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2. 16. 14:07

중봉에서 바라본 촛대봉

중봉에서 본 석룡산과 그뒤 한북정맥. 왼쪽 최고봉이 국망봉

2009.2.12


화악산종합

먼지가 털썩이는 산들을 다니다가 심설이 고스란히 쌓인 산에 오니

약속의섬-언니통봉-중봉-조무락골갈림길-38교 원점회귀산행
능선의 길이가 7.5km라면 큰 능선에 속한다. 조무락골의 남쪽 능선으로 화악산(중봉)에서 서쪽으로 뻗어 가평천에 잠기는 능선. 하지만 화악산능선중에는 이 능선은 짧은 능선에 속한다. 중봉에서 애기봉, 수덕산으로 뻗어가는 능선은 이 능선의 두배가 될만큼 길다. 그러나 애기-수덕산 능선도 화악산-응봉-촛대봉-몽덕-가덕-북배-계관-삼악산에 이르는 능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4주간 전철을 이용한 산행을 하다가 다시 화악산을 오르기로 한다. 주로 적목리의 큰골, 화악리의 칠림골로 오르던 화악산을 이번엔 조무락골입구와 용수목이 가까운 약속의샘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요즘은 청량리에서 목동까지 오는 직행버스가 있어서 가평군 북면의 산들을 오르기가 쉬워졌다. 화악리 왕소나무아래서 내려 칠림계곡-중봉-약속의샘까지의 산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산행은 부담스럽다. 전에 수덕산에서 화악산중봉을 목표로 산행을 시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때문에 애기봉까지 왔다가 산을 내려가서 명지산아래 버스정류장까지 간 것은 좋았는데 차가 끊기는 바람에 다시 걸어서 수덕산아래 산행깃점까지 나왔던 적이 있다. 이날 한 20km쯤 걸었을 것이다. 그때 이래로 화악산이나 명지산같은 큰산을 오를 때에는 승용차를 이용하곤 한다.

밤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산행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약속의섬" 앞에 도착한 것은 9시 30분경이었다. 약속의섬은 화악산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곳이지만 나는 이 지점을 목표로 하산했거나 이곳을 깃점으로 산행을 시작했거나 한 적은 없었다. 중봉에서 언니통봉을 거쳐 한번 내려온 적은 있으나 그건 언니통봉산행을 위해 하산길을 이쪽방향으로 잡아본 데 불과했던 일이었지 약속의섬으로 간다는 생각은 염두에 없었다. 하지만 국망봉, 민드기봉, 석룡산을 오르기위해 자주 가평천 계곡을 들락거리다 보니 어느곳엔가 산행지도가 그려진 간판이 자꾸만 눈에 띄었다. 나중에 보니 지도가 있는 곳이 약속의섬이었던 것이다.(입간판이 서 있는 정확한 지점은 약속의섬 옆 찻길 건너편) 화악산에서 석룡산능선과 함께 남서쪽으로 뻗어 조무락골계곡을 만든 능선이 끝나는 곳, 가평천 계곡물이 만곡을 그리며 휘어져 돌아가는 U자를 옆으로 누인 듯한 동쪽자락 길가에 화악산 중봉행 산행안내도가 있다. 이 지도에 "현위치"가 "약속의섬" 바로옆에 그려져있다.

이곳이 어딘가 하면 용수목 버스종점과 조무락계곡입구에 닿기전 마지막 산구비를 돌아가기 전 길이 활처럼 휘돌아가는 자그마한 골짜기앞 개울에 약속의섬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보기엔 자그마한 레저단지 같은 곳이었다. 숙박에다 mt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왜 약속의섬이라는 이름일까? 나중에 장비를 챙겨 산에 올라가면서 내려다보고서야 왜 약속의섬인지 알 수 있었다. 도마치계곡을 흘러내려온 물이 국망봉물을 합수하고 조무락골앞에서 화악산과 석룡산물을 합친 다음 민드기봉과 개이빨산 사이의 개울에서 흘러내린 물까지 합류하니 개울이 꽤 커진 셈인데 이 개울이 작은 동네앞에서 휘돌아가며 작은 섬을 만들고 있는게 내려다보였던 것이다. 문자그대로의 섬이 아니라 장마때 물이 불어나면 섬이 되는 그런 곳이었다.

