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 4. 12. 16:33


사진: 명산에 둘러싸인 만수봉. 앞에 하설산과 그 아래 메밀봉 암릉이 보인다.메밀봉 뒷 계곡이 용하구곡-4.23일 오후 

산불방지기간에 부담없이 산에 가려면 국립공원중의 개방된 코스를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월악 산에서는 주요코스(송계계곡-영봉, 만수계곡-만수봉, 제비봉코스, 금수산 상천리코스, 도락산코스)가 개방되어 있다. 만수봉코스로 만수봉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동서남북으로 명산들이 솟아 있다. 동쪽에는 메밀봉, 꾀고 리봉, 하설산, 메두막봉, 문수봉, 대미산, 황장산이 서쪽엔 가까이는 박쥐봉, 북바위산, 용마산, 조금 멀리는 신선봉이 보이고 남쪽엔 가까이는 포암산, 부봉, 월항삼봉, 조금 멀리 주흘산, 조령산, 백화산, 운달산이, 북쪽 엔 월악산이 솟아 있다. 이 산들의 대부분이 직선거리로 반경 10km이내에 있는 산이라면 만수봉의 위치가 과연 어떠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수계곡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지만 정상능선엔 아직 철이르게 꽃망울을 틔운 진달래가 없진 않아도 대 부분의 진달래는 아직 작은 꽃봉오리도 나와있지 않다. 2003년 4월 27일 만수봉에 왔을 때는 계곡은 물론 능선에도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었는데 이번에는 계곡에만 피어있었지 위쪽에는 진달래가 별로 피어있지 않았다. 그때는 신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계곡안이 녹색으로 그 득차기 시작하였는데 그때보다 나흘 먼저 오긴했지만 올해는 철이 영 늦어도 한참 늦는다.


2003년 4월과는 달리 오늘은 먼저 능선으로 올라 정상에 갔다가 만수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올라가다가 월악산의 비경중의 비경 인 용암폭포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설악산 대승폭포처럼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비슷한 곳이 있지 만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그래서 폭포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채 있다. 폭포는 엄청난 규모였다. 2단으 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갈수기인데도 또렷한 폭포형태를 보였다. 높이는 60미터도 더 되어보인다. 수량이 많을 때 바라보면 굉장한 구경이 될 듯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폭포 보기를 좋아한다. 왜 이런 절경을 개방하지 않 는지 의심스럽다. 현재는 등산금지코스가 되어 들어갈 수 없는데 철사다리와 난간등의 코스 안전시설을 마련하 고 낙석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마련하면 용암폭포는 명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개발하지 않고 원래대로 놔두는 것이 의지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최소한 자연훼손은 막을 수 있으니까. 만수봉으로 가는 길은 주위의 산들이 키재기를 시작하는 과정이다. 먼저 길건너 박쥐봉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옆으로 용마산과 북바위산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다음에는 포암산옆으로 부봉과 주흘산쪽, 부봉뒤의 조령산이 보이기시작 한다. 포암산에서 멀리 주흘산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은 리드미컬하다. 얼씨구나하는 가락이 뇌리를 스칠 정 도로 독특하다. 만수봉을 오르는 사람들은 주위산에대해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소한 지도를 보고 몇개의 산을 짚 어보고 올라오는 것이 유익할 것 같다. 물론 주위명산을 다 오른 사람과는 아무래도 차이는 있을 것이다. 정상 에 올라가니 숙제가 하나 눈앞에 다가 온다. 백두대간에서 지능선으로 용하구곡으로 빠지는 능선봉 들인 메밀봉 과 꾀꼬리봉은 언제 오르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메밀봉까지 가보기로 한다. (현재 만수-포암산 구간과 백두대간은 산행금지기간이다) 하늘재에서 벌재까지 백두대간을 산행하면서 그쪽 능선봉을 눈여겨 보았지만 용하구곡에서 두 봉우리까지는 산 행금지상태여서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산행코스도 또렷하고 리본도 더러붙어 있었고 메밀봉 정상에 는 정상을 알리는 부착물도 몇 개 붙어 있었다.


