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2009. 2. 15. 00:0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흘림골의 계곡풍경. 계곡은 다 쓸려내려가고 흔적도 없다. 오른쪽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산 레이니에산.

작년 여름 서북능선-내설악, 가을에 장수대-12선녀탕, 그리고 흘림골 산행을 하면서 2년전의 엄청난 폭우의 피해가 어느정도인지 목격하고 경악하다 시피 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퍼부었던 것이다
특히 흘림골에서는 평소 수려한 개울을 이루고 있었던 아름다운 바위와 돌이 모조리 쓸려내려가고 그 밑에 있던 흙이 드러나 있었던 것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만들었다. 거대한 바윗돌이 엉뚱한 곳에 올라와 있는가 하면 거목들이 쓰러져 개울을 가로막다시피 한 곳도 있었다. 대충은 정리를 했지만 길만 새로 놓았을 뿐이지 앙상한 속살이 드러난 개울에 어떻게 손을 댄단 말인가? 그래서 상당부분 상흔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등산로가 다 망가졌으므로 새로 목제 보도를 놓아 거의 대부분의 등산로가 구조물로 대체되다시피하여 그나마 흘림골을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설악산의 바위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계곡 밑에 황토흙이 있다는 것이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밑바닥부터 바위산으로 믿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보니 미국 오레곤주의 설악산이라 할 수 있는 마운트 레이니에 산이 2년전 꼭 설악산 같은 재해를 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가 보였다. 레이니에산도 2006년에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유사한 우연이 아닌가 싶다. 레이니에산 국립공원의 주봉에 태풍(허리케인)급의 바람과 비가 휩쓸어 수백km에 이르는 등산로들이 피해를 입어 복구중에 있는데 요즘 와서야 피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카메라 맨이 찍어온 사진을 보면 설악산의 등산로 복구때 보았던 광경이 그대로 나온다. 즉 봉정암 아래 봉정골을 가로막았던 폐목의 댐(쓰러진 나무들이 개울을 가로막아 댐을 만들어 수해를 불러온 현상)을 톱으로 썰어내어 사람들이 통나무를 어깨에 메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장면등이 그것이다. 아직 폐목을 다 걷어내지 못해 발 디딜데도 마땅치 않은 이런 폐목댐을 산꾼들이 위태위태하게 넘는 장면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이상폭풍우는 앞으로 규모가 더 크고, 더 파괴적이고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의 진단하고 있어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래도 불안하지만 현재의 불안도 상당하다고 한다. 지난번 폭풍우로 인해 개울바닥이나 산록이 변형되면서 추가로 바위가 굴러내리거나 사태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골프공만한 돌덩이나 무게 20톤의 바윗덩이나 밑에서 받쳐주는 힘이 없어지면 밑으로 굴러가게 마련이다. 즉 (만유)인력은 무게의 경중에 구애되지 않는다. 산록의 각도, 돌과 바위의 위치, 강수현상으로 인해 현재의 밑바닥이 점액질로 바뀌거나 얼었던 산록이 녹거나 하면 그것위에 위태하게 서 있는 바위는 그대로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마련이다.

미국서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레이니에산(4392m)은 그들의 가장 좋아하는 산으로 불리는데 요즘 들어 레이니에산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동안 수천년간 쇠락현상이라곤 거의 없었는데 이 산을 오르내리며 즐기는 사람들의 안전과 경험에 이전과 같은 안정된 산이 아닌 심각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레이니에산이 다 무너지기전에 산을 오르자고 산행을 권하는 사이트도 있는 모양이다. 지난번 비도 비지만 산이 무너져 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레이니에 산록 곳곳에 산재한 26개의 빙하가 녹아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빙하가 녹으면 급경사 산록을 지탱하던 한 축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

우리나라의 산엔 빙하는 없으나 지난번 폭우로 많은 곳의 지반이 휩쓸려 내려갔기 때문에 안정화의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하는데 그 지반이 다시 무너진다면 또다시 재앙이 생길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가령 흘림골 같은 데서 그런 바위를 찾아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아 보였다. 앞으로 지난번 폭우와 같은 비가 온다면 그 피해는 이전의 피해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계속되는 산행기를 구독하시고 싶으시다면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