작년 여름 화악산 칠림계곡에서 만난 분은 지도를 가지고 왕소나무에서 칠림계곡-중봉-약속의섬까지 산행한다고 잔뜩 긴장하여 산행을 시작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코스는 화악산을 타고 넘는 상당히 버거운 산행코스로서 경기최고봉과 장거리 능선이 조합된 코스이다. 해발고도 300m에서 1446m(정상)에 올랐다가 7,5km의 능선을 내려가야한다. 전체적으론 12km안팎이 될 듯하다.
10시8분 GPS를 켠다음 track을 on시키고 산행을 시작한다. 약속의섬일대의 고도는 325m였다. 입간판이 있는 포장도로 옆에서 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숲이 시작되는 길옆에 이정표가 하나 서 있다. 거기엔 중봉까지의 거리가 7.55km라고 적혀있다. 능선의 길이가 꽤 길다. 길은 곧 좁아지고 숲쪽으로 들어가면 잣나무숲 그늘이 된다. 황갈색 솔가리와 울창한 잣나무숲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듯하다. 잣나무숲 안으로 이어진 길은 급경사길이다. 화악산자락은 도시인근의 산보다는 아무래도 식생이 다르다, 싱싱하다는 느낌이 금방 온다. 4-5주간 전철을 이용하여 산행하면서 굶주린 것은 넓은 길이 아닌 오솔길, 먼지가 이는 길이 아닌 낙엽이나 솔가리가 깔린 자연그대로의 숲길이었다. 마천동-남한산성-은고개산행에선 남한산성오르막길이 먼지구덩이였고, 은고개-검단산, 운길산-새재고개-도심역 구간도 엄청난 등산인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자연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새재고개-갑산-고래산-문안산능선산행에선 문안산능선에 유난히 참나무낙엽이 많이 깔려 있어서 운치가 있었다.

그러다가 화악산에 오니 초입부터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낙엽(솔가리)오솔길이 걷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주능선에 올라선 뒤 능선길 아래쪽에 조금 넓고 방향은 곧은 꽤 편안한 산판길이 나와 여유있는 산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산판길옆엔 노송숲이 있어서 보기가 좋았고 남쪽의 급경사 아래쪽으로는 잣나무숲이 내려다보여 위에서 보기에도 싱그러웠다.
40분정도 오른 뒤 묘지가 하나 나왔고 여기서부터는 언니통봉아래를 횡단하여 조무락골 쪽으로 접근했다. 중봉에서 조무락골이 끝날 때까지 뻗어가는 조무락골 남릉 산줄기를 타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약속의샘에서부터 지금까지 올라왔던 지능선은 묘지부근에서 끝나버렸기에 더는 능선을 이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방향을 바꾼 것이다. 묘지에서 언니통봉으로 바로 올라갈 수도 있으나 그럴려면 일부터 길을 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부터 능선을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오며 난 길(옛날에 가본 적은 없으나 화악산에서 가평계곡으로 내려오기에 이 능선길만큼 편안한 길도 없으니 길이 있었을 거란 예상은 가능하다)을 버리고 일부터 새길을 낼 필요가 있었겠는가? 조무락골 남쪽 능선의 안부에 이정표가 하나 서 있다. 조무락골 입구에서 조금 들어온 곳에서도 이능선위로 올라오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이정표에는 삼팔교 방향 즉 조무락골입구방향이 1.4km, 우리가 올라온 약속의섬 즉 적목리 가림방면이 1.35km라 되어있다.

이능선을 따라 올라가니 왼쪽으로 석룡산이 나목가지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신갈나무가 많은 활엽수 숲은 꽤나 울창했다. 언니통봉의 전위봉이자 첫번째 능선봉인 749.7m봉에 도착한 것은 11시 56분께. 봉우리엔 무인중계철탑이 서 있다. 봉우리아래 이정표로 보아 약속의섬에서 이곳까지는 2.52km정도 된다. 1시간만에 2.52km 걸어온 셈이다. 이 봉우리는 중계탑의 수신감도를 높이기 위해 부근의 나무들(주로 남쪽방향)을 베어낸 것이 조망을 시원하게 했다. 그래서 명지산이 가장 잘 보였다. 사방의 산들이 이 봉우리와 거의 등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숲사이로라도 금방 5,6개의 산을 꼽을 수 있다. 가령 화악산이 직선거리 4.2km에 위치하고 있는데 비해 명지산 정상과의 거리는 5km(직선거리)밖에 안된다. 강씨봉 부근의 한북정맥도 5km정도 거리에 위치할 뿐이고 조무락골 저쪽에 솟은 석룡산은 화악산보다 더 가깝다. 화악산에서 애기봉으로 뻗어가는 능선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중봉-수덕산 능선은 애기고개까지는 남향방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봉우리는 꽤 알아주는 봉우리인 모양이다. 어떤 지도에는 언니통봉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반면 749.7봉의 높이는 기록되어 있기도 해서다.
749.7봉에서 언니통봉까지는 그렇게 급하지않은 산길로 25분이면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는 사이에 흙길은 바윗길로 바뀐다. 오늘 코스중에서 정상아래쪽 조무락골방향 갈림길부근 바위지대를 포함 세군데 가장 바위가 많은 지대 중의 하나였다. 신갈나무 거목들이 많아져서 숲경관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응달인 왼쪽산사면에 눈이 점점 깊어지는 게 보인다. 언니통봉(928m)에 도착한 것은 12시 21분경. 약속의섬에서 여기까지는 3.35km, 중봉까지는 4.2km거리다. 4km가 안되는 거리를 두시간 넘게 온 것은 749.7봉에서 30분가량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언니통봉을 지나면서부터는 길바닥에도 눈이 간헐적으로 덮여있다. 가는 길방향 정면 나목숲 뒤로 중봉이 보인다. 서북능선에서 중청으로 접근하면서 본 대청봉(설악산)같이 삼각형으로 생겼다.

