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3. 9. 20:56
흰덤이산-양각산-수도산 1317m

위치:경남 거창군 가북면 - 경북 김천시 대덕면, 증산면
드라이브 코스: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함양IC-가조IC-가북면 심방(333km)

사진:양각산에서 본 흰덤이산, 보해산, 봉우재조망. 아래:양각산
산행정보화보

거창
은 산의 천국이다. 문경에 산이 많다고 하지만 거창도 이에 못지 않다. 어제 흰덤이산-양각산-수도산산행을 하고 가조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열고 보니 들판저편에 오두산 미인봉 능선이 보인다. 정리를 하고 밖에 나오니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 비계산이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오늘은 다른 산행계획을 잡지 않고 거창일대의 산들의 근경사진을 찍을 생각으로로 고견사쪽으로 들어오다가 비계산이 바로 옆에 솟아있는 길가 풀밭에서 비계산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시고 있다. 아침이라 공기는 시원하고 투명한데다 남쪽이라 서울의 아침처럼 톡쏘는 한기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억새밭이 많은 개울 건너쪽에서 비계산은 그 독특한 암봉을 하늘을 향해 치켜세우고있다. 반대쪽으로는 장군봉의 우람한 바위가 하얗게 솟아있고 계곡안쪽에는 우두산과 그 능선이 바라보인다. 비계산아래 계곡은 억새밭 너머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안부로 향해 까마득히 높아지고 있다. 이곳은 우두산, 장군봉 또는 비계산 산행을 위하여 산행깃점인 고견사 주차장으로 가는 차들이 쉴새없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이제 한발자국 물러서서 큰산 아래 개울가 풀밭에서 차를 마시면서 주변을 바라보니 주위가 고산으로 둘러싸이고 계곡은 깊고 바위는 우람하고...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산행을 하지않고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엄청난 산들 앞에서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게 좋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어제 그렇게 고생했으면서도 지금 비계산을 바라보니 자꾸만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심방마을로 가려면 함양IC에서 88고속도로를 바꿔타고 대구쪽으로 가야한다. 먼저 거창IC가 나오면 그냥 지나가고 그 다음 나오는 가조IC에서 빠져나와 심방마을이 있는 가북면을 찾아간다.
길이 여러갈래라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잘 가르쳐준다. 가조IC에 가까워지면서 얼핏 보이곤 하는 가조면의 풍광에 넋을 뺏기고 있어서 운전을 하다말고 길가에 차를 대놓고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넓은 벌판 가 여기저기에 마치 마천루처럼 봉우리들이 쭉쭉 뻗어 하늘로 치솟고 있어서 독특한 산골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가조면 이다. 이곳에 전에 의상봉에 오르기 위해 찾았을 때도 분명히 무슨 인상이 남아있었을 터인데 오늘 난생 처음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동쪽으로 기걸차게 솟아있는 비계산은 그 형상, 그 산괴의 크기에서 압도적이고 북쪽으로는 조금 물러나 시원스레 솟은 바위산인 장군봉과 의상봉 우두산이 야무지다. 그런가 하면 약간 북서쪽으로는 보해산이, 자연이 온갖 재주를 부려 만들어놓은 바위산처럼 멋지게 자리잡고 있고 이들중 가장 낮은 산인 봉우재마저도 규모는 작으면서도 더욱 험준하게 더욱 또렷하게 작지만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듯한 디자인 감각의 멋진 삼각형의 봉우리로 들판의 한쪽에 마치 볏 짚단을 갈무리하는 익숙한 농꾼의 솜씨처럼 아니면 산수화를 그리는 이가 여기에는 뭐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능숙한 솜씨로 가장 적당한 위치에 포치해 놓고 있다. 남쪽으로는 오두산과 그 능선이 장벽을 이루고 있어서 가조분지는 산의 천국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 능선중의 하나는 분명히 미인봉일 터인데 바빠서 물어보질 못했다.