만수봉 983m |관련글읽기

위치:충북 제천시 한수면 - 덕산면 코스:만수휴게소-능선-만수봉-마골치-메밀봉-만수골-만수휴 게소
드라이브웨이:곤지암-중부고속도로-여주나들목-중부내륙고 속도로-괴산나들목-수안보-지릅재-미륵리

산행:

사진: 용암폭포

월악산 국립공원은 편의상 4개의 산괴로 구분가능:만수봉은 월악산국립공원(월악산 국립공원내의 산들은 대충 4개의 산괴로 정리할 수 있다. 1.월악산 만수봉 포암산 축으로 이루어진 산괴 2.문수봉 대미산 축에 황장산을 더한 산괴 3.도락산 용두산 산괴 4.금수산 산괴 등)의 월악산 산괴중 남쪽에 위치한 봉우리이다. 만수봉 산행 기점은 만수휴게소이다. 만수교를 지나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만수골이 되는데 다리를 지나 들어가면 야생 화를 모아놓은 야생화꽃밭을 지나가게 된다. 여기서 숲 안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만수골 진입이 시작된다. 만 수골은 월악산 만수봉 포암산 축의 주요산인 포암산과 만수봉 사이에 형성된 계곡으로 개울바닥은 처음부터 끝 까지 암반으로 되어있다시피한 특이하고 아름다운 계곡이다. 수량이 풍부하고 폭류와 소가 연이어져 있으며 폭 포도 여러 개 있어서 골짜기의 개울풍광은 더없이 청정하고 신선하다. (화보 참조)
코스, 올라갈 때 능선코스->하산은 계곡코스:이번 산행은 지난번 만수봉 산행이 계곡으로 들어가 만수봉 -포암산능선에 오른 뒤 정상에 갔다가 능선으로 내려왔던 것이었던 것을 감안, 능선으로 먼저 올라가 정상에 선 뒤 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용암폭포:그리고 될 수만 있다면 용암폭포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기로 한다. 용암폭포는 만수봉능선과 용암봉 능선사이에 형성된 작은 계곡을 흐르는 물이 만든 폭포로 월악산 내에서 가장 높은 폭포이다. 용암폭포 로 들어가는 길은 등산로 아님 표지판이 서 있다. 능선 날등을 찾아 올라가니 작은 폭포와 소가 나타난다. 본격 적인 능선이 시작되는 곳에서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니 한동안 좁은 골짜기길이 되고 물은 암반을 타고 흐른다. 길 오른쪽 능선(나중에 올라갈 능선길) 산록은 너덜지대로 되어 있다시피하고 경사도 급해진다. 드디어 웅장한 폭포가 숲의 나무둥치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폭포는 상상이상으로 높고 거대한 90%정도 직폭이었다 . 이 폭포를 보고 생각난 폭포는 홍천의 개령폭포와 설악산의 대승폭포였다. 이 희대의 폭포가 대중으로 부터 감추어져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마 가는 길이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장치 설치가 필요할 것이고 그러나 당장은 그럴 계획이 없어 그냥 등산로아님 표지판을 세운 것으로 끝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폭포는 2단으로 되어 있었다. 일단폭포는 2단폭포보다 조금 안쪽에 직폭으로 보이지 않는 소 아니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2단폭 역시 직폭으로 올려다 보는 이의 이마쪽을 향해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개령폭포보다도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높이였고 적어도 구곡폭포 높이쯤은 된다고 여겨졌다. 폭포위의 골짜기가 크지 않으므로 수량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갈수기에 떨어지는 수량치고 폭포로서의 구실은 충분해보인다. 솔직한 얘기로 이 폭포를 보 고 처음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을 정도로 경악했다. 2년전 만수봉 산행을 마치고 만수휴게소 맞은편 언덕위에 올라가 용암폭포를 멀리서 보면서 사진을 찍었던 것도 어찌 보면 이번산행때 그 숙제를 풀려고 했던 무의식이 뇌리에 박히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수봉에 자주 오는 까닭