관청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곳에 도착한 것은 1시. 언니통봉에서 조금 내려온 안부에서 급경사를 올라와 평탄해지기 시작하는 곳으로 1100m에 가까운 봉우리이다. (이곳 이정표에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큰골은 이 지역주민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산행을 못하게 막는다. 필자는 한동안 큰골로만 화악산 산행을 해온터라 큰골얘기만 나오면 아쉽다. 큰골 안쪽의 드넓은 거목잣나무숲지대와 큰골 입구에서 가까운 곳의 아름다운 소와 폭포때문에도 더욱 그러하다.)
1100m에 가까운 봉우리는 봉우리라기 보다는 테라스에 가까운 평탄한 곳이다. 큰골에서 올라오던지 약속의섬에서 오든지 이 봉우리에 올라서면 모두 휴식을 하는 봉우리이다. 급경사를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 봉우리 이후부터는 평탄한 산길이 한동안 계속되는데 길은 눈길도 길어지고 길가 왼쪽(북쪽)에 눈처마도 보이기 시작한다. 눈처마는 눈더미라기 보다는 얼음더미에 가깝다. 그동안 눈이 안와 눈더미가 녹다 얼다 한 결과다. 왼쪽 황소잔등같은 산사면에 사스레나무가 더러 보이기 시작한다. 하얀수피의 자작나무와 눈이 어울어지니 겨울산에 왔음을 실감한다. 조무락골로 내려가는 38교갈림길에 도착한 것은 1시55분. 올라오는 길에도 얼음이 덮인데가 많앗지만 여기서 부터는 급경사바윗길이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있다. 얼마전부터 아이젠이 없으면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길이 미끄러워진다. 바윗길을 조금 올라가면 북서쪽 조망이 훤히 틔는 곳이 나타난다. 석룡산과 화악산 정상까지의 능선이 스카이라인으로 다가와 있다.  

조무락골로 낮아지는 화악산 산자락이 볼만하다. 석룡산과 화악산을 구분짓는 안부인 쉬밀고개에서 화악산정상으로 가는 능선은 20도도 안돼 보이는 경사각에 길게 기울어진 시원한 1직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화악산 정상에 조무락골 상부로 내려가는 넓은 산자락이 조무락골로 하여금 여름내내 인근에서 가장 시원한 계곡으로 만들어주는 풍부한 수량의 원천을 이룬다. 이러한 시원한 풍광으로 가슴을 툭 틔워주는 화악산 서쪽 산자락에 부속된 광활한 공간의 느낌이 좋다. 또 하나는 서쪽으로 도마치고개로 향해 석룡산과 석룡산 뒷능선의 스카이라인이 아름답다. 실제로도 변화가 많은 능선이었는데 여기서 보니 실감이 간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뒷능선이 더 높아 보인다.

정상능선에 도착한 것은 2시 17분.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 9분만이다. 우선 남쪽 전망대위로 가보기로 한다. 전에는 누구나 화악산에 오면 맨먼저 올랐던 곳인데 전망대바위로 가는 심설위에 발자국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요새는 전망대로 바로 가는 사람들이 없는 모양이다. 여기서 300m북쪽에 있는 정상(1446m)으로 가는듯. 그러나 애기봉-수덕산능선과 그 뒤 구나무산, 그리고 명지산을 보기위해선 화악산에서 이보다 더 좋은 전망대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는 그동안 간혹 햇빛이 나오던 하늘이 완전히 검은 구름짱으로 뒤덮인다. 그러면서 강수현상이 있기직전의 투명함이 대기를 청정하게 하고 있다. 화악산정상에서 이런 순간을 맞기는 어렵다. 그 순간이 갑자기 온 것이다. 이제 눈이나 비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 투명함을 놓칠 수는 없다. 그 투명한 대기는 화악산과 애기봉까지만 물들어 있는지 애기봉 뒤쪽의 약간의 박무상태가 오히려 산그림을 더욱 수려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포토샵(Photoshop)에는 산윤곽을 뚜렷하게 만들어주는 인핸스 효과(Enhance)가 있는데 내 시야에 들어오는 애기봉과 수덕산 그림에는 그 효과가 처음부터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포토샵을 만든 사람들이 자연연구를 많이 했다는 얘기가 아닐까?

