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비(일림)산 664m - 하늘과 맞닿은 스카이라인이 바로 분홍의벨트 파천황의 철쭉산 | |
삼비(일림)산 664m 하늘과 맞닿은 스카이라인이 바로 분홍의 철쭉벨트 |
일림산의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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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자연휴양림 야영장에서 자고(6000원) 일어나 보니 주위산들의 꼭대기는 어제 저녁처럼 여전히 안개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마침 카메라를 잔뜩 메고 곰재로 오르는 사람이 있어 오늘 일기예보를 물어본다. (철쭉으로 유명한 곰재 제암산 일림산을 찾아 오는 카메라맨들은 부지기수다)오늘 날씨는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는 예보란다. 그래서 곰재 사자산 일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산행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일림산으로 가기로 한다. 일림산에서 능선산행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한다. 단지 오늘 서울로 올라가야 하니까 시간이 빠뜻할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9시가 못되어 일림산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길을 메우며 산길을 올라가는데 이러다간 산은 인산인해를 이룰 것 같다.대단한 인파이다. 대개는 광주등 전라도 인근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울산, 서울등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산악인들도 많다. 승용차를 타고 온 가족단위의 유산객들을 비롯, 곰재에서 올라와 사자산, 골치를 거쳐 일림산으로 능선산행을 하는 사람도 많다.
위치:호남정맥이 굼틀거리며 남해안으로 빠질까 하다가 되돌아 서는 듯이 구비치는 그래서 정맥이 남해안과 가장 가까이 근접한 전라남도 장흥군과 보성군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정상과 일대 능선에서 고흥반도와 장흥반도 사이에 위치한 보성만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산과 바다 꽃과 능선이 어울리는 천혜의 능선이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 희천면 - 장흥군 안양면
코스:주차장-용추골-골치재-능선-일림산-장수저수지갈림길-계곡-골치재-용추골-주차장
드라이브웨이: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남원-곡성-주암-보성읍-제암산 자연휴양림(곡성 동악산을 보기위해 일부러 남원-곡성길을 택했음)
보성사람들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광주에서 화순으로 나와 보성으로 오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
보성사람들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광주에서 화순으로 나와 보성으로 오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
산행:
사진: 장흥군 안양면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철쭉산록
제암산에 올라 일림산을 바라보면 산괴가 크다는 느낌을 갖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일림산은 자그마한 산일 것으로 짐작하고 올라가는데 실제로는 산괴가 상당히 큰 산이었다. 산덩어리로 따지면 제암산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보성강 발원지(이형석씨는 보성강의 발원지는 제암산있다고 하고 있다)에서 내려오는 맑은 개울을 지나 산 입구부근의 수려하고 신선하며 국내에서 보기 힘든(입암산에서 본 적이 있다) 삼나무 숲을 지나 급경사를 올라가니 넓다란 분지형 평원지대가 나타난다. 평원지대는 낙엽송림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평지를 가는 큰길은 산책로서는 그저 그만이다. 샛닢이 싱그런 낙엽송숲, 숲아래 여기저기 피어 군락지대와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선사는 철쭉은 깊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근처에 급하게 솟은 산도 보이지 않는다. 숲은 평지숲이라도 산책하면 기분이 좋은데 높은 곳의 평지위에 울창한 낙엽송 숲이 전개되고 있어서 신선하기 그지 없다. 산 중턱에 이런 평지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평지를 흐르는 개울은 처음엔 습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습지식물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일림산은 높이는 제암산 보다 훨씬 낮은 664m 안팎에 지나지 않지만 산괴의 크기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었다. 숲은 신선했지만 일림산 철쭉제를 찾은 사람들은 정상까지 줄을 서다시피 하여 기차놀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올라오는 가족단위의 유산객이며, 버스를 타고온 산악회 멤버들, 시골 아저씨 아주머니들(농업), 허리가 굽은 꼬부랑 할머니, 아빠의 목마를 탄 세살바기 아기도 철쭉꽃을 보러 나왔다. 운동화, 등산화, 구두를 신은 사람등 다양한 사람들이 일림산의 철쭉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모여 들었다. 들리는 소리는 호남사투리가 많았고 차도 전남, 광주등지의 차량이 많았지만 각지의 유산객들이 운집해온 것이 분명했다. 이곳의 철쭉이 이미 남도에서는 그 명성이 알려질만큼 알려져 있다는 것을 인파와 차량의 행열이 증언해주는 듯하다.