가북면으로 찾아가는 길은 매우 험준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골로 들어가는 길은 꽤나 평탄하고 길도 어디 관광지로 가는듯한 말쑥한 포장길이다. 그리고 특별히 경사가 급한 데도 없다. 수도산이 1317m에 이르는 산인데도 이렇게 들어가도 되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길은 꽤나 멀었다. 그런데 앞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바위산이 자꾸 신경을 쓰이게 만든다. 멀리서도 어느정도 시선을 끌었던 산이지만 가까이갈수록 산은 백악의 화려한 암산으로 다가온다. 보해산이었다. 그러나 갈길이 멀어 사진한장 찍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만다. 어차피 이번 발걸음 한번으로 거창을 찾기에는 거창에는 오르지 못한 아름다운 산이 너무 많다. 크지 않은 마을들이 계곡가에 여러개 지나간 뒤에 드디어 심방마을에 도착한다. 깊고 깊은 산골일 터인데 산골이라는 느낌이 별로 오지 않는다. 마을의 농기구보관창고옆에 공터가 넓어 주차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버스가 회차하는 지점이라 널찍했다. 그리고 길가에 버스 한대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거창가는 시내버스(서흥여객)였다.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함양IC-88고속도로-가조IC-가북면 심방마을 순으로 왔는데 꼭 4시간이 걸렸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니 개울은 한참 아래쪽에 있어서 전답으로 인해 보이지 않고 앞산들도 별로 높아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산골일 줄로 알았지만 산을 배경으로 동쪽을 바라고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서북쪽으로 하얀 슬랩을 배처럼 드러낸 양각산이 비쭉 솟아있는게 보인다. 마을에서는 흰대미산(이때까지도 흰대미산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산의 이름은 꼭대기에 올라가보니 흰덤이산이었다)으로 짐작되는 산은 보이지 않았다. 흰대미산이 있을만한 곳은 소나무가 울창한 야트막한 능선이 올려다 보일 뿐이었다. 동네의 나이지긋한 분에게 길을 물었더니 팔각정이 있는 곳위로 올라가는 오솔길을 가르쳐준다. 동네에서 조금 떨어져 흰대미산쪽으로 좁게 열리는 계곡으로 들어가 능선을 오르면 흰대미산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 GPS를 보니 심방마을의 해발고도가 나온다. 638m였다. 나는 이곳이 높은 곳이라 300여m는 될 것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638m라면 서울의 관악산(629m) 보다 높은 곳이 아닌가. 주위의 산들이 얕아보인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흰대미산이란 높은 산도 여기서는 300여m만 올라가면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오솔길로 들어서서 낮은 능선이 끝나는 사면 가파른 곳에 쓴 묘지앞을 지나면 작은 계곡이 열린다. 이 골짜기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흰대미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길의 답압상태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아닌 듯 싶다. 어쩌다가 한 두 팀의 산꾼들이 흰대미산을 올랐다가 양각산으로 가거나 하는 모양이다. 좁은 계곡의 개울은 겨울이라 물이 흐르지 않고 길이도 짧다. 계곡안 응달에는 눈이 그대로 덮여있다. 눈길을 밟고 지나가면 송림도 나온다. 그러다가 급경사 낙엽송숲 사면의 미끄러운 길로 들어선다. 그렇게 30분정도 걸으면 송림이 우거진 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가면 흰대미산, 왼쪽으로 가서 높지않은 능선봉을 넘으면 우량동으로 가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한숨 쉬면서 보니 높이가 840m정도 된다. 올라가는 길은 송림이 끝나면 햇볕이 포근하게 비치는 나목숲길이다. 여기서부터 흰대미산까지는 급경사이다. 여러곳의 산행기를 보면 이 급경사가 매우 급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니다. 단지 흰대미산에서 내려오다가 능선이 두갈래로 나뉠 때 주상쪽으로 갈린 능선으로 가면 안된다는 것만 염두에 두면 된다. 우량동으로 간다고 해도 반드시 이 능선으로 내려와야 한다. 지도를 그릴 때 이 능선이 굉장히 높은 능선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지가 600m를 넘으므로 능선에서 우량동으로 내려가는 길도 매우 순할 것이라 생각된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위에 흰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지대가 나오고 조금더 정상쪽으로 다가가면 우량동쪽이 석면을 이룬 단애지대가 된다. 단애지대위 능선은 작은 송림이 우거져 있어서 우량동쪽에서 보면 경치가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역시 강천마을-금광마을-우두령으로 뚫린 계곡과 웅양저수지의 푸른 물이 내려다보이는 쪽으로 단애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쪽 조망이 좋다. 멀리 덕유능선과 향적봉이 보인다. 향적봉 아래의 하얀 사면은 스키장이겠다. 흰대미산의 원이름은 백석산인데 우량동이나 강천마을이며 우두령으로 올라가면서 보아도 이 단애지대가 하얀 바위산으로 보일 것 같다. 산명비를 보니 "흰덤이산"으로 되어 있다. 이제부터 흰덤이산으로 불러야겠다.
