나는 청초한 철쭉 꽃을 보며 청량한 공기를 마시면 기분좋은 산행 을 한다. 그러다가 선학봉에서 조금 내려오면 낭떠러지가 앞을 콱 막아서는 단애끝에 서게 된다. 의상봉으로 가려면 이 단애를 내려 가야 한다. 옆에 밧줄과 사다리로 점철된 좁은 암곡이 있다. 이곳을 내려가서 바닥에 닿은 뒤 다시 꽤 내려가서 이번엔 험하고 비좁 은 급경사 골짜기를 올라가 안부에 이른다. 선학봉 단애끝에서 건너편에 보이는 의상봉쪽 봉우리 뒤 안부가 바로 이 안부이다.
안부에서 급경사를 조금 내려가서 안부에 닿으면 계곡으로 하산하다가 청량사아래 큰길로 되돌아갈 수 있는 하산갈림길이다. 다시 능 선을 타고 올라가다가 긴 철제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면 얼마 안가 의상봉 정상에 서게된다. 주위에 숲이 울창하게 둘러싸고 있는 꽤 넓은 공터위이다. 하지만 숲 때문에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 여기서 50m쯤 서쪽으로 가면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고 주변의 산과 계곡 을 조망할 수 있는 수려한 단애위 조망대에 서게 된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친구와 함께 이 전망대위에서 주변을 관망하던 지난번 산행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흘러간다. 이곳에서는 청량산계곡쪽을 보면 촛대처럼 뾰족한 바위가 내려다 보이고 안동쪽으로 흘러가는 낙동강 물길이 시원하다. 낙동강의 청량산쪽은 능선으로 인해 대부분이 가려져 보이고 계곡사이에 일부분만 보일 뿐이다.
사진:철쭉
조망대에서 숲속으로 들어가 북쪽단애끝 관목숲에 앉아 한숨 돌린다. 조망대에서는 햇빛이 꽤나 따가왔기 때문이다. 이 관목숲은 철 쭉숲이었다. 마침 곱게 만개한 철쭉이 강쪽에서 치불어올라온 시원한 바람에 젖은 옷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세찬 공기의 흐름속에 서 끝없이 흔들리는 모양을 보니 청량산에는 이제 철쭉이 한창이구나 싶다. 청량산까지 와서 송림이나 활엽수 숲아래 곱게 핀 철쭉꽃 을 주능선 끝에서 부터 경일봉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청량산의 철쭉은 거의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엷은 분홍빛이어서 숲을 배경으로 보면볼수록 그 청순하고 아련한 자태의 아름다움에 가슴속까지 젖어드는 듯하다. 의상봉에서 주능 선을 따라 선학봉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상당히 힘이 든다. 대개 정상을 올랐을 때는 진이 다 빠졌을 때쯤이니까 그렇다. 워낙 코스가 험한 길이라 이 길을 왕복하는 바보(?)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 경쟁자들이 없기 때문이 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정상이나 안부와 특정 위치의 바위등 지근목표)향하여 달려갈 때는 자기도 모르게 경쟁심의 와류에 휩쓸린다. 그 뒤끝은 비오듯 흐르는 땀과 가쁜 호흡에서 필로일 뿐이다. 그런데 혼자 올라가니까 호흡조절도 가능하고 쉴 수도 있고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방식도 자기류의 산행방식을 가지고 산행할 수 있다. 그래서 쉬울 수 밖에 없다. 산행이 쉽고 쾌적하면 주변경 치도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의상봉의 전망대에서 되돌아선 것은 2시 30분경. 도중에 한 팀을 만났는데 그것이 마지막 큰팀이었다. 그 뒤에 만난 사람들은 너댓명 아니면 두사람이었고 자소봉에 올라가 만난 남녀가 마지막 사람들이었다. 산길은 적막해지고 송림은 울창하고 철쭉은 곱디고운 색깔 로 청초하게 꽃떨기를 이루고 있고 청량한 바람은 솔솔 능선을 불어가고 숲이 뜸해지면 금탑봉이나 연화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정상 에 숲의 관을 쓰고 둥그렇게 산록에 솟아있는 광경이 보이고... 