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22. 10:55
칠보산 778m
위험한 암릉에 소나무가 어울려..그리고 살구나무골..

2003/12/28
위치: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군자산에 눈이 오나보다

칠보산 산행은 쌍곡계곡에서 가장 높고 우람한 군자산 산행과는 달리 그 보다 규모는 작으나 단애와 암릉이 수려하고 산세가 살구나무골의 비경을 형성케 한 만치 계곡이 깨끗하고 수량도 풍부하여 물과 숲(소나무), 암릉과 단애가 계류에 어울어지는 아기자기한 산행이었다. 칠보산은 무엇보다 충북인에게 인기있는 산이고 군자산이 상당히 험한데 비해 표고가 낮아 군자산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있는 것 같은 인상. 원래는 속리산 국립공원내에서 가족이 찾을 만한 곳이라는 가정하에 소개를 위해 취재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칠보산은 "낙방"을 맛보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정상에서 살구나무골로 내려오는 암릉 몇 군데가 가족 산행객들에겐 커다란 부담이 될만큼 위험했기 때문이다. 여러군데의 로프중 높지는 않지만 직벽을 내려오는 로프가 서너군데 되는데 오붓한 산행에선 심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가족산행코스로 추천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이 사실. 하지만 그것만 제외한다면 숲, 물, 조망, 암봉, 암릉, 거봉에 둘러싸인 소봉의 기막힌 위치가 깊은 인상을 줄 것이 분명한 것이 칠보산이다. 원래 칠보산이라면 북한의 칠보산을 대개 떠올려 남쪽에도 칠보산이 있다는 것이 처음엔 조금 놀라웠다. 하지만 남쪽의 칠보산도 그 나름의 보물 몇가지는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칠보산 778m




사진:능선에서 본 보배산

오늘(2003.12.28일) 칠보산 산행을 했다. 칠보산이 어떤 산인지, 칠보산에 가면 쌍곡계곡안쪽의 지형을 알 수 있을까, 그런 기본적인 생각이외에 특별히 칠보산을 오르기로 한 것은 쌍곡계곡에서 군자산, 보개산만 올랐고 칠보산은 그 기슭의 골짜기인 살구나무골의 일부를 보았을 뿐이었기 때문. 한번은 칠보산 산행을 준비하고 왔는데 송이채취시기와 겹쳐 올라가지 못했다. 칠보산에 송이가 많이나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칠보산(778m)은 백두대간에서 악휘봉을 거쳐 덕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다시 가지를 쳐 서쪽으로 뻗은 능선상에 솟아있는 암봉이다. 칠보산이 솟아있는 능선과 백두대간 장성봉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진행한 곳인 819m봉(장성봉과 악휘봉의 중간쯤되는 위치)에서 역시 서쪽으로 뻗어 칠보산과의 사이에 형성된 길다란 계곡이 살구나무골이고 이 계곡의 하류가 쌍곡계곡이다. 백두대간이 희양산을 향하여 90도 방향을 트는 악휘봉옆 821m봉은 이름없는 봉우리이지만 이 봉우리를 축으로 하여 악휘봉, 덕가산이 떨어져 나가고 악휘봉에서 마분봉이 떨어져나가며 덕가산에서 다시 능선이 가지를 쳐 칠보산이형성되며 계곡은 악휘봉.덕가산 사이의 사이에 적석리계곡, 마분봉과의 사이에 은티계곡, 장성봉과의 사이에 동으로 봉암용곡, 819봉과의 사이에 서쪽의 살구나무골, 칠보산과 덕가산 사이에 각연사계곡, 칠보산과 군자산사이에 쌍곡계곡이 이루어지니 이곳 지형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칠보산산행을 자극하는 으뜸 요소라면 쌍곡계곡가에 삼각형으로 솟아있는 칠보산단면과 같이 칼로 잘라낸 듯한 화려한 대단애의 모습이다. 물론 단애는 하나로 이루어지지 않고 각각의 작은 단애가 각각의 단면을 차지하고 그 모든 단애가 하나의 단애처럼 보이는 구성이다. 작은 단애들 위에는 대개 한두그루의 그림같은 소나무가 얹혀져 있다. 이 단애가 칠보산의 끄터머리이다.쌍곡계곡이 칠보산능선을 송두리째 짤라낸 것 같은 느낌을준다.그래서 칠보산은 동양화같은 수려한 모습을 보인다.