조망이 좋은 흰덤이산에서 양각산을 보면 두개의 암봉이 영낙없는 소뿔형상이다. 흰덤이산과 양각산 사이에는 낮은 안부가 형성되어있다. 감투봉재라고 하는데 이곳으로 접근하기는 수재마을에서 얼마 안걸릴 것 같다. 나중에 내려오면서 수재마을에서 바라보니 바로 양각산이 뒷산이었던 것이다. 양각산의 두 봉우리는 흰덤이산에서 가까운 쪽 뿔이 조금 낮고 수도산쪽 뿔(봉우리)이 조금 더 높다. 흰덤이산에서 내려가는 북쪽 응달길은 눈도 쌓여있고 너덜지대이기도 하여 조심이 되었다. 다시 소나무가 울창한 조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서서 내려가는데 응달길이지만 길이 녹은 데도 많아 그냥 내려가다가 좍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낙엽이 깔린 아래에 빙판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얼음이 나오거나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보이면 바로 아이젠을 착용하기로 한다. 엉덩방아를 찧고 나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다. 숲속길로 들어서서 송림사이로 보이는 흰덤이산을 본다. 각히 칼날봉이라고 이름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한 첨봉으로 다가온다.
양각산 작은 '뿔봉'에 올라 점심을 먹는다. 올라가기는 조금 까다롭지만 올라가서 보니 봉우재에서 보해산 그리고 흰더미산에 오기까지의 거창의 산봉우리들의 실루엣이 기가 막힌다. 게다가 서쪽의 우두령으로 올라가는 회랑(계곡)의 마을들이 내려다 보이고 웅양저수지의 푸른 물빛도 봄이 돼서 그런지 무척이나 싱그럽다. 오늘은 아침에 바람이 꽤 시리고 능선에 올라와서도 바람이 매우 차거웠지만 햇빛만은 무척이나 포근하다. 양각산일대의 바위지대를 빼면 일견 눈에 띄게 험상궂은 구간은 없어보인다. 수도산도 여기서 보면 밋밋한 능선의 맨끝에 솟아있는 작은 봉우리처럼 보인다.
양각산으로 올라가는 바위지대에서 단애쪽을 바라보면 흰덤이산과 그 뒤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 조망이 수려하다. 양각산은 흰덤이산쪽에서 보면 하나의 뾰족한 암봉으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상은 남북으로 100여m는 되지싶은 길다란 암릉으로 되어있다. 양각산의 심방-수재마을쪽은 급경사 대슬랩으로 되어 있어 위에서 보면 까마득하다. 서쪽도 단애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크게 어렵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의가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비가 온다거나 눈이 쌓였을 경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심해서 양각산을 거의 통과했다 싶으면 마지막 부분에 양각산 산명비가 자리잡고 있다. 비석뒤로는 수재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방향을 조금 북쪽으로 이동하여 남쪽을 바라보면 심방마을도 산명비 뒤쪽으로 보인다. 양각산 정상에 도착한 것은 2시께. 심방에서 떠난지 중식시간을 빼면 3시간20분만이다. (사진을 찍고 캠코더를 돌리고 했으므로 보통산꾼의 산행시간에 비해 많이 느릴 것은 분명하다.)