월악산 송계계곡 일대 만수봉에서 하봉에 이르는 수려한 봉우리들의 빼어난 화강암 바위사면의 시원스런 경관이 우선 평범한 산들에 찌든 정신을 번쩍 나게 하기 때문이고 그 풍경은 마치 건필(붓의 먹이 마르게 하여 그리는 수법)로 그린 동양화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소나무와 바위슬랩지대가 어울리는 장면들은 호연지기를 일깨워준다. 만수계곡의 물이 하염없이 맑고 개울바닥의 끝없는 선이 굵고 직선적인 암반과 푸른 소가 시선을 즐겁게 한다. 능선으로 올라가면 월악산은 치밀한 암탑같은 모습으로 주흘산은 춤추는 스카이라인으로 조령-대미산은 유구한 백두대간의 길고긴 능선으로 가까운 산들은 아름다운 하늘금으로 먼산들은 춤추는 산파도로 하나같이 명산들인 수십개의 산이 만수봉 주위에 널려 있어서 만수봉이 좋다. 개별산 하나하나가 다 특색있는 수준급이상의 산들이다. 만수봉 자체도 용암봉등 암릉과 소나무가 어울리고 정상일대의 바위위에 서서 영봉과 그 뒤로 바라뵈는 충주호를 조망하는 맛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산꾼의 기쁨이다.

폭포아래의 개울바닥은 반 너덜지대인데다 낙엽이 쌓인 곳이 많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었다. 길도 바위 도 경사가 져서 발이 미끄러웠다. 폭포의 물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폭포를 바라보다가 되돌아 나와 급경사를 피 해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희미한 산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처럼 폭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적 지 않았던 모양이다. 급경사와 바위지대를 가파르게 올라가면 마치 설악산 장수대에서 대승폭포를 바라보는 듯 한 거리와 폭포경관이 기다리는 바위단애지대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은 통상의 능선코스를 내려오면서 산록길로 만수골바닥으로 하산하기 직전 만나는 소나무아래 바위쉼터(이 곳의 이정표에는 해발높이 539m, 만수교 900m, 만수봉 2km라고 되어 있고 건너편 박쥐봉이나 주변산의 조망이 좋다)에서도 조금만 내려오면 폭포를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소나무가 더러 서 있는 바위지대암릉엔 여기저기 진 달래가 피어 보기가 좋다. 이곳에서의 폭포보기는 일단폭포의 일부분만 볼 수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일단폭포 가 떨어지는 곳이 소인지 너럭바위인지도 알 수 없다. 좌우간 용암폭포를 보느라고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갈 림길에 당도하니 인공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부터는 만수계곡에서 올라오는 정상적인 능선길이다. 갈림 길 부근은 노송이 우거져 있어 더위를 피하며 바람을 쇨 수 있는 곳이다. 그와 함께 부근의 산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우선 골짜기 건너편에 높이 솟은 암봉은 박쥐봉이다. 월악산 주봉쪽 경관을 즐기기 좋 은 수려한 암봉이다. 송계계곡을 따라 시선을 주면 그 다음으로 보이는 암릉이 북바위산 능선이고 조금 멀리 보 이는 암봉과 암릉이 용마산 능선이다. 시선을 남쪽으로 옮기면 부봉능선의 스카이라인이 또렷하다. 부봉과 박쥐 봉 사이의 능선은 신선봉 능선이다.
급경사를 올라가는 길가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금년(2005년) 의 진달래빛깔은 그 어느때보다 싱그런 분홍빛이다. 약한 바이올렛빛깔이 감도는 창백한 진달래는 금년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밝고 빛나는 분홍빛이다. 분홍빛이 이렇게 청초한 색깔일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요즘의 진달래개화다. 급한 능선을 올라가면 닷돈재에서부터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 용암봉 아래 안부가 저만 치 보인다.
용암봉(892m):능선턱에 올라서면 비로소 닷돈재 휴게소앞 능선에서 올라올 때의 능선봉인 864m봉과 용암 봉(892m)봉사이로 월악산 영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봉은 언제 보아도 장엄해보인다. 안부를 지나 능선에 올 라온 뒤부터 진달래는 개화하지 않은 꽃봉오리인 채로 남아 있는 상태다. 길은 용암봉을 향하여 올라가기 시작 한다. 이 능선코스의 가장 높은 암봉이다. 길은 암릉성 산길로 바뀌고 892m봉 아래에서 암봉을 횡단하는 길이 열린다. 이 횡단길 아래는 아득한 깊이로 바위슬랩지래를 형성하고 있어 경치가 좋다. 경치가 좋은 곳은 위험한 곳일 경우가 많다. 여기가 그런 곳이다. 바위횡단지대에는 쇠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안전하지만 안전사고의 위 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유의해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바라뵈는 가장 가까운 산이 포암산이고 포암 산 뒤로 춤을 추듯 리드미컬한 주흘산 주봉-영봉의 스카이라인이 장쾌하다. 만수봉을 오르는 사람은 만수봉에서 조망되는 산들 몇 개는 알고 올라오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 재미라도 없으면 산을 오르는 것은 상당부분 무 미건조한 놀음에 지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능선턱으로 올라가다가 숲속으로 들어가 큰 노송그늘아래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주위에 노랑제비꽃이 피어 있고 산사면은 더울 정도로 온도가 높았지만 노송그늘 아래는 쉬원했 다. 4월 하순인데도 여름날씨처럼 더운 요즘이다.
정상:암봉 사면을 횡단하며 포암산 주흘산의 스카이라인을 보는 재미도 좋지만 만수봉 정상을 바라보는 것도 장쾌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암봉의 892m에 100m정도가 더 높을 뿐이지만 암봉쪽에서 본 만수봉은 이 를 데 없이 호쾌한 산덩어리로 다가온다. 암릉횡단길에는 그림같은 노송도 몇 그루 여기저기 서 있어서 경관이 좋다. 서 있는 단애 아래가 천길 낭떨어지라면 기분은 더욱 고조될 수 있을 것이다. 암봉이 바위산이라는 게 산 꾼에게 주는 매력은 대단하다. 암릉을 오르내리면서 받는 바윗기는 강건한 어떤 기운으로 삶의 활력과 무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바위산으로만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안부에 내려서서 만수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준 암릉길이다. 올라가는 길은 겉으로 보기에는 경사만 급하달뿐 순해보이 지만 실제로 올라가보면 바위가 의외로 많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 것은 2시47분 경이었다. 점심시간 50분, 폭 포를 구경하느라 40분여분이 걸렸고 점심을 먹은 시간과 촬영시간을 빼면 2시간 정도 걸렸을 것이다.

