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10. 26. 13:38
남덕유산 1507m
덕유산

서북능선-귀때기청봉
대야산에 가을이
포암산-만수봉 가을산행
명성산에 은백색 억새
북배산-가덕산 억새산행
원주백운산의 가을
북한산 의상봉능선
주흘산-부봉 동강 백운산



귀때기청봉

대야산

포암-만수봉

명성산

북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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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점. 작은 굴다리를 지나면 남령으로 가는 길이고 굴다리를 건너지않고 바로 들어가면 월성재와 중봉남동쪽 안부로 올라갈 수 있다.
남령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본 월봉산.
덕유능선의 무룡산.
삿갓봉과 산록의 단풍
남령올라가는 길에 본 남령-남덕유산능선
남령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능선봉과 산록의 단풍. 아침은 청명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정상에 이르기전엔...

남덕유로 가는 길의 능선봉들.

지난번 조경동 계곡의 단풍산행(10.23일)을 끝으로 북쪽 단풍구경을 끝냈다고 보고 남쪽으로 가기로 한다. 남덕유산은 두 번째이지만 남령에서 올라가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황점에서 남령까지의 길이 멀다면 옛날처럼 황점에서 영각사 뒤쪽 능선안부로 올라 남덕유로 가기로 하고 하산길은 삿갓봉을 넘어 삿갓골재로 내려오기로 한다.
남령에서 올라간다면 월성재에서 내려와도 좋을 것 같았다. 옛날에 삿갓골재로 내려온 적이 있기 때문에 안가본 길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다.
서울서 6시전에 출발(2005.10.30일)하여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서상IC를 나와 서상면으로 들어서서 영각사 쪽으로 가다가 신기면쪽으로 들어가면 남령을 넘어 황점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영각사 쪽으로 계속 가다보니 영각사아래 공터(버스가 차돌리는 곳)에 이른다. 비포장길이 보여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황점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곧 포장도로길이 된다. 몇번 꼬부라지면서 앞을 바라보면 월봉산(남덕유산에서 거창군의 금원산, 기백산, 황석산, 거망산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중의 험준한 바위봉우리)이 우뚝하다. 가히 칼날같은 봉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령을 넘어가니 건너편에 정면으로 삿갓봉(덕유능선의 능선봉)이 보인다.
삿갓봉을 가운데로 뚝 자른다면 위쪽은 낙엽이 모조리 떨어진 회색빛, 그 아래는 단풍이 요란한 상태로 나눌 수 있다.
조금 내려가니 부부로 보이는 산꾼이 올라온다.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고 한다. 거리를 물어보니 황점에서 남령가는 길은 3km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은 남령으로 가서 능선을 타고 남덕유로 가자. 황점 매표소 아래 멀지않은 곳에 차를 주차해두고 남령으로 올라가는데 덕유산산록의 단풍은 절정이어서 아침의 청명한 공기속에서 빛깔도 선명하다. 소나무가 별로 없는 활엽수지대여서 단풍색이 요란하다. 주로 떡깔나무계통의 임상이다. 작년인가 남군자산으로 갈때도 꼭 이러했었다. 거리도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이런 길(큰 능선을 가로지르는 찻길)이 산행을 돕는 역할을 한다.
쌍곡계곡의 점말마을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저수리재로 가서 남군자산능선으로 붙었던 것도 요맘때였던 것 같다. 그때처럼 단풍빛깔이 곱지만 남덕유산 산록에는 단풍나무가 거의 안보이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황점계곡으로 내려올 땐 볼만하겠구나 싶다. 그러나 어두워진뒤에 내려온다면 어쩔 수가 없다. 맞은 편에 월봉산이 역광으로 비치는 아침햇살속에 우람하다. 길 왼쪽이다. 길 오른쪽 산록의 단풍지대 위쪽에 솟아있는 봉우리는 남덕유로 이어지는 능선봉이다. 밑에서 보니 얇은 층운이 산뒤로부터 몰려오고 있어서 푸른하늘 흰구름 붉은 단풍이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이 구름이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줄을 몰랐다. 그런데도 아침엔 단풍이 기가 막히게 나오겠다는 정도의 분위기메이커로 생각했으니 사람이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령은 함양군 서상면과 거창군 북상면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남덕유에서 거창-함양 방향으로 뻗은 대능선줄기가 지나가는 안부를 뚫어 서상면 계곡과 북상면 계곡(월성계곡)을 연결한 것이다. 남령은 좌우를 많이 깎아 올라가기가 어려울 듯하다. 날등마루에서 서상면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월봉산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먼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남덕유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급경사 흙길위쪽 나뭇가지에 리본들이 잔뜩 붙어있다. 월봉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멋진 산행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있다. 월봉산을 지난면 수망령을 분깃점으로 하여 오른쪽으로 가면 거망-황석이요, 왼쪽으로 가면 금원-기백산이다. 거창의 명산들을 산행할 깃점으로서 월봉산 서쪽의 이 남령은 기막힌 산행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근사한 지도도 붙어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남덕유산으로 가는 지도는 없는 것으로 보아 역시 이 남령을 깃점으로 남덕유산을 타는 사람은 조금 미련한(?)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 황점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남덕유산을 굳이 남령에서 올라가느냐 하는 얘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남덕유산에 하봉, 중봉, 상봉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남령길로 안갈 경우 하봉을 생략하고 남덕유산을 오르게 되니까 하는 것은 옹색한 이유일까? 먼능선에서 바라보는 남덕유산과 남덕유에서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조망하기에 좋고 무엇보다도 월봉산을 바로 옆에서 바라본 것은 수확이라 해도 좋을 듯한데 그래도 납득이 안간다면 요령을 부리기로 한다면 차라리 산에 안가는 것이 가장 편할 것 아닌가하는 생각은 어떤가?
남령옆 첫봉우리는 헬기장이 있고 묘지가 몇기 보인다. 묘지위에는 오소리가 한 짓인지 날짐승 하나가 잡아먹힌 자국이 있다. 날개가 무참히 뽑히고 마침 불어오는 강풍에 깃털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황점은 어떤 곳인가?