양각산을 통과한 뒤에는 산행이 많이 지체됐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빨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양각산을 통과한 뒤에도 여러번 작은 암봉과 암릉이 나와서 시간을 뺏었으며 길은 그 전 수도산-가야산 종주에서도 경험했듯이 배낭과 얼굴을 때리는 관목숲이 산행속도를 자꾸만 늦추게 한다. 서울이나 강원도 산에는 없거나 있어도 왕성하게 뻗지는 않는 미역줄나무, 국수나무, 싸리나무 등인데 옛날에 단지봉에서 가야산으로 가는 구간에서 싸리나무숲 등쌀에 배낭이 걸려 진행하기가 힘든 곳도 있었는데 여기서도 그런 비슷한 곳이 있다.
양각산(1150)은 산봉우리 2개가 솟구친 것이 마치 소의 뿔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에서 산명비외에 양각산의 이름이 유래한 내력을 오석(검은돌)에 새긴 정사각형비석이 하나 더 있다. "양각산은 거창군 웅양면 산포리에 위치하고 있는 명산으로서 화강암 지반을 갖고 높이 솟은 두 봉우리가 소뿔(牛角)같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다. 소와 인연한 이름으로 양각산 아래에 소의 머리와 같다는 우두령(牛頭嶺)이란 고개가 있으며 소의 '물을 먹는 그릇' 과 같다는 구수(口水)마을이 있고 소의 불알과 같다고 우랑(牛郞)이라는 지명의 마을이 있으며 양각산의 옛이름은 금광산(金光山)이라고 하였다. 양각산을 정점으로 아래로 2km지점에 흰대미산(白石山 1018m)이 있으며 위쪽으로 4km지점에 수도산(修道山:1317m)과 연결되고 서쪽으로 거말흘산(巨末訖山:902m)과의 사이에 우두령이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이곳이 가야국에 속한 곳이다."라는 설명문이 새겨져 있다.
사진: 우두령에서 능선에 합류한 뒤 나오는 다음봉우리 갈림길.
불석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아래사진은 수도산 정상. 서쪽봉에도 산명비가 있다.
양각산 정상에서는 우두령에서 올라오는 능선이 1230봉과 합류하는 모습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온다. 양각산 자체는 수도산에서 흰덤이산으로 가는 능선봉일 뿐이어서 따로 뻗어가는 능선은 없다. 양각산에서 북쪽으로 15분쯤 가면 금광마을에서 올라오는 산길이 능선과 합류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짐작컨대 금광마을은 조금 아랫쪽에 있는데 여기에 금광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는 것은 금광마을에서 약수암으로 들어와서 감투봉재로 올라오기 보다는 윗쪽 계곡으로 들어가 우두령-1230봉 능선을 바라보며 계곡길로 오는 길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갈림길은 금광마을 2.4km, 양각산 500m, 수도산 2km지점이다. 이것도 이상하다. 양각산에서 수도산까지가 4km라고 검은돌 설명문비에 새겨져 있었는데 갈림길 표지판으로 계산하면 2.5,km라는 얘기가 되니 이상하다는 것이다. 양각산에서 한 50분 진행했을 무렵 꽤 신경 쓰이는 암릉지대가 나온다. 뒤로 돌아보니 돌올하게 솟은 양각산의 두개의 소뿔이 능선위에 매우 리드미컬하다. 양각산에서 보이기시작한 가야산이 이곳에서는 박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선명하게 조망된다.