사진:메밀봉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용하구곡의 산들

만수봉 정상은 포암산쪽으로 가며 뒤돌아보면 400m정도의 길이의 능선이 마치 불도저로 다진 듯이 평탄하게 보 인다. 이러한 테라스형의 특이한 모양은 부근산에서도 잘 보인다. 만수봉은 월악 만수 포암 산괴중 영봉과 중봉 을 빼면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게다가 만수봉의 위치는 명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조망이 아주 좋다. 월 악산이 5km, 신선봉이 6km, 조령산이 7km, 주흘산 6.5km, 포암산이 2.5km, 대미산이 8.5km, 문수봉이 8.7km, 하 설산이 6km, 황장산이 15km남짓, 그외에 용마산, 북바위산, 박쥐봉등 송계계곡을 사이에 두고 솟아있는 산들은 모두 5km미만의 거리안에 위치하고 있다. (위의 거리는 직선거리를 말함, 대체로본 측정임)
만수봉의 형격인 월악산 영봉의 장엄한 기세를 만수봉정상에서처럼 통째로 느낄만한 봉우리는 없다. 만수봉과 영봉과의 인연의 끈은 만수릿지이다. 월악산의 경관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만수릿지를 통해 영봉으로 접근해보는 일 이외의 방법 이 없다. 만수릿지에서의 영봉조망처럼 산형이 아름다운 그림을 여태 보지 못했다.
만수릿지의 추억:정상에서 암릉을 따라 나오면 등산로 아님 표지판이 보이고 뒤로 암릉으로 이어진 산줄 기가 영봉에서 크게 한번 솟구치는 장쾌한 경관이 보인다. 이른바 만수릿지이다. "등산로아님"표지판과 거기에 씌어진 경고(50만원과태료부과)에도 불구하고 길의 상태로 보아 많은 사람이 다니고 있는 길임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만수릿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 두번반이나 만수릿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왜 두번반이냐 하면 한번은 닷돈재휴게소에서 시작, 용암봉을 거쳐 만수릿지로 들어서서 한참 가는 도중에 폭우 가 쏟아져 안개가 끼는 바람에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되돌아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 대학생그룹이 만수릿지를 타려고 왔다가 약간의 시간동안 행동을 같이 하다가 헤어졌는데 이들은 한 술 더 떠서 내려가다보니 신륵사가 나오더라고 했다. 나중에 닷돈재 휴게소에서 만났더니 쪽팔린다고 동네방네 광고하 지 말라고 농담반 진담반 욱박지르던 기억이 난다. 여름날 폭우속에서 암릉에서 내려다본 월악산 일대는 다시없 는 웅장한 경험으로 머리속에 기억되어 있다. 안개나 구름 비와 천둥은 경관을 극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만수봉 정상에서 월악산을 바라보면 웃음이 먼저 나온다. 옛날의 고생은 훌륭한 추억거리가 되니까.
원래 두개의 봉우리가 5km정도 떨어져 있고 그사이에 능선이 연결되어 있고 낮은 쪽의 봉우리에서 높은 쪽의 봉 우리를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한잔 술이라도 마신듯이 거나한 기분이 된다. 그런 경험을 만수봉에서 월악 영봉을 볼 때, 1392봉(정확한 높이인지 모른다)에서 안산(설악산)을 바라볼 때 경험할 수 있다. 일종의 산이 주 는 흥에 취하는 것이 이런 경우일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무감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것을 자주 느낀 다. 만수봉과 영봉을 연결하는 것이 옹골찬 화강암 암릉과 봉우리들이므로 그 흥은 더욱 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수리지를 보고 난 다음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다. 