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3. 22:47
2006/2/5

  
사진:문수봉에서 본 태백산 천제단과 장군봉, 문수봉조망

화보

사진: 소문수봉의 조망. 부쇠봉에서 남, 남서로 뻗은 능선. 경북과 강원도의 도계이자 백두대간이다.
태백산관련|

아름다운 겨울을 찾는 환상은 이번 주에도 이어졌다. 치악산, 계방산에 이어 태백산으로. 승용차로 태백산으로 가는 길은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길 사정이 좋지 않던 옛날 생각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도로가 있어도 제때 제설을 하지 않으면 도로는 빙판으로 변한다. 옛날 태백산길은 그런데가 많았다. 작년엔 3월 12일 태백산 산행을 했는데 3월 중순이면 산은 몰라도 길은 녹을 만큼 녹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일반고속버스편으로 태백산으로 가기로 한다. 아직 3월이 안되었으니까. 그러면 왜 편리한 산악회버스로 태백산에 가지 않았는가? 돌아오는 차편이 어찌될 줄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럴 걱정이 필요없는 단체산행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줄 알면서도 단체산행의 단점인 빡빡한 스케줄과 여유없는 산행패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사진 한장 찍기도 어려운 것이 단체산행이다. 산을 음미하면서 산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사진:문수봉으로 들어가며 바라본 당골계곡과 부근풍경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행 6시30분차를 타고 어두운 서울을 벗어난다.(서울-태백 버스요금은 17400원) 오늘은 눈앞에 어른거리는 설국의 환상을 만나볼 수 있을까? 정확히 4시간만에 태백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당골버스를 타고 당골에 내린 시각은 10시 20분.(버스요금 1100원) 눈축제기간의 일요일이라 그런지 입구에서부터 밀려서 올라간다. 승용차, suv차들이 많다. 광장에 킹콩을 비롯한 눈과 얼음으로 만든 조각들이 여러작품 배치되어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조각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풍성한 설경은 아니나 주위의 설경은 옛날이나 다름없다. 광장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눈으로 덮여있고 산록에도 깊지는 않지만 꽤 깊은 눈이 덮여있다. 강원도에 눈이 적게 왔다고 하지만 태백산, 계방산처럼 높은 산의 적설량은 평년만큼의 적설량은 되는 듯하다. 다만 높은 능선을 물들이고 있어야할 하얀 설화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아침 안개만 끼여도 무빙이 능선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 터인데.. 그만치 요즘 강원도 날씨는 건조하다. 
  
부쇠봉에서 본 천제단, 부쇠봉아래에서 본 망경사

문수봉으로 올라가기 위해 낙엽송 숲 안으로 들어가기전에 돌아보니 능선위의 하늘은 푸르고 숲과 능선은 선명하기 이를 데 없다. 공기가 투명한 탓이다. 눈만 좋다면 산록위를 기어다니는 개미라도 보일 것 같다. 낙엽송 숲으로 들어선 뒤 한동안은 따라오는 사람들이 없어 오늘은 비교적 조용한 산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30분 올라온 지점에서 부터는 사람들이 계속 밀려올라온다. 일반고속버스가 6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한 반면 산악회등산버스는 7시를 전후하여 서울을 출발했을 것이다. 
소문수봉-문수봉갈림길에서 작년처럼 소문수봉길로 가기로 한다. 하지만 금년엔 소문수봉길이 또렷하다. 눈에 빠질 일이 없으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작년 3월 12일 이길은 허리까지 오는 눈때문에 길을 잃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랐던 기억이 난다. 시간도 엄청 걸렸고 능선위에 올라섰을 때는 깊은 눈때문에 기운이 쪽 빠져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능선의 설화는 만발한 벗꽃터널처럼 화려했었다. 작년에도 능선을 올라가면서 이게 아닌데 했던 그대로 이번에 보니 길은 북쪽능선이 아닌 남쪽 능선날등쪽으로 나 있었다. 능선안부에 도착한 것은 12시 7분. 소문수봉은 오른쪽 능선봉으로 올라간 다음 약간 내려선 안부에서 조금 올라가면 된다. 
소문수봉은 주위의 능선에서 크게 솟아오른 봉우리는 아니다. 규모는 작지만 문수봉과 흡사하다. 정상이 바위덩이로 된 것도 그런 점 중의 하나다. 밋밋한 봉우리이지만 봉우리에 서면 시야가 트이고 문수봉방향 뒤쪽의 봉우리를 제외한 산들이 다 시야에 들어온다. 