이제 우두령에서 올라오는 능선이 양각산-수도산능선과 합류하는 1230m대 능선봉에 오를 순간이다. 특별히 가파른데는 없지만 관목숲이 매우 울창한 능선이다. 합류능선의 첫째봉과 둘째봉은 높이가 비슷해보인다. 일부지도에 보면 첫째봉을 시코봉이라 하고 높이를 1237m라고 하고 있다. 이 능선의 두번째 봉에 갈림길이 있다. 수도산으로 가기가 어려우면 여기서 불석계곡으로 하산하기가 좋다. 그리고 산길의 답압상태로 보아 많은 산꾼들이 하산로 아니면 등산로로 이 길을 이용하고 있음이 확실해보인다.
수도지맥
이 대목에서 수도지맥과 금오지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수도산 서봉에는 수도지맥종주라거나 금오지맥 종주의 리본등이 눈에 띄어서다. 수도지맥은 백두대간 대덕산에서 시작하여 낙동강지류인 황강이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 부근에서 끝나는 대능선으로 일부 산꾼들은 이 지맥의 길이를 108.4km라고 어림하고 있다. 이 지맥의 이름이 수도지맥인 것은 수도산 북쪽 산록에서 발원하여 숱한 계곡과 가야산을 감싸안으며 동남방향으로 흘러 낙동강과 합류하는 회천의 시작지점에 수도산이 있고 그 지맥이 끝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회천이 끝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덕산 남록에서 발원하여 삼봉산을 거쳐 합천호로 유입된뒤 동류하여 낙동강과 합류하는 황강과 위의 회천 사이에 수도지맥이 구불거리며 뻗어 가고 있다. 마치 한강기맥이 북한강과 남한강 사이로 뻗어가는 것처럼. 수도지맥의 산들은 대덕산을 비롯하여 국사봉-우두령-1230봉(시코봉. 양각산-수도산사이의 봉우리)-수도산-단지봉-좌일곡령-목통령-두리봉-남산깃대봉-우두산-비계산-두무산-오도산-토곡산-만대산-노태산-좌랑봉-필봉-성산등이다. 성산 다음에는 황강이다.
금오지맥
금오지맥은 크게 보아 백두대간 대덕산에서 발원하여 김천으로 흘러가는 낙동강지류인 감천(선산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과 수도산에서 발원하여 가야산뒤로 흐르다 고령으로 내려가 낙동강과 합류하는 희천과 금오산 남쪽 영암산에서 발원하는 백천과의 사이에 형성된 산줄기이다. 금오산-부상고개-백마산-고당산-염속산-903번도로-노루목재-부항재-삼방산-추량산-가랫재-수도산-1230봉-우두령-대덕산 순으로 백두대간과 연결된다. 이런 산줄기를 찾아내 산행을 하는 것이 요즘 우리산꾼들의 부지런함이다. 하나 더 부연할 것은 대덕산에서 우두령, 수도산, 염속산등 숱한 산줄기를 따라가다보면 금오산이 되고 금오산에서 지맥능선을 타고 정확히 동쪽으로 낙동강을 바라보며 가면 구미시 상모동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가 어디냐? 구미시 상모동 171번지 금오산 기슭, 이곳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거목, 21세기 국가번영의 기초를 닦은 인물 박정희가 태어난 곳이다. 일부에서는 박정희가 없었더라도 그 비슷한 사람이 나왔을 거라고 말하곤 했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큰 인물이 난 곳을 보면서 그곳의 정기를 그가 타고 났다고 말하곤 한다. 박정희가 정기를 갖고 태어났다면 그것은 금오지맥의 정기일 수밖에 없다. 금오지맥을 따라가서 박정희생가를 마지막으로 산행을 끝낼 수 있다면 그것은 그나름의 의미가 클 듯하다. 좌우간 수도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범상한 지맥이 아닌 셈이다.