이런 산행은 그냥 육산으로만 이루어진 평범하고 둔중한 능선을 타는 산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산행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철제사다리를 타고 한 암봉에 올라서면 탁필봉, 자소봉이 시야에 들어오 는데 주위가 둥근 대형 원추형의 봉우리가 아닌 날렵하게 생긴 (올라간 봉우리까지 포함하여) 바위봉우리 4개가 잇달아 나타난다. 음 악으로 치면 장중한 선율이 흐르다가 갑자기 스타카토로 음악이 토닥거리기 시작하는 부분에 해당된다. 청량산의 메인 포인트는 이곳 이다. 정말 아름다운 봉우리들이다.사방이 단애로 이루어진 직벽이고 대체적인 형상은 원형기둥이다. 올라가는 길은 철제사다리의 도 움 없이는 어렵다. 그나마 자소봉같은 경우는 중간 밖에 못올라가고 탁필봉은 올라가지도 못한다. 세밀하게 깎은 미니애처같은 바위 봉우리가 탁필봉이다. 이곳의 바위를 보면 마이산을 연상케 한다. 마이산처럼 청량산은 역암으로 되어 있는 산이다. 바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갈돌들이 잔뜩 백혀있다.상전이 벽해가 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어야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세월의 유구함을 이보다 웅변하는 예가 어디에 다시 있을까 싶다.
자소봉은 규모가 조금 더 크다. 철제사다리를 올라가면 대형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옛날에는 상상하기 힘든 배려다. 철제사다리도 그전에는 없던 설비다. 자소봉에서의 조망은 시원하다. 북쪽계곡과 건너편 문명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경일봉, 경일봉에서 북으로 뻗은 능선상의 작은 멋진 청량산식 암봉이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시야를 붙든다. 자소봉 다음 봉우리는 철제 사다리도 밧줄도 없다. 홀드가 많아 어렵지 않게 올라가 내려갈 수 있다. 내리막길은 정확한 스텝이 필요 하다. 4개의 봉우리를 지난 뒤에 다시 철쭉 송림, 참나무숲 철쭉이 연이어 나타나고 유장한 능선이다가 곧 다시 작은 단애로 바뀌는 일이 계속된다. 청초한 철쭉숲의 단아한 자태는 계속 장년의 혼을 유혹하고 길가에는 태백제비꽃, 붓꽃이 날 봐달라고 시선을 끈다. 드디어 경일봉에 이른다. 경일봉에서 금탑봉 뒤 안부까지의 급경사를 내려오면서 보니 이곳의 철쭉은 이미 제몰골이 아니다. 안부에 서 응진전으로 내려가는 길은 엄청난 급경사였는데 괜찮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려가는데 찌렁찌렁 청량사의 법고소리가 울린다. 폭포가 떨어지듯 , 거센 파도가 치듯, 폭풍우가 몰아치듯 울린다. 산을 다니다 보면 절부근을 내려올 일이 적지않다. 그렇지만 이렇 게 가슴을 벌렁이게 만들 정도로 우람한 법고소리는 여태 듣지 못했다. 설악산 내설악 오세암의 법고과 타종소리와 팔공산을 내려오 면서 들었던 경북 영천 은해사의 법고소리가 생각난다.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진여를 깨우고자 함일까? 참의 정신을 우려빼고자 함일 까? 골짜기의 생김새가 소리의 공명을 조장하는 측면(연화봉과 금탑봉이 둘러싸듯 청량사를 안고 있으니까)이 있지만 법고와 연이어 들려오는 타종소리는 압권이었다. 그것이 목적으로 하는 효과에 대해서 불교신자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그러니까 그 사이 오후 여섯시가 된 모양이었다.
금탑봉 뒤의 안부에서는 옛길이 폐쇄되고 내리막은 청량사로 접근하 기 쉬운 길로만 하산하게 되어 있었다. 청량사로 들어갈 것 없이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큰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 왔다. 하산을 완료한 시간은 6시37분이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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