포암산 코스를 따라 가다가 백두대간을 만나면 백두대간을 타고 꾀꼬리봉(?)으로 가기로 한다. 메밀봉 정상에 도착하여 산이름을 확인하고서야 목적으로 하고 갔던 봉우리 가 꾀꼬리봉이 아닌 메밀봉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옛날 용하구곡에서 하룻밤 자고 문수봉-대미산을 둘러 브리기 재에서 용하구곡으로 내려왔던 때 전날 저녁 골짜기로 들어가면서 너럭바위지대 왼쪽에 보았던 바위능선길이 꾀 꼬리봉으로 가는 능선길이었지만 메밀봉은 그 이전에 꾀꼬리봉코스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용하계곡에서 능선으 로 오르는 길이어서 혼란이 있었던 듯하다. 만수봉에서 메밀봉으로 가기로 한 것은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메밀봉의 한 봉우리가 작은 인수봉처럼 정상부근이 웅대한 슬랩으로 이루어져 골짜기능선의 대체로 낮은 산인데 도 불구하고 눈길을 고정시키게 했기 때문이다. 나무둥치에 가려져 시원한 전모를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지만 모 양이나 주위 경관이 빼어나 발길을 잡아 당겼다고 하는 편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메밀봉으로 가는 길중 만수봉 에서 백두대간 갈림길까지는 처음 가보는 길이었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백두대간과 월악산을 연결하는 고리인 능선은 조망이 좋은 곳도 있었고 산수유가 많이 피어 있는곳 산죽이 무성한 곳등이 있었다. 길쭉한 너럭바위가 단애를 이룬 한길위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멀리 조령과 부봉이 보였다. 만수봉 동쪽능선에서 만수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에서부터 백두대간까지의 첫 약 500m구간은 바위지대여서 길은 능선 아래쪽 산록을 횡단하게 되어 있었다. 능선위로 올라서면 길은 평탄해졌고 헬기장이 나왔다. 헬기장에는 작은 할미꽃이 피어 있어 시선을 붙 잡는다. 만수봉에서 포암산까지의 거리가 5.1km였고 백두대간 갈림길은 그 중간쯤에 있었다. 즉 백두대간 갈림 길에서 포암산으로 가거나 만수봉으로 가거나 거리는 매한가지였다. 백두대간 종주자가 이 부근에서 만수계곡으 로 탈출하려면 포암산쪽으로 가다가 관음재에서 만수계곡으로 내려가면 될 것 같다.
백두대간 갈림길에서 메밀봉과 이어진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여서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중간에 용하계곡쪽으로 빠지는 듯한 길이 있어서 들어섰더니 길은 곧 없어지고 산죽이 우거진 산록의 골짜기만 나왔다. 높지는 않으나 골짜기 들의 능선을 횡단하는데 애를 먹어 메밀봉에서 되돌아 나올 때는 정상으로 연결된 능선 날등을 벗어나지 않으려 고 애를 썼다.
메밀봉 정상은 테라스형 암반으로 덮이고 송림이 우거진 아름다운 산이었다. 문제는 심산유곡에 위치한 이 산을 동네 뒷산처럼 오를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백두대간에서 메밀봉으로 가는 길은 희미했지만 길은 있었다. 그러 나 길은 죽은 가지가 길위에 잔뜩 떨어져 있거나 낙엽이 깊게 쌓여있어서 사람들이 다닌지 꽤 오래 되는 길처럼 보였다. 소나무숲과 단애 암봉과 암릉으로 이루어진 용하구곡안의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에서 시간이 있다면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암릉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부근 계곡과 산들의 조망을 즐길 수도 있으련만 사람들은 그럴 의향이 없는 듯하다. 요즘 화두는 백두대간종주이기 때문에 겨우 이름만 겨우 알려진 골짜기안의 작은 봉 우리에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었다.