황점은 남덕유산 동쪽 산록이 완전히 평지화된 곳, 평지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해발 500m정도 되는 높이의 산간 마을이다. 따라서 황점에서 남덕유산까지의 고도차는 딱 1000m이다.
남덕유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위천천으로 월성계곡을 따라 동류하며 거창군 북상, 위천을 거쳐 거창읍을 지나며 황강이 되어 합천호로들어간다. 월성계곡은 덕유산괴에서 발원하여 계류가 형성되어 흐르는 계곡으로서는 무주구천동 계곡과 더불어 가장 큰 계곡 중의 하나이다. 무주구천동계곡이 좁은 협곡으로 길게 형성된 데 비해 월성계곡은 외곽을 둘러싼 산(월봉산, 금원산)들이 높고 커서 수량이 풍부하다. 계류가에는 사선대, 수승대등이 승경이 있고 청사정, 모암정, 용암정등 정자와 주은자연휴양림이 있다. 황점은 남덕유산을 깃점으로 하면 하늘아래 첫동네이다. 황점은 사방으로 산이 둘러싸고 있는 동네이다. 서쪽에 남덕유산, 북쪽에 삿갓봉과 무룡산, 남쪽에 월봉산과 금원산이 있다. 황점은 골짜기중에서도 막다른 골목에 위치하고 있지만 남쪽의 남령재를 통해 함양군 서상면과 연결되고 육십령에서 가까운 서상 IC가 있어 접근성이 아주 좋아졌다.

월봉산 쪽으로 짙은 구름이 몰려가기 시작하여 사진을 찍기가 쉽지않다. 이미 아침의 청명한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뒤다. 남덕유산쪽도 빛깔이 어둡다.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사이의 경계선에 솟아있는 봉우리도 구름그늘에 가려졌다. 구름짱은 생각보다 짙어보인다. 하지만 접근해가는 사이에 걷히겠지.
남덕유로 가는 능선은 봉우리가 여러 개 된다. 능선봉들 뒤로 두개의 멋진 암봉이 솟아있는 남덕유산괴의 봉우리위로 안개가 내려오고 있다. 안개의 무리는 멀지 않아 남덕유를 통째로 삼켜버릴 것 같다. 안돼! 모든 산행은 귀중하다. 산행의 기록으로서 사진은 유용한 매체다. 1500m대의 산에 오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도 그러하다. 그런데 이런 안개가 산을 감춰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봉(1363m)을 저만치 둔 봉우리로 올라갈 때 주변에 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자세히 보니 싸락눈이다. 눈이 온다면 얘기가 틀린다. 눈이여 와라! 하지만 눈은 오지 않고 식별이 어려운 싸락눈이 조금 내리다 말다 한다. 황점에서 영각사뒤쪽 안부로 올라오는 길은 하봉이라는 봉우리를 넘어가서야 나왔다. 처음엔 하봉이라는 이름이 왜붙었는가 의심스러웠지만 실제로 타고 넘으니 하나의 암봉으로서 남덕유산 삼봉중 하나로 손색이 없어 보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봉에서는 남덕유산이 모조리 안개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구름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인지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바람은 더욱 심해진다.
하봉에서 안부로 내려가는 길은 꽤 길고 고도차도 큰 편이었다. 안부 네거리길에 사람들이 모여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된 모양이다. 남덕유산이라면 지리산 북쪽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1500m 대 산이다. 오늘 본 사람들은 산행경력이 없거나 일천한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중봉에서 본 사람들은 동일회사제 주문도시락을 나눠먹고 있었다. 평소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주문도시락을 사서 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젠 산도 관광의 대상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물론 마이산같은 산은 오래전에 관광대상 산이 되었지만 1500m대의 산이 관광대상이 될 정도로 발전한 것인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산밑계곡물가에서 시간이나 보내는 관광이 아니라 산행을 포함한 모든 것이 관광 상품이 된 것 같다는 말이다. 가령 어느 도시의 관광여행사가 남덕유산 관광객을 모집했다고 하자. 거기에는 오늘같은 날씨에 1507m 높이의 산과 철제사다리로 점철된 상당히 위험한 코스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었는지 모르지만 남덕유산정상에 올라가서 구경좀 하고 오자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고 관광객들이 그래 남덕유산에 가보자라고 호응했을 때 그것은 관광상품으로서 규격을 갖춘 것이고 손색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좌우간 이래저래 산은, 특히 이름난 산은 더욱 복잡해지게 생겼다.