산행:
칠보산은 살구나무골이 끝나는 지점인 절말의 용추골에서 들어가는 방법과 용추골 아래쪽 1.5km정도되는 떡바위에서 올라가는 방법중 어느 한가지를 택하여 올라갈 수 있다. 떡바위에서 올라가려면 떡바위 산장이 있는 192번도로변에서 이정표를 찾아 물에 반쯤 발바닥을 적시고 있는 떡바위에서 개울을 건너 건너편 떡바위에 올라서서 건너편 송림언저리로 접근하면 된다. 대개의 수려한 산이 초입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듯이 칠보산도 그러하다. 우선 물가에 차곡차곡 포갠 듯 널찍한 직사각형 바위위에 노송이 우거져 있어서 눈길을 사로잡는 떡바위에서 개울을 건너 송림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와폭이 있고 와폭위에 한쪽이 깎아지른 단애로 된 거암이 있다. 송림 안쪽으로 등산로 아님이란 길막이 표지판이 보이는데 이것은 칠보산정상에서 위에 말한 칠보산단애까지 이어지는 암릉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보인다. 등산로 아님이라는 표지판을 세운 것은 아마 이 코스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의도에서 인 듯하다. 개울을 건너 숲으로 들어가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유순하여 가족들이 산행하기에도 어려움이 없고 송림속은 여름엔 솔향내깨나 풍길듯한 시원한 산길이어서 여름에 한번 다시 찾아왔으면 싶기도 한 길이었다. 계류는 암반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았다. 계곡길에서 산록을 따라 올라가는 계단을 딛고 급경사를 지나면 바위옆으로 바닥에 나무를 깐 잔교가 길게 구축되어있다. 아래는 깊이 꺼진 단애아래로 계류가 흐르고 위로는 바위위에 소나무가 얹혀있는 곳이다. 잔교가 다할 무렵 계류는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데 갈수기라 수량이 적어 별로 볼품은 없지만 수량이 많고 부근에 많은 단풍나무에 단풍이 짙게 물드는 날 꽤나 아름다운 경치가 될 것 같다. 위로 올라가면 얼음에 뒤덮인 직폭에 가까운 폭포가 하나 더 보이지만 수량이 적다.



사진:쌍곡계곡의 용소

능선에 올라서면 보배산으로 가는 길과 칠보산으로 가는 길이 나뉜다. 능선엔 송림이 우거져 있어서 그지없이 시원하다. 하지만 칠보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 길이 너무 다져져있고 세굴현상을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칠보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급경사에서 숨을 쉬며 돌아보면 보배산과 군자산이 하나는 가까이 하나는 멀리 보이는데 군자산 산정 언저리는 눈발이 뿌리는지 투명하긴 하나 허여멀건 기운이 감싸고 있다. 정상이 보이는 능선에 올라서서 전망이 좋은 바위쪽으로 다가가면 노송이 몇그루 있는 전망대다. 이 전망대에서는 백두대간의 낮은 안부사이로 구왕봉, 희양산과 백화산이 보인다. 울창한 송림속 길을 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을 따라 거암들이 테라스를 이룬 형태로 되어있어 자연스런 전망대를 이루고 있다. 전망대에 남쪽을 바라보면 장성봉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맨먼저 눈길을 끈다. 살구나무골은 어떤형태인가 그것이 관심거리였던 터라 계곡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은 덕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암릉을 내려가는 길이다. 그런데 칠보산코스에서 가장 힘든 곳이 이 암릉길 코스였다. 위험한 직벽에 로프가 걸린 곳이 서너군데가 넘었다. 암릉을 타본 사람들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만 팔힘이 약한 부녀자들이나 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될만치 위험한 곳이 적지 않았다. 암릉은 멋진 소나무들이 바위와 어울어진 경치며, 고개를 쳐들고 있는 듯한 거북바위등이 있어서 떡바위코스의 조금 밋밋하던 능선과는 궤를 달리했다. 톱니바퀴와 같은 밭은 바위능선이 한동안 계속된다. 그 예각의 능선위에서 살구나무골이 내려다 보이고 장성봉에서 저수리재로 가는 능선이 멀지만 또렷하게 스카이라인을 긋고 있는게 보인다. 벼랑에 선 거목 소나무아래로 먼 능선이나 가까운 살구나무골을 내려다보는 경치는 시원하다. 이 능선은 정말 머나먼 산골의 머나먼 능선이다. 산과 산 사이에 꼭꼭 숨어있던 능선이다. 장성봉에서 막장봉으로 막장봉에서 저수리재를 지나 칠보산을 빙 둘러 싸안으면서 작은 군자산, 그리고 군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안에서 덕가산에서 가지쳐 나온 지능선으로 솟아있는 칠보산 능선을 찾아온 것만도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자존심(?) 상하게 나보다 선견지명이 많은 사람들이 길이 반들반들할 정도로 칠보산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칠보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충북사람들이었다. 어떤 충북인은 이런 좋은 산을 이제야 찾는다고 자괴어린 말을 혼자말하듯 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 봉우리에서 단애아래 거대한 고목이 서있는 광경과 칠보산에서 덕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본다. 내년 여름이전에 쌍곡계곡에서 장성봉으로 오른다음 백두대간을 따라 악휘봉까지 와서 덕가산을 오른 뒤 칠보산 안부에서 살구나무 골로 내려가는 코스가 그 순간 머리에 그려졌다. 이 부근 백두대간에서 장성봉에서 악휘봉까지의 백두대간 산행이 빠져있기에 그 산행은 해볼만한 산행이 될 것 같다.