이렇게 깊숙히 감추어진 산에는 상상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신선과 벗하며 한때를 보내고 싶은 유혹같은 것이 생각난다고 할까? 백두대간쪽을 향해 드러난 슬랩바위 위쪽 소나무 그늘에 앉아 메밀봉을 뻗어가게 한 봉우리에서 대미산쪽으로 흘러가는 통큰 능선을 바라본다. 백두대간 능선이다. 하늘재에서 황장산을 지나 벌재까지 걸어가던 일이 생각난 다. 대미산을 앞둔 1000m대의 첫번째 봉우리 정상의 서쪽 완만한 산사면 길가에서 야영을 하던 그날 밤에는 어 디선가 번개가 치고 약한 천둥이 울었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보니 그 봉우리에서 바로 꾀꼬리봉으로 이어 지는 능선이 뻗어가고 있다. 메밀봉과 비슷한 모양새다.
메밀봉은 864m정도 되는 봉우리로 두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고 정상임을 알리는 팻말이 나무 가지에 붙어있다. 정상은 길쭉한 바위로 되어 있으며 바위위의 흙지대를 따라 송림이 우거져 있다. 정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제2 의 바위봉이 힘차게 솟아 있는데 작은 인수봉처럼 생긴 봉우리다. 이게 바로 제2봉이다. 제2봉으로 가려면 한참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되돌아 서기로 한다. 메밀봉에서 출발한 시간은 5시경이었다. 낮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만수계곡이 상당히 길다는 것을 감안하면 날이 어두워지는 7시30분이전에 계곡을 벗어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어 쩌면 헤드랜턴을 켜야 할지도 모르겠다.
메밀봉을 뻗어나가게 한 봉우리는 꽤 높은 봉우리여서 숨이 가쁘다. 그러나 늦은 시간에 혼자 백두대간을 걷는 맛은 뿌듯했다. 만수봉과 백두대간의 갈림길은 상당히 애매하다. 능선 날등이 아닌 산사면이어서 그렇다. 산자 분수령인데 산사면이 분수령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포암산에서 뻗어온 백두대간이 만수봉쪽 지봉에 흐지부지 빌붙으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안부는 낮아 급경사를 꽤 내려가야 한다. 지봉(지능선봉우리)으로 올라서면 암봉 이 하나 나오고 나서 길은 평탄해진다. 헬기장을 지나고 능선을 넘어 산록길을 한참 가면 만수봉에서 만수계곡 으로 내려가는 길과 만난다. 만수계곡에는 진달래가 많이 보인다. 정상능선의 진달래가 개화를 앞두고 있었던데 비하면 계곡풍경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재작년 4월 27일엔 신록이 우거질 정도여서인지 지금과는 계곡풍광이 아주 달랐던 것 같다. 만수계곡을 빠져 나오니 등뒤에 숲사이로 달이 떠오르고 있다. 7시 30분 경이었다.

교통편과 숙박:

서울-수안보(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
수안보-월악산 국립공원(시외버스이용)

숙박:월악산 국립공원내 미륵리, 송계리일대 숙박시설 이용. 샘터음식점민박(043-651-1063 송계리소재), 부림민 박(043-651-1151 송계리소재), 자연산천민박(043-651-3324송계리소재), 월악산민박(043-651-1082 송계리소재)

문화재와 볼거리:용암폭포.미륵사지.덕주사 마애불(보물 406호), 사자빈신사지석탑(보물94호), 신륵사3 층석탑(보물1296호), 남문


만수계곡 4.23일
만수계곡 4.23일
폭포와 진달래. 4.23일
만수봉정상에서 월악산 영봉조망. 4.23일
만수릿지. 4.23일
포암산, 주흘산, 부봉일부 조망. 4.23일
포암산과 산록의봄 4.23일경.
만수골초입. 4.23일
만수골입구부근에서 바라본 용암폭포. 4.23일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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