겨울에 태백산에 사람들이 몰리는 까닭

.교통이 편리하다. 서울에서 기차, 버스로 4시간이면 올 수 있다.동서울터미널에서 6.30분버스 타고 10시30분 태백도착. 당골 10시 45분도착. 산행끝내고 6시 45분버스탑승, 동서울터미널에 10시 10분도착. 버스요금 17400원(서울-태백), 태백-당골(1100원)
.고산임에도 별다른 난코스가 없고 쉽게 오르고 용이하게 하산할 수 있다. 산행깃점인 당골의 해발높이는 740m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 동일한 교통환경내에서 산행이 가능하다는 뜻.
.신라오악의 하나로 하늘에 제사지내던 태백산이라는 민족정신사적 의미를 맛볼 수 있다.
.주목이 볼만하다.
.장군봉, 천제단, 부쇠봉, 문수봉, 소문수봉들을 U자형으로 차례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주변의 조망을 즐기고 글리세이딩(눈썰매)를 즐길 수 있는 적당한 구배가 있다.
.심설과 어울리는 자작나무군락지대가 있다.
.백두대간이 요동치는 위치에 있다.
.수많은 사람이 다니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북으로 함백산과 함백산 동쪽의 산들, 남으로 청옥산, 동으로 면산이 가장 눈에 뜨인다. 남쪽산록 아래 금천골 남쪽의 암봉들과 그뒤 백전계곡 동쪽의 조록바위봉, 그뒤 달바위봉, 계곡을 사이에 두고 조록바위봉과 마주 보고 있는 암봉등 거친 암봉들이 솟아있는 게 주목을 끈다. 태백산의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이들 봉우리들이 소문수봉에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어서 볼만하다. 낙동강 상류의 아름다운 계곡들인 백천계곡, 금(검)천계곡, 송정리천계곡이 모두 이들 봉우리와 관련이 있고 송정리천 상류에는 청옥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풍광이 명미하고 계곡은 깊고 물이 차서 열목어가 서식하고 여름에 시원해서 이들 계곡과 산에는 여름휴가철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소문수봉에서 보면 남동쪽으로 적당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보이는 세개의 바위봉우리가 형성하는 풍광은 볼수록 독특하다는 느낌이 든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가장 멀리 청옥산의 능선이 낙동강으로 향하여 뻗어가다가 낙동강상류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송정리천가에 솟아오른 달바위봉(1073m)과 송정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솟아오른 조록바위봉, 그리고 송정리천으로 유입되는 백천계곡의 계류를 사이에 두고 조록바위봉과 마주보고 솟아오는 무명암봉이 그것이다. 이들 봉우리들은 모두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해 있다. 태백시에서 경북 봉화쪽으로 가려면 청옥산자연휴양림 앞을 지나가야 하는데 태백시 남쪽 낙동강변 육송정이란 데서 길이 나뉜다. 이곳은 물과 산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에 오래남는 지역이었고 좌우에 조록바위봉과 달바위봉이 솟아있는 곳이라 계곡이 아름다웠다는 기억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런 곳이 소문수봉에 손금보듯 내려다 보이니 감회가 새롭다.

오늘은 여태까지 태백산에서 온 경험으로는 가장 맑은 날이 아닌가 싶다. 멀리 떨어진 산들도 지척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맑으니 보이는 것도 많다.

오늘은 설화를 보고 싶어 왔지만 설화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서쪽 단애끝에 선 나무가지에 얼음이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온눈이 녹아 얼고 새눈이 와서 다시 어는 과정이 반복되어 작은 가지가 얼음에 둘러싸인 것이다. 그런 나무가 풍경을 좌우할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몇 군데 보였다. 천제단 남쪽의 키작은 철쭉숲의 가지도 그중의 하나다. 
소문수봉에서 문수봉은 밋밋한 육산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바위덩이로 이루어진 암봉. 그러나 바윗덩어들이 너덜지대를 이루다시피 한 봉우리다. 문수봉은 높이가 1517m나 되어 태백산, 함백산등 가까운 산은 물론이고 먼산의 조망이 수려하다. 문수봉에 세워진 3개의 돌탑은 그리 오래 된 돌탑은 아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10년이내일 것 같다. 
문수봉에서 부쇠봉(1546m)으로 가려면 안부로 한참 내려가야한다. 고도차이는 약 70m 내외. 내려가는 것은 재미있지만 올라오는 사람들은 버거운 눈치가 역력하다. 평탄한 안부에서 부쇠봉아래까지는 자작나무계열에 속하는 사스레나무가 숲을 이룬 지역이다. 수피가 회백색이고 종이처럼 껍질이 벗겨지는 사스레나무는 심설이 쌓일 때 무척 아름답고 가지에 파릇파릇 새순이 돋는 5월에 특히 아름답다. 풍성한 눈길을 헤치며 사스레나무숲을 지나가는 것의 즐거움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사스레나무는 백두산에서도 수목한계선을 이루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해발 1900-2000m지역에 자생하는 나무가 태백산 문수봉 아래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함백산에서 은대봉으로 가는 곳에도 사스레나무 숲이 있었다. 학자들 가운데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백두산의 신단수(神檀樹)가 사스레나무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사스레나무가 박달나무나 자작나무와 인척인데다가 백두산에는 박달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두산의 사스레나무를 악화(岳樺)라고 부른다는데 의미는 산에 자라는 자작나무라는 뜻이다. 참고로 자작나무의 한자이름은 백화(白樺)나무이다.
사스레나무지대를 지나면 부쇠봉이다. 부쇠봉은 백두대간코스의 태백산구간에서 기억해두어야 할 봉우리다. 소백산과 선달산을 지나온 백두대간이 태백산에 이어지는 봉우리이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은 소백산에서 계속 동 내지 동북쪽으로 진행하다가 태백산에 와서야 멀리 동해안 해안선과 나란히 북으로 진행하기 시작한다. 즉 부쇠봉에 와서야 진행방향을 바꾸어 북으로 뻗어가는 것이다.