1230봉능선 갈림길에서 북동으로 방향을 틀어 고도를 60m 정도 낮추면서 완전히 수도산 지역으로 들어선다. 고도 100m도 내려오지 않았는데 수도산은 까마득히 높아보인다. 조금씩 지쳐가면서 다시 암릉지대를 올랐다가 내려와서 다시 작은 암릉지대를 지나는 식으로 산행을 하니 수도산 주능선에 올라선다. 오른쪽 숲사이로 보이는 수도산정상으로 가기전에 능선봉으로 올라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거기에 "수도지맥 수도산 1317m"이라는 산명이 적힌 크지 않은 산명비가 세워져있다. 여기가 정상이란 말인가?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수도산 정상으로 가니 돌탑아래 화강암 산명비에도 수도산 1316.8m라는 산명비가 보인다. 두 봉우리를 두고 몇 그룹들이 각축하는 듯하다. 그러나 GPS로 본 바로는 정상쪽이 조금 높은 듯했다. 일부 산지도에는 서봉을 1313m로 적고 있는 지도도 있다. 수도지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은 동쪽으로 가야하고 금오지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은 정상으로 갈 필요없이 서봉만 타고가다가 우두령으로 내려가면 된다. 서봉에다 수도산 정상산명비를 세운 사람들은 누구일까?


사진:수도산정상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다. 6시간만이다. 수도산에서는 단지봉이 옆집이다. 단지봉아래 넓은 능선에서 수도산-가야산종주를 위해 야영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정상에서 단지봉쪽으로 가려면 능선을 내려서면 안되고 능선날등을 유지하며 하산로를 찾아야 한다. 첫부분은 상당히 가파르다. 바른재라는 이름의 불석고개는 찾기가 쉬워서 안심이다. 이 부분능선의 가장 낮은 곳이기 때문이다. 불석고개에서 단지봉으로 가려면 다시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하산로를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불석고개의 해발높이는 1040m정도 되었다. 이것은 흰덤이산높이보다 높은 고개이지만 심방마을의 해발고도가 638m에 이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도 400m만 내려가면 된다는 얘기이니 아주 쉬운 하산길이다.
고개에서 단지봉쪽으로 바라보니 길에 눈이 많이 쌓여있는데 발자국흔적은 눈이 몇번 오기전에 찍힌 것이고 요즘 산행한 흔적은 없다. 겨울철에는 아무래도 능선종주는 힘들게 마련이다. 눈이 오솔길을 완전히 뒤덮어버리면 길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산로 주변의 낙엽송숲은 이제 위안을 주듯이 지친 산꾼을 안온하게 붓안아주는 듯하다. 급경사를 내려오면 걷기 좋은 널찍한 숲속길이다. 수도산의 품은 넓고 포근하다. 850m(고도)에 가까워지니 물소리가 낭자하다. 지도를 그리다보면 개울을 등고선 어느 높이까지 그리느냐의 문제가 생기는데 850m에서 이정도의 물소리와 수량이라면 950m정도에서도 물이 흐를 것 같다. 830m(고도)까지 내려오니 비포장 큰길이 나오고 곧이어서 큰 포장길이 나온다.
한참 내려가니 소형트럭이 길가 지계곡 입구에서 그동안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수거하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미소를 지으면서 "올해 수액이 많이 채취되는가요?" 하며 속으로 그들의 경제활동(?)이 진심으로 소기의 목표를 이루기를 기원하는 듯한 말투로 인사를 했더니 농꾼 한분이 바가지 반정도 차도록 고로쇠수액을 떠준다. 정말 미안한 일이었다. 고로쇠물은 관절염에 좋다고 한다. 오늘 무릎을 혹사했으니 이건 천사가 주시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그들의 호의가 고맙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하여 오늘 산행은 날이 어두워지는 순간 끝나고 GPS트랙을 보니 주차장까지 이제 100m가 남았을 뿐이다.

GPS트랙에 의한 고저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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