전망대구경을 끝내고 정상으로 간다. 정상에서는 촛대봉(응봉에서 촛대봉으로 뻗어가는 능선)이 바로 앞에 있는듯 대기의 투명함으로 인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는 듯하다. 이때 구름짱이 더욱 두꺼워지는 듯 날이 더 어두워진다. 정상능선의 사스레나무 군락과 심설을 넣어 몇 장면을 더 찍고 하산하기로 한다. 비나 혹은 눈이 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석룡산과 한북정맥쪽을 보면 이미 강수현상이 시작되고 있는 징후가 보인다. 하산을 시작한지 5분도 되기전에 두분이 눈길을 밟으며 올라온다. 오늘 처음 본 산행자들이었다. 마치 이웃사촌을 만난 것 같다. 38교갈림길 직전 바위옆 전망이 트이는 곳을 돌아가는데 쏴 하는 소리가 난다. 눈길에 떨어지는 알갱이들을 보니 싸락눈이다. 싸락눈은 본격적인 강수현상의 전조다. 38교갈림길까지 내려와서 조무락골 상류로 내려가는데 너덜지대도 있고 해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계곡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심설이라 신경쓸 돌밭 같은 것은 심설에 묻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경사가 매우 급했지만 엉덩이 스키를 타기에 안성마춤이었다. 한두군데를 빼면 전구간에서 엉덩이 스키를 타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실제로 심설 경삿길에서 걸어내려간 발자국은 별로 안보이고 주능선의 38교갈림길에서 계곡바닥까지 내려오는 한시간동안에 매끄럽게 다듬어진 하얀 미끄럼틀만 눈에 보였다. 나는 아이젠을 한 등산화로 길과 직각이 되게끔 게걸음을 하고 스틱을 찍어 균형을 유지하면서 내려온다. 중간에 배낭을 나무에 걸어놓고 중식을 먹은 시간(20분정도)을 합해 한시간만에 계곡바닥에 도착한 것이다.(3시 54분) 강수현상의 제1파였던 싸락눈은 골을 빠져나갈 때까지 더는 오지 않았다. 개울은 폭포든 소든 모두 청빙에 덮여 숨을 죽이고 있다. 석룡산길과 합류하여 한참 내려오다가 아이젠을 벗는다. 아이젠 날이 무디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북호등폭포입구에 도착한 것은 4시40분. 북호등폭포는 완전한 빙폭을 이루고 있음이 숲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폭포에서 흘러나온 물은 스케이트장을 방불한 정도로 넓은 지대를 얼음홍수로 뒤덮고 있다. 15분쯤 내려와 개울을 건너가는데 이 부근엔 얼음이고 눈이고 하얀 것은 하낱도 안보인다. 그리고 풍부한 수량의 계류가 흘러가고 있다. 조금전만 해도 얼음과 눈의 세계였는데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런데 10여분 내려온 뒤에 보니 다시 계류는 얼음에 뒤덮여있다. 아까 그곳은 양지쪽이었나 싶다. 이때 아까 산에서 만난 두분이 지나가면서 버스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라며 잰 걸음이다.
조무락골 입구 도로에 도착한 것은 5시 25분이었다. 여기서 약속의섬까지는 도보로 25분거리였다. 오늘 산행거리는 대충 15km남짓 되는 것으로 보인다. 산행시간은 7시간정도. 차에서 10분정도 칼잠을 자다가 눈을 떠보니 거의 소나기같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간발의 차이로 빗줄기를 피한 셈이었다. 하지만 심설지역에도 비가 내리는 것일까? 하지만 고산에서는 비가 내리다가도 눈으로 변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조무락골 안의 마지막 민가에 닿기전 두 사람이 계곡을 들어온다. "어디 갑니까?" "화악산에 가요." 술냄새가 풍긴다. 나는 못간다고 한다. "왜요?" 시간이 없기때문이다. 이제 곧 날이 저물텐데. 설악산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공룡을 마치고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기위해 희운각에서 내려와 한여름 한밤중 귀면암부근을 지나는데 허공에 빨간 불이 깜박깜박한다. 다가가 보니 담배피는 불이다. 헤드랜턴이나 전지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발길닿는대로 들어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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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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