교통편:그동안 태백산에는 승용차로 다녔다. 그러나 이번 태백산산행은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눈이 오는 절기의 도로상의 변수때문에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고한-태백행 버스를 6시30분에 탑승했다. 고한에 도착한 것은 10시. 태백시 도착은 10시 30분. 4시간만이었다. 요금은 17400원이었다. 태백시에서 당골까지는 10분여 걸리고 요금은 1100원. 돌아올 때 역시 태백시 버스터미널에서 6시 45분차를 탑승, 서울에 3시간 30분만인 10시 10분쯤에 도착. 버스는 우등고속버스로 시트가 3열로 되어 있고 DMB도 선명하게 나오는 쾌적한 버스였다. 일요일엔 6시 45분차도 있으나 평일에는 없으므로 버스정류장에 문의할 것. 기차는 6시 48분 태백역에서 서울행을 탈 수 있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8시출발, 태백에 12시27분도착, 23시에 무궁화호 출발, 태백역 3시 26분도착(이 열차를 타면 태백산에서 일출산행을 할 수 있다) 요금은 14000원
부쇠봉에서 태백산 천제단을 바라본다. 천제단 주위와 천제단 앞 광장에 새까맣게 인파가 몰려있다. 정말 많이도 올라왔다. 천제단 남동쪽 산록의 주목나무들이 눈을 들쓰고 점점이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꽤 많은 주목지대이다. 개체수가 상당히 많은 곳이다. 부쇠봉일대는 여름에는 발길을 옮기기도 어려울 정도로 키작은 철쭉나무, 진달래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는데 겨울철엔 눈이 쌓여 쉽게 정수리부근을 옮겨다닐 수 있다. 백두대간능선은 밋밋하고 후덕한 육산능선으로 서쪽으로 또는 남서방향으로 멀어져간다. 태백시의 황지에서 발원하는 낙동강은 황지천계곡을 이루며 남으로 흘러가는데 이 계곡 너머 동으로 보이는 능선이 낙동정맥이다. 낙동정맥은 태백시 북쪽의 삼수령부근에서 백병산쪽으로 분기하여 동해안을 따라 남으로 진행한다. 태백산에서 동쪽으로 보아 정면에 높이 솟은 산이 낙동정맥 제2고봉인 면산(1245m)이다. 백병산(1259m)보다 조금 낮다.
태백산이 겨울에 인기 있는 것은 오대산 남쪽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함백산과 함께 1560m대의 고산인데다 함백산에 비해 1500m이상의 고지대 넓이가 압도적으로 넓고 능선이 길어 적설량이 많고 부근의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위의 표참조)
천제단이 있는 봉우리(1560.6m)와 최고봉인 장군봉(1566.7m)은 밋밋한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능선이 겨울에 매우 아름답다. 두 봉우리 사이의 거리는 500m정도 된다. 하산길은 천제단에서 망경사로 내려가는 것이 편리하다. 백단사나 당골로 내려가려면 망경사코스, 유일사로 가려면 장군봉방향으로 하산하여야 한다. 
망경사에 내려오니 60여m 아래쪽에 멧돼지들이 나타나 절에서 제공한 먹을거리를 먹고 있는광경이 절 아래마당에서 내려다 보인다. 자연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대신에 이런 방법에 야생동물이 자신의 생존을 의지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겨울에는 먹을 게 딸리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Posted by cos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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