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게시판2009. 1. 31. 17:39
2006-8-5

사진: 애기봉안부로 가는 코스에 횡단하는 칠림계곡 계류. 천도교수련원 아래쪽이나 한 여름이면 하루종일 있어도 아무도 만날 가능성이 없다.멋모르고 소안에 뛰어들었다가는 큰일날 정도로 차가운 계류다.

칠림계곡에서 화악산 중봉으로는 많이 다녔지만 애기봉북쪽 능선에서 왕소나무로 내려오는 길은 한번 경험한 적밖에 없다. 그래서 8월5일 더운날 화악계곡으로 들어간다. 화악계곡은 물좋은 곳주변엔 차들이 빼꼭빼꼭 들어차 있어 이 지역의 피서지로서의 성가를 확인케 해준다. 화악산은 경기 최고봉이다. 겨울이 가장 추운 산이니만큼 여름엔 그만큼 시원한 산이다. 6.25전쟁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더라면 화악산은 수도권 산악활동의 중심지역할도 했을 것이다.

화악산은 엄청나게 큰 산이다. 1400m가 넘는 봉우리만도 2개, 자유로이 산행할 수 있는 산으로 1000m를 넘는 산만 석룡산, 중봉, 애기봉, 촉대봉등 4개가 된다. 뜨거운 계절에 큰산을 오른 뒤 시원한 칠림계곡의 물에 몸을 씻고 내려오면 그보다 좋은 산행이 있을까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의 코스대로 가지 않고 애기봉 안부로 먼저 올라가기로 한다.큰길에서 계류를 만나기까지는 호젓한 산길을 30분이상 걸어가야 하는데 이때쯤 온몸이 땀으로 목욕하다시피하여 물을 고대하던 온몸이 먼저 물속으로 빠지고 싶어한다. 좌우를 둘러보고 또 큰길로 올라올 때의 분위기로 보아 이 한적한 계곡에 누가 올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계류가 소를 이룬 곳으로 들어가려다가 주춤한다. 물이 장딴지에 오기도 전에 이건 아니다 싶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계곡에다가 전화까지 통화권이탈지역에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난감할 것이란 두려움이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한 1,2초동안 물속에 들어가보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몸을 식히면서 옛날 대학시절 처음 설악산 천불동으로 들어가다가 멋모르고 설악골로 들어갔던 생각이 난다. 주변의 경관을 즐기다가 보니 천불동 본계곡을 놓치고 설악골로 들어간 것을 알았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바위와 단애를 올려다보며 적당한 소를 골라 탁족도 하며 하루를 보낸 기억이 나는데 오늘 이곳 칠림계곡의 8월 한여름낮이 꼭 그때 설악골의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몸을 씻고 땀을 들인 후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였다. 산꾼이 개울부근에서 물장난이나 치다가 내려가기에는 너무 단조로운 일정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덥더라도 산행을 그만두고 물장난이나 하다가 내려갈 수는 없지..

그런데 내려올 때는 단순한 코스로 보이던 애기봉안부 오름길이 실제로 올라가다 보니 결코 단순하지가 않았다. 한여름 웃자란 관목숲과 풀섶은 길을 찾기에는 너무 지겨운 장애물들이었다. 길을 따라 간다는 것이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자세히보니 올라가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듯 또렷했었다. 그러나 곧 벌목지대를 만나면서 길은 없어지고 딸기덩굴과 두릅나무, 옻나무가 무성한 최악의 능선이 되었다. 큰나무가 없는 능선은 금년같이 비가 많은 해의 경우 사실상 산행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 칡덩굴, 딸기나무덩굴, 옻나무, 두릅나무가 활개를 치고 내세상을 구가한다. 일단 한번 이 덩굴관목숲의 함정에 빠지면 운신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여름엔 길이 아니면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산행의 지혜다. 오늘은 반바지를 입고 왔다가 이런 덩굴숲에 다리가 긇히기 시작하면서 긴바지로 갈아입고 소매도 긴옷으로 바꿔입는다. 그리고는 사투를 시작한다. 제대로 된 숲이 나오려먼 한없이 덩굴숲을 헤쳐가야했다. 1시간이상 분투를 거듭한 뒤에야 급경사 능선에 도달했고 거기는 큰나무숲이 무성하여 덩굴류의 악몽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산행한지 2시간이 넘었는데도 해발고도 780여미터밖에 올라오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경사에 조그마한 공간을 만들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어차피 기운도 다 빠져 뭔가 에너지를 보충하지 않고 더 올라가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을 먹고도 거의 한시간가량을 급경사산록을 치고 올라간 뒤에다 애기봉안부에서 중봉쪽으로 상당히 올라온 1070미터대의 암봉 정상 바로 아래에 올라선다. 그리고는 한숨을 돌린 뒤에 중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자주 다니는 중봉(주로 큰골에서 올라오는 수가 많다)길이지만 오늘처럼 멀어보인 적은 없었다.

화악산 칠림계곡-애기봉맞은편봉우리-중봉-도로-능선-칠림계곡-왕소나무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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