그런데 일림산과 삼비산이 헷갈렸다. 일림산이 삼비산인지 삼비산이 일림산인지 알수가 없다. 철쭉이 가장 많은 봉우리가 일림산이고 호남정맥에서 조금 벗어난 일림산 남서쪽 봉우리가 삼비산인 줄로 알았는데(보성군측 주장) 일림산이라고 생각한 것이 삼비산이고 일림산은 북동쪽 능선상의 봉우리라고 한다.(장흥군의 생각) 이같은 혼란은 25000분의 1지도에 삼비산이 일림산이라고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성군 측이 주최한 이번 2005년 일림산 철쭉제에서도 일림산이 바로 664m봉이라고 단정하고 일림산 철쭉제라는 축제 이름을 쓰고있으니 이들은 장흥군이 말하는 삼비산을 일림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일림산에서 서남쪽 능선을 따라 가다가 바다가 바라보이는 골치재와 장수저수지 갈림길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장수저수지가 1.5km, 삼비산이 1.5km, 일림산 3.2km라고 적혀 있다. 즉 장흥군에서는 일림산을 삼비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철쭉군락 1 철쭉군락2 철쭉산 3 철쭉산 4
평지가 끝나고 숲이 달라지려고 하는 곳이 골치재였다. 골치재는 계곡으로 내려가 일림산(편의상 664m 철쭉봉우리를 일림산이라고 부르기로 한다.)으로 가는 길(장흥군 안양면으로 갈 수도 있다), 능선길로 일림산으로 가는 길, 사자산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사거리이다. 능선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길로 가기때문에 시끄럽고 길이 넓고 붐비지만 계곡길로 가다가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대체로 호젓하며 장수저수지 갈림길에서 일림산까지의 능선이 철쭉꽃의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어 대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일림산 북서사면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하산시에 이용했던 능선길이고 아침녁에는 골치재에서 경사가 급한 능선길을 올라 정상으로 가기로 한다. 올라가는 능선 길가 숲 아래엔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숲이 없이 철쭉꽃으로만 뒤덮인 산록에 비해 어쩌면 소나무나 활엽수 숲속의 이런 철쭉나무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급한 능선을 올라 능선봉에 이르면 철쭉으로 뒤덮인 야트막한 봉우리가 앞에 나타난다. 안부로 조금 내려갔다가 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온 산이 철쭉옷을 뒤집어 쓴 철쭉산 일림산이 분홍빛으로 솟아 있다. 꼭대기에서부터 산록에 이르기까지 산 전체가 철쭉꽃으로 뒤덮인 이런 산은 처음이다. 내가 본 가장 큰 철쭉군락산 황매산도 넓이는 몰라도 능선 날등 하늘금에 보료가 씌운 듯한 일림산의 철쭉벨트는 경험할 수 없었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정상일대에 오락가락 하던 안개가 바람을 타고 아래까지 내려오다가는 걷히곤 한다. 다도해에서 몰려오는 습한 바람이 하루종일 안개를 피울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카메라맨들은 삼각대에 하셀(브라드)등을 거치해놓고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먼빛으로 보니 일림산 아래 철쭉 융단사이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연방 올라가거나 내려오거나 하고 있는게 보인다. 그들은 철쭉 파도에 매몰되려 하고 있는 것 같이도 보인다. 봄이 와서 산에 철쭉꽃이 뒤덮이고 이 머나먼 바닷가 철쭉산에 몰려든 사람들은 무엇을 얻으려고 이렇게 까지 북적대는가? 꽃이 무엇이길래?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철쭉 밭을 보고 괜히 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내려갈 때 귓가에 들려오는 숱한 소감들을 정리해보면 누구나 참 잘 왔다고 하는 얘기뿐이었다.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름다움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에 다름아닐 것이다.