청명한 하늘을 뒤덮는 먹장구름에 싸락눈, 정상일대엔 가을처음의 무빙이 피다

무빙(霧氷)을 발견한 것은 중봉을 내려서는 바윗길옆에서였다. 정상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시야가 트일 것을 고대하며 길주위를 훑어보고 있는데 무빙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정상에 도착하여 북쪽 산록을 보니 숲이 하얗게 설화를 피우고 무빙이 달린 가지들이 강풍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무빙은 정상일대에서 북쪽산록 광범위한 구역에 완전한 설국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숲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눈없이 설국이 만들어진 것은 경이롭다. 정상일대에는 싸락눈이 온 흔적이 조금 있었지만 무시할 정도였다. 월성재로 내려오는 길가의 숲에선 강풍이 불면 두둑두둑 하며 가지에서 무빙이 떨어져나와 길비딕에 하얗게 떨어지곤 했다. 정상능선에 안개가 끼여 카메라 셔터를 눌러볼 기회가 없어 허참하며 난감한 마음이었는데 이 무빙이 그런 생각을 지워주었다.


안개자욱한 중봉으로 올라가는 철계단.

가을에 찾아온 남덕유산의 겨울풍경. 정상바위지대의 무빙(霧氷).

월성재의 이정표

월성재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삿갓봉일대의 덕유능선

안부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다. 그리고 철제 사다리가 나타난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이고 강풍에 시달린 얼굴들이다. 철제 난간을 쥐는 손에 전해지는 얼얼한 느낌이 머리 한쪽을 강타하는 느낌이 온다. 배낭을 꾸릴 때 장갑을 보고도 넣지 않은 것을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 다음 봉우리를 바라보니 내가 전에 여길 오기는 왔던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풍경이 너무나 생소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두개의 암봉은 짙은 안개속에서 보니 "반지의 제왕"의 '두개의 탑'을 연상시킨다.설악산 공룡능선에가면 이런 암탑은 여러군데 보이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 깊이 균열된 안부를 사이에 두고 암탑이 솟아있는 것은 특이한 예에 속할 것이다. 두 암탑을 연결하려고 현수교를 세웠던 흔적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을산행시 일기변화에 유의하여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이런 말은 산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남덕유산 산행은 나의 개인산행기록에서 최악의 날씨변화중의 하나로 기록될만한 것이었다.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70mm의 가을폭우를 만나 완전히 젖은채 끝청부근에서 되돌아 오다가 팔이 마비되기 직전에 한계령에 주차해두었던 차에 도착했던 일이나 명지산 아재비고개에서 올라가다가 눈폭풍을 만나 되돌아 내려온 일, 우박을 만난일, 최근에는 가리왕산에서 뇌우를 만나 동굴에서 피한일 등인데 이번에는 고어텍스 자켓에 오리털자켓까지 가져가 보온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한가지 장갑을 가져가지 않은 것은 커다란 실수였다. 대부분의 다른 산같으면 그건 실수도 아니지만 남덕유산에서는 장갑없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올라가는 방향으로 넘어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파른 철사다리가 곳곳에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싸락눈이 오고 길가 진달래나무에 무빙이 붙기시작하고 강력한 안개바람이 능선을 훑듯이 지나가는 곳의 철제난간은 엊그제 조경동계곡에서 물을 건널때 느꼈던 것과 비슷할 정도로 손에 일시적으로 마비가 올듯한 얼얼한 촉감을 선사했다. 따라서 남덕유산 중봉주변의 바위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황점-남덕유산-월성재-황점 산행 주요지점 통과시간 참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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