안부에서 살구나무골로 내려가면 송림은 활엽수로 바뀌고 길도 완만하여 내려가기가 좋다. 살구나무골과 만나기 까지 그야말로 평탄한 산골길이다. 10여분 내려가면 살구나무골 계곡이다. 계곡의 구배는 역시 완만하다. 갈수기인데도 수량이 많다. 20여분 내려간 곳에 물소리가 커져 개울쪽으로 다가가 본다. 작은 폭포가 있고 그 아래는 깊지는 않지만 넓은 소가 형성되어 있다. 넓은 소 한쪽에는 둥그런 거암이 그림처럼 놓여있고 폭포옆에는 단애가 형성되어 그림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단애위에는 물론 소나무가 서 있다. 비경이라고 할만하다. 여기서 또 10여분 내려가면 이번에는 보다 깊은 소와 소옆의 시루떡 모양의 물가 예각의 바위위에 소나무가 서있는 떡바위같은 모양의 너른바위가 어울려 소를 둘러싸고 있는 광경이 나온다. 지나치기 어려운 가경이다.


여기서 조금 내려오면 길은 넓어지고 개울이 하나 나타난다. 장성봉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살구나무골과 비슷한 길이에 수량도 많은 개울이다. 현재는 산행금지상태. 경고판을 붙여놓았다. 합수점을 지나오면 전에 없던 넓은 공터가 보이는데 아무래도 야영장같다. 야영장 옆에는 다리가 놓여있고 비포장도로가 생겨있다. 살구나무골도 옛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쌍곡폭포는 여기에서 5분쯤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폭포는 깊이 패인 소를 향하여 물을 쏟아 붓고 있는데 소는 넓고 깊다. 소옆에는 양쪽에 단애가 있고 그 위에 소나무가 푸르러 경치가 좋다. 칠보산 산행에는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칠보산 산행을 마치고 절말을 빠져나와 떡바위로 내려오는 사이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큰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보니 길가 빽빽한 송림사이로 거대한 협곡이 보인다. 겨울이 아니면 그곳에 협곡이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지도에 나와 있는 쌍용계곡의 용소가 바로 이곳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높이가 20미터는 됨직한 바위협곡 사이로 쌍곡계곡의 물이 흘러가며 깊이 패인 용소가 얼음에 뒤덮여있다. 단애가 한쪽에만 있어도 굉장하다고 할 규모의 단애인데 용소주위는 양쪽이 단애를 형성하고 있고 그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이 암협을 도대체 얼마만한 세월이 흘러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게 대단한 용소였다. 용소 그 자체보다 용소를 내려다보고 있는 양쪽의 높은 단애가 사람을 질리게 했다. 협곡의 길이도 40미터 내외는 되어 보이는 규모가 큰 협곡이다. 그 규모는 국내산의 어떤 용소옆 단애보다 우람하고 거대했다. 암협부근의 수위흔적을 보니 장성봉에서 덕가산에 이르는 긴 능선의 물을 모아 흘러내려온 물은 한여름 장마철 이곳 비좁은 협곡을 빠져나가기위해 엄청난 수위로까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쌍곡계곡: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계곡. 군자산과 보배산, 칠보산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백두대간 장성봉에서 가지쳐나온 능선은 막장봉을 거치고 저수리재를 지나 군자남봉, 군자산을 일구고 백화, 조령, 희양산에서 발원한 쌍천가에서 끝난다. 덕가산에서 가지쳐 나온 능선은 칠보산을 일구고 보배산을 솟구치게 한 뒤 역시 쌍천가에서 끝이 난다. 이두 산줄기사이에 형성된 쌍곡계곡에서는 보배산, 칠보산, 군자남봉, 군자산을 등산할 수 있다. 백두대간 산 자락에서 흘러나온 물은 살구나무골과 장성봉계곡을 거치면서 수량도 많고 물도 맑아 여름엔 비할데 없는 물과 숲의 시원한 산골정취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군자산, 칠보산 같은 수려한 경관의 산을 오를 수 있어 레저활동을 하기에 안성마춤인 곳이 이 쌍곡계곡이다.
쌍곡계곡이 이와같이 호젓한 경관을 유지하고 외부인들에게 오붓하고 아름다운 인상을 주는 것은 쌍곡계곡 출입구가 협소하면서도 길어 외부와 폐쇄된 듯한 느낌을 주고 계곡안의 환경이 잘 보존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계곡의 또하나의 출구는 저수리재라는 상당히 높은 고개를 넘어야 외부(괴산군 청천면의 송면리, 화양구곡등)와 연결된다. 그런데 이 고개를 넘으면 대야산일대의 채석장을 비롯, 채석장이 많아 환경이 많이 훼손되고 있어 쌍곡계곡과 비교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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