일림산 철쭉산록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이 작은 봉우리의 철쭉 밭은 이미 상당부분 훼손되어 있었다.철쭉지대안으로 길이 난 것은 철쭉밭에서 사진을 찍기위해 한두사람 드나들다 보니 꽃밭 사이로 길이 생긴 터였다. 이밖에 인파로 인해 생기는 산의 훼손상태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길이 넓어지고 길가의 철쭉나무 가지는 꺾이고 꽃은 떨어지고 있다.
안부로 내려가 일림산 정상으로 가는 길가에 묘가 하나 있다. 혼자 철쭉꽃을 감상하라고 후손들이 여기에다 묘를 썼을까? 하지만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그 시끄러움에 망자가 잠에서 깨어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닐 것 같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가는 철쭉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어제 제암산 임금바위에서 만난 어떤 사람은 이런 군락지의 철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숲속에 저만치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피어있는 소탈한 철쭉이 더 아름답다고 했다. 하지만 철쭉의 바다가 토해내는 봄의 소리의 장엄한 연주는 그 자체가 대단한 신비요 매력이 아닐 수 없는 것도 또한 사실이었다 . 정상에선 사람들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정상일대의 노지는 완전히 대머리가 된지 오래다. 지역단체들이 "철쭉축제"를 여는 목적이 궁금해진다. 파괴, 훼손을 위해 투자하지는 않았을 터이니까 말이다. 정상에서 남서로 이어지는 능선은 반대쪽보다 사람도 적고 부드러운 능선이 리드미컬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그림이 더욱 좋았다. 안개는 연신 능선을 넘고 있으나 정오가 되면서 점점 옅어진다. 구름과 안개 아래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 시점이었다. 철쭉이 핀 분홍빛 산록 저 멀리 바다가 보이니 경관은 더욱 인상적인 모습을 띤다.
장수저수지 갈림길까지 1.5km의 길이의 짧지 않은 능선이 철쭉으로 덮여 보기가 좋다. 갈림길 아래로 난 길은 사람이 별로 없는 호젓한 산길이지만 꽤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골짜기 바닥은 평탄하여 걷기가 좋았다. 일림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은 수량도 많고 흐름이 완만하고 신록에 물드는 울창한 숲으로부터 흘러나와 개울가에 작은 습지대를 이루며 흘러내려가 습지 식물이 많았고 개울부근의 자연생태계의 활기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철쭉철이 지나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이 고요한 계곡은 식물들의 천국이 될 것 같았다. 장수저수지 아래 어디인가에 우리나라 최고의 장수촌이 있다는 것은 생태측면에서 보아 여러모로 납득이 가는 일이었다. 첫째 일림산에 안개를 몰고 오는 상쾌한 해풍은 공해에 찌든 도시의 바람과 공기와는 질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생태가 활기를 띠는 숲과 공기와 물로부터 오늘 혜택과 오염되지 않은 하늘로부터 내리쬐는 태양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산록에서 해안마을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눈이 부러움에 넘쳐난다고 해도 좋을 듯 싶다. 곰재에 이르는 길은 경사도 별로 없고 숲사이로 붉게 물든 스카이라인이 얼핏얼핏 보여 철쭉 스카이라인의 감동이 문득문득 되살아난다. 곰치재에서 낙엽송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꽃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인파때문에 발걸음이 무척 느리다. 사람들의 뒷얘기는 경천동지할 철쭉산의 환상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듯 화두는 철쭉꽃과 그것을 본 그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어쩌고 하는데 머물고 있다.
교통편과 숙박:서울-광주(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광주-보성읍(시외버스이용)
숙박:제암산 자연휴양림(061-852-4434), 자연휴양림 바로 아래에 모텔이 있다, 보성읍내 숙박시설
문화재와 볼거리:율포해수욕장, 희천해수녹차온천탕, 강진 다산초당, 해남녹우당(국보 윤두서초상), 제암산 자연휴양림, 팔영산 자연휴양림, 가학산자연휴양림. 쌍봉사(화순군 이양면)국보, 낙안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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